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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다9298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2.1.(171),324]

판시사항

[1]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입법 취지 및 적용 범위

[2] 소방공무원의 화재진압시 야기한 실화에 대하여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과정에서 미처 모든 불씨를 제거하지 못하여 3시간여 경과 후 1차 화재 발생지점과 칸막이로 분리된 다른 곳에서 2차 화재가 발생한 사안에서 소방공무원들에게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을 적용하여 그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은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고,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 법률은 발화점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물건의 소실, 즉 직접 화재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로부터 연소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2] 화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진화활동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일단 화재가 발생한 다음 그 현장에 임하게 되므로, 그 진화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다시 제2차적인 화재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의 실화와는 달리 이미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소방공무원들의 화재진압활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적 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한편 화재를 당한 국민 개개인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소방공무원들은 그 직책상 화재진압에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을 지닌 사람들로서 고도의 주의의무를 과함이 상당한 반면에 자신의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에 임하게 된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소방공무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의 행위에 대하여도 그 과실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에 관하여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함은 별문제로 하고,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제2차적인 화재가 발생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소방공무원에게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방공무원 자신이나 그 사용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그로 인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과정에서 미처 모든 불씨를 제거하지 못하여 3시간여 경과 후 1차 화재 발생지점과 칸막이로 분리된 다른 곳에서 2차 화재가 발생한 사안에서 소방공무원들에게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을 적용하여 그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일 담당변호사 최영홍)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요지

가. 인정 사실

원고는 화재가 난 이 사건 건물 2층 중 약 70평을 임차하여 '○○상사'라는 상호로 나염과 임가공업을, 소외 1은 같은 건물 2층 중 약 100평을 임차하여 '△△-△△'라는 상호로 현수막과 광고물 제작, 실크 인쇄업을 하고 있었다.

○○상사와 △△-△△는 높이 약 3m, 길이 약 11m의 석고 보드로 만들어진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1998. 6. 17. 02:30경 소외 2라는 사람이 술에 취한 채 △△-△△ 공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그 담뱃불이 주위에 있던 광목 원단 등에 옮겨 붙고 그 불길이 페인트와 석유통으로 옮겨 붙으면서 △△-△△ 공장을 모두 태운 사고가 일어났다(이하 '1차 화재'라 한다).

피고 산하 □□소방서의 소방공무원들은 화재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여 02:55경까지 화재를 진압한 후 △△-△△ 공장에서 잔화정리 작업을 하고 04:30경 철수하였다.

1차 화재로 인하여 ○○상사와 △△-△△ 사이의 칸막이는 길이 9m 정도 무너져 내려 있었고, 당시 ○○상사에는 △△-△△와의 칸막이 부근에 옷과 원단이 약 1m 높이로, 중앙에는 페인트와 등유통, 공업용 안료용기들이 쌓여 있었는데, 소방공무원들은 △△-△△에서 ○○상사쪽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상사에도 상당한 양의 물을 뿌렸다.

소방공무원들이 철수한 후에는 경찰관이 현장보존을 위하여 화재현장에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였는데, 같은 날 07:25경 ○○상사 내의 △△-△△쪽 칸막이 부근에 쌓여 있던 원단더미 밑에서 하얀 연기가 나면서 불길이 솟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크게 번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소방공무원들이 다시 출동하여 같은 날 07:40경 화재를 진압하였으나, 이 불로 ○○상사 70평 가운데 약 50평이 불타버렸다(이하 '2차 화재'라 한다).

1차 화재발생 후 이 사건 건물에는 전원이 차단되어 있었다.

나. 판단

1차 화재 직후부터 2차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이 사건 화재현장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으며, 2차 화재 당시 ○○상사에는 모든 전기공급선이 차단되어 있어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었던 점, 1차 화재와 2차 화재의 발생이 시간적으로 비교적 근접하고, 2차 화재가 ○○상사에 쌓여 있던 옷과 원단에서 연기를 내다가 발화된 점에 비추어 2차 화재는 1차 화재 당시 경계 칸막이가 무너진 부분을 통하여 ○○상사에 있던 옷과 원단에 불씨가 옮겨진 후 그 불씨가 오랜 시간 동안 훈소(훈소, 물질이 착화되어 불꽃 없이 연기만 내면서 타거나, 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서 발염될 때까지의 연소상태)되다가 갑자기 발화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1차 화재 진압 당시 △△-△△쪽에서 ○○상사쪽으로 불씨가 넘어갔을 가능성이 쉽게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1차 화재 진압을 담당했던 소방공무원들로서는 적극적으로 옷이나 원단을 뒤집어가면서 물을 뿌리는 방법 등으로 그 곳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불씨를 제거하였어야 함에도, 단순히 ○○상사의 옷과 원단 위로 물을 일부 뿌리는데 그쳐 결국 2차 화재의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과실이고, 따라서 피고는 2차 화재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 2차 화재는 1차 화재현장으로부터 연소(연소)된 것이 아니라 ○○상사의 옷과 원단에 남아 있던 불씨를 소방공무원들이 충분히 진압하지 못한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서, 1차 화재와는 독립된 별개의 화재이면서 직접적인 화재에 해당하므로, 이 경우에는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은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고,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이 법률은 발화점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물건의 소실, 즉 직접 화재에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로부터 연소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2다카1038 판결 , 1998. 3. 13. 선고 97다34112 판결 , 2000. 5. 26. 선고 99다3243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진화활동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일단 화재가 발생한 다음 그 현장에 임하게 되므로, 그 진화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다시 제2차적인 화재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의 실화와는 달리 이미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소방공무원들의 화재진압활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적 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한편 화재를 당한 국민 개개인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소방공무원들은 그 직책상 화재진압에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을 지닌 사람들로서 고도의 주의의무를 과함이 상당한 반면에 자신의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에 임하게 된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소방공무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의 행위에 대하여도 그 과실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에 관하여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함은 별문제로 하고,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따라서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제2차적인 화재가 발생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소방공무원에게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방공무원 자신이나 그 사용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그로 인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나. 우선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2차 화재의 발생원인을 1차 화재 당시 경계 칸막이가 무너진 부분을 통하여 ○○상사에 있던 옷과 원단에 불씨가 옮겨진 후 그 불씨가 오랜 시간 훈소되다가 발화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소방서에 화재 당일 02:35 화재신고가 접수되어 3분 뒤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도착하고, 02:55경 소방공무원들에 의하여 화재가 사실상 진압되었으며, 그 이후 04:05까지 소방공무원들은 불씨나 연기가 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천정과 캐비넷 등 화재현장의 구석 등을 살피고, 옷이나 섬유류에 탄 흔적이 있는 것은 뒤집어 보는 방식으로 잔화정리 작업을 하고, ○○상사와 △△-△△ 사이의 칸막이 부분에 대하여도 물을 추가로 뿌리며 불씨를 살펴본 후 04:30경 철수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현재의 소방기술상 일반적으로 소방공무원들이 화재현장에서 훈소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확보되어 있지 않으며, 이 사건 화재현장과 같이 당시 야간으로 매우 어두운 데다가 각종 물건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제2차적 화인을 모두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피해를 입지 아니한 물품에 대한 훼손 등 또 다른 손실이나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판단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는바, 따라서 소방공무원들로서는 이 사건 1차 화재현장에서 불씨가 칸막이를 넘어 2차 화재현장으로 가서 상당시간 동안 훈소의 과정을 거쳐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사전에 예견할 수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2차 화재의 발생과정에 1차 화재진압에 참여한 소방공무원들의 과실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입장에서 2차 화재에 대한 소방공무원들의 과실을 인정하고,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배제한 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소방공무원들의 화재진압시 야기한 실화에 대한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의 적용 여부와 그 과실의 경중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주심) 변재승 이규홍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0.12.28.선고 99나6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