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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0. 31. 선고 99헌바76 2000헌마505 결정문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동조 제4항 및 제5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99헌바76)

1. 서○근

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외 4인

2. 김○철

3. 노○희

4. 한○관

5. 이 ○

청구인 2 내지 5의 대리인 변호사

황덕남 외 34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98구25111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처분 취소

2. 청구인 2 내지 5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9헌바76 사건

(가)청구인은 대장항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서울에서 외과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자인데, 의료보험요양기관의 지정신청을 하지 않고 의료보험 피보험자에게 보험수가가 아닌 일반수

가로 진료를 하는 등 민원을 야기하자, 의료보험연합회는 1998. 2. 10. 청구인에게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신청을 하도록 촉구하였고, 청구인이 이를 거부하자 의료보험연합회는 같은 달 25. 구 의료보험법(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제정되어 1999. 2. 8. 법률 제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에 의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의료보험연합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 요양기관지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98구25111)을 제기하고, 위 행정소송의 진행 중 의료보험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제4항, 제5항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규정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9아464)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1999. 7. 28. 이를 기각하자 1999.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한편, 구 의료보험법 제32조가 1999. 2. 8. 개정되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당연 요양기관제’(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별도의 지정절차 없이 모두 의료보험요양기관이 되도록 하는 제도)로 바뀌게 되자, 청구인은 개정 의료보험법(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제정되어 1999. 2. 8. 법률 제5857호로 개정된 것) 제32조 제1항도 마찬가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취지에 포함시켰다.

(2) 2000헌마505 사건

청구인 김○철은 김○철 산부인과병원을, 노○희는 ○○병원을, 이송은 □□병원을 각 운영하고 있는 의사들이고 한○관은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의사이다. 청구인들은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을 당연히 요양기관으로 간주하는 국민건강보험법(1999. 2. 2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되어 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것) 제40조 제1항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직업행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0. 8. 1.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99헌바76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개정된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도 청구취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 개정된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도 인정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청구인이 당해소송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조차 한 바 없어, 위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구 의료보험법 제32조(요양기관의 지정)①제29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가 이를 정한다.

②, ③ 생략

④보건복지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에 대하여 요양기관을

지정하게 할 수 있다.

⑤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 및 약국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요양기관)①요양급여(간호 및 이송을 제외한다)는 다음 각호의 요양기관에서 행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 또는 국가시책상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등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기관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1.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

2. 약사법에 의하여 등록된 약국

3.지역보건법에 의한 보건소·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

4.농어촌등보건의료를위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설치된 보건진료소

② 내지 ④ 생략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99헌바76 사건

(가) 청구인은 미국 등지에서 대장 항문 질병에 관하여 연구한 후 치질환자를 한번의 시술로 당일 퇴원시켜 다음날부터 정상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현저하게 줄이는 새로운 수술방법을 개발하여 시술하고 있는바, 이 수술기법은 종래의 경우보다 약 2~5배 수술시간이 더 소요되어 하루에 수술 또는 진찰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구인의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결과 의료수가에 이러한 특별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아니한 채 종래의 수술기법을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된 보험수가만을 받도록 되어있는바, 이는 청구인으로 하여금 사실상 폐업을 하거나 새로운 수술방법을 포기하고 종래의 낡은 진료방법과 과잉진료로 수지를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 의료보험법 제32조는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가 강제적으로 요양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며 거부사유인 정당한 이유는 사실상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데 이와 같이 청구인과 같은 의료소신과 능력을 갖춘 자에게도 요양기관으로 지정되어 정해진 의료수가만을 받도록 강요한다면, 이러한 강제지정제도는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나)자신의 비용과 노력으로 새로운 수술기법을 개발하여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청구인과 같은 의료기관은 종래의 수술기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일반 의료기관과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요양기관의 강제지정을 규정하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는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다)청구인이 원하고 있지 않음에도 의료보험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는 것은 비요양기관으

로서 의료행위를 할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즉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2000헌마505 사건

(가)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을 ‘당연 요양기관’으로 하여 건강보험환자에 대한 요양급여를 강제하고 있는 바, 이는 청구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청구인들을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제도에 동원하여 의료보험제도하에서만 의료업을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들 각자의 능력이나 노력, 의료행위의 질, 의료시설의 수준에 관계없이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여 동일한 의료보수를 지급받게 함으로써 청구인들로 하여금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제한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데 중점을 두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국민건강보험법규정은 자신의 능력과 창의를 발휘하여 개성신장을 추구하면서 자유롭게 의료업을 영위할 수 있는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나)의료기관은 그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의 수와 능력, 시설규모 및 시설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도 이와 같은 차이를 무시하고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국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가 정해놓은 동일한 요양급여의 보수를 받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규정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에 위반된다.

(다)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내용은 개별요양기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국가가 주도적인 중앙통제경제를 통하여 행정편의적이고 규제적인 경제정책을 취함으로써 의료의 발전, 자유로운 의료공급체계, 의료소비자의 효율적인 의료자원이용 등을 저해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19조에 위반된다.

(라)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는 ‘당연 요양기관제’는 청구인들로 하여금 정해진 범위안에서 동일한 수준의 의료행위만을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동일한 저가의 보수만을 수령하게 함으로써, 의료인의 능력이 생명을 위한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진료환자의 수에 따라 좌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질병퇴치와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규격화된 의료행위만을 시술하게 함으로써 헌법 제22조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마)청구인들은 의료인이 되기 위한 교육비용 및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비용을 모두 사적으로 부담하였다. 이와 같이 청구인들이 사적 부담으로 의사의 자격을 취득하고 의료기관을 설립한 것은 각자의 능력과 시설에 상응하는 수입을 그 대가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투여비용, 능력 및 시설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단일한 보험체계에 흡수시켜 요양급여를 강제하고 획일적인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규정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이 투영된 의료기관을 국가가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므로, 이는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

(바)의료행위의 제공은 그 내용에 따라 또는 소비자의 만족도에 따라 그 비용도 달라질 수 밖

에 없고, 소비자 역시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지기를 원한다. 이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으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에 속한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는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모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법이 정한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할 것을 강제하고 이로써 의료소비자들부터 각자의 사회적·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료행위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이 사건 조항은 의료인이자 동시에 의료소비자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99헌바76 사건)

(1) 의료보험법에서 피보험대상을 법정하고 있는 것과 요양기관을 강제지정하도록 한 것 등은 헌법 제34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동조 제2항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 제36조 제3항의 국민의 보건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에 그 바탕을 둔 것이다. 의료기관 각자의 주관적 입장과 형편에 따라 요양기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 지정된 요양기관을 확인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 또는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요양기관의 지정을 회피한다면, 이는 결국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증진의무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의료보험법의 입법취지가 몰각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률로써 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하게 함으로써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제지정제도는 헌법 제15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의 한 내용인 직업행사의 자유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청구인이 그 자신의 경제적인 부담과 노력으로 새로운 수술기법을 개발하였음에도 종래의 수술기법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 의료기관과 청구인의 의료기관을 동일하게 모두 요양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에 터잡은 것으로서, 이 사건 의료보험법 조항이 헌법 제11조에서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3)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인바, 청구인이 원하지 않고 있음에도 의료보험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도록 한 이 사건 의료보험법 조항은 그 성질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관계기관의 의견은 별지 2.와 같다.

3. 의료보험제도 및 요양기관 지정제도 개괄

가. 의료보험제도

1963년 의료보험법이 최초로 제정되었으나 시행되지 못하였고, 1977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에 근거하여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직장의료보험이 시행되었으며, 1979년 공무원 및 사립학교교직원에 의료보험이 확대실시된 후, 1988년 농어촌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되었고, 1989년 의료보험이 도시지역 자영업자에 확대실시됨으로써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전 국민에 대한 의료보장이 실현되었다.

1977년 의료보험의 시행 당시, 피보험자의 강제가입과 소득수준에 따른 보험료의 차등부과, 균등한 보험급여, 법률에 의한 보험료의 강제징수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면서, 한편으로는 국가의 재정수준이 빈약하여 전 국민에 대한 의료보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 지불능력이 있는 집단인 임금근로자,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부터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여 차츰 농어촌 주민, 도시 자영업자 등 전 국민으로 의료보험의 대상자를 확대하였다.

1997. 12. 31. 제정되어 1998. 10. 1.부터 시행된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 의료보험관리공단과 227개의 지역조합이 조직상 통합되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단일보험자로서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2800만 명의 공무원·교직원 피보험자와 지역 피보험자의 의료보험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 후 1999. 2. 8. 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직장조합까지 완전히 통합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보험자로 하는 의료보험체계가 형성되었다. 2000. 7. 1.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직장가입자에게는 ‘의료보험법’이, 공무원·교직원 및 지역 피보험자에게는 ‘국민의료보험법’이 각각 적용되었다가,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과 더불어 ‘의료보험법’‘국민의료보험법’은 폐지되었다.

나. 요양기관 지정제도

1963년 제정되었으나 시행되지 못한 의료보험법은 의료기관과 보험자와의 계약에 의하여 요양기관을 지정하는 계약지정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에 의하면 요양기관은 보험자의 신청에 의하여 보건사회부장관이 지정하고(법 제39조 제2항) 요양기관이 언제든지 지정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법 제40조) 지정의 강제성을 배제하고 보험자와 의료기관간의 계약에 따라 보험의료기관인 요양기관을 지정하였다.

1977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은 계약지정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위 법을 근거로 하여 같은 해부터 5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의료보험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계약지정제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하여 원활한 의료보험제도의 운영이 어려웠다. 첫째,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로 인하여 요양기관의 절대수가 부족하였고 사업장 소재지와 피보험자의 거주지가 상이하여 고른 분포지정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 적정 진료과목 지정에 애로가 있었으며 둘째, 의료기관의 자유선택권이 빈약하여 피보험자가 의료기관 이용시 알기 쉬운 종합병원만을 과다하게 이용하여 진료소요시간의 장기화로 많은 불편을 초래하였으며 셋째, 의료기관은 요양급여 비용청구에 따른 불편, 지정수가제에 따른 손실 등을 이유로 의료보험환자를 기피하여 지정을 거부하게 됨에 따라 지정계약을 체결한 의료보험조합과 해약하는 사태가 야기되는 등 지정계약에 따른 제반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1979년 의료보험제도를 공무원 및 사립학교교직원으로 확대·시행하게 됨에 따라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자, 1979. 4. 17. 의료보험법을 개정하여 계약지정방식을 강제지정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보험자나 보험자 단체가 요양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었다.

그런데 의료보험법상의 요양기관 지정제도가 사실상 지정을 거부할 수 없는 강제지정을 그 내용으로 하면서도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지정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요양기관의 불편만을 초래한다고 하여, 1999. 2. 28. 의료보험법 개정을 통하여 요양기관이 관련법률에 의하여 개

설·등록되거나 설치되면 당연히 요양기관이 되는 소위 ‘당연 요양기관제’로 변경하였다. 직장가입자에게 적용되던 의료보험법은 2000. 7. 1.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폐지되었고, 대신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에서 동일한 내용의 ‘당연 요양기관제’를 규정하고 있다.

4. 강제지정제와 침해되는 기본권

가.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및 당연 요양기관제의 법적 성격

구 의료보험법 제32조에 의하면, 보험자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 및 약국에 대해서는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가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도록 하면서(제1항),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 및 약국은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항).

이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보험자로 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은, 법 시행령 제21조에 규정된 예외를 제하고는 모든 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을 ‘요양기관’으로 간주하여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행하도록 하고(제40조 제1항),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0조 제4항).

따라서 두 제도는 모두 의료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하여 강제로 요양기관으로서 지정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강제지정제를 의미하며, 단지 그 지정이 보험자의 지정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법률에 의하여 직접 이루어지느냐의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및 ‘당연 요양기관제’ 모두 국가에 의한 강제지정이라는 점에서 헌법적 관점상 그 구분의 실익이 없으므로, 아래에서는 양자를 구분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통합하여 그 위헌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입법목적

우리 의료보험제도는 법률에 자격이 정해진 자가 보험료를 낼 것을 전제로 하여 보험급여를 하는 사회보험방식을 택하고 있다. 소득재분배와 위험분산의 효과를 거두려는 사회보험의 목표는 임의가입의 형식으로 운영하는 한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피보험자에게 가입의무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하고도 필요한 조치로써, 이로 인한 피보험자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된다.

그런데 우리 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뿐이 아니라 의료공급자도 또한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 사회보험의 강제성은 피보험자의 강제가입에 관한 것이므로, 요양기관의 ‘강제지정제’는 사회보험의 본질적 구성요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보험방식을 취하는 선진 외국의 의료보장 운영실태를 살펴보더라도, 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모든 국가가 보험자 또는 국가와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의(保險醫)를 확보하고 있다.

현행 의료보험제도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택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민간소유이기 때문에 의료보험을 시행함에 있어서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의료보장의무를 이

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질병·부상에 대하여 적정한 요양급여를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수의 의료기관과 약국을 확보해야 한다. 더욱이 의료보험이 전 국민에게로 확대됨에 따라 의료급여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하여 의료보험 수급질서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참여없이는 의료보장체계가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목적은 법률에 의하여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체계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요양급여에 필요한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피보험자인 전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기본권

우리 헌법은 기본권을 규정하는 각 조항에서 “모든 국민은……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모든 국민이 기본권의 주체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비록 의료인이 ‘의료시술자적 지위에 있는 공인’이긴 하지만 이는 전 국민의 건강이 의료인의 직업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직업활동이 공익상의 이유로 보다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일 뿐, 의료인의 기본권 주체성이 부인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1)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는 선택한 직업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까지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 사건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의료기관은 의료행위의 질, 범위 등에 관하여 규제를 받고 정해진 의료보수만을 받으므로, 강제지정제는 의료기관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2) 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청구인들의 주장에 의한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개별 의료기관의 시설투자, 능력, 치료기법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모든 의료기관에게 요양급여를 강제하고 획일적인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강제지정제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할 가능성이 있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3) 일반적 행동의 자유(헌법 제10조, 제37조)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이른바 보충적 자유권이다. 청구인들은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비요양기관으로서 의료행위를 할’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내용의 자유는 직업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직업의 자유와 같은 개별 기본권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 고려되지 아니한다.

(4) 헌법상 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헌법제119조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질서를 선언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상 경제질서에 관한 일반조항으로서 국가의 경제정책에 대한 하

나의 헌법적 지침이고, 동 조항이 언급하는 ‘경제적 자유와 창의’는 직업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근로3권과 같은 경제에 관한 기본권 및 비례의 원칙과 같은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비로소 헌법적으로 구체화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헌법 제119조 제1항과 관련하여 주장하는 내용은 구체화된 헌법적 표현인 경제적 기본권을 기준으로 심사되어야 한다.

(5) 재산권(헌법 제23조)

청구인들은 사적 부담으로 의사자격을 취득하고 의료기관을 설립하여 그에 상응하는 수입을 대가로서 기대하였으나, 국민건강보험법규정은 각자의 능력, 투여비용, 시설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의료기관에게 요양급여를 강제하고 획일적인 대가를 지급하기 때문에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이 받은 교육이 장래에 일정한 경제적 결실을 맺으리라는 기대나 시설투자가 일정한 이윤을 가져오리라는 예상 등은 모두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과 그에 따른 사적 위험부담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기대하고 투자한 것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하여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제한되었다고 할 수 없다.

(6) 학문의 자유(헌법 제22조)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지정됨으로써 의료인의 능력을 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발휘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다수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의료인으로서의 연구활동이 장애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규율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활영역은 의료인의 직업활동일 뿐, 의료인의 학문연구나 학문활동의 내용이나 방식이 아니므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22조의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설사 강제지정제가 결과적으로 일부 연구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하더라도 이는 극히 부수적이고 간접적일 뿐이다.

(7)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된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691).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국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의료소비자인 국민이 의료행위의 질, 범위, 보수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받으므로, 강제지정제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하는 국민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및 평등권이다.

5. 판 단

가. 직업의 자유의 침해여부

(1)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서 ‘강제지정제’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서 강제로 지정하는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이라는 직업의 선택을 금지하거나 직업에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는 규정이 아니라 의료인이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의 개설이 허용되고 이로써 의료인으로서의 직업선택은 허용되지만, 일단 의료인이 된 후에는 보험의(保險醫)로서 국가가 정한 바에 따라 의료보험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직업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지정제’는 직업의 자유 중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2) 위헌성 심사기준으로서의 비례의 원칙

직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행사의 자유는 기본권주체에 대한 그 제한의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제한에 있어서 적용되는 기준도 다르며, 특히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적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가 공익실현을 위해서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만큼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을 준수해야 한다.

살피건대 강제지정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전 국민에 해당하는 의료보험 피보험자의 의료보험수급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지정제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 의료보험체계의 기능을 확보하고 피보험자인 전 국민에게 원활한 보험급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그리고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위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정성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문제는 최소침해성의 위반여부이다.

(3) 최소침해성의 위반여부

입법자는 의료기관을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체계에 흡수함에 있어서 의료보험제도의 기능도 확보하면서 동시에 의료기관이란 기본권의 주체가 가능하면 자유로운 직업활동을 통하여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율해야 한다. 의료보험을 사회보험의 형태로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직업수행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부과함으로써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 중에서 가장 국민의 기본권을 적게 침해하는 수단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헌법적 의문을 제기한다.

(가)계약지정제가 아니라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의 최소침해성 위반여부

1)국가가 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보다는 보험자와 의료기관간의 자유의사에 따른 계약의 형태로 요양기관을 확보하는 제도가 의료기관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법에 해당한다는 점

에서, ‘입법자가 강제지정제가 아닌 계약지정제를 채택하여 의료기관과 보험자간의 사적 계약을 통하여 보험의(保險醫)를 지정하더라도 현재의 의료보장체계가 마찬가지로 기능하고 피보험자인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대응행태에 따라 두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2) 먼저 낙관적인 예측을 본다.

국가가 계약을 통하여 요양기관을 확보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보험의(保險醫)’와 보험수가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일반수가로 진료를 하는 ‘일반의(一般醫)’로 나뉘어지게 될 것이다. 전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된 우리 의료보험체계하에서 국민들이 일반의(一般醫)를 이용하려면 별도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므로 보험의(保險醫)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일반의(一般醫)로 활동하는 경우 보험환자의 진료를 할 수 없게 되어 일반적으로 수입이 크게 감소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에 큰 지장을 받게 되며 결국 생존을 위한 경쟁이 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생계유지를 보장하는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지역에 따라 보험의(保險醫)로서 지정되고자 하는 의료인이 적기 때문에 의료공백이 지역적으로 일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국가는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을 설치하거나 확충함으로써 이에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면, 의료기관에게 굳이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을 강제하지 아니하고 개개의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건강보험제도에의 참여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더라도, 국가가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며, 이로써 의료보험 수급질서를 비롯한 의료보험의 기능이나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이 크게 위협을 받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3)그러나 한편으로는, 보험의(保險醫)를 민간의료기관과의 자유계약에 의하여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히 확보되어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현재 의료기관수를 기준으로 8.8%, 병상수를 기준으로 15.5%에 불과하여(1차 의료기관중 간호사만 배치되어 있는 보건진료소와 조산소를 제외할 때 공공부문은 겨우 4.5%) 다른 의료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빈약한 수준이므로(병상수 기준, 미국 33.2%, 일본 35.8%, 호주 43.2%, 독일 48.5%, 프랑스 64.8%, 영국 95.8%, 핀란드 96.6%, 캐나다 99.4%), 민간의료기관을 보험의(保險醫)로 강제지정하지 않고서는 보험의(保險醫)의 안정적인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예측도 또한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보험환자에 대한 보험급여율(진료비 중 보험자가 부담해 주는 비율)이 약 50~60%에 불과하기 때문에(서구에서는 대부분 100%), 환자 본인이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의 비율이 높아서 결국 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 사이에 본인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진료비의 차이가 적어서 소위 ‘일반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의 층이 상당히 존재하며, 이는 곧 건강보험체계 외에 의료서비스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잠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강제지정제를 폐지하는 경우 의료인이 보험의(保險醫)로 지정되는 것을 회피하고 일반의(一般醫)로 전환하려는 중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러한 견해에 의한다면,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히 확보되어(적어도 현재의 3배 이상)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지거나 또는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율이 어느 수준까지

높아짐으로써(적어도 80~90% 이상) 민간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다음에야 비로소 민간의료기관과의 자유계약에 의한 지정이 가능하고 이로써 강제지정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4)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여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과연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자신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일까?

법률이 제정되면 미래에 있어서 작용하고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입법자는 법률의 형태로써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법률과 법현실과의 관계에 관한 일정한 예측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판단에는 항상 불확실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규범심사과정에서 결정의 전제가 되는 중요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는다든지 특히 법률의 효과가 예측되기 어렵다면, 이러한 불확실성이 공익실현을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입법자와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국민 중에서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법률이 개인의 핵심적 자유영역(생명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경우 이러한 자유에 대한 보호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므로, 입법자는 입법의 동기가 된 구체적 위험이나 공익의 존재 및 법률에 의하여 입법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는 구체적 인과관계를 헌법재판소가 납득하게끔 소명·입증해야 할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반면에, 개인이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일반적으로 타인과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지는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사회·경제정책적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한계까지는 입법자가 무엇을 공익으로 보는가, 공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려고 하는가는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겨져야 한다.

5)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의료인의 직업활동이 포괄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아닌 ‘직업행사의 자유’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과 개성신장의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그 제한은 개인의 개성신장의 길을 처음부터 막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써 개인의 핵심적 자유영역에 대한 침해를 의미하지만, 일단 선택한 직업의 행사방법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개성신장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핵심적 자유영역에 대한 침해로 볼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직업활동이 사회전반에 대하여 가지는 의미에 따라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허용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는 개인의 직업활동 또는 사회적·경제적 활동 등이 타인의 자유영역과 접촉하고 충돌할수록 입법자가 타인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보다 수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의료인은 의료공급자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의료소비자인 전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의 실질적 보장이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의료행위’의 사회적 기능이나 사회적 연관성의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계약지정제를 택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똑같이 효율적으로 달성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6)이 사건의 경우, 입법자는 우리 현실에서 요양기관의 지정을 계약제로 하는 경우 보험의(保險醫)의 확보가 곤란하여 전 국민에 대한 균등하고 원활한 의료공급을 보장하기 어렵고, 특히 보험의(保險醫)로 구성되는 이익단체가 의료보험수가의 인상 등 그들의 특수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보험자와의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등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위태롭게 하는 집단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는 계약지정제보다는 강제지정제가 의료보장체계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입법자의 이러한 판단은 첫째, 사회보험의 일환인 의료보험의 시행은 인간의 존엄성실현과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부여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 이를 위한 모든 현실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어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규범적 인식, 둘째, 우리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약 10여 %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을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 의료보험의 시행을 위해서는 불가피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가는 이미 1977년 계약지정제를 일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는데, 그 당시 지역적·진료부문별 의료공백이 크게 발생하였으며 지정수가제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의료인이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거부하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였는바, 이러한 ‘현실화 된’ 우려가 강제지정제로 전환하는 직접적인 계기로서,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제도 유지의 근거로 각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지정제를 택하더라도 적정수가의 보장, 보험의(保險醫)에 대한 조세감면혜택, 의료시설의 지원 및 공공기관의 확충 등을 통하여 의료인에게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건강보험체계로부터 의료인의 이탈을 방지하여 충분한 보험의(保險醫)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 인력공급 등의 이유로 장기간을 요하는 것이며, 그 외의 유인정책의 경우 어느 정도로 강제지정제란 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지 그 효과가 불확실하다.

이러한 관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계약지정제를 취하는 경우 의료보장이란 공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강제지정제를 택하면서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의 최소침해성 위반여부

1)그렇다면 ‘국가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면서 일정 비율의 의료인에게 강제지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강제지정제가 실현하려는 의료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구 의료보험법제32조 제5항에서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법문상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 보험자의 처분에 의한 지정 또는 법률에 의한 지정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의 법적 개념이 너무 모호하고 불명확하여 법적용기관에게 법해석·적용을 위한 최소한의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동안 이 규정은 법현실에 적용될 수 없는 법규범으로 사실상 사문화되어

왔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1조에 의한 요양기관에서 제외되는 의료기관 등은 의료법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부속의료기관,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의 규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자의 진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한 의료기관, 그리고 비위사실로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에 한정하는 것이어서, 여기서 말하는 최소침해성 위배여부를 가름하는 예외로 볼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2)현재의 강제지정제는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모든 의료기관을 통하여 피보험자인 전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한 수준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료행위의 질이 규격화·평준화되는 점이 있고 상대적으로 저가의 보험수가로 인하여 의료기관이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점, 의료인의 개인적 욕구에 부합하는 의료시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거나 의료기법의 개발에 장애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등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것이 다양한 질의 의료행위나 의료발전, 새로운 치료기법의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예컨대, 비교적 적은 환자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료인이 자신이 원하는 의료설비를 갖추거나 고유한 치료기법을 시행하는 경우, 현재의 보험수가제도에서는 시설투자비용이나 치료기법의 특수함 때문에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이 있을 수 있는데, 의료인의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나 고유한 직업관을 고려하여 일부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에서 배제하더라도 강제지정제를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법익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입법자가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헌은 아니지만, 예외를 허용하는 법규정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예외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본권 제한은 법이 실현하려는 중대한 공익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과도한 제한이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다.

3)그러나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일반의(一般醫)로서 진료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공급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 남기 힘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를 원할 것이고, 시설투자나 진료기법, 의료인의 능력·경력 등으로 보아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에서 벗어나 일반의(一般醫)로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점이 쉽게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진료는 결국 2류 진료로 전락하고, 그 결과 다수의 국민이 보험진료보다는 많게는 서너배가 넘는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중산층 이상의 건강보험의 탈퇴요구와 맞물려 자칫 의료보험체계 전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사교육영역에서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과외교습의 과열경쟁도 이러한 위험성을 시사하고 있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는 노력과 금전적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풍토에서, 가족의 건강과 질병퇴치를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찾아 나서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부모의 자유영역에 속하는 사교육과는 달리,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이를 위하여 국민에게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국가적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의료보험제도 밖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료서비스의 양분화를 초래하여 의료보장체계의 기초가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강제지정제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보장체계의 원활한 기능확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고, 입법자의 이러한 예측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강제지정제가 입법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배려하는가의 여부

1)위와 같은 이유로 국가가 강제지정에 대한 예외를 의료인에게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강제지정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제약은 강제지정제 하에서도 의료행위를 통하여 각자의 직업관·가치관을 실현하고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료인에게 개방함으로써 완화되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료보험의 기능보장이란 입법목적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강제지정제의 범주 내에서 의료인의 자유로운 직업활동을 허용할 수 있음에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으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된다.

2)현재의 의료보험수가제도를 보자면, 의료행위의 내용과 양에 따라 진료비가 정해지는 진료행위별 수가제를 바탕으로 하여 진료행위를 약 3,500여 가지로 세분하여 각각의 금액을 합산하여 결정하고 있다. 즉, 의료보험수가는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시간·노력 등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정된다(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4조 제2항).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3항은 또 요양기관을 제1차, 제2차, 제3차 의료기관 및 특수의료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제35조에서 요양급여의 비용을 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법도 요양기관을 일반요양기관과 종합전문요양기관 또는 전문요양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40조 제2항) 종합전문요양기관 또는 전문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요양급여의 비용을 일반요양기관과 달리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같은 조 제3항).

3)또한 구 의료보험법 제29조 제3항에서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이에 근거한 의료보험 요양급여기준(보건사회부고시 제89-30호)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급여대상을 열거해 놓고, 특수한 진료기법으로 진료를 하고자 하는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비급여대상으로 인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9조 제3항에서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기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하여 비급여대상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 근거한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2000. 6. 30. 보건복지부령 제158호로 제정된 것)에서, 요양기관은 신 의료기술 즉 종래 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진료행위나 약제 및 치료재료에 대하여 급여대상여부의 결정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할 수 있고(제10조), 이미 급여대상에 포함된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의료인은 이에 대한 보험수가의 새로운 조정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위와 같이 요양급여비용의 산정제도가 의료행위의 질과 설비투자의 정도를 상당한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는바, 현재의 의료보험수가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하에서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직업관을 실현하고 인격을 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포괄적인 제한에도 불구하고 강제지정제의 범주 내에서 가능하면 직업행사의 자유를 고려하고 존중하는 여러 규정을 갖추고 있으므로, 강제지정제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또한 법익균형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의료인들의 직업행사의 자유가 크게 제약을 받고 있기는 하나 강제지정제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제한을 통하여 얻는 공익적 성과와 제한의 정도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현저하게 일탈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에 부응하는 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하여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의 질적 수준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며, 의료인에게 의료기술발전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현재 약 1만건 이상 계류되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능력있는 의료인들의 반발이 크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소득대비 4-5%로서 낮게 유지되고 있음으로써(유럽의 다수국가는 20% 이상), 그 발생이 우려되는 의료서비스의 하향평준화 및 보험재정의 파탄을 막으면서 동시에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일정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비급여의 대상과 종목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필요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강제지정제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거나 보험급여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민간의료기관이 의료보험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의 침해여부

이 사건 강제지정제로 인하여 의료소비자인 국민은 의료인과의 사적 계약을 통하여 의료행위의 질, 범위, 보수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법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의료보험에 의하여 보장되는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서 법이 정한 기준의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의료보험의 기능확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행해지는 것이며, 제한을 받는 경우에도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 비급여대상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의 위반여부

평등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

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

이에 동일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같게 취급한다면 자의적인 입법으로써 평등권을 위반하게 된다. 이미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시설·장비·인력·기술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양급여의 비용산정과 비급여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모든 의료기관의 일률적인 강제지정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6. 결 론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제4항,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 2내지 5의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가.헌법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문화의 틀을 법률적으로 구성하여 놓은 것이므로 어떤 제도가 이 틀에 맞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위헌이 된다고 할 것인데, 다수의견이 지칭하는 소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당연 요양기관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의 틀에 어긋나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이로써 삶의 질이 계속 향상되는 문화사회를 지향한다. 의료는 인류문화의 중요한 한 요소로서 학문과 기술의 결합체인데 학문과 기술은 그 속성상 자고로 통제와 답습 속에서는 그 생명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의료에 대한 국가의 획일적 통제시스템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그리고 의료가 학문과 기술의 결합체임을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훌륭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뒤에 보는 바와 같이 그 채택한 바의 수단이 자유와 창의에 역행하고 이로써 문화의 발전에 장애가 되어 위헌의 판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다수의견은, 직업의 자유를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로 구분한 뒤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하여는 공익을 위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더 광범위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사회보험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는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이 분석 각도의 차이에 따라 별개로 이름을 얻은 것이어서 원래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따라서 직업수행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한되는 방식과 정도에 따라서는 그 직업의 선택을 무의미하게 하여 그 직업의 본질을 해치는 경우가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그 제한은 위헌이 되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강제지정제의 단점에 대한 설명에서 이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때문에 법이 정한 일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치료를 하게 마련이고 자기의 배우고 연구하고 익힌 바에 따라 소신껏 치료를 하기 어렵다면 의사라는 직업의 보람과 본질은 결정적으로 훼손

된다.

다.통제를 하는 국가기관이 신과 같은 무오류의 존재라고 하더라도 자유와 창의의 위축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터인데 항차 실제로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구가 국가의 일상적 관료라고 한다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게 된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관료제도와 결합하게 되면 관료제도의 속성상 그 관리기구는 점점 방대하여지고 그 권한은 점점 더 커지며 그 비용은 날로 늘어나는 폐단을 일으키기 쉬워서 양질의 의료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데 기여한다는 본래의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의료의 측면에서 보면 부수적이라고 할 인사, 조직, 처우, 노사 등의 문제 처리에 영일이 없게 된다.

한가지만 예를 들어본다면 다수의견이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의료보험수가제도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양에 따라 진료비가 정하여지는 진료행위별 수가제를 바탕으로 하여 진료행위를 약 3,500여 가지로 세분하여 각각의 금액을 합산하여 진료비를 결정하고 있는데, 진료행위별 수가제라는 것은, 진료에 사용된 약값 또는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 하나하나마다 일정한 값을 정하여 의료비를 지급토록 하는 제도이므로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수가는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시간·노력 등 업무량,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정된다.

이와 같은 복잡한 과정이 관료제도에 의지하여 시행되면서는 불가피하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사, 조직, 처우, 노사 등의 문제 때문에 본래의 일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려운 폐단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 요양기관을 제1차, 제2차, 제3차 의료기관 및 특수의료기관으로, 또는 일반요양기관과 종합전문요양기관 내지 전문요양기관으로 구분하는 일, 이에 따라 요양급여의 비용을 달리 하는 일, 요양기관의 시설·장비·인력 및 진료과목 등의 차이를 고려하여 의료급여의 비용을 달리 산정하도록 하는 일,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급여대상을 정하고 구체적인 진료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일, 새로운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를 만드는 일 등의 복잡한 일이 비전문가일 수도 있는 관료 내지 유사관료에 의하여 어느정도나 정확하고 신속하고 발전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하는 점에 대하여도 역시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소위 시장경제의 자율적 매카니즘이 여러 분야에서 채택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통제시스템은 한편으로는 통제권을 행사하는 측의 부패만연을 걱정하여야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통제를 받는 측의 안일과 나태를 걱정하여야 하며 또다른 한편에서는 수혜자측의 과잉수혜를 걱정하여야 하는 3중의 폐단을 지닌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에 대하여도 역시 유사한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라.다수의견은 계약지정제를 채택하게 되면 충분한 숫자의 보험의를 확보할 수 없어 의료보험의 기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단정은 실증적 근거가 없고 설사 근거가 있다 하여도 그 책임의 소재에 대하여는 이견이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 근거 없음이나 책임의 소재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단정은, 의료보험이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이 강제지정제와 계약지정제의 두가지 길밖에 없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다른 제3의 길도 있고 그 제3의 길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그것은 바로 공공의료시설의 확충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자선기구

등이 적정한 수의 공공의료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도록 한다면 강제지정제의 폐단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도 이를 인정하면서 현실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에 공공의료시설이 태부족이므로 이 방법에 의할 수는 없고 우선은 강제지정제의 채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충분한 숫자의 공공의료시설이 확보될 때까지는 강제지정제를 채택하고 장차 공공의료시설이 충분히 확보되면 그때 가서 계약지정제를 채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먼저 공공의료시설의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하고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그 정도에 맞추어 의료보험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였어야 할 것이다.

마.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일의 순서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순서를 그릇친 문제는 다음 두가지에서 연유한다. 하나는 획일적 통제제도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과신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이기적 습성에 대한 무시(無視)이다. 이러한 과신과 무시에서 출발하는 모든 제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계획경제의 전철이 보여주듯, 제대로 소기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과연 거둘 것인지 의심스럽다.

바.결국,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첫째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이로써 문화의 발전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그 채택이 주저되는 수단이고 둘째로 획일적 통제제도의 비효율성에 비추어 그 제도의 장기적 성과가 상대적으로 의심되는 수단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심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기본권 제한의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수단의 적정성을 결한다는 결론을 짓게 하며, 따라서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별지 1〕 대리인 명단:생략

〔별지 2〕

다.보건복지부장관 및 의료보험연합회의 의견

(1) 99헌바76 사건

(가)요양기관을 계약제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지정제로 할 것인가의 여부는 국민에 대한 보건의료정책에 관하여 폭넓은 입법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자가 사회보장제도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고려하여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요양기관을 계약제로 할 경우 발생하게될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

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보다 중대한 공익을 위하여 사익을 다소 침해한 것으로 법익균형성이 있으며, 전 국민이 의료보험대상이라는 점에서 누구든지 관련법률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설립만 하면 별다른 조건없이 요양기관으로 지정됨으로써 의료보험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오히려 모든 의료기관에게 요양기관을 개방한 것으로 적절한 방법이고 피해를 최소화한 제도로서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의료보험법 제29조 제3항 및 이에 근거한 의료보험 요양급여기준(보건사회부고시 제89-30호)은 누구든지 특수 또는 새로운 기법 등으로 진료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비급여대상으로 사전인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위 고시 Ⅲ-1-다). 따라서 청구인의 수술기법이 특수하거나 또는 새로운 것이라면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전인정을 받아 새로운 보험수가로 인정을 받든지 아니면 보험재정과 관련하여 비급여대상으로 인정받는 방법이 있으므로, 의료보험요양기관의 강제지정제도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청구인과 같은 의료인은 의료시술자적 지위에 있는 공인으로서 헌법 제36조 제3항이 규정하는 국민의 보건을 보호할 사명이 있다 할 것이므로, 공공복리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법 영역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또는 당연지정제의 규정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 2000헌마505 사건

(가)청구인들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에 의하여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 아니라 ‘특허제도로서의 의사면허’를 가진 자의 법적 지위, 즉 국가 의사제도 하에서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특허에 관한 것이다. 청구인들과 같은 의료인들은 국가가 법률로 정한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권리를 갖는다고 할 뿐이고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나)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국민의 95%를 상회하는바, 의료기관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국민 전체가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이고 비교적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의료기관의 헌법상 보장된 자유에 대한 제한은 헌법에서 허용하는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은 것이다.

(다)국민건강보험법제40조 제2항 및 제3항 및 위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에 의해 의료기관은 그 능력과 시설투자에 따라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과는 차별된 경제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법 제40조 제1항의 당연 요양기관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라)일부 상류계층의 국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어떠한 종류의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경제력으로 적정한 수준의 균질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는 바로 이러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목적에 의하여 정당화되는 합헌적인 제한이다.

(마)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의료인의 학문행위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어떠한 내용도

담고 있지 않으므로, 학문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바)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재산의 소유 및 상속은 물론이고 재산권의 이용·수익·처분의 권능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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