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의 의미 및 기부행위의 상대방의 범위
[2]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13조 소정의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규정의 취지
[3]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사무원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금전을 교부한 행위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라 함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이면 족하며, 그 상대방이 선거운동원이든, 정당원이든 묻지 않는다.
[2] 공직선거법 제113조에서 후보자와 그 배우자로 하여금 선거 전 일정 기간(기부행위제한기간) 내에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그러한 기부행위가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3] [다수의견] 후보자의 배우자와 선거사무원 사이의 현금 수수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특정의 선거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선거사무원에게 단순히 보관시키거나 돈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등의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를 들어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 내지 예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1)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선거구민 등에 대하여 금전 등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제공'이라 함은 금전 등 물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뜻하므로, 금전 등 물품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라고 선거사무원에게 주는 교부행위는 물품의 제공행위가 아니고,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공모자 사이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
(2) 다수의견은 선거사무원이 후보자의 배우자로부터 받은 돈을 선거구민 등에게 배부한 사실과 나머지는 다른 선거활동비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명세는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사무원에게 돈을 준 것은 단순히 보관시키거나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는 등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바, 다수의견이 공소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나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을 확대하여 기소된 사실과 다르게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절차의 첫 단계 원리인 불고불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 특정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취지로 선거사무원에게 물품을 교부하는 것은 제공행위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에게 제공하라고 물품을 교부하면 제공행위가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원이 받은 돈을 후보자의 배우자의 뜻에 따라 전액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선거활동비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 사용명세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여 그 돈은 처음부터 선거사무원에게 귀속시킬 의사로 교부된 것으로 본다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며, 다수의견이 원심이 인정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전제하고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사무원에게 교부한 돈이 일부만 불특정 다수의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되었고 그 나머지 사용명세가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3) 다수의견의 견해를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용도로 선거사무원에게 금전을 교부하는 행위도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더라도, '제공'은 '가지거나 누리도록 주는 것'을 의미하여 단순히 '내주는 일'을 의미하는 '교부'와 그 사전적 의미도 다를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상으로도 '제공'이라는 용어와 단순한 '교부'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교부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분명하고, 따라서 금전 등 물품을 제3자에게 전달하여 달라는 용도로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선거사무원에 대한 금전 교부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법규의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으로서, 후보자가 선거사무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라고 지역 책임자에게 돈을 '교부'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와도 어긋난다.
[반대의견의 반대의견과 관련한 보충의견]
(1) 우리 나라의 선거풍토하에서 금품을 최종적으로 받아가질 사람에 대하여 주는 것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면 금권선거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중간단계에서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포착되면 이를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므로, 이러한 취지에 입각하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제공'이라 함은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으로 한정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인즉,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간자가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특정인에게 특정금품을 전달하기 위하여 심부름을 하는 사자에 불과한 자가 아니고 그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2)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다수의견은 이러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른 목적론적 해석을 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가 경계하는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은 후보자에 의하여 타인에게 금품이 제공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공직선거법 제135조 소정의 선거사무관계자에 대한 수당 및 실비보상과 같이 법이 허용하는 선거비용으로 지출된 것이라면 비록 그 지출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판시한 것으로서, 그 판결의 법률판단 중에 다수의견의 해석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다.
[반대의견쪽 보충의견] 제공의 의미에 관해서 제공의 개념 속에 교부의 요소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법률용어의 통상적인 의미에 비추어 무리이고, 공직선거법상의 다른 조항들과 다른 법령들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그와 같이 해석할 특별한 근거를 이끌어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권선거의 폐해를 방지하고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유권자 매수 목적으로 후보자와 중간자 사이에 이루어진 금품수수도 처벌할 수 있어야 선거에 있어서의 불가매수성이라는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만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기부행위의 유형으로서 제공 외에 교부를 따로 두지 아니한 탓에 후보자와 선거브로커 사이의 금품수수는 그것이 유권자 매수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그 처벌이 어렵다는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입법적 불비를 명백하게 선언함으로써 입법부로 하여금 법률의 개정을 촉구하는 정도를 벗어나, 형벌법규에 관한 법률의 흠결을 법해석론이란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유추·확장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광장 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요지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0. 4. 13.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지역구에 한나라당 후보자로 출마하여 당선된 공소외인의 배우자로서 후보자의 배우자는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① 2000. 4. 10. 마산시 합포구 해운동 63-1 경민빌딩 3층에 있는 공소외인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사무원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600만 원을 주고, ② 2000. 4. 11. 마산시 합포구 이하 불상지를 운행 중인 원심 공동피고인 운전의 경남 2더4782호 프린스 승용차 안에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300만 원을 주고, ③ 2000. 4. 11. 위 선거사무실에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400만 원을 주고, ④ 2000. 4. 12. 위 선거사무실 부근을 운행중인 승용차 안에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400만 원을 주는 등 4회에 걸쳐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합계 1,700만 원을 주어 기부행위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으로부터 위 각 금원을 받았다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이에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용한 증거들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다음,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고 한다) 제257조 제1항 제1호, 제113조, 제112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채증법칙 위반의 점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경위로 4회에 걸쳐 합계 1,700만 원을 주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라 함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500 판결, 1996. 12. 23. 선고 96도1558 판결, 2000. 2. 11. 선고 99도4588 판결 참조),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이면 족하며, 그 상대방이 선거운동원이든, 정당원이든 묻지 않는다. 그리고 공직선거법 제113조에서 후보자와 그 배우자로 하여금 선거 전 일정 기간(기부행위제한기간) 내에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그러한 기부행위가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은 주거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다가 2000. 3. 29. 공소외인 후보의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한 다음부터 2000. 4. 13. 선거일까지 승용차를 운전하여 공소외인의 배우자인 피고인을 수행하는 등으로 선거운동을 도운 사실, 피고인은 선거일에 임박하여 공소외인과 상대 후보의 경합으로 선거 판세가 혼전을 이루자, 선거인들에게 금품을 배포하여 공소외인의 지지표를 확보할 목적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2000. 4. 10.부터 2000. 4. 12.까지 4회에 걸쳐 현금 1,700만 원을 건네준 사실, 이에 원심 공동피고인은 그 무렵 위 선거사무실 등지에서 지구당의 하부 조직책임자인 협의회장과 여성회장들에게 또는 그들이 데려온 선거인들에게 30회에 걸쳐 상대에 따라 많게는 123만 원, 적게는 3만 원씩 합계 894만 원을 배부하며 공소외인 후보의 지지를 부탁한 사실, 원심 공동피고인은 위와 같이 배부하고 남은 806만 원을 다른 선거활동비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명세는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한편 위 협의회장과 여성회장들은 위와 같이 받은 돈을 유권자들에게 2-3만 원씩 나누어주고 그 나머지는 자신들이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사이의 현금 수수는 피고인이 특정의 선거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단순히 보관시키거나 돈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라 원심 공동피고인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등의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를 들어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 내지 예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기부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에는 위 나.항 부분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서성, 배기원, 강신욱, 손지열, 박재윤의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에는 아래 4, 5항과 같은 각 보충의견이 있다.
3. 대법관 서성, 배기원, 강신욱, 손지열, 박재윤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은, 피고인이 국회의원선거 후보자의 배우자로서 선거사무원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금전을 주어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12조 제1항 제1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동할 수 없다.
나.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선거구민 등에 대하여 금전 등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제공'이라 함은 금전 등 물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용도로 선거사무원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금전을 주었다는, 즉 교부하였다는 것이지,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그 금전을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제공하였다는 취지가 아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금전을 제공하려고 하는 상대방은 유권자이지 원심 공동피고인이 아님이 명백하다. 이와 같이 금전 등 물품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라고 선거사무원에게 주는 교부행위는 물품의 제공행위가 아니고,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공모자 사이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더라도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 기부행위금지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해석을 잘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다. 이에 대하여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는 다수의견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으로 해석하더라도 그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
(1) 다수의견은 선거사무원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1,700만 원 중 894만 원을 선거구민 등에게 배부한 사실과 나머지는 다른 선거활동비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명세는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은 단순히 보관시키거나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라 원심 공동피고인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는 등 부정한 선거운동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다수의견의 이러한 견해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비록 피고인이 유권자 제공용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으로 되어 있지만, 원심 공동피고인이 그 돈을 일부만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제공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공소사실도 이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그렇지 아니하다면,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을 선거구민 등에 대한 금전제공행위를 기부행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다수의견을 어떻게 이해하건, 공소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나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을 확대하여 기소된 사실과 다르게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절차의 첫 단계 원리인 불고불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유권자 제공용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금전을 교부한 행위가 기부행위금지위반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그렇다면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그 공소사실 자체가 기부행위금지위반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분명하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실제로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공소사실의 해석을 달리할 수는 없다.
다수의견은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만 불특정 다수의 선거구민 등에게 배부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나머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사용명세를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그 돈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취지로 선거사무원에게 물품을 교부하는 것은 제공행위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에게 제공하라고 물품을 교부하면 제공행위가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동일한 물품 교부행위가 그 전달의 대상이 특정인인지 아니면 불특정 다수인인지에 따라 단순한 교부행위가 되기도 하고 제공행위가 되기도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원이 받은 돈의 일부 사용명세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여 그 돈은 처음부터 선거사무원에게 귀속시킬 의사로 교부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수의견과 같은 논리에 따르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유권자에게 돈을 제공하라고 선거사무원에게 심부름을 시킨 경우, 선거사무원이 그 돈을 전부 횡령하였거나 또는 유권자에게는 전혀 전달하지 아니하고 다른 선거활동비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사용명세를 진술하지 못하면, 이런 때에도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선거사무원에게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보아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결론이 부당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는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의 뜻에 따라 전액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선거활동비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선거활동비로 사용한 구체적인 사용명세를 진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부분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본다면, 이러한 견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 없이 원심이 인정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전제하고는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제공행위의 개념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교부한 돈이 일부만 불특정 다수의 선거구민 등에게 제공되었고 그 나머지 사용명세가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법원이 공소사실과 다르게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쳐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2)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다수의견을 최대한 너그럽게 이해한다면, 다수의견은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선거사무원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금전을 교부하는 행위도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제공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용도로 선거사무원에게 금전을 교부하는 행위도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견해라고 이해하면,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해소된다.
그러나 '제공'은 '가지거나 누리도록 주는 것'을 의미하여 단순히 '내주는 일'을 의미하는 '교부'와 그 사전적 의미도 다를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제46조, 제81조 제6항, 제89조의2 제2항, 제97조 제1항, 제2항, 제118조 제1호, 제119조 제3항 등은 '제공'이라는 용어와 단순한 '교부'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교부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분명하고, 따라서 금전 등 물품을 제3자에게 전달하여 달라는 용도로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4항이 기부행위금지위반죄를 범한 자가 받은 이익을 필요적으로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이득죄의 성격을 띠고 있고 기부행위가 이득의 귀속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선거사무원에 대한 금전 교부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법규의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이다. 이 법원은 이미 후보자가 선거사무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라고 지역 책임자에게 돈을 '교부'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으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 다수의견은 이 판례와도 어긋난다.
라. 금권선거의 폐해를 막고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기부행위금지 등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엄정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 및 불고불리의 원칙, 그리고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위반이나 침해도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전원합의과정에서 논의된 주요한 쟁점에 대하여 분명하게 판단하지 아니하고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정에 집착하여 원심판결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헌법과 법률 및 판례에 어긋나는 잘못된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법령의 해석을 통일하고 국민의 권리를 마지막으로 보호하여야 할 대법원이 그 책무를 외면하고 사건 처리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4. 다수의견은 반대의견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가. 우리 나라의 선거풍토에서 금권선거를 근절시켜야 할 당위성에 대하여는 아무도 이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금권선거 현장의 모습을 보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곧바로 유권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후보자 등이 선거사무관계자에게 금품을 주면 그것이 몇 개의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범위를 확대하여 다수의 최종유권자들에게 널리 분배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전부 또는 일부 금품이 유용되기도 하며, 그럼에도 그 전과정을 모두 밝혀 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실정하에서 금품을 최종적으로 받아가질 사람에 대하여 주는 것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면 금권선거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중간단계에서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포착되면 이를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취지에 입각하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제공'이라 함은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으로 한정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간자가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특정인에게 특정금품을 전달하기 위하여 심부름을 하는 사자에 불과한 자가 아니고 그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나.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와 같은 이상 후보자 등이 최종유권자가 아닌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제공'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중간자가 위와 같은 의미의 재량이 있는 자이기만 하면 족한 것이고, 그가 금품을 받은 후 이를 모두 하부단계의 사람들에게 배분해 주었는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유용하였는지, 그 사용처가 모두 밝혀졌는지 여부 등은 이미 성립한 범죄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간자가 후보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당시에 그에게 위와 같은 의미의 재량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후보자 등과 그와의 관계, 금품 등을 수수한 동기와 경위, 그 당시 언급된 사용용도와 사용방법, 당시의 선거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그 후의 사용실태가 밝혀진다면 그 사정 또한 수수 당시의 중간자의 재량 유무를 확인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여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판시의 돈을 받기까지의 상황 및 경위와 함께 돈을 받은 후 그 돈의 사용실태까지도 소상히 사실관계로 정리하였는바, 그렇게 한 이유는 그와 같은 사후의 사용실태가 수수 당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재량이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자료가 되기 때문인 것이지 그 사실이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반대의견 중 불고불리의 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의 각 위배 주장 등 그 다.의 (1)항 부분 주장은 모두 다수의견의 이러한 취지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그 자체로 보아서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제공'이라 함은 금품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뜻한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로 하여금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용도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주었다는 것이지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제공하였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피고인이 돈을 제공하려고 하는 상대방은 유권자이지 원심 공동피고인이 아님이 명백한 이상 이는 기부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공모자 사이의 준비행위일 뿐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우선 '제공'의 의미를 '귀속'에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전제에 선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 말미에 '유권자 제공용으로'라고 적은 부분을 지나치게 의미부여한 결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검사의 공소취지는 어디까지나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 그 자체를 기부행위로 공소제기한 것이지 원심 공동피고인로 하여금 유권자에게 돈을 제공하도록 그 준비행위로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으로 공소제기한 취지로 볼 수는 없다. 공소사실에 적은 '유권자 제공용으로'라는 기재는 '청중동원비 명목으로' 혹은 '지지표확보자금 명목으로' 등과 같이 돈을 주는 명목과 구실을 말해주는 실태에 따라 기재한 것이지 검사가 스스로 죄가 안 되도록 의미를 부여하여 기재한 취지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이 사건 공소장 중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서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판시의 돈 1,700만 원을 받은 것 그 자체를 기부를 받은 것으로, 그리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받은 돈 중 일부를 하부중간자 등에게 배분하여 준 것을 별개의 기부행위로 각 공소제기하고 있는 것에 의하여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이 부분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또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제공(제공)'이라 함은 '바치어 이바지함', '쓰라고 줌'을 뜻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건네주어 이를 사용 내지 처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하고 반드시 어떠한 이익을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른 목적론적 해석을 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가 경계하는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또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각 규정에서 '제공'과 '교부'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거나 받은 이익을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기부행위금지규정에서의 '제공'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마. 반대의견은 나아가 다수의견의 해석은 당원의 기존판례와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은 후보자에 의하여 타인에게 금품이 제공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공직선거법 제135조 소정의 선거사무관계자에 대한 수당 및 실비보상과 같이 법이 허용하는 선거비용으로 지출된 것이라면 비록 그 지출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판시한 것으로서, 그 판결의 법률판단 중에 다수의견의 해석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도 수긍할 수 없다.
5. 대법관 배기원의 반대의견쪽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그 보충의견에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제공'이라 함은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뜻만으로 한정해서는 안되고, 유권자에게 전해주라고 중간자에게 금품을 준 경우에도 그 중간자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을 부여하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그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의 의미를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후보자나 그 배우자가 유권자 매수를 위하여 선거운동원에게, 유권자에게 나누어 주라고 금원을 교부하는 거의 모든 경우를 위 규정위반으로 쉽게 처벌할 수는 있을 것이어서, 금권선거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는 부합할 수 있다.
나.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중간자에 대한 금품의 교부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기부행위금지제한규정위반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 죄형법정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인권보장기능과 그것을 담보하기 위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기준으로서 들 수 있는 법률용어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거나, 아니면 위 조항이 예상하는 법적인 범죄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 일반적으로 기부행위라고 함은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을 뜻하고, 단순히 금품을 제3자에게 전달하여 달라고 주는 것은 기부행위라고 하지 아니한다. 공직선거법 제112조에서 기부행위를 정의함에 있어서도 금전 등의 제공행위와 아울러 제2호에서 물품의 무상대여, 무상양도 또는 채무의 면제, 경감행위를 규정한 것을 비롯하여 그 마지막 제10호에서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2항에서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를 규정하면서도 제1호에서 경조사에서 축의, 부의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하여, 제공이라 함은 제공을 받는 자가 이익을 취득하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2) 다수의견은 공소장 말미에 검사가 이 사건 돈을 유권자에게 제공하라는 뜻으로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준 것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유권자 제공용으로'라고 기재한 것을, '유권자 제공명목'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이는 '청중동원명목으로' 혹은 '지지표확보자금명목으로' 등과 같이 돈을 주는 명목과 구실을 나타낸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유권자 제공용'과 '유권자 제공명목'은 그 뜻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자는 금원교부의 용도를 지정하는 의미 즉, 돈을 받은 중간자는 그 돈 전부를 반드시 유권자에게 나누어 준다는 취지임에 반하여, 후자는 명목만 그렇지 중간자가 그 돈의 일부를 자신의 몫으로 취득해도 좋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돈이 '유권자 제공명목'으로 교부된 경우라면 그 돈의 일부가 중간자인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교부 당시로서는 교부된 돈 중 유권자에게 실제 제공될 돈과 원심 공동피고인이 자기 몫으로 취득하는 돈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반대의견의 입장에서도 그 돈 전부에 관하여 기부행위금지위반죄가 성립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인이 '유권자 제공용'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으로 기소되었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도 피고인이 이 사건 돈 전부를 유권자에게 나누어 주라고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준 것이지, 그 중 일부를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귀속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볼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반하여 공소장의 '유권자 제공용'이란 표현을 굳이 중간자에 대한 일부 귀속의 의미를 내포한 '유권자 제공명목'으로 보려고 하는 것은, 중간자에게 금원 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면서 유권자에게 나누어주라고 돈을 교부한 경우에도, 그것이 기부행위로서의 제공이 되기 위하여는 그 돈의 일부가 중간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다수의견이 중간자에게 돈을 교부함에 있어 위와 같은 재량이 부여된 경우에도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특정의 의미로 보인다)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만 제공에 포함된다고 할 뿐, 처음부터 중간자에게 '귀속될 부분이 예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3) 한편, 1985년부터 법제처에서 편찬하고 있는 법령용어순화편람에서는 '공여하다'는 법률용어는 정비대상 용어로서 이를 '제공하다'는 정비된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바, 법령상의 용어는 원칙적으로 일상생활 중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상의 용어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나, 법령상 정의규정에서 명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기존의 법률제도에서 의미가 확립되어 있는 법률전문용어나 법령상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법률용어에 대하여는 일상용어의 의미와 달리 법령의 독특한 의미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고, 어떤 법령의 해석에 있어서는 그 법령의 규정만을 근시안적으로 파악하여서는 아니 되고 다른 제반 법령과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여 법질서 전체와 조화를 꾀하면서 결론을 도출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공직선거법상의 다른 규정들과 아울러 형법 제130조(제3자뇌물제공), 제133조(뇌물공여)의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공이라 함은 공여와 동일한 의미로서, 상대방의 소득에 귀속시킬 의사로 금품 등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여하는 것만을 의미할 뿐, 재산상의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 행위를 시킬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그 소지만을 이전하는 것을 뜻하는 교부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앞으로 법률용어의 순화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공과 교부의 개념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4)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477 판결은 물론 선거사무관계자에게 지출된 적정한 선거비용은 그 지출절차에 하자가 있어도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판시한 것이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적정한 선거비용으로 지출된 금원은 아무런 의무 없이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즉 상대방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도 동조할 수 없다.
다. 요컨대, 제공의 의미에 관해서 제공의 개념 속에 교부의 요소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법률용어의 통상적인 의미에 비추어 무리이고, 공직선거법상의 다른 조항들과 다른 법령들과 관계에서 반드시 그와 같이 해석할 특별한 근거를 이끌어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권선거의 폐해를 방지하고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과 같이 유권자 매수 목적으로 후보자와 중간자 사이에 이루어진 금품수수도 처벌할 수 있어야 선거에 있어서의 불가매수성이라는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만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기부행위의 유형으로서 제공 외에 교부를 따로 두지 아니한 탓에 후보자와 선거브로커 사이의 금품수수는 그것이 유권자 매수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그 처벌이 어렵다는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입법적 불비를 명백하게 선언함으로써 입법부로 하여금 법률의 개정을 촉구하는 정도를 벗어나, 형벌법규에 관한 법률의 흠결을 법해석론이란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유추·확장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동조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