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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7다42433 판결

[교수지위확인][공2010하,1728]

판시사항

[1] 임용기간이 만료된 사립대학 교원에게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재임용거부결정의 효력(무효)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의 판단 기준

[2]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결정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경우 및 그 하자의 정도

[3]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 대한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 및 책임의 범위

[4] 사립대학 교원이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 외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

[5]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 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전에 재임용거부결정이 이루어진 경우, 위법한 재임용거부를 이유로 학교법인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6]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 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점 이후에만 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2005. 1. 27. 법률 제7352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사립대학 교원으로서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며, 임용권자가 재임용신청을 한 교원에 대하여 재임용을 거부한 경우에 있어, 재임용거부의 객관적 사유, 즉 재임용심사기준에 미달된다는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그 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여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재임용심사에 있어서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결과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어 그 사법상(사법상)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재임용거부결정을 무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함은 그 결정이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재임용거부의 판단 근거로 삼은 부정적 평가 요소에 비추어 균형을 잃음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결과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 등을 말하고, 이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부정적 사실의 내용과 성질, 재임용심사기준에의 부합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인한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사유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2]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결정의 절차와 관련하여 2005. 1. 27. 법률 제7352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이하 ‘개정 사립학교법’이라 한다)이 적용 내지 소급적용되는 경우에는 학교법인이 개정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4항 내지 제7항 에 규정된 사전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함으로써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면 그 재임용거부결정은 그와 같은 절차적 흠만으로도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다만, 개정 사립학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재임용거부결정으로서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만이 적용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위 특별법이 재임용 재심사의 심사기준 및 사후구제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개정 사립학교법의 경우와 같이 재임용 관련 사전절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개정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4항 내지 제7항 에서 정한 사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바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재임용 절차의 전체적 진행경과에 비추어 재임용거부사유의 사전 통지와 이에 대한 해당 교원의 소명기회 보장 등과 같은 재임용심사에서의 최소한도의 절차적 요건이 흠결된 경우로 평가될 수 있어야 그 효력이 부정된다.

[3]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 대한 학교법인의 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 사법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이유로 학교법인에게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재임용거부가 학교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보통 일반의 대학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이어야 하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재임용거부사유의 내용 및 성질, 그러한 거부사유 발생에 있어서 해당 교원의 기여(관여) 정도, 재임용심사절차에서 해당 교원의 소명 여부나 그 정도, 명시된 재임용거부사유 외에 학교법인이 재임용거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참작한 사유의 유무 및 그 내용, 재임용심사의 전체적 진행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배상책임을 대학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거쳐 학교법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적법한 재임용심사를 받았더라면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립대학 교원은, 대학에 대하여 그러한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교원으로 임용되어 재직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 임금 상당의 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그러한 재직 가능 기간의 범위는 당해 대학의 재임용심사기준의 전반적인 엄격성의 정도와 학문영역별(인문·사회·자연계열 등) 심사기준의 차이 여부, 당해 교원의 전공분야와 실제 재임용 현황(재임용률), 당해 대학의 재임용 및 승진임용의 구성 체계(동일직급 재직기간의 제한 여부, 재임용과 승진임용 사이의 심사기준의 차별성 여하), 당해 교원의 개인적 연구역량(이전에 재임용을 받은 횟수나 그 통과 수준, 당해 재임용심사에서 재임용자격 인정기준과의 차이 정도)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반드시 위법한 재임용거부가 이루어진 당해 재임용기간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4] 사립대학 교원이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 외에 별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재임용을 거부할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해당 교원을 대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다른 명목을 내세워서 재임용을 거부하였거나, 재임용거부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인사규정 등 소정의 재임용 여부의 심사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재임용거부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재임용거부에 나아간 경우 등 재임용 여부 심사에 관한 대학의 재량권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이어야 한다.

[5] 2005. 1. 27. 법률 제7352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이하 ‘개정 사립학교법’이라 한다) 이전의 구 사립학교법은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의 재임용에 관하여 사전절차와 재임용거부사유 및 사후구제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고, 구 사립학교법(1997. 1. 13. 법률 제52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2 제3항 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하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한다) 또는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된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 교원에 대하여 학교법인 등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임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임용계약이 계속 반복 갱신되어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의 기대나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존재를 부정하여 재임용 여부는 사법심사에서 제외되는 임면권자의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사법기관의 확고한 법해석의 상황 아래에서 학교법인에 대하여,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사립학교법의 개정과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시행에 따른 현재의 변화된 법해석으로 인정되는 재임용심사신청권을 기초로 사립대학 교원의 권리 내지 법익침해의 결과에 관하여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거나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당시로선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규범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거나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주의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개정 사립학교법의 소급적용이나 위 구제특별법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 이전의 위법한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상 무효확인 청구 등의 구제절차를 통하여 정당한 재임용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기에 이른 점 등의 사정을 함께 참작하면,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2003. 2. 27.)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재임용심사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거나 절차적 사유 등으로 사법상(사법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이유로 학교법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이는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의 당해 사건 등으로서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6] 재임용절차는 통상적으로 재임용신청과 재임용심사, 재임용 여부의 결정 순서로 진행되게 되며 재임용거부결정은 재임용신청의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미 재임용심사에서 재임용거부결정이 이루어져 임용기간 만료로 퇴직조치가 취해졌다면 당해 재임용절차는 완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되므로, 재임용거부결정이 절차적 내지 실체적 사유로 효력이 부정되어 학교법인이 재임용심사를 할 의무가 존속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그 의무위반이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학교법인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려면 먼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구 사립학교법(1997. 1. 13. 법률 제52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2 제3항 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기간임용제 사립대학 교원에게 재임용심사신청권이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보더라도 과거 재임용거부처분에 관하여 당해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학교법인에게 재심사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어떠한 법적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점 이후에만 물을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이와 같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는 학교법인에 직접적으로 재임용심사를 촉구하거나 요청하는 행위를 통하여 표시되기도 하겠지만, 학교법인을 상대로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제기 행위 등으로도 확인될 수 있다.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일 담당변호사 송해익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학교법인 계명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지홍원)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2,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중 2003. 2. 27. 이후의 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의 상고 및 원고 2, 3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원고 1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들과 피고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재임용거부결정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고 1, 2에 대한 적용법령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사립학교법 (1990. 4. 7. 법률 제4226호로 개정되고, 1997. 1. 13. 법률 제52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2 제3항 구 사립학교법 (1997. 1. 13. 법률 제5274호로 개정되고 1999. 8. 31. 법률 제60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2 제3항 전문은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은 당해 학교법인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임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던바,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2003. 2. 27. 선고 2000헌바26 결정 2003. 12. 18. 선고 2002헌바14, 32 결정 에서 각각 헌법불합치결정(이하 2003. 2. 27.자로 먼저 선고된 것을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는 2005. 1. 27. 법률 제7352호로 개정되었는데(이하 ‘개정 사립학교법’이라고 한다),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합헌적 제도임이 인정된 대학교원 기간임용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3항 ), 제4항 내지 제8항 에서 그 교원의 재임용 관련 사전절차 및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한 사후구제절차를 규정하였다. 한편, 위 조항들은 부칙 제1항에 따라 그 효력이 소급적용되지 않고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일인 2005. 1. 27.부터 적용되도록 되었으며, 다만 부칙 제2항에서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기간을 정하여 임용되어 재직 중인 대학교육기관 교원에 대하여는 개정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고, 개정 사립학교법과 별도로 1975. 7. 23. 이후부터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일 전일까지 사이에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서 재임용이 탈락된 국·공립 및 사립대학의 교원들을 대상으로 재임용을 위한 재심사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된 대학교원의 권익보호와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으로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이하 ‘구제특별법’이라고 한다)이 2005. 7. 13. 법률 제7583호로 제정되어 2005. 10. 14.부터 시행되었다.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형벌에 관한 것이 아닌 한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하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입법자에게 그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긴 이상, 그 개선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기는 하지만,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에서의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위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이 사건 사립학교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비록 개정 사립학교법 부칙 제2항의 경과조치의 적용 범위에 이들 사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들 사건에 대하여는 종전의 법률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사립학교법의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4. 2. 선고 99다3358 판결 ,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다62476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900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 1, 2의 이 사건 소는 ‘1997. 1. 13. 개정 사립학교법’에 관한 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이 사건 사립학교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위 원고들에 대하여는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므로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적용법령 내지 개정 사립학교법의 소급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사유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헌법 제31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규정하는 한편, 이의 실현을 위하여 헌법 제31조 제4항 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또한 헌법 제31조 제6항 에서는 교육제도 및 교원지위의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전문과 제1장 총강에서 밝힌 자유롭고 문화적인 민주복지국가를 이룩하여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헌법이념을 교육에 의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교육이란 학생들의 건전한 지식과 인격의 신장을 목표로 하여 학문연구 결과 등을 전수하고 그들을 지도하며 가르치는 것이고,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은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학생들로 하여금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공교육제도의 주관자로서 역할을 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3. 2. 27. 선고 2000헌바26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위한 계약의 법적 성질은 사법상(사법상)의 고용계약이고(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는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 에 대한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기간임용제 자체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따라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도 기간을 정한 대학교원 임용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에 관하여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그 외 임용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임용기간이 만료된 해당 교원은 그 임용기간 만료로 교원의 신분을 당연히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재다262 판결 등 참조). 사립대학의 교원에게 폭넓은 교수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가진 피교육자인 학생들의 권익과 복리증진에 저해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교육제도의 법정주의를 선언한 헌법 규정에 기초하여 제정된 각종 교육 관련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학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또한 교수재임용에 관하여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의 기초가 되는 교원지위의 법정주의 또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실현 내지 보장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하고, 사립대학 교원의 재임용에 관한 법익을 보호하는 문제에 관련하여 상반되는 이해당사자인 학교법인의 보호법익, 즉 교원 재임용과 관련한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규정 취지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5헌마723 등 결정 참조).

이러한 헌법규정 및 교육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립대학의 교원은 관련 법령과 학교법인의 정관에서 교원의 자격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는 덕목인 학문연구, 학생교육, 학생지도, 교육관계 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 유지에 관한 능력과 자질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는 재임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인바(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9009 판결 등 참조), 대학교원의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임용권자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재임용 여부를 심사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를 다시 임용할 것인지 여부는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한다( 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7069 판결 ,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25477 판결 등 참조).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은 개정 사립학교법구제특별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사립대학 교원으로서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9009 판결 등 참조), 임용권자가 재임용신청을 한 교원에 대하여 재임용을 거부한 경우에 있어, 재임용거부의 객관적 사유, 즉 재임용심사기준에 미달된다는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그 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여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재임용심사에 있어서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결과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어 그 사법상(사법상)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재임용거부결정을 무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함은 그 결정이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재임용거부의 판단 근거로 삼은 부정적 평가 요소에 비추어 균형을 잃음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결과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 등을 말하고, 이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부정적 사실의 내용과 성질, 재임용심사기준에의 부합 정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인한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사유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9009 판결 참조).

또한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결정의 절차와 관련하여서도 개정 사립학교법이 적용 내지 소급적용되는 경우에는 학교법인이 개정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4항 내지 제7항 에 규정된 사전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은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면 그 재임용거부결정은 그와 같은 절차적 흠만으로도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다만, 개정 사립학교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재임용거부결정으로서 구제특별법만이 적용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위 특별법이 재임용 재심사의 심사기준 및 사후구제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개정 사립학교법의 경우와 같이 재임용 관련 사전절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개정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4항 내지 제7항 에서 정한 사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바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9009 판결 ,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5헌마723, 2007헌바109 결정 등 참조), 재임용절차의 전체적 진행경과에 비추어 재임용거부사유의 사전 통지와 이에 대한 해당 교원의 소명기회 보장 등과 같은 재임용심사에서의 최소한도의 절차적 요건이 흠결된 경우로 평가될 수 있어야 그 효력이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 헌법재판소 2003. 2. 27. 선고 2000헌바26 결정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1996년 피고 대학의 학내분규사태, 원고 1에 대한 파면 관련 소송의 경과, 피고 대학의 정관 및 교원인사규정, 원고들에 대한 재임용심사과정, 원고들의 연구실적평가, 원고 1의 종전 소송 경과 등의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 1, 2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쳐 개정 사립학교법이 적용되므로 피고 대학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정한 통지와 소명기회 보장 등 재임용에 관한 여러 절차적 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한 위 원고들에 대한 재임용거부결정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그 밖에 특히 피고 대학의 정관이나 교원인사규정에는 피고 대학이 기간임용제 교원에 대한 계약갱신을 원할 경우에 계약기간 만료일 또는 갱신하고자 하는 계약일의 3개월 전에 해당 교원에게 계약 갱신을 통고하여야 한다는 규정(교원인사규정 제8조)과 실적평가기준만 두고 있을 뿐 달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재임용심사기준과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은 점, 원고들에게 재임용심사절차에서 소명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재임용거부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한 점 등을 들어, 피고 대학이 원고 1, 2에 대하여는 1999. 7. 26.에, 원고 3에 대하여는 1996. 10. 18.에 한 재임용거부결정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 대학 총장의 학교운영 방침에 반대하는 원고들을 재임용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하여 형식적이고 자의적인 재임용교원심사평정표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재임용거부행위의 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이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재임용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과 책임의 범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 대한 학교법인의 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 사법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이유로 학교법인에게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재임용거부가 학교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보통 일반의 대학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이어야 하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재임용거부사유의 내용 및 성질, 그러한 거부사유 발생에 있어서 해당 교원의 기여(관여) 정도, 재임용심사절차에서 해당 교원의 소명 여부나 그 정도, 명시된 재임용거부사유 외에 학교법인이 재임용거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참작한 사유의 유무 및 그 내용, 재임용심사의 전체적 진행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배상책임을 대학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거쳐 학교법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적법한 재임용심사를 받았더라면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립대학 교원은, 대학에 대하여 그러한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교원으로 임용되어 재직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 임금 상당의 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재다262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재직 가능 기간의 범위는 당해 대학의 재임용심사기준의 전반적인 엄격성의 정도와 학문영역별(인문·사회·자연계열 등) 심사기준의 차이 여부, 당해 교원의 전공분야와 실제 재임용 현황(재임용률), 당해 대학의 재임용 및 승진임용의 구성 체계(동일직급 재직기간의 제한 여부, 재임용과 승진임용 사이의 심사기준의 차별성 여하), 당해 교원의 개인적 연구역량(이전에 재임용을 받은 횟수나 그 통과 수준, 당해 재임용심사에서 재임용자격 인정기준과의 차이 정도)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반드시 위법한 재임용거부가 이루어진 당해 재임용기간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한편, 사립대학 교원이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하여 위와 같은 재산적 손해 외에 별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재임용을 거부할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해당 교원을 대학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다른 명목을 내세워서 재임용을 거부하였거나, 재임용거부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인사규정 등 소정의 재임용 여부의 심사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재임용거부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재임용거부에 나아간 경우 등 재임용 여부 심사에 관한 대학의 재량권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이어야 한다 (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다30730 판결 등 참조).

나.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전의 학교법인의 책임에 관하여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 사립학교법 이전의 구 사립학교법은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의 재임용에 관하여 사전절차와 재임용거부사유 및 사후구제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고,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또는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에 의하여 임용된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 교원에 대하여 학교법인 등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임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임용계약이 계속 반복 갱신되어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의 기대나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의 존재를 부정하여 재임용 여부는 사법심사에서 제외되는 임면권자의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사법기관의 확고한 법해석의 상황 아래에서 학교법인에 대하여,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사립학교법의 개정과 구제특별법의 시행에 따른 현재의 변화된 법해석으로 인정되는 재임용심사신청권을 기초로 사립대학 교원의 권리 내지 법익침해의 결과에 관하여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거나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당시로선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규범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거나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주의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개정 사립학교법의 소급적용이나 구제특별법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 이전의 위법한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상 무효확인 청구 등의 구제절차를 통하여 정당한 재임용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기에 이른 점 등의 사정을 함께 참작하면,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2003. 2. 27.)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재임용심사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거나 절차적 사유 등으로 사법상(사법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이유로 학교법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이는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의 당해 사건 등으로서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재다262 판결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되는 한 개정법에 의한 새로운 재임용심사기준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객관적 성립요건으로서 재임용거부의 위법성 여부를 다시 심리하여 볼 것을 판시한 것이고,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다52647 판결 역시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되는 사안에서 그 원심이 금원지급 청구를 교원으로서의 지위가 유지됨을 전제로 급료지급을 구하는 청구로만 이해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주장 여부에 관하여는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데 대하여 심리미진 내지 석명권불행사의 위법을 들어 파기한 것으로서, 위 각 대법원판결은 개정 사립학교법이 소급적용되는 당해 사건 등에서는 재임용거부결정의 위법성 판단은 구법하에서와는 달라질 수 있음을 판시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의 주관적 성립요건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다.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이후의 학교법인의 책임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구 사립학교법의 재임용심사의 사전절차와 사후구제절차에 관한 입법 불비가 헌법 제31조 제6항 에서 정하고 있는 교원지위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게도 재임용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기준의 재임용거부사유가 마련되어야 하고 재임용 탈락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나 재임용거부를 사전에 통지받으며 나아가 재임용이 거부되었을 경우 사후에 그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결국 재임용과 관련하여 대학교원에게는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인 재임용심사신청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판시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이 사법기관에 의하여 기간임용제 대학교원에게 재임용심사신청권이 존재함이 확인된 이상 이때부터는 학교법인이 여전히 절차적 내지 실체적 사유로 재임용거부결정의 효력이 부정되는 해당 교원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 없이 재임용심사절차를 재개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게 된다.

그런데 재임용절차는 통상적으로 재임용신청과 재임용심사, 재임용 여부의 결정 순서로 진행되게 되며 재임용거부결정은 재임용신청의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미 재임용심사에서 재임용거부결정이 이루어져 임용기간 만료로 퇴직조치가 취해졌다면 당해 재임용절차는 완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되므로, 재임용거부결정이 절차적 내지 실체적 사유로 효력이 부정되어 학교법인이 재임용심사를 할 의무가 존속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그 의무위반이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학교법인에 책임을 물을 수 있으려면 먼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기간임용제 사립대학 교원에게 재임용심사신청권이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보더라도 과거 재임용거부처분에 관하여 당해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학교법인에게 재심사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어떠한 법적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위법한 재임용거부로 인한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점 이후에만 물을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이와 같은 해당 교원의 재심사신청의사는 학교법인에 직접적으로 재임용심사를 촉구하거나 요청하는 행위를 통하여 표시되기도 하겠지만, 학교법인을 상대로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제기 행위 등으로도 확인될 수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이 이러한 해당 교원의 재임용신청의사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이 재임용심사절차를 재개하지 않음을 이유로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학교법인의 조치에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인바, 학교법인이 위와 같이 재임용심사절차를 재개하지 않는 것은 과거 재임용거부결정이 정당하다고 여겨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이에 관한 학교법인의 고의·과실은 과거 재임용거부사유의 내용 및 성질, 그러한 거부사유 발생에 있어서 해당 교원의 기여(관여) 정도, 재임용심사절차에서 해당 교원의 소명 여부나 그 정도, 명시된 재임용거부사유 외에 학교법인이 재임용거부 판단에 실질적으로 참작한 사유의 유무 및 그 내용, 재임용심사의 전체적 진행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학교법인이 보통 일반의 대학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이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같은 사유를 들어 학교법인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하여는 역시 과거 재임용거부에 관하여 위 2.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원고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 대학은 원고 3에 대하여는 1996. 10. 18., 원고 1, 2에 대하여는 1999. 7. 26. 재임용거부결정을 한 이후로 원고들에 대하여 복직을 불허하고 있으며, 피고 대학의 인사관리규정에 의하면, 1937. 7. 7.생인 원고 1은 2002. 7. 7.에 연령정년(65세)에 도달하였고 2002년도 1학기의 종료일인 2002. 8.경 당연퇴직하게 되는 사실(한편 원고 2는 1952년생, 원고 3은 1953년생으로 2017년 이후에 연령정년이 도래한다)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 1은 재임용거부결정 이후 최초 재직이 가능한 시점부터 위 정년시까지의 재산적 및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원고 2, 3은 재임용거부결정 이후 최초 재직이 가능한 시점부터 복직시까지의 재산적 및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각각 구하고 있다.

먼저 원고 1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원고에 대하여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전에 재임용거부결정이 이루어지고 정년도 그 전에 도달하여 위 기간 동안의 재임용거부에 대해서는 피고 대학의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에 대하여 더 이상 위법한 재임용거부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원심은 원고 1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가 그 판시의 종전 1, 2차 소송의 각 확정판결(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그 확정판결과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을뿐더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위 종전 소송에서 재임용거부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대하여만 판단되었으므로,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도 원심이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나, 재산적 손해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피고 대학의 고의·과실이 부정되어 배척되므로 그 결론은 정당하다.

원고 1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으로 원고 2, 이호영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보건대, 위 원고들은 2017년 이후에야 비로소 정년이 도래하여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이후에도 위 정년이 도래할 때까지는 복직이 가능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전까지는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해당 교원에게 재심사신청의사가 존재함이 확인됨에도 피고 대학이 재심사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그러한 피고 대학의 조치에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바, 원심으로서는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 이후로 위 원고들의 재심사신청의사가 확인된 시점을 심리하여 그 이후에도 피고 대학이 여전히 재심사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판단 기준에 의하여 그러한 피고 대학의 조치에 고의·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피고 대학의 고의·과실에 관한 심사 없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위법하면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전제한 후 재임용거부결정의 성립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유무에 관하여는 전혀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재임용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과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의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 2, 3의 손해배상청구 중 2003년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2003. 2. 27. 이후의 손해 부분에 관하여는 파기를 면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2,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중 2003. 2. 27. 이후의 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1의 상고 및 원고 2, 3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며, 원고 1과 피고 사이의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