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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도237 판결

[명예훼손][공1994.10.1.(977),2573]

판시사항

가.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

나.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지도 않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었는데도 피고인들의 명예훼손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 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지도 않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었는데도 피고인들의 명예훼손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본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피고인 2의 1992.6.25.자 명예훼손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 1, 2는 대구 서구 (이하생략) 소재 아파트의 1992년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부회장으로서, 피고인 1은, ① 1992.3.9. 22:00경 위 아파트 노인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를 마친 후 공소외 이춘우 등 대표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연히 "아파트 관리비가 약 42,000,000원이 빈다"라고 말을 하여 1991년도 회장인 피해자 1 및 관리소장인 피해자 2가 관리비를 횡령한 것처럼 말하여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② 같은 해 4.8.22:00경 위 노인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를 마친 후 위 이춘우 외 10여명의 동대표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연히 "관리소장이 부정을 저질러서 감사를 해야 되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 2의 명예를 훼손하고, ③ 같은 해 6.10. 20:00경 위 노인정에서 부녀회원 및 통반장 연석회의를 하던 중 부녀회원 및 통반장 21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연히 "전 회장 때 돈이 26,000,000원이 빈다"라고 말을 하여 피해자 1의 명예를 훼손하고, ④ 같은 해 6.25. 20:00경 위 아파트 101동 23통 4반 반장 집에서 반상회를 하던 중 반원 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연히 "관리비 27,000,000원이 빈다"라고 말을 하여 위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같은 해 7.17.경 위 아파트에서 피고인 1이 "부채대비 26,000,000원 상당액의 자금부족 발견, 이월 부족액 8,988,310원 등, 계 35,059,489원과 현금 시재 3,372,000원의 해명을 관리소장에게 요청하고 있는데 해명도 받기 전에 신병악화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사퇴한다"는 내용의 인사말씀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하여 같은 달 18. 21:30경 피고인 2가 위 아파트 478세대에 각 배포하여 위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 1이 위 ①의 일시, 장소에서 "아파트 관리비가 약 42,000,000원이 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피해자 1, 2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한편 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이 그와 같이 말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위 아파트 1992년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부회장으로 선출된 피고인들이 그 직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회장으로부터 인수·인계받은 회계장부를 검토한 결과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실시한 공인회계사의 감사자료 등에 의하여 밝혀진 사실을 위 아파트 전입주자들의 공익을 위하여 그들에게 이를 보고·설명한 행위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로 한 행위는 아니라 할 것이어서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거나 또는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먼저 피고인 1의 1992.3.9.자 범죄사실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보건대, 기록상 이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피고인 1이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인 이춘우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있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이춘우의 진술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아니한 채 위 이춘우로부터 들어서 안다는 정도에 불과한 피해자 1, 2의 각 진술만을 배척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설사 원심이 피해자 1, 2의 각 진술을 믿을 수 없다 하여 배척한 데에 위 이춘우의 진술을 배척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직접증거인 위 이춘우의 진술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배척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그 나머지 범죄사실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본다.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위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당원 1993.6.22. 선고 92도3160 판결 ; 1993.6.22. 선고 93도1035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은 전년도 회장 또는 관리소장인 피해자들이 아파트 관리비를 횡령하였다는 것으로서, 이는 위 아파트 입주자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실임이 분명하고, 피고인들은 이와 같은 사실은 입주자들이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하였기에 사실대로 알려 준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주요한 목적이 다른 개인적인 동기 때문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으므로, 원심이 위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연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있는 각 감사보고서(수사기록 60, 67면) 및 감사결과보고서(수사기록 37면)의 각 기재와 위 이춘우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및 부회장으로 선출될 때까지는 위 아파트 관리와 관련하여 그 입주자들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피고인들이 선출된 후 별다른 자료의 제시도 없이 전년도 회장과 관리소장인 피해자들에게 비리가 있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비로소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피고인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1992.4. 하순부터 같은 해 5. 초순 사이에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하여 실시한 감사결과에서 일부 회계처리상의 사소한 잘못이 지적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들의 비리는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같은 해 6.경 실시한 자체 감사결과에서도 피해자들의 비리는 밝혀지지 아니하고 오히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는데, 그 이후에도 피고인들은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마치 무슨 비리가 있는 것처럼 말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음은 물론, 설사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비리가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의 독단적인 추측에 불과한 것일 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 자체가 피해자들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인 데다가,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독단적으로 추측하여 말한 것이고, 더구나 일부 범죄사실은 피해자 2가 1992.7.14. 피고인들의 요구에 따라 해명서를 제출한 이후에 이루어졌던 점 등으로 보면, 피고인들에게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라) 결국 원심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없이 증거가 없다고 하거나,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 그 적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는 없었다고 보이는데도 피고인들의 변소에 치우친 나머지 위법성 또는 범의가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거나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고 검사의 상고를 인용하되 피고인 2에 대한 위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도 전부 파기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1993.12.23.선고 93노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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