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1) 사실오인 원심은, 피고인이 주식회사 B(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

)에 대한 파이프 대금을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음에도 마치 대금 전부의 지급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기망을 인정하였고, 피해자 회사가 거래개시 당시 피고인이 I로부터 이미 선급금을 받은 상태였고, 향후 잔대금도 다른 곳에 사용하려 한 것을 알았다면 D에 파이프를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기망과 피해자 회사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피고인 측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파이프를 공급받을 당시만 해도 그 대금지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어렵지는 않았고, I의 회생절차 진행으로 잔대금의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기에 피고인이 미리 그 잔대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려 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되어야 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법리오해 거래물품의 편취로 인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파이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거래개시 후의 사정, 즉 D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피고인 부친의 암투병으로 D의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과 피해자 회사가 동업계약 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채 피고인 측에 공장부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 것이고, 거래 당시는 파이프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변제능력 등을 허위로 고지한 사실이 없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