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제 청 법 원 서울행정법원
제청신청인 곽○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 결
담당변호사 조광희 외 3인
서울행정법원 2000구4780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취소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은 이○상 감독이 연출한 영화(제목:○○)의 제작·배급사인○○의 대표로서 위 영화를 상영하기 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상영등급분류신청을 하였다.
(2)위 위원회는 위 영화의 음란성등을 문제삼아 1999. 9. 27.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에 의거하여 2개월의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을 하였고, 2개월의 보류기간이 경과한 다음 제청신청인이 다시 위 위원회에 상영등급분류신청을 하자, 위 위원회는 1999. 12. 28. 마찬가지의 이유로 3개월의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을 하였는 바, 이에 제청신청인은 2000. 2. 24. 서울행정법원에 위 위원회를 상대로 1999. 12. 28.자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3)서울행정법원은 당해사건을 심리하던 중 제청신청인의 위헌제청신청(2000아509)을 받아들여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며 2000. 8. 25.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영화진흥법(1999. 2. 8. 법률 제5929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1조 제4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며, 그 내용 및 영화진흥법과 영화진흥법시행령(1999. 5. 10. 대통령령 제16296호로 전문개정된 것), 영화진흥법시행규칙(1999. 5. 27. 문화관광부령 제24호로 전문개정된 것), 공연법(1999. 2. 8. 법률 제5924호로 전문개정된 것), 공연법시행령(1999. 5. 10. 대통령령 제16302호로 전문개정된 것)상의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화진흥법 제21조(상영등급분류)①영화(예고편 및 광고영화를 포함한다)는 그 상영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영화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18세이상의 특정인들에 한하여 상영하는 소형·단편영화
2. 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3.위원회가 추천하는 단체 등이 제작하여 상영하는 영화
4.기타 문화관광부장관이 등급분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영화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영화는 이를 상영하여서는 아니된다.
③제1항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상영등급은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예고편·광고영화 등 본편 영화 상영 전에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영등급을 분류받을 수 있다.
1.“전체관람가”:모든 연령의 관람객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2.“12세관람가”:12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3.“18세관람가”:18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④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상영등급을 분류함에 있어서 당해 영화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내용검토 등을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3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상영등급의 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
1.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2.폭력·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3.국제적 외교관계,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
⑤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검토한 내용이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여 당해 영화의 상영등급분류 신청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⑥누구든지 제3항 각호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의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관람객을 입장시켜서는 아니된다. 다만, 부모 등 보호자가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 제3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⑦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분류받은 상영등급을 변조하거나 상영등급을 분류받은 영화와 다른 내용의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된다.
⑧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 분류의 절차·방법, 제3항 각호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 분류의 구체적 기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분류보류의 절차 및 방법, 제5항의 규정에 의한 통지·공개·통보의 절차 및 방법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2조(상영등급규정)①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분류를 위하여 영화상영등급에 관한 규정(이하 “등급규정”이라 한다)을 제정·공포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등급규정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인권 존중에 관한 사항
2.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 보호에 관한 사항
3. 공중도덕 및 사회윤리 신장에 관한 사항
4. 영화상영등급분류 기준 등에 관한 사항
제29조(영화상영의 제한)문화관광부장관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영화에 대하여는 그 상영을 금지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1.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영화
2.~6. (생략)
제40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2. (생략)
3.제29조의 규정에 의한 상영의 금지 또는 정지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제41조(과태료)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천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 (생략)
2.제21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영화를 상영한 자
3.~8. (생략)
②~⑤ (생략)
영화진흥법시행령 제9조(상영등급의 분류보류)①영상물등급위원회는 법 제21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별표 2의 상영등급분류보류기준에 해당하는 영화에 대하여는 상영등급의 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
②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상영등급의 분류를 보류하기로 결정한 때에는 즉시 상영등급분류신청자에게 그 사유와 보류기간등이 명시된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서를 교부하여야 한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한 보류의 기간은 3월의 범위 안에서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월단위로 결정하여야 한다.
④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서를 교부한 후 당해 영화가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법 제21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한 통지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검토일시·검토내용·검토결과 및 이의제기절차등이 명시된 영화내용검토결과서를 교부하여야 한다.
⑤영상물등급위원회는 법 제21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영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하고자 하는 때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별표 2〕상영등급분류 보류기준(제9조 제1항 관련)
1.국가 또는 국기를 경건하게 취급하지 아니하는 것
2.반국가적인 행동을 묘사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것
3.폭동·군중학살 등을 묘사하여 공공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
4. 범죄수단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는 것
5. 존·비속의 학대를 정당화하는 것
6. 성범죄등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
7.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또는 국민의 건전한 정서를 해하는 것
영화진흥법시행규칙 제7조(상영등급의 분류 보류기간의 결정기준 등)
① 영 제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상영등급분류신청자에게 교부하는 상영등급분류보류결정서는 별지 제11호 서식에 의한다.
②영 제9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분류 보류기간의 결정기준은 다음 각호와 같다.
1.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 3분의 2 이상이 상영등급분류 보류기준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3월
2.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 2분의 1 이상이 상영등급분류 보류기준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2월
③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보류기간이 당사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보류기간을 1월의 범위 안에서 단축할 수 있다.
④영 제9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상영등급분류신청자에게 교부하는 영화내용검토결과서는 별지 제12호 서식과 같다.
공연법 제17조(영상물등급위원회)공연의 공공성 및 윤리성을 유지함과 아울러 연소자 관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둔다.
제18조(구성)①위원회는 문화예술·영상·청소년·법률·교육·언론 등의 분야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가 영화·비디오 등 공연 및 게임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 중에서 선정한 15인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위촉하여 구성한다.
②위원회의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4조(위원회의 직무 등)①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1. 영상물의 상영등급분류에 관한 사항
2.~4. (생략)
②~③ (생략)
제30조(지원)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다.
공연법시행령 제22조(영상물등급위원회의 구성 등) ① 법 제18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라 함은 다음 각호의 기관·단체를 말한다.
1.대한민국예술원법에 의한 대한민국예술원(이하 “대한민국예술원”이라 한다)
2.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보호위원회
3. 영화진흥법에 의한 영화진흥위원회
4. 변호사법에 의한 대한변호사협회
5. 방송법에 의한 방송위원회
6.기타 공연·음반·비디오·게임 및 교육관련 법인으로서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정하는 단체
②~③ (생략)
2. 위헌법률심판제청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유요지
(1)영상물등급위원회는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 자들로 구성되고(공연법 제18조 제1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며(같은 법 제18조 제2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같은 법 제30조)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가 상영등급분류제도를 채택하기로 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공적인 임무를 위임하기 위해 공연법에 의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설치토록 하여 행정권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 다음, 영상물등급위원회에 국가의 행정업무에 속하는 상영등급분류제도와 관련한 일체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위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한도 내에서는 실질상 검열기관인 행정기관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2)상영등급분류보류제도는 이전에 위헌결정된 영화법상의 사전심의제도와는 그 제도의 명칭 및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 실태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실질은 동일한 것으로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한다.
나.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요지
(1)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어 위원회 구성에서 행정권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고, 공연법의 입법취지 및 법규정을 종합하여 해석할 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자율성이 보장된 민간기관으로 보아야 합당할 것이다.
(2)강학상 연극·영화의 사전심의는 언론·출판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즉, 연극·영화의 경우 대중성·오락성·직접성 때문에 질서유지를 위해 강력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고 있으며 당국의 일방적·강제적 사전검열제는 금지되지만, 자율기구에 의한 사전심의제는 허용된다.
(3)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 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위법행위 여부를 사전에 심의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다.
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의견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1)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등급분류보류제도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등 위헌적인 것인지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영화에 대한 심의제도는 1962. 1. 20. 법률 제995호에 의해 영화법이 제정된 당시부터 도입되었다. 이 당시의 심의주체는 문공부장관이었고, 그 운영방식은 영화상영사전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1984. 12. 31. 법률 제3776호에 의해 영화법이 일부개정되면서, 심의주체는 공연윤리위원회로 되었으며, 운영방식은 사전심의제의 형태를 띠었다.
그런데 1995. 12. 30. 법률 제5129호에 의해 영화법이 폐지되고 새로이 영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도, 이러한 사전심의제는 여전히 채택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재판소는 1996. 10. 4. 영화법 제12조등에 대한 위헌제청 등의 사건에서 이러한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사전심의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위헌선언하였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음반의 사전심의에 관하여는 헌재 1996. 10. 31. 94헌가6 , 판례집 8-2, 395; 헌재 1997. 3. 27. 97헌가1 , 판례집 9-1, 267,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비디오물의 사전심의에 관하여는 헌재 1998. 12. 24. 96헌가23 , 판례집 10-2, 807; 헌재 2000. 2. 24. 99헌가17 , 판례집 12-1, 107).
위와 같은 우리 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결과 1997. 4. 10. 법률 제5321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일부개정으로 상영등급부여제도(사전등급제)가 도입되었는데, 이러한 등급부여를 위한 심의주체는 종전의 공연윤리위원회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바뀌었으며, 등급구분은 전체관람가, 12세관람가, 15세관람가, 18세관람가로 구분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급부여보류제도가 신설되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부여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1999. 2. 8. 법률 제5929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전문개정에서는 심의주체가 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바뀌었으며, 등급구분에 있어서도 ‘15세관람가’등급이 삭제되었고, 등급보류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변경되었다.
그런데 우리 재판소는 1999. 9. 16.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등 위헌제청사건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의한 비디오물의 사전심의도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하여 구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1997. 4. 10. 법률 제5322호로 개정되고, 1999. 2. 8. 법률 제5925호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이전의 것)상의 조항들에 대해서 위헌선언을 하였다(헌재 1999. 9. 16. 99헌가1 , 판례집 11-2, 245).
한편, 2000. 1. 21. 법률 제6186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일부개정에서는 기존에 삭제되었던 ‘15세관람가’등급이 다시 신설되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상영등급분류보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의 상영 이전에 영화의 상영등급을 분류함에 있어 당해 영화가 일정한 기준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당해 영화에 대한 등급분류를 일정 기간 보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위와 같은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을 살펴 볼 때, 영화의 상영 이전에 영화의 내용을 검토하여 당해 영화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상영을 금지함으로써, 폭력·음란의 과도한 묘사로부터 청소년 및 공서양속을 보호하고, 기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를 위해 대중성·오락성·직접성이 그 특징인 영화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인정되는 위와 같은 내용의 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영화와 언론·출판의 자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등급분류보류제도가 영화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기능한다고 할 때, 과연 영화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가 이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의사표현의 자유는 바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한다. 따라서 의사표현의 매개체를 의사표현을 위한 수단이라고 전제할 때, 이러한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의사표현·전파의 자유에 있어서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다고 하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견해이다. 즉, 담화·연설·토론·연극·방송·음악·영화·가요 등과 문서·소설·시가·도화·사진·조각·서화 등 모든 형상의 의사표현 또는 의사전파의 매개체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3. 5. 13. 91헌바17 , 판례집 5-1, 275, 284).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영화도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한 의사의 표현·전파의 형식의 하나로 인정되며, 결국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2) 검열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의 의미 및 요건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2; 헌재 1996. 10. 31. 94헌가6 , 판례집 8-2, 395, 402; 헌재 1997. 3. 27. 97헌가1 , 판례집 9-1, 267, 271; 헌재 1998. 2. 27. 96헌바2 , 판례집 10-1, 118, 125-126). 언론・출판에 대하여 사전
검열이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3; 헌재 1996. 10. 31. 94헌가6 , 판례집 8-2, 395, 402-403).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그러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가 과연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1)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영화진흥법 제21조 제1항은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상영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받아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재판소가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청소년 등에 대한 상영이 부적절할 경우 이를 유통단계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하여 사전등급제 그 자체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한 바 있지만, 사전등급제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영화라는 표현물이 등급분류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상영 이전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인정되는 등급분류보류결정은 등급분류의 일환으로서 행해지기 때문에,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라는 요건을 충족시킨다.
2)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한하므로 영화의 심의 및 등급분류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행정기관인가의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검열을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검열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실질적으로 보아 검열기관은 행정기관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검열기관의 구성은 입법기술의 문제이므로 정부에게 행정관청이 아닌 독립된 위원회의 구성을 통하여 사실상 검열을 하면서도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6).
그런데, 영화에 대한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업무를 담당하고 등급분류보류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에도, 비록 이전의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는 달리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보고 내지 통보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고(공연법 제18조 제1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공연법 제18조 제2항, 공연법시행령 제22조), 국가예산의 범위 안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공연법 제30조)등에 비추어 볼 때, 행정권이 심의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비록 그의 심의 및 등급분류활동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라 할지라도(공연법 제23조), 그것이 검열기관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심의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단지 심의절차와 그 결과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심의절차에 요구되는 당연한 전제일 뿐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7). 국가에 의하여 검열절차가 입법의 형태로 계획되고 의도된 이상, 비록 검열기관을 민간인들로 구성하고 그 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영화진흥법이 정한 등급분류보류제도의 법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라는 요건도 충족시킨다.
3)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영화진흥법에 의하면,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그 상영 이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분류받아야 하고(영화진흥법 제21조 제1항),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영화는 상영이 금지되며(영화진흥법 제21조 제2항), 만약 상영등급의 분류를 받지 않은 채 영화를 상영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고(영화진흥법 제41조 제1항 제2호),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영화가 상영되는 경우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그 상영금지 혹은 정지명령을 발할 수 있으며(영화진흥법 제29조 제1호), 이러한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영화진흥법 제40조 제3호).
이상과 같은 영화진흥법상의 내용을 살펴볼 때, 등급분류보류는 영화에 대한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를 그 논리적 전제로 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는 의사표현 전에 이루어진다. 즉, 어떤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해 당해 영화의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과정에서 당해 영화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상영등급분류가 보류된다.
그런데, 등급분류보류의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등급분류보류기간의 상한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3개월 이내의 일정한 등급분류보류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등급분류보류의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즉 영화제작자가 자진해서 문제되는 내용을 삭제 내지 수정하지 않는 한 무한정 등급분류가 보류될 수 있다. 이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등급분류보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무한정 영
화를 통한 의사표현이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재판소가 사전등급제 자체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또한 위와 같은 강제수단들이 이러한 사전등급제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등급분류보류결정은 등급분류의 일환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급분류보류가 결정된 영화에 대해서도 이러한 강제수단들이 적용된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라는 요건도 충족시킨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우리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더 나아가 비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각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영화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므로 의견을 밝혀둔다.
가. 헌법상 보호되지 아니하는 표현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제한 중 일정 부분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릇,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그 표현으로 인한 해악이 해소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언론·출판의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2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표현은 일단 표출되면 그 해악이 대립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표현은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1차적인 것으로 용인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0).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의 이러한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을 예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8. 4. 30. 95헌가
16, 판례집 10-1, 327, 340).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되는 음란표현은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려우므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할 수 없는 표현의 일례라 할 수 있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0-341).
이와 같이 어떠한 표현이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호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면, 이러한 표현은 사전에 적절한 방식으로 검증하고 여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영화가 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② 폭력·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③ 국제적 외교관계,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내용검토 등을 위하여 상영등급의 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로 헌법상 보호되지 아니하는 표현을 대상으로 이를 여과하는 장치로서 그것도 절대적 금지나 일방적 삭제가 아닌 당사자의 자율적 재편집에 의한 등급분류 재신청을 상정한 것이다. 이로써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최소화하면서도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 위반의 가능성을 막고 국가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구가치와 신가치가 혼재하는 가치혼돈시대라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일단 표출되면 해소될 수 없는 해악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상 요청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사전검증절차의 필요성
또한, 헌법상의 검열 금지를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열을 ‘사전검열’로 파악하여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2).
위와 같이 검열금지의 원칙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헌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시청각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단 상영되고 나면 그 자극이나 충격이 매우 강하게 그리고 직접 전달되어 영향력이 아주 크다. 그 뿐 아니라, 비디오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고, 일단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마저 없다. 그러므로 영화를 상영 또는 보급하기 이전에 심사·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특히 청소년이 음란, 폭력 등 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절실함도 크다고 할 것
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4).
영화에 대하여 이미 다단계의 등급을 분류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상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어 있으므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청소년보호라는 공익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법령상의 규제와 현장에서의 실행 사이에 괴리가 큰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서, 더욱이 현재와 같이 동일한 영화관에서 여러 등급의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는 제도하에서는 청소년보호라는 공익은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영화의 특성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선진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도 어떤 형태이든 영화에 대한 사전제한을 수용하고 있고, 특히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특별한 헌법적 보장을 하여온 나라에서조차 영화검열 자체를 위헌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행정기관 해당 여부
나아가, 설령 다수의견과 같이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이라도 행정기관에 의해 사전검열될 수 없다고 한들 위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행정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는 검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우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의 대통령의 위촉행위는 단지 형식적인 것에 그칠 뿐이고, 행정부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도 없을뿐더러 현 구성상 위원으로 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위원회 구성에서 행정권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위원의 면면을 보면 각계의 전문가로서 행정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전문적 관점에서 심의를 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과거의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는 달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심의결과 보고의무 및 문화관광부장관의 위원장·부위원장 승인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또한, 위원장·부위원장을 위원회가 호선하도록 하고(공연법 제19조 제2항), 위원의 임기를 정하고 있다(공연법 제20조). 나아가, 임기 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으므로(공연법 제23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독립된 지위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 국고에서 보조되는 것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국고 보조를 들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행정기관이라고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과거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대하여 행정기관성을 인정하여 검열기관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행정기관적 색채를 불식하고 출범한 것으로서 행정권과는 독립된 민간 자율기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보류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라. 결 론
이상과 같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금지의 원칙은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의사표현에 대하여는 엄격히 적용될 수 없으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행정기관이 아닌 민간 자율기관이라고 할 것
이므로, 이 사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검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중대한 공익에 봉사하는 것으로서 필요최소한의 제한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영화진흥법 및 동시행령, 공연법 및 동시행령과 영상물등급위원회규정에 의하면 등급분류보류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등급분류보류제도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다수의견이 검열금지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검열을 정부입장의 옹호 내지 홍보수단으로 악용하던 데 대한 반응으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과민반응이라 아니할 수 없다. 표출된 후의 교정이 불가능한 해악으로부터 건전한 사회윤리의식과 청소년을 보호하여 국가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가치혼돈시대의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 포기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다.
6.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영화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므로 견해를 밝혀두고자 한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명문으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열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고, 헌법이 이와 같이 검열을 엄격히 금지하는 주된 이유는 행정기관에 의한 표현의 사전 억제가 집권자에게 유리하거나 적어도 무해한 표현만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고 또한 과거 실제로도 그러한 염려가 종종 현실화되어왔기 때문이므로, 위 조항에서 말하는 검열이란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이라고 파악하는 것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검열기관으로 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행정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결국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는 검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영화등의 사전심의를 담당하던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대하여 그 행정기관성을 인정하여 검열기관으로 본 바 있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헌재 1999. 9. 16. 99헌가1 , 판례집 11-2, 245 등).
그러나, 그 취지는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그 영향력이 매우 크고 효율적인 사후적인 규제방법도 없으므로 영화의 상영 이전에 심사·규제할 필요성, 특히 청소년이 음란, 폭력 등 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 등, 판례집 8-2, 212, 224).
위와 같은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 필요성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므로 누군가는 이를 담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과거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
회가 검열기관이라고 판정된 데 근거하여 그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 사건 영상물등
급위원회가 검열기관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법적 성격은 이를 쉽게 단정할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헌법이 검열을 금지하는 이유를 염두에 두면서 객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그 위원을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고, 위원은 정하여진 임기 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원장·부위원장은 위원회가 호선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들이 현재 모두 순수 민간인이고 신분보장을 받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문화관광부장관의 위원장·부위원장 승인제도를 두지 않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여기에 대통령의 위촉행위는 단지 형식적인 것으로서 그 실질을 파악함에 큰 의미를 둘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종합하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그 구성에 있어 행정권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과거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경우와는 달리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심의결과 보고의무가 없다는 점을 중시하여야 한다. 물론 과거의 보고의무도 심의‘결과’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개별 영화에 대한 심의에 관하여 심의기관과 주무 장관 사이에 법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은 심의기관과 행정권 사이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중요한 징표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사후적 보고의무마저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영화 심의에 있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행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를 검열기관으로 판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반영하여 그 구성면에서나 구체적인 영화의 심의면에서 중요한 차이를 두었으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는 달리 행정권으로부터 형식적·실질적으로 독립된 명실상부한 민간 자율기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행정권과 독립된 민간 자율기관에 의한 영화의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극히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영화의 등급분류보류는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검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 검열 해당 여부이므로, 상론은 피하나 이러한 등급분류보류가 비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 등 다른 헌법상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