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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10.16.선고 2012나31040 판결

주식양도등

사건

2012나31040 주식양도 등

원고,항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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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유 ) ○○○

담당변호사 ○○○

원고들보조참가인(선정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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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피항소인

1. 재단법인 H장학회

대표자 이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

2.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황교안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24. 선고 2010가합56697 판결

변론종결

2013. 8. 28 .

판결선고

2013. 10. 16 .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

2.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들 보조참가인 ( 선정당사자 ) 이 부담하고 , 나머지 부분은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 재단법인 H장학회는 원고 A에게 주식회사

○○ 방송 발행 기명식 보통 주식 545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3, 198주 ,

주식회사 OOOO 방송 발행 보통 주식 20, 402주에 관하여, 원고 B에게 주식회사 ○○

방송 발행 기명식 보통 주식 91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533주, 주식회

사 ○○○○ 방송 발행 보통 주식 3, 400주에 관하여, 원고 C에게 주식회사 ○○방송 발

행 기명식 보통 주식 364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2, 132주, 주식회사 ○

○○○ 방송 발행 보통 주식 13, 601주에 관하여, 원고 D에게 주식회사 ○○방송 발행

기명식 보통 주식 91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533주, 주식회사 OOOO

방송 발행 보통주식 3, 400주에 관하여, 원고 E에게 주식회사 OO방송 발행 기명식 보

통 주식 364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2, 132주, 주식회사 ○○○○방송 발

행 보통 주식 13, 601주에 관하여, 원고 F에게 주식회사 ○○방송 발행 기명식 보통 주

식 364주, ○○일보 주식회사 발행 보통 주식 2, 132주, 주식회사 ○○○○ 방송 발행 보

통주식 13, 601주에 관하여 각 주식양도절차를 이행하라 .

예비적으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에게 107, 933, 000원, 원고 B에게 17, 988, 000원 ,

원고 C에게 71, 957, 000원, 원고 D에게 17, 988, 000원, 원고 E에게 71, 957, 000원, 원고 F

에게 71, 957, 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

는 날까지 연 20 % 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 원고들은 당심에서 예비적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원인으로 하여, 1차적으로는

재산상 손해의 배상으로서 위 각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 만약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2차적으로 위자료로서 위 각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

였다 ) .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김○○의 ○○ 장학회의 설립 등 1 ) 망 김○○ ( 이하 ' 망인 ' 이라고 한다 ) 는 1943. 5. 경 일본인이 경영하던 조선주철공업 합자회사를 인수한 것을 비롯하여 조선견직 주식회사, 한국생사 주식회사, 삼화고무 주식회사 등을 설립 · 운영한 기업인인데, 1949. 7. 경 ○○일보 주식회사 ( 이하 ' ○○일보 ' 라한다 ) 를, 1959. 9. 경 주식회사 OOOO 방송 ( 이하 ' ○○○○ 방송 ' 이라 한다 ) 을 각 인수 · 경영하고, 1961. 2. 경 한국○○ 방송 주식회사 ( 이후 상호가 ' 주식회사 ○○방송 경향신문 ' 으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 주식회사 ○○ 방송 ' 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 ○○ 방송 ' 이라 한다 ) 를 설립하는 등 언론인으로서도 활동하였다 .

2 ) 망인은 1958. 11. 10. 장학 사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 장학회를 설립하였는데, 당시 ○○ 장학회의 임원으로는 망인 이외에 간사인 정○○, 상임이사 윤○○, 이사 김○○, 정○○, 배○○, 김○○, 양○○가 있었다 .

3 ) 망인은 그 무렵 ○○ 장학회의 기본재산을 조성하기 위하여 ○○ 일대의 군부대 부지 252필지 100, 147평 ( 이하 ' 이 사건 각 토지 ' 라 한다 ) 을 매수하였는데, 당시 ○○ 장학회가 아직 법인으로 설립되지 아니하여 그 명의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없어 일부는 자신 명의로, 일부는 위 정○○ 등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두었다 .

4 ) 또한 망인은 위 ○○장학회 설립 당시 ○○일보 주식 20, 000주 ( 발행주식의 100 % ), OO방송 주식 20, 000주 ( 발행주식의 100 % ), OOOO 방송 주식 13, 100주 ( 발행주식의 65. 5 % ) ( 이하 위 3개 언론사를 합하여 ' 언론 3사 ' 라고 하고, 위 각 주식을 합하여 ' 이 사건 각 주식 ' 이라 한다 ) 를 ( 별표 ) 이 사건 각 주식 보유 현황 기재와 같이 자신 또는 명의차용인들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다 .

나. 망인의 이 사건 각 주식 증여 경위 1 ) 5 · 16 군사쿠데타 직후에 수립된 이른바 군사혁명정부는 1961. 5. 28. 부정부 패를 일소하고 사회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명분하에 부정축재처리요강을 발표하고, 이○○ ( ○○그룹 창업자 ), 망인 등 15명의 기업인들에 대하여 부정축재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망인은 같은 달 30. 경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되어 부정축재 환수금으로 9억 2, 027만 환1 ) 을 통보받았고, 같은 해 6. 5. 재산헌납 결의 및 각서를 작성 · 제출한 후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석방되었으며, 같은 해 12. 30. 최종적으로 5억 4, 750만 환을 주식 및 현금으로 납부하였다 .

2 ) 그 후 중앙정보부 ○○지부는 1962. 3. 27. 경 ○○ 장학회 상임이사 겸 ○○일보 전무인 윤○○과 망인의 회사 임직원들인 배○○, 이○○, 조○○ 등 8명을 구속하고 , 같은 해 4. 초경 망인의 처인 송○○을 관세법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같은 달 24. 일본에서 귀국하는 망인을 부정축재처리법위반, 외환관리법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혐의로 체포 · 구금하고, 대신에 처인 송○○은 석방하였다 .

3 ) 군 검찰은 중앙정보부 ○○지부로부터 위 사건을 송치 받아 1962. 5. 10. 경남지구 고등군법회의에 망인에 대하여 관세법위반, 국내 재산도피방지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 ( 예비적으로 농지개혁법위반 ) 죄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검사는 같은 달 24 .

망인에 대하여 징역 7년을 구형하였다 .

4 ) 망인은 그 다음날인 1962. 5. 25. ○○구치소를 방문한 국가재건최고회의 ( 이하 ' 최고회의 ' 라 한다 ) 의장 법률고문인 신○○가 제시하는 이 사건 각 토지 및 이 사건 각 주식을 국가에 헌납한다는 내용의 ' 포기각서 ' 에 날인하였고, 중앙정보부는 신○○로부터 위 포기각서를 넘겨받아 같은 달 28. 국방부로 위 증여 토지에 관련된 서류 일체를 이송하였다 .

5 ) 망인은 1962. 6. 20. ○○계엄사령부 법무관실에서 법무부장관 고○○이 제시하는 부동문자로 작성된 위 증여 토지들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인 ' 기부증서 ' 와 언론 3사 주식의 명의개서에 필요한 서류인 ' 기부승낙서 ' 에 날인하였다. 그 후 군 검찰은 같은 달 22. 망인이 죄과를 뉘우치고 국가재건에 이바지할 뜻을 표명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망인 등 구속자 전원에 대하여 공소를 취소하였고, 망인은 그 날 위 고등군법회의의 공소기각결정으로 석방되었다 .

다. 피고 재단법인 H장학회의 설립

재단법인 5 · 16장학회 ( 이하 ' 5 · 16장학회 ' 라 한다 ) 는 1962. 7. 14. 이 사건 각 토지 및 이 사건 각 주식 등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설립허가를 받았고, 1962. 8. 29. 과 같은 해 9. 4.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5 · 16장학회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같은 해 9. 4. 이 사건 각 주식에 관하여 5 · 16장학회 명의로 주식양수도절차를 모두 마쳤다. 그 후 5 · 16장학회는 1982. 2. 14. 명칭을 피고 재단법인 H장학회 ( 이하 ' 피고 H장 학회 ' 라 한다 ) 로 변경하였다 .

라.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1 ) 국정원 발전위원회의 조사가 ) 김대중 대통령의 ' 국민의 정부 ' 는 2004. 11. 경 '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 ( 이하 ' 국정원 발전위원회 ' 라고 한다 ) 를 구성하여 이른바 군사혁 명정부 하에서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망인의 ○○ 장학회 등을 강압적으로 헌납 받았다는 의혹 사건에 관하여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

나 ) 그리하여 국정원 발전위원회는 2005. 7. 22. 위 사건에 관하여 " 박정희 정권이 중앙정보부에 지시하여 망인을 구속한 뒤 처벌을 면해 주는 조건으로 언론 3사의 주식과 ○○ 장학회 기본 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헌납 받았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앙정보부가 헌납된 재산 중 토지의 처리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였으며, 망인이 헌납한 재산이 당연히 공적으로 운영 · 관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5 · 16 장학회를 거쳐 H장학회로 이어져 오면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되어 왔다. " 는 사실을 규명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처럼 운영되었던 피고 H장학회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

2 )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및 진상규명결정가 ) 원고 C는 그 후 2006. 1. 27.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 이하 ' 과거사정리위원회 ' 라고 한다 ) 에 이 사건 각 토지 및 이 사건 각 주식의 기부가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 ( 라 - 961 0 ○ 장학회 재산 등 강제헌납 의혹사건 ) 하였다 .

나 )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 12. 5. 조사개시결정을 한 후 조사를 거쳐 2007. 5. 29. 개최된 제44차 전원위원회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로 진실규명 및 권고결정을하였다 .

○ 진실규명 국가재건최고회의 및 중앙정보부 관계자가 군법회의에서 회사 임원들과 함께 구속재판을 받고 있어 궁박한 처지에 놓인 망인에게 이 사건 각 토지 및 망인 소유의 언론기관 주식을 국가에 헌납할 것을 요구하여 재산을 헌납 받은 것은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서 의사결정권 및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

○ 권고 .

국가는 망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중앙정보부의 수사에 대하여, 공권력의 강요로 인해 발생한 ○○ 장학회의 재산권 및 망인의 재산권 등 침해에 대하여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 국가는 헌납 토지의 경우 ○○ 장학회에 반환하고, 반환이 어려운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함이 마땅하다. ○○ 장학회가 이미 해체된 만큼 공익목적 재단법인을 설립, 출연함이 마땅하다 .

헌납 주식에 대하여는 피고 H장학회로부터 국가에게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가는 망인의 유가족들에게 그 손해를 배상함이 상당하다. 국가는 법령에 의거 피고 H장학회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보유 언론사 주식을 재단의 경비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상황을 시정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함이 상당하다 .

다 )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 6. 5. 신청인인 원고 C에게 위와 같은 진실규명 결정 내용이 담긴 통지서와 결정문을 송달하였고, 그 시경 위 통지서와 결정문이 원고 C에게 도달하였다 .

마. 상속관계

한편, 망인이 1982. 4. 9. 사망함으로써 처인 송○○과 원고들을 비롯한 자녀들이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였는데, 송○○과 장남으로서 호주상속인인 원고 A가 각 18 / 132 지분의, 출가녀인 원고 B ( 장녀 ), 원고 D ( 2녀 ) 과 김○숙 ( 3녀 ), 망 김○미 ( 4녀 ) 가 각 3 / 132 지분의, 아들인 원고 C ( 2남 ), 김○주 ( 3남 ), 원고 김○대 ( 4남 ), 원고 F ( 5남 ) 과 G ( 6남 ), 김○찬 ( 7남 ), 미혼 딸인 김○선 ( 5녀 ) 이 각 12 / 132 지분의 비율로 상속하였다 ( 망 김○미가 1986. 12. 19. 사망함으로써 그 남편인 이○○, 자녀인 이○○, 이○○가 망 김○미의 상속분 3 / 132지분을 각 1 / 3 지분 비율인 1 / 132지분씩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 .

【 인정증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가 제24, 34, 35, 37, 38, 43, 46, 69 , 75, 126 내지 132, 157호증 (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 의 각 기재 , 원고 A 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1 ) 망인이 자필 메모, 1971년 작성의 경위서, 1976년 서술의 ' 나의 이력서 ' 라는 서적 등을 통해 일관되게 국가의 강압으로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하게 되었다고 밝혀 왔고, 이 사건 각 주식의 기부승낙서의 서명 · 날인은 조작된 것으로 보이며, 기부승낙서의 작성일자도 ' 1960. 6. 20. ' 에서 망인이 석방된 후인 ' 1962. 6. 30. ' 로 변조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는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무효이다 .

2 )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는 주식증여라는 법률행위에 망인의 구속과 처벌을 면해 주는 조건이 결부되어 반사회질서적인 조건이 붙거나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인 성질을 띠고 있으며,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로서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 3 ) 민법 제104조가 규정하는 '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 ' 는 반드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명백한 불균형이 발생한 때로만 한정하여 해석할 것이 아니라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한 법률행위 일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경우 그 법률행위의 동기, 경위, 내용 자체에 비추어 보아 현저히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법률행위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주식에 관한 증여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4조에 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에 해당한다. 또한 부담부 증여의 경우 민법 제104조가 적용될 수 있는데,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경우 ' 구속취소나 공소취소 등의 선처 약속 ' 이라는 부담을 지운 부담부 증여라고 할 수 있고, 망인이 당시 증여한 재산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재산의 증여 ( 급부 ) 와 위 선처약속의 부담 ( 반대급부 )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

4 )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가 민법 제110조 제1항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박정희의 통치 기간 내에는 그 취소권 행사가 불가능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권의 제척기간은 박정희가 사망한 1979. 10. 26. 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다. 망인은 박정희의 사망 이후인 1980. 4. 경 5 · 16장학회에 이 사건 각 주식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의 반환청구서를 정식으로 보냈다. 따라서 망인이 제척기간 기산일로부터 3년 내인 1980. 4. 경 5 · 16장학회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각 주식의 반환청구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로서 효력이 있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취소권자들이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하거나 추인할 수 있는 행위임을 확실히 알게 된 날은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7. 6 .

4. 에 한 진실규명 및 권고 결정을 송달받은 날이므로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은 전체 상속인들의 대표자로서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10. 6. 2. 자 취소통고서의 발송과 이 사건 소의 제기로써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를 취소한다 . 5 ) 따라서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주위적으로 피고 H장학회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의 소유권자로서 진정명의회복을 위하여 이 사건 각 주식에 관한 양도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후 언론 3사의 주식발행 사항 변동에 따라 지분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이 사건 각 주식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방송 주식4, 000주, ○○일보 주식 23, 450주, ○○○○ 방송 주식 149, 616주 중 원고들 상속지분 비율에 따라 계산한 청구취지 기재 각 주식의 양도를 구한다. 그리고 피고 대한민국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주식을 피고 H장학회에 강제로 증여하게 하거나 또는 망인으로부터 이를 강제로 빼앗아서 피고 H장학회에 증여한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H장학회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을 회수하여 원고들에게 반환하는 주식 양도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지 아니할 경우 피고 대한민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또는 이 사건 각 주식양도 채무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1차적으로는 원고들에게 변론 종결 당시의 이 사건 각 주식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우선 위 각 주식의 액면가액2 ) 의 합계액 상당의 지급을 구하고, 만약 위 재산상 손해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자료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

나. 피고 H장학회의 주장1 ) 망인이 자신의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제안을 먼저 하였고,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 당시 망인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부승낙서 등에 날인을 하였으며, 5 · 16장학회 설립 당시 정부가 망인의 증여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고민하였고, 장학회 설립에 필요한 자금이나 수익 재산을 다른 방법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었던 정부가 망인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탈법행위를 저지를 이유가 없었으며, 망인은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자신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여러 차례 인정한 바가 있고, 망인로서는 부의 사회 환원 명목으로 재산적 가치가 크지 않은 재산을 증여하고 정부의 선처를 받고자 하였으며, 망인은 재산 헌납 이후 정부로부터 해외차관, 은행차입 등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은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환수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아래에서 정부의 선처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각 주식을 국가에 증여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강제로 증여한 것은 아니다 .

2 ) 설령 국가가 망인이나 그 가족, 임직원 등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위협행위는 강박행위의 수단으로서 증여 의사표시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하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러한 증여의사표시에 불법적인 조건이나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된 것이 아니며, 증여 의사표시를 법률로 강제함으로써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아니고,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도 아니므로 망인의 증여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다 .

3 ) 민법 제104조에서 말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할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주식 증여행위의 경우 무상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될 수 없다. 또한 국가가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받는 대가로 반드시 구속 취소나 공소 취소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는 부담부 증여라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받은 주체는 피고 H장학회라고 하면서도 부담부 증여에서는 피고 대한민국이 증여를 받은 것을 전체로 하고 있어 그 자체로 모순이다 . 4 )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함에 있어서 국가로부터 강박을 당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될 수 있는 행위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또한, 설령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가 강박에 의한 행위로서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주식은 원래 망인이 국가에 증여했던 것을 국가가 다시 5 · 16장학회에 출연하여 5 · 16장학회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한 것인바, 이 경우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한 상대방은 국가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 역시 국가를 상대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망인이 1980. 4. 경 수익자인 5 · 16장학회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은 증여의 상대방인 국가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어서 취소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2010. 6. 2. 자 취소통고는 국가 및 피고 H장학회를 상대로 한 것이긴 하나 원고 C가 단독으로 한 것이고, 이 사건 소제기도 망인의 상속인들 중 일부만이 하고 있다. 그리고 망인이나 원고들은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하여 취소권이 이미 소멸한 상태에서 취소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취소권행사의 효력이 없다 .

5 )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한 상대방은 피고 대한민국이고, 피고 H장학회는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을 재차 출연받은 선의의 제3자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를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피고 H장학회에 미칠 수는 없6 ) 망인은 1971. 7. 경 당시 공화당 김택수 의원으로부터 5 · 16장학회가 경영난으로 ○○일보와 ○○○○ 방송을 매각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위 장학회 이사장 김현철에게 ○○일보와 ○○○○ 방송의 매수 의사를 밝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망인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써 취소권이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

다.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1 )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계약의 당사자는 망인과 5 · 16장학회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계약의 당사자를 피고 대한민국으로 전제하고 전개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설령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계약의 당사자라 할지라도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은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강요 등의 위법한 강박행위를 하지 않았다 . 2 ) 또 원고들 주장과 같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가 계약의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

고 하더라도 그 사유는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성립과정에서 강박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반사회질서적인 행위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

3 )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망인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 4 )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증여계약은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법률행위가 아니다 .

5 ) 망인은 1980년경 이전에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를 추인하였으므로 그 이후에 한 취소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계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이미 10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으므로 취소권이 소멸하였다 . 6 ) 국가의 망인에 대한 위법한 강박행위가 부존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사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

3. 이 사건 증여계약의 당사자

가. 문제 제기

원고들 및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이 피고 H장학회에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 피고 대한민국은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령 강압 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상대방은 피고 H장학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 피고 H장학회는 망인이 피고 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재산을 다시 피고 H장학회가 출연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계약당사자를 누구로 보는지에 따라 계약취소의 요건, 취소의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달라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먼저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

나. 판 단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와 을가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주식이 5 · 16장학회의 기본재산으로 출연된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위 기부승낙서에는 수증자가 5 · 16장학회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망인이 국유재산법 소정의 기부채납의 형식으로 이 사건 각 주식을 피고 대한민국에게 양도한 것이 아니고 망인 또는 명의차용인들로부터 5 · 16장학회 명의로 바로 주식에 대한 명의개서 절차가 이루어진 사실, 1962. 6. 5. 자 조선일보에는 " 5 · 16장학회가 실질적으로 결성단계에 들어가 여러 곳으로부터 희사금이 모이고 있는데, 망인이 ○○일보, ○○○○ 방송, 한국으 ○ 방송 및 ○○ 장학회를 5 · 16장학회에 희사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으나 최고회의에서는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는 취지의 신문보도 ( 을가 제8호증 ) 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

하지만, 앞서 든 각 증거와 갑 제4호증, 을가 제7, 67, 78, 95호증, 을가 제112호증의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최고회의 의장 법률고문인 신○○가 망인으로부터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주식 및 이 사건 각 토지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작성 · 제출받은 후 박정희의 지시를 받고 ○○계엄사령부 법무관실을 방문한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고○○은 망인에게 " 귀중한 재산을 혁명정부에 기증했는데, 이걸 가지고 5 · 16장학재단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있어서 만들다 보니까 기증서에 도장이 몇 군데 필요해서 내려왔습니다 " 라고 하면서 망인에게 미리 준비해 간 기부승낙서 양식을 제시하고 위 서류에 망인의 서명 · 날인을 받게 되었는데, 당시 망인 이외에 나머지 16명의 차명주주들 명의로는 별도의 기부승낙서는 작성되지 않았으나 망인은 위 명의차용인들 명의로 보유한 언론 3사 주식을 포함하여 망인이 보유한 주식 전체를 헌납한다는 의사로 위 기부승낙서에 서명 .

날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그 무렵 작성된 이 사건 각 주식에 관한 기부승낙서 ( 총 26매, 을가 제157호증의 1 내지 26 ) 는 망인측 인사가 아닌 5 · 16장학회 설립을 추진하던 실무자가 위 각 기부승낙서에 주식 수, 주소, 성명 등의 공란을 임의로 채워 넣은 후 도장을 날인하고, 수증자란을 " 財團法人 五 · 一六獎學會 " 라고 보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5 · 16 장학회의 설립을 위해 서울시 교육국에 제출된 기부승낙서에는 작성일이 1962. 6. 30. 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원래 일자란에 기재되어 있던 " 二十 " 에 누군가가 " ㅡ " 을 가필하여 사후에 수정된 것인바, 위와 같은 수정이 이루어진 이유는 기부시점을 망인이 석방된 1962. 6. 22. 이후의 시점으로 하여 재단법인 5 · 16장학회 설립허가신청 시점인 1962. 7. 11. 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하기로 결정한 1962. 5. 25. 또는 1962. 6. 20. 당시에는 아직 5 · 16 장학회가 설립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5 · 16장학회가 설립된 시점은 그보다 후인 1962. 7. 14. 인 점, ⑤ 망인은 중앙정보부 ○○지부에 의하여 자신과 회사의 주요 임 · 직원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과 회사 임직원들의 안위 및 향후 정상적인 기업경영을 위하여 군사혁명정부에서 요구하는 대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헌납에 동의하여 위 기부승낙서에 서명 · 날인하여 준 것이고, 그 이후에 이 사건 각 주식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5 · 16장학회를 설립한다는 것은 군사혁명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일 뿐이며, 그 과정에 망인이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기부승낙서는 망인이 군사혁명정부에 이 사건 각 주식을 헌납한 후 군사혁명정부 측으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의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하여 필요한 서류가 있다는 요구를 받고 수증자란이 공란인 위 기부승낙서에 서명 · 날인하여 준 것이고, 이후에 수증자란은 군사혁명정부 측 인사가 임의로 보충한 것일 뿐 망인이 5 · 16장학회에 이 사건 각 주식을 출연한다는 의사로 서면을 작성하여 준 것은 아니어서 망인은 이 사건 각 주식을 국가에 증여하였다 할 것이고, 이를 증여받은 국가가 증여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 사건 각 주식 등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5 · 16장학회를 설립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상대방은 피고 대한민국이라고 할 것이다 .

4. 주위적 피고 H장학회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강박에 의한 행위로 무효라는 주장1 ) 관련 법리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 73715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6031 판결 등 참조 ) . 2 ) 피고 대한민국의 강박이 있었는지 여부 및 강박의 정도가 ) 우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2643 판결의 취지 참조 ) .나 )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와 을가 제10, 4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5 · 16 군사쿠데타로 입법 · 행정 · 사법권한을 모두 장악한 군사혁명정부가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 속에서 망인과 망인의 처, 망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요 임직원들을 중앙정보부를 통하여 구속수사한 후 군법회의 재판 과정에서 중형을 구형하는 방법으로 망인에게 이 사건 각 주식을 헌납하지 아니하면 그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신체나 재산에 어떠한 해학을 가할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에 공포를 느낀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헌납하는 의사표시를 하기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는 국가의 강박행위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 ( 1 )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망인이 1961년에 군사혁명정부가 발표한 부정축재처리요강에 따라 다른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부정축재자로 구속되어 다액의 돈과 주식을 국가에 헌납하고 석방되었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부정축재 등 혐의로 망인이 운영하던 기업체의 주요 임직원과 심지어 자신의 처까지 구속되기에 이르자 일본에 체류하고 있던 망인이 귀국하여 귀국 당일 구속되었다 . ( 2 ) 중앙정보부 ○○지부는 망인에 대하여 부정축재처리법위반, 외국환관 리법위반, 국내 재산도피방지법 위반, 관세법위반 등 9개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수사를 하였으나 실제로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서는 주요대상범죄로 삼은 부정축재처리법위반 등은 공소사실에서 모두 빠지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국내 재산도피방지법위반, 관세법위반 ,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 예비적으로 농지개혁법위반 ) 죄만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 망인이나 가족, 임직원들에게 적용된 공소사실 중에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범죄3 ) 는 없었다 .

( 3 ) 공소제기 후 2주일만에 군법회의 재판이 종결되고 망인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구형되었으며, 회사의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징역 2년에서 5년까지의 중형이 구형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망인과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대구사범 동기인 ○○일보 황○○ 주필이 망인 측에 재산헌납물목으로 언론 3사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언급하고, 공익재단화의 필요성을 언급하였으며, 이에 망인 측으로서는 구속과 중한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언급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 4 ) 망인은 결심공판 다음날에 ○○구치소를 방문한 최고회의 의장 법률고문인 신○○에게 이 사건 각 토지 및 이 사건 각 주식을 국가에 헌납한다는 요지의 포기각서에 날인하였고, 그 후 다시 법무부장관 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 및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기부증서 및 기부승낙서를 작성 · 교부하고 이틀 만에 공소취소로 석방되었다 ( 5 ) 5 · 16 군사쿠데타 이후 설치된 최고회의는 최고 권력기관의 위치에 있었고, 중앙정보부는 최고회의의 직속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때였으므로 망인이 중앙정보부에 의하여 구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곤란하였다 .

( 6 ) 망인은 위와 같이 중앙정보부에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후인 1962. 7. 경" 군정에서는 나의 재산을 강취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반환계획을 연구하고 있다 " 고 발언한 바 있고, 1962. 6. 4. 작성한 자필메모, 1971년 작성한 경위서, 1976년 서술한 나의 이력서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국가의 강압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여 왔다 .

다 ) 다만,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이 위와 같이 구속되었을 때에도 수갑이나 포승에 묶이지 않은 채처와의 면회도 자유롭게 허용되었고, ○○교도소 병동실에서 특별대우를 받았으며, 당시 함께 구속되었던 회사 임직원들도 중앙정보부 ○○지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을 당시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가 위와 같은 국가의 강박행위에 기인한 것으로서 망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에 더 나아가 망인의 위 증여 의사표시가 그에게 가해진 강박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3 ) 따라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강박으로 인한 행위로서 무효라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주장1 ) 관련 법리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는바,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지 법률행위의 성립과정에서 강박이라는 불법적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할 때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하자나 의사의 흠결을 이유로 효력을 논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대법원 2002. 12. 28 . 선고 2000다47361 판결 등 참조 ) .

2 ) 이 사건에의 적용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망인의 구속과 처벌을 면해주는 조건으로 행하여 졌다거나 국가형벌권의 행사와 결부되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또는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라는 점에 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가 망인이나 그 가족, 회사 임직원 등을 구금하여 신체나 재산에 어떤 위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한 것은 강박행위의 수단으로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이 사용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에 불법적인 조건이나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

다.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주장1 ) 민법 제104조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증여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6409 판결 등 참조 ) . 2 ) 한편 부담부 증여의 경우에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 민법 제561조 ),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대한민국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받는 대가로 반드시 구속취소 내지 공소취소 결정을 하여 망인을 석방시켜야만 하는 반대급부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3 ) 설령 그러한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 부담의 내용을 이루는 급부는 급부로서의 일반요건 즉 적법성, 가능성, 확정성의 내용을 구비해야 하는데, 위 약정은 국민 개인이 가지는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의 보장에 관한 헌법상의 기본원리는 물론, 국가 형벌권과 형사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를 현저하게 침해 훼손하는 것으로서 정의 관념에 반하여 무효이고, 급부로서의 일반요건인 적법성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

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부담부 증여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

라.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주장1 ) 취소권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위와 같은 증여의 의사표시는 피고 대한민국 측의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망인과 그 상속인인 원고들은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증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

또한 해지 · 해제권의 행사와는 달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도 반드시 전원이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는 법률상 제한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망인의 상속인 중 일부에 의한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도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

나아가 피고 H장학회는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행위가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증여 과정에 관여한 것은 중앙정보부 등 피고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고, 5 · 16장학회는 이에 관여한 바 없으므로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이 구속되어 있을 당시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기부승낙서를 받은 고원증이 나중에 5 · 16장학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점 , 5 · 16장학회는 종전부터 설립되어 있던 재단법인이 아니고 위와 같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과 이 사건 각 토지를 증여받은 후 이를 활용하기 위하여 만든 조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5 · 16장학회로서도 이 사건 각 주식의 증여가 피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에 의한 강박행위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 H장학회가 의사표시 취소에 있어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2 )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가 )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데 ( 민법 제146조 ),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은 형성권의 일종으로서 그 행사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하고, 이때 ' 추인할 수 있는 날 ' 이라 함은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어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서 취소권자가 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된 때를 의미한다 .

한편,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취소는 그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여야 하고 ( 민법 제142조 ), 그 이외의 자에 대하여 취소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소의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다 .

나 ) 살피건대, 망인 또는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를 취소하였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모두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한 1962. 6. 20. 로부터 10년이 경과한 이후인 점이 역수상 명백하고, 달리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한 1962. 6. 20. 부터 10년이 경과할 때까지 위 증여 행위를 취소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망인의 취소권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볼 것이다 .

다 )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취소권의 제척기간은 박정희가 사망한 1979. 10 .

26. 또는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및 권고 결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진행되어야 하고, 위 각 기산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적법한 취소권의 행사가 있었으므로 취소권은 소멸되지 않았으며,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민법 제146조가 정한 취소권의 제척기간 제도는 시효중단 · 정지를 인정하는 소멸시효 제도와는 달리 일정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획일적으로 확정함으로써 상대방 및 거래관계자 등의 법적 지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목적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취소권 행사가 그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

마.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주위적 피고 H장학회에 대한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

5. 예비적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주식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에 관한 판단

1 )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이 피고 H장학회로부터 이 사건 각 주식을 회수하여 원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

2 ) 살피건대, 피고 대한민국 측의 강박행위로 인하여 망인이 이 사건 각 주식을 피고 대한민국에게 증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러한 증여의사표시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어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음은 앞서 주위적 피고 H장학회에 대한 위 판단과 같다 .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각 주식에 대한 증여행위의 무효로 인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을 원고들에게 반환하여 줄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

1 ) 책임의 성립 여부

망인이 피고 대한민국 측의 강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각 주식을 피고 대한 민국에게 증여하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나 그 상속인인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주식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의 상속인들 중 일부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주식가액 상당의 손해를 원고들의 상속지분 비율에 따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2 ) 소멸시효 항변가 ) 이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위 불법행위가 있은 때로부터 이미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였으므로 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

고 주장한다 .

나 )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지만 ( 민법 제766조 제1항 ), 과거사정 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때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다4091 판결 참조 ),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하여야 위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 [ 구 예산회계법 ( 2006. 10. 4. 법률제8050호로 제정된 국가재정법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 ) 제71조 ], 이는 위 3년의 단기소멸 시효 기간과 달리 불법행위일로부터 바로 진행이 되므로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 이하 ' 과거사정리법 ' 이라 한다 ) 에 의하여 망인이 국가 공권력의 강요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임을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에게 피해가 생긴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

다 )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대한민국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이 1962. 5. 25. 또는 1962. 6. 20. 이 사건 각 주식을 증여하였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62. 6. 22. 공소기각결정을 받아 석방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소제기 당시 피고 대한민국의 불법행위 종료일인 망인의 석방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 3 )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는 주장가 ) 주 장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다시, 피고 대한민국이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재항변한다 .

나 )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이 되는지 여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권리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

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 .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위와 같이 5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한 때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과거사정리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산하에 과거사정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거나 직권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해 왔고, 과거사정리법을 통하여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의 피해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고,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며,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

이처럼 과거사정리법은 1945. 8. 15. 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 · 상해 · 실종 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을 포함하여 그 적용대상 사건 전체에 대하여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왜곡되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고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도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 경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까지를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률임을 명시하여 밝히고 있다 .

이와 같이 법률에서 과거의 특정 역사적 사건으로 인한 개별 피해자에 대하여 금전지급의 방법에 의한 피해회복을 선언한 경우에는 정부나 국회가 후속 입법 등을 통하여 그 지급대상이나 기준을 정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 경우 금전지급에 의한 피해회복은 오로지 입법 조치 등을 통하여 일괄 해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개별 피해자가 사법절차를 통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배제된다고 하려면 법률에서 그러한 취지의 규정을 두어 밝힌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다. 결국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에 대하여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피고 대한민국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도 망인이 국가 공권력의 강요에 의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것이므로 국가는 피해자에게 그 재산을 원상회복함이 원칙이라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따라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 대한민국이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허용될 수 없다 .

한편 위와 같이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서 ' 상당한 기간 '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

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 행사의 ' 상당한 기간 ' 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판 결 참조 ). 또한 위 최장 3년의 기간을 계산함에 있어서 기산일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진행하는 것이고, 원고들이 그러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음을 안 때로부터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203529 판결의 취지 참조 ) .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망인에 대한 진실 규명결정이 있은 후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이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피고 대한민국이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비로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특수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로서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망인에 대하한 날인 2007. 5. 29. 로부터 최장 3년의 범위 내인 2010. 5. 29. 까지는 권리행사를 하였어야 함에도 원고들은 2010. 6. 3.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의 기간을 넘어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가 한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

6.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H장학회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김창보

판사최형표

판사손주철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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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긴급통화조치법 ( 1962. 6. 9. 법률 제1088호 ) 제2조 제3항은 환 ( ) 과 원의 환가비율은 환 10에 대하여 원 1로 한다고 규정하

고 있다 .

2 ) 현재 ○○ 방송 주식의 액면가는 5, 000원, ○○일보 주식의 액면가는 10, 000원, ○○○○ 방송 주식의 액면가는 5, 000원인데, 원

고들은 ○○일보 주식의 액면가를 1, 000원으로 보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원고 C의 청구금액은 OO방송 주식 액

면가 합계 2, 725, 000원 ( 545 × 5, 000 ), ○○일보 주식의 액면가 합계 3, 198, 000원 ( 3, 198 × 1, 000 ), OOOO 방송 주식 액면가

합계 102, 010, 000원 ( 20, 402 × 5, 000 ) 을 합한 107, 933, 000원이다 .

3 ) 국가재건최고회의 법 ( 1961. 6. 10. 법률 제618호 )

제18조 ( 중앙정보부 )

① 공산세력의 간접침략과 혁명과업수행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중앙정보부를 둔다 .

② 중앙정보부에 중앙정보부장과 기타 필요한 직원을 둔다 .

③ 전2항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써 이를 정한다 .

제1조 ( 기능 )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감독하기 위하여 국가

개건최고회의 ( 이하 최고회의라 칭한다 ) 직속 하에 중앙정보부를 둔다 .

제4조 ( 직원의 권한과 의무 )

① 부장은 최고회의 의장의 명을 받아 중앙정보부의 업무를 장리하고 소속직원과 제1조의 규정된 정보수사에 관하여 국가의

타기관 소속직원을 지휘 · 감독한다 .

제6조 ( 수사권 )

① 중앙정보부장, 지부장 및 수사관은 소관업무에 관련된 범죄에 관하여 수사권을 갖는다 .

② 전항의 수사에 있어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아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