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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누3727 판결

[유족보상금등지급청구부결처분취소][공1992.1.1.(911),131]

판시사항

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으나 업무상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유발 또는 악화된 경우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적극)

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

다. 원심이 간경화증이 있는 세무담당자의 수감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상부위장관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를 섣불리 부정하고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경험칙에 반한 사실오인,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가 되는 사망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회사 세무담당자의 수일 간의 출장 등 종합세무감사 수감업무가 보통 평균인에게는 과중한 업무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간경화증이 있던 그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과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위 과로가 간경화증을 악화시켜 발생한 상부위장관출혈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상부위장관출혈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이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경험칙에 반한 사실오인,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병식

피고, 피상고인

서울지방노동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은 1944.1.3.생으로서 1978.8.18. 대한통운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주로 경리 및 세무업무를 담당하여 오면서 1989.8.18.부터 위 회사 경리부 세무담당 차장 직무대행으로 근무해 오던 자인바, 1985.2.경 늑막염을 앓았고 1986년에는 간경화 판정을 받았으며 1987년부터는 매년 1개월 가량 간경화증으로 이 사건 재해시까지 입원치료를 받아 왔는데, 1987년 ○○대학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퇴원 후에는 근무시간 중에도 하루 1-2회 30분 내지 1시간 가량 수면을 취할 정도였지만 당시만 해도 근무상태는 양호한 편이었으나 1988년 입원치료 후부터는 신체의 피로회복이 더 늦어져오전 근무 또는 오후 4∼5시경 퇴근하는 사례가 점차 늘었으며 근무능력과 근무의욕이 매우 저하되었고, 이런 상태는 1989년에 들어서도 계속되어 자신의 건강상태에 신경이 예민하여졌고 매월 하는 검사의 수치가 나쁜 경우에는 일찍 퇴근하거나 사무실에서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는 상태로 직장과 동료직원들의 배려 아래 어렵게 근무하여 왔던 사실, 그런던 중 1989.9.30.경 국세청으로부터 1989.10.16.부터 11.30.까지 1984, 1985. 회계년도에 대한 종합세무감사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위 회사가 위 망인을 세무감사 차 상급 수감책임자로 지정하자 위 망인은 건강문제로 적지 아니한 걱정을 안은 상태에서 그 무렵부터 부하 직원들과 함께 세무관련 장부를 정비하는 등 세무감사 수감준비에 평소보다 다소 바쁜 시간을 보내었고, 1989.10.16. 감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11.5까지 서울 본사에서 통상 근무시간에 수감업무에 종사하다가 같은 해 11.6.부터 국세청 감사반의 일부가 위 회사 부산지사에 대한 검사를 하게 되자 본사로부터 부산 출장을 명 받아 같은 날 11.6. 15:30 경 부산지사에 도착하여 수감 장소를 점검한 후, 그 이튿날인 같은 해 11.7.부터 같은 해 11.9.까지 정상근무시간 중 직접 수감은 당시 경리부 회계 차주계 과장으로 있던 소외 2가 받고 위 망인은 수검 대기업무에 종사하여 왔는 데, 같은 해 11.9. 18:00경 수감업무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다음 숙소로 오던 중 구토를 하여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그 후에도 계속 구토가 나고 출혈까지 있는 등 병세가 호전되지 아니하여 11.12. 06:40 경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11.20. 07:50 경 직접사인은 상부위장관출혈 (간경화에 의한 식도 정맥류 파열로 인한 대량 출혈), 선행사인은 간경화증으로 사망한 사실, 위 망인의 지병은 비(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급성간염, 만성간염의 경과를 거쳐 간경화로 진행된 것인데, 간경화의 악화로 간문맥압이 항진되게 되는 경우 식도 정맥류의 파열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간경화의 정도와 관련이 깊고, 간경화증은 상태에 따라 무리한 일이 병의 경과를 보다 빨리 악화시킬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고 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평소 건강문제로 고심하고 있던 위 망인이 이 사건 재해를 당할 즈음 세무조사 수감준비 및 수감업무에 종사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정신적 긴장과 부담감이 있었고 또 수감준비에 있어 평소보다 다소 중한 업무부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해 전후의 업무내용, 업무시간 및 특히 1989.10.16.부터 시작한 수감업무의 수행이 통상의 수준이었다고 판단되는 점에 비추어 볼때 정신적 육체적 과로를 초래할 만한 업무과중이 있었다고 볼수 없고, 여기에 위 망인이 당시 심한 간경화증세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수행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망인의 사망을 직무상 과로로 인하여 기존 질병인 간경화증이 자연적 경과보다 더 빨리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것으로 인정하기는 곤란하고, 오히려 장기간에 걸친 간경화증이 자연적 진행상태를 거쳐 악화됨으로써 사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사망이 아니라고 한 이 사건 부결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가 되는 사망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상의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 당원 1990.12.7. 선고 90누4983 판결 ; 1991.2.22. 선고 90누8817 판결 등 참조), 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당원 1991.9.10. 선고 91누5433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망인의 직접사인은 상부위장관출혈이고, 선행사인은 간경화증인데, 간경화증은 상태에 따라 무리한 일로 인하여 병의 경과를 더 빨리 악화시킬 수 있고, 한편 위 망인은 위 종합세무감사의 준비 및 시행 이전에는 그의 지병인 간경화증 때문에 직장과 동료직원들의 배려 아래 어렵게 근무하여 왔으나 위 수감업무 때문에 평소와 달리 정신적 긴장과 부담감을 가지고 본사 및 출장근무를 여러 날 하였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업무가보통 평균인에게는 과중한 업무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위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과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위 과로가 망인의 선행사인인 간경화증을 악화시켜 직접사인인 상부위장관출혈을 야기시켰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상부위장관출혈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 .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망인의 수감업무의 수행이 통상의 수준이었다고 판단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재해 당시 망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과로를 초래할 만한 업무과중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위 망인의 사망은 장기간에 걸친 간경화증이 자연적인 진행상태를 거쳐 악화됨으로써 사망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고 업무상의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경험칙에 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1.4.4.선고 90구1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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