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공1997.5.15.(34),1406]
[1] 민법상 화해계약에 있어서 착오가 있음을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화해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의 의미
[2] 교통사고 발생에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었는데도 피해자측이 피해자의 일방적 과실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고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적은 금원의 합의금을 받고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 합의의 착오 취소를 인정한 사례
[1]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2] 교통사고에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는데도 오로지 피해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고 치료비를 포함한 합의금으로 실제 입은 손해액보다 훨씬 적은 금원인 금 7,000,000원만을 받고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 사고가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쌍방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실로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그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피해자측은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양원 외 1인)
이순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동상홍)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강남원이 1993. 12. 14. 09:00경 피고 소유의 승합자동차를 운전하여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28 인근에 있는 편도 3차선 도로를 신흥시장 방면에서 중동 신도시 방면으로 주행하다가 왼편의 주공아파트 단지로 진입하기 위하여 좌회전하게 되었는데, 마침 위 3차선 도로의 1차선 상을 위 승합차와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던 원고 1 운전의 오토바이 앞 부분이 위 승합차의 좌측 뒷부분과 부딪히게 되어 위 오토바이가 쓰러지며 그 충격으로 위 원고가 뇌좌상, 두개골골절, 고도의 뇌경막상혈종, 고도의 안면부 및 이개부 다발성 열창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원고 1의 부모인 원고 2와 3는 사고발생일로부터 10일 후인 1993. 12. 24. 위 승합차의 종합보험회사인 소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원고들이 소외 회사로부터 위 사고로 인한 원고들의 일실수입, 위자료 기타 손해배상금 일체로 금 7,000,000원을 지급받는 대신 위 사고로 인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계약체결 당시 위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상해를 입게 되고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 기관절제술 등의 수술을 마치고서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가료 중이었고, 당시까지 발생한 치료비만도 5,000,000원에 이르렀으며, 현재 기질적 뇌손상으로 인한 좌상지 및 좌하지 부전마비와 언어장애 등의 후유장애가 남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합의 당시 원고들은 사고의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교통사고가 전적으로 원고 1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믿고 치료비에도 훨씬 미달하는 금액으로 합의한 것이므로 위 화해계약을 취소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 1의 전적인 잘못을 전제로 하여 화해계약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당시의 수사진행상황과 화해과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의 과실 유무 및 그 정도가 위 화해계약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라 할 것이어서 그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위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한 것인데, 그것이 표시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착오만을 이유로 위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원심은 위 화해계약이 착오에 의하여 체결된 것인지 여부도 명백히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우선 이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 1은 이 사건 사고로 초진 소견이 4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개골골절상 등 원심 판시의 상해를 입고 긴급 개두술 등의 수술을 하였으나 치료가 여의치 아니하여 사고시로부터 1년 9개월이 경과한 원심 변론종결일(1995. 9. 15.)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으나 완치되지 아니하고 기질적 뇌손상으로 인한 좌상지 및 좌하지 부전마비와 언어장애 등으로 도시일용노동능력의 56%를 상실하는 후유장애가 남게 된 사실, 위 원고의 치료비는 1995. 2. 28.까지 이미 27,144,830원에 달하였고, 향후 치료비도 약 10,000,000원이 소요될 예정인 사실, 그런데 국민학교 졸업 또는 중퇴의 학력에 불과하고 사회경험이 부족한 위 원고의 친권자인 원고 2와 3는 위 합의 당시 이미 수술비 등으로 5,000,000원 이상을 납부하였으나 피고가 보험처리를 하여 주지 아니함을 이유로 병원으로부터 다액의 입원치료비를 계속 예납할 것을 독촉받는 상황이었는데, 담당경찰관은 원고 1이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등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하는 데다가 피고를 대리한 보험회사의 직원도 이 사건 교통사고가 전적으로 위 원고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측에는 아무런 배상책임이 없으나 인도적인 견지에서 치료비 정도를 지급해 줄 터이니 합의하자고 제의하자 사고의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전적으로 원고 2의 과실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고 치료비의 일부만이라도 받을 목적으로 위 합의에 이르게 된 사실(이 점은 합의를 담당한 위 보험회사 직원인 증인 김운봉의 증언과 원고들의 진정에 따라 위 보험회사가 자체조사한 민원처리서의 기재에 의하여 명백하다. 기록 198, 230면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사고는 2차선 상을 운행하던 승합차 운전기사 강남원이 일단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한 후 서서히 좌회전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동시에 좌회전을 시도하다가 원고 1의 진로를 가로막음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기록 109면에 의하면 위 강남원도 사고 직후의 진술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는바 사고 직후 자신의 과실을 인정한 위 진술은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원고 1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위 사고가 전적으로 원고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원고가 위 사고로 입게 된 손해의 배상액에 현저히 미달하는 금액만을 수령하고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으므로 원고들은 착오에 의하여 이 사건 화해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하는 것 인바( 당원 1995. 12. 12. 선고 94다22453 판결 , 1990. 11. 9. 선고 90다카2267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들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오로지 원고 1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을 자인하고 치료비를 포함한 합의금으로 금 7,000,000원만을 받고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사고가 위 원고의 전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쌍방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실로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그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원고들은 착오를 이유로 위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92. 7. 14. 선고 91다47208 판결 , 1991. 1. 25. 선고 90다12526 판결 등 참조).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해계약 당시 피고를 대리한 보험회사 직원이 원고측에게 이 사건 사고가 전적으로 원고 1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임을 누차 강조하였고, 원고들도 이를 인정하여 이를 전제로 합의에 이른 것이라면,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위 원고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오해한 점이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 동기는 이미 쌍방 당사자가 화해계약의 전제로 삼은 것으로서 그와 같은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착오에 의한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화해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하여 그릇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필경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