사건
2014도1380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I, BN, BK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0. 10. 선고 2014노1104 판결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뇌물수수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11. 1. 28. H공사의 건축구조 부분 설계심의 · 평가위원으로서 공사를 수주하려고 하는 주식회사 K건설의 직원 L으로부터 평가를 유리하게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50,000유로(500유로권 지폐 100장)를 수수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반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추징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가.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 몰수·추징의 사유는 범죄구성 요건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하고(대법원 2006. 4. 7. 선고 2005도98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뇌물수수일로부터 약 2년 9개월 후인 2013. 11, 7, L에게 500유로권 지폐 100장을 반환한 사실, L은 2013. 11. 14. 피고인으로부터 반환받은 유로화를 그대로 검찰에 제출하여 검찰이 이를 압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피고인이 L으로부터 유로화를 받았을 때 유로화가 들어 있던 봉투와 이를 다시 반환할 때의 봉투가 다른 점, ② 피고인이 L에게 반환한 유로화가 헝클어져 뒤섞여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이 반환한 유로화 지폐 100장 중 일부 지폐의 일련번호가 상이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L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500유로권 지폐 100장 중 일부를 사용한 후 다른 500유로권 지폐를 보태어 50,000유로로 맞춘 다음 이를 L에게 반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수뢰자인 피고인이 증뢰자로부터 수수한 뇌물 그 자체를 반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그 가액을 추징하여야 한다고 보아 피고인이 교부받은 유로화에 원심판결선고일에 가장 가까운 일시,의 매매기준율을 적용한 금액을 추징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11. 1. 28. L으로부터 봉투를 받아 이를 돌려줄 생각으로 서재에 보관하고 있다가 어머니가 보유하고 있는 W은행 대여금고에 옮겨 보관하였는데, 2013. 11. 6. L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여 다음날인 2013. 11. 7. W은행 대여금고에서 봉투를 찾아 그 안에 들어 있는 500유로권 지폐 100장을 W은행 서류봉투에 넣어 L에게 반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어머니인 V가 W은행에 대여금고 2개를 보유하고 있고 2013. 11. 7. 그 중 1개의 금고(금고번호 BR)에 출입하였다는 내역이 확인되었다(공판기록 178면), ② 또한 피고인이 2011. 1. 28. L으로부터 유로화를 받은 후 2013. 11. 7. L에게 유로화를 반환할 때까지 500유로권 지폐를 매도하거나 다른 화폐로 환전한 내역은 기록상 발견되지 아니한다. ③ 한편 검사는 L이 임의 제출한 500유로권 지폐 100장을 압수하여 그 압수물과 피고인이 뇌물로 받은 유로화가 동일한 것임을 전제로 압수물의 몰수를 구형하고 있으며(공판기록 293면), 피고인이 L에게 반환한 유로화가 L으로부터 받은 유로화와 동일한 것이 아니라거나 피고인이 L으로부터 받은 500유로권 지폐를 일부 소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나타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L에게 반환한 500유로권 지폐 100장이 당초에 L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500유로권 지폐 100장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뇌물 상당액의 추징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추징 사유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보영
대법관민일영
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