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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0. 30. 선고 2000헌마563 결정문 [약사법 제21조 제8항 등 위헌확인 (동법 제16조 제5항 제2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의료법인○○의료재단 외 3인

대리인 변호사 박상선 외 3인

주문

1.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의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것) 제16조 제5항 제2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청구인 송영숙, 조현희 및 전효숙의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3. 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의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에서○○병원을 운영하면서 의사 및 약사를 고용하여 의료행위를 해왔으며, 특히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병원내에 조제실을 운영하여 왔다. 그리고 청구인 송○숙, 조○희, 전○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의료소비자들이다.

(2)그런데 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의료기관의 시설안 또는 구내에서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같은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3)이에 따라 청구인○○의료재단은○○병원 내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를 통해서는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게 되자, 위 약사법 조항들이 자신의 헌법상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리고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병원 외부의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 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0. 8. 3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6조 제5항 제2호같은 법 제21조 제8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고, 이들 법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사법 제16조(약국의 개설등록) 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설등록을 받지 아니

한다.

2.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안 또는 구내인 경우

약사법 제21조(의약품의 조제) ⑧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의료법 제18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서는 아니된다.

(2) 관련법조문

의료법(1999. 9. 7. 법률 제6020호로 개정된 후,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처방전의 작성 및 교부) ①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약사법에 의하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약사를 제외한 의료인의 의약품조제행위를 금지하는 일반적 금지의 범위를 넘어 장소적으로 의약품조제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 및 투약을 담당한다는 의약분업의 본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러한 장소적 제한은 의약품 조제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약사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장소적으로 의약품 조제행위를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의 방지라는 의약분업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2) 동네 약국의 약사가 병원의 외래환자의 처방전을 교부받아 조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원 조제실에 근무하는 약사가 병원의 외래환자의 처방전을 교부받아 조제하는 경우에도 의사와 약사의 직능별 분담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의약분업에 따라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되고 병원의 조제실에서도 일반 약국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의약품이 조제되는 이상 병원 조제실에서 의약품을 고의로 많이 투여하거나 잘못 사용할 소지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병원의 조제실에서도 일반 약국에서 행해지는 방식과 같이 의료보험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추구하려는 약제비의 투명성 부분도 해소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절차로 운영되기 때문에 약국과 의료기관 간의 독립성도 유지될 수 있다.

(3) 약국개설금지 또는 조제금지 등의 규제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의약분업을 통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같은 국민의 건강유지 및 증진이라는 목적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의료기관내 약국개설금지 또는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금지는 의약분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4) 약사들의 조제행위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직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국민들을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입법취지 만으로는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의약 양 직역의 이익균형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내에서의 모든 조제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의료의 기본 개념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본권 제한의 적정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5) 법 제16조 제5항 제2호가 약사의 의약품 조제행위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 입법취

지의 공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선택된 수단이 입법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또한 과잉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6)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의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에 대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약사가 의사 발행 처방전에 따라 조제투약을 담당한다는 의약분업의 본질을 벗어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약사를 그 근무하는 장소에 따라 차별하여 취급하고 그 결과 약사를 고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가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7) 청구인 송○숙, 조○희, 전○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인데,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 약사가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하게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채 처방전을 들고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외부의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기 때문에, 법 제21조 제8항은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된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요지

(1)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의 약사가 외래처방전에 의하여 의료기관에서 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른 조치로서 입원환자에 대하여 조제행위를 하는 등 원칙적인 조제행위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서 의료기관 조제실에서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조제의 장소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조제행위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우리나라의 의약분업이 기관분업을 선택한 이상 약국은 의료기관과 독립된 자본에 의해서 운영, 관리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약사법은 의사와 약사가 담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법 제22조 제2항은 ‘약국개설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과 담합하여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를 자신의 약국으로 유치하여 조제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 제76조에 의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이 처방전을 교부한 환자를 특정약국에 유치하기 위하여 약국개설자 또는 약국에 종사하는 자와 담합하는 행위를 한 때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별표 2. 개별기준 가목 (6)의2, (26)의2에 의하여 1차 위반시에는 자격정지 15일, 1차 처분일로부터 2년 이내에 2차 위반시에는 자격정지 1월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3)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의 명의로 의료기관 내에 약국을 개설한다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외래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다 하더라도 소유 또는 지배의 관계에 있는 약국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의약분업의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되며,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법 제22조 제2항과 함께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4)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외래진료시 원외처방전을 교부받아 의료기관 밖의 약

국에서 조제 받도록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의약분업의 기대효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워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1)기본권침해의 법적 관련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그 심판을 구하는 제도로서, 이 경우 심판을 구하는 자는 심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고 있는 자여야 한다(헌재 1992. 9. 4. 92헌마175 , 판례집 4, 579; 1995. 3. 23. 93헌마12 , 판례집 7-1, 416, 421).

그리고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자만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할 수 있으며, 법률의 직접적인 규율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어서 심판청구를 할 수 없다(헌재 1997. 3. 27. 94헌마277 , 판례집 9-1, 404, 409 참조).

그러나 공권력 작용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고 하더라도 공권력 작용이 그 제3자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제3자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타인에 대한 공권력의 작용이 단지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되어 있는 제3자에게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1993. 3. 11. 91헌마233 , 판례집 5-1, 104, 111; 1993. 7. 29. 89헌마123 , 판례집 5-2, 127, 134; 1994. 5. 6. 89헌마35 , 판례집 6-1, 462, 493; 1994. 6. 30. 92헌마61 , 판례집 6-1, 680, 684; 1998. 11. 26. 94헌마207 , 판례집 10-2, 716, 725-726).

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 제3자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입법의 목적 및 실질적인 규율대상, 법규정에서의 제한이나 금지가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진지성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7. 9. 25. 96헌마133 , 판례집 9-2, 410, 416).

(2)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의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에 대한 심판청구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을 개설한 약사 또는 개설하려는 약사에 대하여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운영자는 의료법 제30조(의료기관의 개설) 및 제32조(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등), 의료법시행규칙 제28조의2(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및 규격) 별표 2, 3, ‘의료기관의 시설규격 10호’에 의거하여 의료기관 내에 조제실을 설치할 수 있을 뿐, 약사법 제16조에 의거하여 의료기관 내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은 위 법률조항들에 의거하여 성애병원 내에 조제실을 설치하여

운영해 온 의료기관 운영자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의 적용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에 의해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청구인에게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이 제기한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에 대한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3)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의 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 제21조 제8항이 규율하는 대상자는 병원조제실에 근무하는 약사이다. 따라서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의료소비자들로서 위 법률조항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위 청구인들은 위 법률조항에 따라서 병원과 병원 밖 약국을 따로 방문함에 따른 불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런 불편 없이 병원이나 약국 등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 제21조 제8항이 병원과 병원 밖 약국을 따로 이용하게 되는 불편을 청구인들에게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 자신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의 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아서 부적법하다.

(4)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의 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가 의료법 제18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 근무하는 약사를 규율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주 수범자인 병원 조제실 근무 약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청구인 성애의료재단은 위 법률조항의 간접적인 수범자인 제3자에 불과하므로, 의료기관인 병원을 운영하는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지가 문제된다.

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은 법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헌재 1996. 3. 28. 94헌바42 , 판례집 8-1, 199, 206; 2001. 6. 28. 2001헌마132 , 판례집 13-1, 1441, 1458).

그런데 약사를 고용하여 병원내 조제실을 운영하고 있는 청구인은 고용된 약사가 원외처방전에 대해서 조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외래환자를 위해서는 병원내 조제실(‘구내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의료재단은 법 제21조 제8항이 시행된 날인 2000. 7. 1.부터는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의료기관 운영자는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금지를 규정한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업무로 획득하던 수입을 더 이상 올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영업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업상의 불이익은 단순한 사

실상 및 경제상의 불이익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고, 청구인의 직업(병원 운영)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유 내지 법적 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고 할 것이다.

법 제21조 제8항은 청구인○○의료재단이 종전까지 수행해 오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업무를 금지하고 있어서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에게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이 제기한 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존재하므로 적법하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5)이 사건의 법률상 쟁점

2000. 7. 1.부터 실시된 의약분업제도에 따라서 병·의원은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조제실을 두고 있던 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조제실에 근무하고 있는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행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는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 의료법인○○의료재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법률상 쟁점이다.

(6)의약분업제도에 대한 외국 입법례

(가) 독 일

독일은 1231년 의약법을 제정하여 의약분업을 법적으로 강제한 이래 현재까지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해왔다. 독일은 의사가 약사의 업무를 겸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의사가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완전분업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의사에게는 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권한을, 약사에게는 의약품에 대한 조제, 투약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사와 약사의 업무범위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의사의 진료장소나 그 주변에 약국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는 약국을 소유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의약품의 판매는 환자의 치료목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며, 제3자에 대한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병원과 의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의원은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병원은 대부분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병원은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를 위해서 병원내 약국에서 고용된 약사가 의약품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을 방문한 외래환자를 위한 조제투약은 동네 약국에서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다.

(나) 프랑스

프랑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하여 의사와 약사의 상호업무의 겸직을 금지하는 등 의약분업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약국이 없는 지역의 의사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의약품의 조제를 인정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 약국 개설을 금하고 있

으며 병원내 약국은 입원환자를 위해서만 의약품을 조제한다.

(다) 영 국

영국은 개인 의원의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 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약품의 조제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료보장기구(National Health Service, 약칭 ‘NHS’)에서 의사가 직접 조제, 투약한 경우에는 약값을 보상하지 않고, NHS와 계약을 맺은 약사를 통해서만 조제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의사의 조제행위를 간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외래환자에게 처방전을 원외로 발행할 뿐 직접 조제투약은 하지 않으며, 처방전에 의한 조제투약은 의료기관이 아닌 주변약국에서 행해지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의원과 약국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라) 미 국

미국은 대부분의 연방주에서 의사의 조제를 법적으로 제한하지 아니함으로써 법적으로 의약분업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주 등 39개 주에서는 의사의 조제에 전혀 제한이 없고, 오하이오주 등 일부 주에서는 진료목적의 투약에 한하여 의사의 조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타주 등 일부 주는 의사의 조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와 약사의 주요 수입원인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 의료보장제도와 사보험이 의사의 조제투약에 대하여는 별도의 수가를 지불하지 않고 약국에서 행해진 조제투약에 대해서만 수가를 지불함으로써 외래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에서의 의약품 조제, 투약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방전에 대한 의약품 조제는 병원 외래약국에서 하든지 외부의 약국에서 하든지 환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으나 대부분은 지역약국에서 조제한다.

그리고 병원과 약국은 경영이 분리되도록 하고 있어서 의사에게 약국경영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마) 일 본

일본은 1953년 제정된 의사법 및 약제사법 등에서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 또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을 분리하고, 의사의 처방전 발급의무화와 약사의 처방전에 의한 조제를 원칙적으로 규정하였으나, 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밀려 의사의 직접 조제를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여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임의적인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1974년부터 의사의 처방전 발행료 대폭인상, 약사의 복약지도료 지급, 시범사업실시를 비롯한 의약분업촉진사업 실시 등의 의약분업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추진되어 의약분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바) 대 만

대만은 의약분업은 실시하되,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의 형태를 채택함으로써 병·의원이 약사를 고용하여 고용약사로 하여금 외래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사와 약사간의 기관분업이 행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원과 약국간의 소유 내지 경영상의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래환자는 의료기관내 고용약사에게 조제를 받을 것인지 또는 의료기관 밖의 약국에서 조제를 받을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사) 종 합

독일, 프랑스 등은 의약분업제도를 기관분업의 형태로 법률로써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 미국 등은 의약분업이 법률로 강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료보장제도 등에서의 의사조제행위에 대한 미보상을 통해서 실질적인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위 선진국가들의 경우 병원은 입원환자 중심으로 의원은 외래환자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다. 반면에 일본은 법률에서 의사의 조제를 허용하는 예외를 폭넓게 규정하여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대만은 의약분업을 법률로써 시행하고 있으나 의약간의 직능분업을 실시하고 있다.

(7)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가)헌법 제15조에 의거한 직업의 자유의 보장 및 그 제한의 한계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 제15조가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수행 내지 행사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하고, 여기서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인 소득활동을 의미하며 그러한 내용의 활동인 한 그 종류나 성질을 묻지 않는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374; 1997. 3. 27. 94헌마196 등, 판례집 9-1, 375, 382-383 참조). 법인도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데, 직업선택의 자유는 헌법상 법인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 판례집 3, 289, 295; 1996. 3. 28. 94헌바42 , 판례집 8-1, 199, 206-207; 2001. 6. 28. 2001헌마132 , 판례집 13-1, 1441, 1458 참조).

그런데 직업의 자유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

직업행사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374; 1998. 5. 28. 95헌바18 , 판례집 10-1, 583, 594; 2002. 10. 31. 99헌바76 , 2000헌마505 (병합), 판례집 14-2, 410, 430; 2003. 6. 26. 2002헌바3 , 판례집 15-1, 713, 723 참조). 그러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 판례집 1, 329, 336;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692; 2002. 1. 31. 2000헌가8 , 판례집 14-1, 1, 10; 2002. 7. 18. 99헌마574 , 판례집 14-2, 29, 41; 2002. 10. 31. 99헌바76 , 2000헌마505 (병합), 판례집 14-2, 410, 430; 2003. 6. 26. 2002헌바3 , 판례집 15-1, 713, 723 참조). 즉,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직업행사에 대한 제한이 공익상의 이유로 충분히 정당화되고,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해야 하고,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동일하게 적절한 수단들 중에서 기본권을 되도록 적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며, 제한의 정도와 공익의 비중을 비교형량하여 추구하는 입법목적과 선정된 입법수단 사이에 균형적인 비례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

(나)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 제한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 근무약사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금지를 규정하여 의료기관이 조제실을 두고 있는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 대하여 의약품의 조제 및 투약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의 헌법 제15조에 의거하여 보장되는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1)목적 정당성 존재 여부

가)법 제21조 제8항의 입법목적

법 제21조 제8항이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을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아래와 같은 의약분업(제도)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약품의 오용’은 의약품의 처방, 조제, 투약과정에서 착오나 부적절한 지식에 의하여 발생한다.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는 조제의 비전문인인 의사가 의약품을 조제하고, 진단처방의 비전문인인 약사가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조제하는 등 비전문적 의료행위가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어서, 진료처방과 조제투약의 전문성 및 책임성에 기초한 의약품의 오용을 방지하는 장치가 미약하였다.

그리고 ‘의약품의 남용’은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해 보다 고가의 의약품을 투약하거나 다량 다종의 의약품을 과잉 투여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의원 등의 의료기관의 경우,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아서 의료행위당 수가제로 진료비 지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약가이윤이 보다 많은 의약품을 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이 처방자인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었다. 약사가 고용되어 있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약사의 검토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는 소지가 있었으며, 이윤증대를 위한 의사와 약사의 담합으로 의약품을 과잉 투여할 가능성이 있어 의약품이 남용될 소지가 있었다.

그런데 의약품을 오·남용하게 될 경우 인체 내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해야 하며,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이 과도하게 반복 사용되면 중독 현상이 발생하여 인체 작용이 의약품 복용에 크게 의존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국민보건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여 건강상 위해가 높은 의약품이 반드시 의사의 진단처방과 약사의 조제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도록 하는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따라서 의약분업제도는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핵심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경제자원의 낭비뿐만 아니라 건강에 위해를 끼침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의약품 오·남용 방지로 얻어지는 건강증진 효과는 사후에 발생할 의료비를 절감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료비 절감효과도 발생한다. 경제적 이윤추구에 의한 의약품 남용이 줄어들게 되면, 약제사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약제비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되고 의약품의 포장마다 제조업소명 및 제품명이 표

시되어 환자 자신이 복약하는 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알권리가 신장될 것이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를 통한 상호견제보완 및 이중 점검으로 의약품 사용을 합리화하고,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약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약가마진 등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해 의약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품질 및 치료효과가 의약품 사용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은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의약품 영업에서도 직거래보다는 도매상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사용되고, 소품종을 다량 구비하는 것보다 다품종을 골고루 비축하는 것이 약국 경쟁력의 핵심이 되므로 도매유통이 보다 활성화되어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상화될 것이다.

나)법 제21조 제8항의 입법목적이 헌법적 정당성을 가지는지 여부

법 제21조 제8항은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약제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환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전의 의약품 오·남용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국민의 건강과 보건은 가장 일차적인 권리인 생존권의 차원에서 지켜지고 향상되어야 하므로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국민보건을 증진시켜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법 제21조 제8항이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입법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복리’에 기여한다고 판단되므로,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은 헌법상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입법목적이 추구하는 공공이익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다.

2)적합성 원칙 심사

법 제21조 제8항에 조제실을 설치한 의료기관이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한지 여부를 본다.

가) 법 제21조 제8항에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기관분업 형식의 의약분업을 실시하고자 한 것이다.

의약분업의 형식으로는 기관분업과 직능분업이 존재하는데, 기관분업은 소유경영면에서 분리된 의료기관과 약국 양 기관간의 분업을 말하며, 의료기관과 약국이 소유상 그리고 경영상으로 독립성을 이루어 서로 견제하며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직능분업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처방하고,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투약함으로써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의사와 약사의 역할만을 구분하는 것이므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약사를 고용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하거나 직접 약국을 개설 또는 소유하는 것이 허용된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처방오류로 인한 의약품의 오용과 경제적 이윤 동기 등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이 실시될 경우 약사의 임의조제를 통한 기술적 측면의 의약품 오용은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외래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직능분업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의와 약을 담당하는 기관이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자본하에 놓여 있게 되면, 경제적 이윤 동기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을 충분히 막을 수 없고, 고용된 의사와 약사사이의 상호 감시와 견제의 기능도 충분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약품의 선택이 병원의 임상의사의 견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병원경영자가 정해준 테두리 내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이 하나의 운영주체 안에서 의사와 약사가 고용되어 있으면 의학적 동기가 아닌 경제적 동기 때문에 상호견제를 통한 처방과 조제라는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의사서비스와 약사서비스를 소유와 경영상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기관분업이 실시되는 경우에만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기관과 약국을 소유상 및 경영상으로 독립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기관분업을 채택하는 것이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의약분업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율적이다.

나)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기관분업을 실시하는 것은 병·의원의 기능분화가 미진한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체계에서 직능분업을 실시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병원으로의 외래환자 이동을 통한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이나 악화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의원에서 병원으로의 외래 환자 이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의 추가적인 상승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약제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에도 부합될 것이다.

다)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기관분업을 실시하는 것은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병원편중으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외래환자의 병원 내 약국 선호로 인한 병원 밖 약국의 경영악화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라)그러므로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외래조제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하나의 운영주체 내에서 운영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의료기관 조제실에서의 원외처방전 조제금지는 의약품의 오·남용 예방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3)최소침해성 원칙 심사

법 제21조 제8항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선정한 수단인 고용 약사를 통한 외래환자의 조제업무 금지가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체수단으로는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

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는데, 우선 이러한 방안이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이 실시될 경우 약사의 임의조제를 통한 기술적 측면의 의약품 오용은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외래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동일한 자본하에 놓여 있으므로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윤 동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사서비스와 약사서비스가 소유와 경영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는 의약분업 실시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기관분업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전체 의료환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외래환자의 경우에는 의약분업이 추구하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 등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약사를 고용하여 조제실을 운영해 온 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의약분업제도의 도입 이전에도 이미 의사와 약사간에 직능분업의 개념에 의한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의약품의 오·남용은 효과적으로 예방되지 않았다. 진단처방 기관과 조제투약 기관이 분리되지 않아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가 의약품의 약가 이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과잉투약이 방지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일한 자본에 의하여 운영되는 의료기관에 고용되어 있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견제감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의사의 원외처방전이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약사의 견제 역할이 제한되므로 의료기관의 이윤 동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급 의료기관은 1차 진료기관(의원)과 2차 진료기관(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의 구별 없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가 허용된다면, 1차 의료기관의 외래환자가 대거 2차 의료기관으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며, 1차 의료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 등의 의료기관의 기능이 약화되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살펴 보건대,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은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동일하게 효과적인 다른 대체수단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 조제실 근무약사가 외래환자에 대해서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법익균형성 원칙 심사

법익균형성 원칙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으로 인한 공익

이 선정된 수단에 의해 발생하는 청구인의 불이익보다 크거나, 양자 사이에 균형적인 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

가)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의 비중 및 제한 정도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원외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제실을 설치하지 않은 의원 등의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서 행사되는 자유이므로 기본권적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 설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해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할 뿐, 입원환자나 응급환자 등을 위해서는 조제업무를 계속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의약분업의 실시에 따른 의료기관의 재정상의 효과를 살펴보면,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모든 의료기관은 의약품에 대한 고시가격과 실거래가액 사이에 존재하였던 약가 차액이 없어짐에 따라 약을 직접 다루는 데서 오는 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조제실을 설치하였던 병원 등의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조제실을 설치하지 않았던 의원 등의 의료기관 모두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업무를 할 수 없게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료 등의 수입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시점을 전후로 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비 등이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은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의 금지와 약가차액의 소멸로 인한 손실액을 대부분 보전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의약분업의 실시와 관련하여 조정된 의료수가현황을 살펴보면,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의약품 지불가격 기준을 고시가격에서 실거래가격으로 전환함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그동안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의료수가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인상하였으므로, 모든 의료기관은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재정상의 손실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입법목적 달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공익의 비중 및 효과

의약분업 실시전의 의약품 오·남용실태 등을 감안할 때, 국민의 건강과 보건은 가장 일차적인 권리인 생존권의 차원에서 지켜지고 향상되어야 하므로,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켜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고,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도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예방될 수 있을 것이므로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으므로 의료소비자의 의약품 오·남용을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의약분업을 시

행하게 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감소하게 되어서 약제비의 절감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의약분업으로 인한 약제비 절감 효과는 의약분업이 상당기간 시행된 이후에 장기적으로 약제비 절감, 의약품 오·남용 축소에 따른 국민의료비의 절감 등의 사회적인 비용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사가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함으로써, 환자들은 진료 때마다 자신에게 처방된 약제의 내용을 알게 되고, 약사는 조제한 후 투약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게 되므로 환자는 실제 조제된 의약품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므로 헌법상의 알권리가 신장될 것이다.

끝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제약기업은 의약품에 대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될 것이므로 의약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며, 매매유통이 보다 활성화되어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상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약분업을 실시함으로써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의약품의 적정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며,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의약품 유통에 투명화를 기하여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 공급을 촉진하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다.

다)법익의 비교형량

위에서 본 입법수단과 입법목적과의 관계를 비교형량하면,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고용 약사를 통한 원외처방전 조제금지를 규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그리 크지 않고 직업행사의 자유가 갖는 기본권적 비중도 그리 높지 않는 반면에,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해서 얻게 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하여 앞으로 나타나게 되는 공익의 효과도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으로 인한 공익이 선정된 수단에 의해 발생하는 청구인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 제21조 제8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15조에 의거하여 보호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8)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청구인은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의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에 대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약사’를 그 근무하는 장소에 따라 차별 취급하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 조제실에 고용중인 약사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운영자인 청구인 성애의료법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살피건대 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을 갖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을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서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이상과 같이 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의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2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청구인 송영숙, 조현희 및 전효숙의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며, 약사법 제21조 제8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 의료법인 성애의료재단의 이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