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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5. 9. 선고 2009두2887 판결

[법인세부과처분등취소][미간행]

판시사항

갑 생명보험 주식회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을이 ‘GMF’라는 역외펀드를 설립하고, 갑 회사로 하여금 회사 자금을 송금하게 한 후 다시 GMF로 하여금 이를 제3의 개인구좌 등에 송금하게 하였는데, 과세관청이 을이 갑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아 GMF가 송금한 금액을 해당 사업연도의 익금에 산입하면서 을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하고 갑 회사에 소득금액변동통지한 사안에서, 제반사정에 비추어 을의 횡령 행위는 애초에 회수를 전제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금액이 사외유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훈 외 2인)

피고, 상고인

영등포세무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대현)

주문

원심판결 중 2001. 6. 9.자 1997년 귀속 72,695,700,000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조세소송에 있어서는 국세기본법 규정에 의하여 행정소송법 제18조 제2항 , 제3항 제20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나, 다만 2개 이상의 같은 목적의 행정처분이 단계적·발전적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서로 내용상 관련이 있다든지, 조세소송 계속 중에 그 대상인 과세처분을 과세관청이 변경하였는데 위법사유가 공통된다든지, 동일한 행정처분에 의하여 수인이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선행처분에 대하여, 또는 그 납세의무자들 중 1인이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친 때 등과 같이, 국세청장과 국세심판원으로 하여금 기본적 사실관계와 법률문제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을 뿐더러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굳이 또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이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납세의무자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 2001. 3. 27. 선고 99두803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① 원고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소외 1이 1995년 이후 기밀비 등의 명목으로 원고의 자금 60억 3,000만 원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데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특수관계인인 소외 1에게 이를 무상대여한 것으로 보아 부당행위계산부인을 하여 그 인정이자 상당액 합계 696,882,639원을 해당 사업연도의 익금에 산입하면서 소외 1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한 사실, ② 한편 소외 1은 1997. 7.경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그랜드 밀레니엄 펀드(이하 ‘GMF’라 한다)라는 역외펀드를 설립한 후 1997. 8. 22.경과 1997. 9. 24.경 원고로 하여금 각 5,000만 달러를 송금하게 한 후 GMF로 하여금 그 중 8,000만 달러를 바하마에 있는 소외 2의 구좌 등으로 송금하게 한 데 대하여 피고는 소외 1이 원고의 자금 8,000만 달러를 횡령한 것으로 보아 72,695,700,000원(8,000만 달러의 원화환산액으로 이하 ‘이 사건 GMF 인출금’이라 한다)을 해당 사업연도의 익금에 산입하면서 소외 1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한 사실, ③ 피고가 2001. 6. 9. 위와 같이 소득처분한 금액 합계 73,392,582,639원에 관하여 원고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자, 원고는 2001. 7. 10. 소외 1에 대한 원천징수 근로소득세로 29,357,033,040원을 납부한 후 2001. 9. 3. 그에 대한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1. 11. 2.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고(이하 ‘이 사건 경정거부행위’라 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1. 11. 26.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2002. 3. 15. 그 심판청구가 기각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원고가 이 사건 경정거부행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한 것은 당시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판례(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누12483 판결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두10360 판결 등 참조)의 태도 아래에서 부득이하게 취한 불복방법이므로 원고로 하여금 다시 2001. 6. 9.자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하여 별도로 전심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가혹하고, 이 사건 경정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2001. 6. 9.자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한 적법성 심사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기본적 사실관계도 서로 동일하여 국세심판원으로 하여금 기본적 사실관계와 법률문제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가 2001. 6. 9.자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하여 별도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필요적 전치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전항에서 본 사실을 포함한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소외 1의 의사를 동일시하거나 원고와 소외 1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 후 그에 관하여 원고는 소외 1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 판결을 받았고 또한 소외 1을 고소하여 유죄확정 판결을 받게 한 점, 금융감독위원회는 원고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소외 1 소유의 원고 주식을 모두 소각하였으며 예금보험공사는 3조 5,000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는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이 애초부터 그 회수를 전제로 하지 아니하여 곧바로 사외유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이 사외유출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2001. 6. 9.자 1997년 귀속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두2332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① 소외 1은 원고 등 10여 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그룹의 대주주로서, 1988. 1. 1.부터 원고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원고의 경영을 지배하다가 1999. 5. 4.에 와서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당하였는데, 1999. 3. 31. 당시 소외 1과 그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고의 지분은 45% 정도였으며, 나머지 지분은 원고의 임직원들과 계열회사 등에 분산되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 후 약 1년 6개월이 지난 1999. 3.경에야 원고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소외 1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점, ③ 금융감독위원회는 보험업법 관련규정에 의하여 1999. 3. 23. 원고에 대한 관리명령을 하고 소외 3을 보험관리인으로 선임하였으며, 소외 1을 포함한 원고의 모든 임원에 대하여 보험계약 기타 거래와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함으로써 그 무렵 원고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 또는 경영권이 공적 기관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는 점, ④ 원고는 그 후에 가서야 비로소 횡령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를 회수하기 위하여 소외 1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및 형사 고소를 한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이 이 사건 GMF 인출금을 횡령할 무렵에는 소외 1이 원고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소외 1과 원고의 의사를 동일시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소외 1의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사실상 묵인 또는 추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 행위는 애초에 그 회수를 전제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곧바로 그 인출금 상당액이 사외유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원고가 타의에 의해 그 회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GMF 인출금 횡령이 사외유출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2001. 6. 9.자 1997년 귀속 72,695,700,000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부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단에는 소득처분에 있어서의 사외유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2001. 6. 9.자 1997년 귀속 72,695,700,000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일환 민일영 박보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