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조사확정재판에대한이의의소][미간행]
채무자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유진 외 1인)
재단법인 삼성꿈장학재단 외 1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문희춘)
2019. 7. 18.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부산지방법원 2017. 9. 4.자 2012하확33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들의 채무자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은 이미 확정된 각 553,287,671원 외에 추가로 존재하지 아니함을, 후순위 파산채권은 이미 확정된 각 500,000,000원에 대한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 외에 추가로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구한다.
1. 인정사실 및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1. 인정사실’ 및 ‘3. 판단’ 중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부분)의 각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손해액의 산정
피고들이 2010. 6. 29. 이 사건 펀드에 각 50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들이 그 투자원금 전부를 회수하지 못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부산저축은행은 피고들이 이 사건 펀드에 투자한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2011. 2.경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고, 금융감독원의 자산ㆍ부채 실사 결과 2010. 12.말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으며, BIS 자기자본비율이 -50.29%로 드러난 사실이 인정되고, 부산저축은행이 2012. 8. 16. 부산지방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부산저축은행 발행의 전환우선주식에 대한 배당금 및 그 주식의 매각대금을 투자수익으로 삼는 이 사건 펀드의 기초자산이 되는 전환우선주식의 가치나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에 대한 잔존가치는 0원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들의 손해액은 투자원금 전액인 500억 원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책임의 제한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부산저축은행의 책임이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인정된 비율보다 대폭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① 피고들이 인수한 부산저축은행의 전환우선주식의 가치가 0원이 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험은 이 사건 펀드 상품에 전형적으로 내재된 것이었고, ② 피고들은 금융투자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관리위원회 등의 전문적 판단 아래 이 사건 펀드의 위험을 인지하고도 투자를 결정하였으며, ③ 피고들의 기금관리위원회 및 소위원회나 기금운용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서 피고들로부터 기금운영ㆍ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소외인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한 재무상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들에게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한 이상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를 주도한 소외인의 귀책사유를 피고들의 과실로 참작하여야 하고, ④ 부산저축은행의 파산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지 전적으로 분식회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며, 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케이티비자산운용이나 소외인에 대하여는 그 책임이 40%로 제한되었으므로, 부산저축은행의 책임비율은 40% 이하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부산저축은행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동원한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통해 피고들의 투자금을 영득하였음이 분명함에도 책임제한을 허용하면 영득 자체를 정당화시켜 주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부산저축은행에 대하여 책임제한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고,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인정된 부산저축은행의 책임비율이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 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피용자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용자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그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면 사용자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에 이러한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5695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27 내지 8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산저축은행이 피고들에게 배상할 손해액은 과실참작과 손해의 공평한 분배라는 견지에서 피고들이 입은 손해액의 8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펀드는 부산저축은행 발행의 전환우선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서, 부산저축은행이 재정적 파탄에 이를 경우 채권자보다 열후한 순위에 놓이게 되고, 연 12%대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점에서 높은 투자위험이 내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사건 펀드는 위탁자와 투자자 사이의 개별계약에 따라 형성되는 이른바 ‘사모펀드’로서, 공모펀드(공모간접투자기구)에 비하여 피고들에게 더욱 엄격한 자기책임의 원칙이 요구된다.
②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피고들의 기금관리위원 또는 기금운용자문위원들은 금융투자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 피고들의 기금관리위원 또는 기금운용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구조가 일부 변경되기도 하였다.
③ 소외인이 작성한 이 사건 펀드의 상품제안서 중 ‘주요 투자 위험’이라는 항목에 영업환경 악화리스크, 최저배당 미지급 위험, Exit Risk 등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들의 기금관리위원 또는 기금운용자문위원들도 고수익 상품인 이 사건 펀드의 원금손실가능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의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 결정에 소외인의 부당권유 내지 설명의무 위반이 영향을 미쳤지만, 피고들의 기금관리위원 또는 기금운용자문위원들이 전적으로 소외인의 과장된 언동에만 의존하여 투자를 결정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④ 피고들이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 당시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 원 이상으로 전문투자자에 해당할 수 있는 투자규모 요건을 갖추고 있었고, 예탁한 자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금융기관에 유사한 업무를 하는 등 풍부한 투자 및 거래 경험이 있었다.
⑤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피고들의 투자를 권유하고 이를 주도한 소외인은 피고들이 위촉한 기금관리위원 또는 기금운용자문위원이었다.
⑥ 비록 부산저축은행의 피용자인 임직원들의 고의적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부산저축은행의 사용자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로 인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
⑦ 다만 케이티비자산운용 및 소외인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는 이 사건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설명의무 위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한 단정적 판단 제공 등에 의한 부당권유행위인 반면, 부산저축은행의 사용자책임은 그 임직원들의 고의적 분식회계 방법을 동원한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기한 것이어서 고의ㆍ과실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 이 사건 펀드의 손실이 발생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분식회계로 말미암은 것인데, 소외인이 그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자료 작성의 기초가 된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회계 관련 정보가 거짓일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부산저축은행은 그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인 피고들의 투자금 전액을 취득한 반면, 케이티비자산운용이나 소외인이 그로부터 직접 취득한 이익은 없는 점(이 사건 펀드의 운용에 따른 운용보수를 취득하였을 뿐이다)을 함께 고려하여 볼 때, 가해자인 부산저축은행과 케이티비자산운용 측의 과실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책임제한의 비율을 달리 정함이 타당하다.
3. 케이티비자산운용의 변제로 피고들의 파산채권이 감축되는지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430조 제2항 에 따라 케이티비자산운용이 피고들의 권리를 취득한다는 주장
채무자회생법 제428조 , 제430조 제1항 단서는, 채권자가 파산선고시를 기준으로 가진 채권의 전액에 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때에는 장래의 구상권자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채권자가 채권 일부에 관하여만 권리를 행사한 때에 장래의 구상권자는 그 잔액 범위 내에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같은 법 제430조 제2항 에서 장래의 구상권자가 변제를 한 때에는 그 변제의 비율에 따라 채권자의 권리를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1 , 2항 의 조문 구조와 제430조 제2항 의 명시적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제430조 제2항 은 장래의 구상권자가 실제로 변제까지 하였다면 채권자의 우월성을 인정한 제430조 제1항 단서를 수정하여 구상권자가 그 변제가액의 비율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민법상 변제자 대위의 원칙이 파산절차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케이티비자산운용 사건에 대한 판결의 확정으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구상권자인 케이티비자산운용이 피고들에게 가지급한 돈에 관하여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케이티비자산운용은 그 변제 부분에 관하여 피고들의 파산채권을 취득하였고, 피고들의 파산채권은 케이티비자산운용의 변제액만큼 감축되었다.
2)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의 유추적용으로 피고들의 파산채권이 감축된다는 주장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는 여럿의 보증인이 각각 채무의 일부를 부담한 경우 그 부담부분에 관하여는 전부 이행의무를 지는 경우와 성질이 같으므로, 현존액주의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규정들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대외적 부담범위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들 중 부담범위가 작은 채무자 1인이 자신의 대외적 채무 전부를 이행한 경우 일부 보증에서 보증인과 주채무자 사이의 관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고 양자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없으며, 부진정연대채무는 해석상 확립된 법리로 인정되어 온 다수당자사 사이의 채무관계이고,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가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한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부 보증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도 유추적용되므로, 피고들의 파산채권도 그 이행된 부분만큼 감축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2항 에 따라 피고들의 파산채권이 감축되는지 여부
(가) 채무자회생법 제428조 에 의하면, 여럿의 채무자가 각각 전부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 그 채무자의 전원 또는 일부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채권자는 파산선고시에 가진 채권의 전액에 관하여 각 파산재단에 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 중 어느 전부의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지는 자(이하 ‘전부의무자’라고 한다)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위 채권 전액에 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채권자는 파산선고 후 다른 전부의무자로부터 채권의 일부를 변제받더라도 그에 의하여 채권 전액에 대한 만족을 얻은 것이 아닌 한 여전히 채권 전액에 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에 대하여 장래의 구상권을 가지는 전부의무자가 파산선고시에 가진 채권의 전액을 파산채권으로 행사한 채권자에게 변제를 한 때에는 그 변제의 비율에 따라 채권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2항 은, 장래의 구상권을 가지는 전부의무자의 변제에 의하거나 또는 그 변제와 파산절차에서의 배당 등에 의하여 채권자가 채권 전액의 만족을 얻게 되는 경우에 위 변제한 전부의무자가 그 변제액의 비율에 따라 채권자의 권리를 취득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해석되고, 채권의 일부를 대위변제한 전부의무자가 자신이 변제한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와 함께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2항 과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던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10조 제2항 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4942 판결 , 위 규정들과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던 구 파산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2항 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3775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부산저축은행에 대하여 장래의 구상권을 가지는 케이티비자산운용이 피고들에게 케이티비자산운용 사건의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들이 파산선고시에 가진 채권 전액에 대하여 만족을 얻은 것이 아닌 이상 케이티비자산운용이 그 변제한 가액에 비례하여 피고들의 권리를 취득할 수는 없고, 피고들은 여전히 채권 전액에 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더욱이 케이티비자산운용이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1항 에서 정한 전부의무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명백하고, 따라서 같은 조 제2항 에서 정한 ‘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구상권을 가진 자’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므로, 케이티비자산운용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2항 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2)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의 유추적용으로 피고들의 파산채권이 감축되는지 여부
(가) 여러 명의 보증인이 각각 채무의 일부를 부담한 경우에 그 부담부분에 관하여는 전부 이행의 의무를 지는 경우와 성질이 같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는 여럿의 보증인이 각각 채무의 일부를 보증하는 때에 그 보증하는 부분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428조 , 제429조 , 제430조 제1항 , 제2항 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우선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에 따른 대위행사의 요건이 어떠한지, 즉 일부 보증의 경우에 보증인이 채권자의 권리를 취득하여 대위행사하려면 채권자의 채권 전액을 변제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보증하는 부분만을 전액 변제한 것으로 충분한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만약 전자를 대위행사의 요건으로 본다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살피건대, 일부 보증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보증인이 자신의 보증 부분만을 전액 변제하면, 채권자의 채권 전액이 소멸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변제액의 비율에 따라 파산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①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는 일부 보증의 경우에 ‘그 보증하는 부분’에 관하여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보증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주채무자와 보증인이 각각 전부의무를 부담하는 관계가 되므로 그 한도에서만 현존액주의에 관한 제428조 , 제430조 제1항 , 제2항 의 규정들이 준용된다고 보아야 하고, 전부의무관계가 없는 부분에 관하여는 그 준용도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채무의 일부만을 보증한 보증인이 그 보증하는 부분을 변제하였다면 이로써 전부의무부분은 전액 변제된 것이므로, 실체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 전부의무부분에 관한 채권자의 파산채권은 소멸되고 구상권자가 이를 대위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위 규정의 문언에 부합한다.
②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도산절차 개시 후에 다른 전부의무자의 변제가 있어도 채권자의 채권 전액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 한 회생채권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현존액주의에 관한 기존의 해석에 따라 회생절차에서의 다수당사자 채권관계에 관한 종전의 규정들을 개정하면서도 일부 보증에 관한 준용 규정인 제130조 를 따로 두었고, 파산절차에서도 종전의 동일한 규정을 그대로 승계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의 의도는 일부 보증의 경우 보증 부분만의 전액 변제를 대위행사의 요건으로 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③ 비록 전부의무관계에서 채권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기는 하지만, 보증채무 자체에 관하여 보면 보증인은 그 전액을 변제하여 보증채무를 소멸시켰음에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평에 반한다.
④ 전부의무자가 채권을 일부 변제한 경우에 그가 파산채권자를 대위하여 파산절차에서 배당받더라도 그 배당받은 금액으로 다시 채권자에게 변제하여야 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과 달리, 채무의 일부만을 보증한 보증인은 보증 부분만 변제하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변제의 의무가 없어 위와 같은 구상의 순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
(다) 다음으로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도 일부 보증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를 유추적용하여, 원고의 주장과 같이 대외적 부담범위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들 중 부담범위가 작은 채무자 1인이 자신의 채무 전부를 이행한 경우 그 변제액의 비율에 따라 채권자와 함께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는 수인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고,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소액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 다액 채무자의 채무도 같은 범위에서 소멸한다는 점( 대법원 2012. 2. 9. 선고 2009다72094 판결 참조)에서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하는 소액 채무자와 다액 채무자 사이의 관계가 일부 보증의 경우에 보증인과 주채무자 사이의 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음은 원고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일부 보증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대하여는 유추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① 도산절차에서의 현존액주의를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126조 , 제127조 및 같은 취지의 제428조 , 제430조 는 다수당사자의 채권관계에서 가급적 채권자에게 더 많은 변제를 하고자 하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그 적용을 축소하거나 배제하기 위하여는 명시적 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일부 보증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의 적용이 결과적으로 일부 보증의 경우에 현존액주의에 관한 일반 규정의 적용을 일부 배제하여 채권자의 채권을 감축시키게 되므로, 부진정연대채무에 관하여도 위 규정과 유사하게 공통된 부담 부분에 한하여 현존액주의가 적용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상, 결국 위 규정의 유추적용 범위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존액주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채무 전부를 이행한 부진정연대채무자와 아직 채무 전부를 변제받지 못한 채권자 중 누구를 더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② 부진정연대채무는 채무자들의 자력, 변제 순서, 이들 사이의 구상관계와 무관하게 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보장하려는 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고(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52898 판결 등 참조), 채권자는 채무자들 가운데 누구에게라도 그 책임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채무자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가 없는 결과 채무자에게 생긴 사유 중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변제 등과 같은 사유 외에는 다른 채무자에게 그 효력이 미치는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③ 그런데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대하여도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를 유추적용하여 소액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였음을 이유로 현존액주의의 적용을 배제하여 구상권을 행사하게 할 경우, 채권자가 당해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았더라면 파산채권 중 다액 채무자인 파산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 먼저 소멸하게 됨에도(위 대법원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소액 채무자로부터 먼저 변제받았다는 이유로 채권자의 만족액이 적어지게 된다. 이는 채권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큰 파산절차에서 오히려 다른 채무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채권자가 파산재단과 소액 채무자 중 누구로부터 먼저 변제받는지 여부, 즉 권리행사의 순서에 따라 채권회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채무자들의 자력이나 변제 순서 등과 무관하게 채권의 공동 담보력 강화를 통하여 채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 사건과 같이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다른 채무자가 공동불법행위자이고, 원칙적으로 보증인과 채권자 사이의 약정이 필요한 보증관계와 달리 공동불법행위자들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④ 나아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서는 채무자들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가 없으므로 일부 보증의 경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내부적 구상관계를 당연한 내용으로 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형평의 원칙 등에 따라 채무자 사이에서 구상권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소액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전액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변제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원칙이고(변제자 대위권은 구상권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구상권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사할 수 없다), 그와 같은 경우 파산채무자는 소액 채무자의 우선 변제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그 변제액에 상응하는 파산채권에 대하여 변제의무를 면하게 된다. 이 사건과 같이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에서 구상관계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자인 소액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어 내부적인 부담 부분이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파산채무자로서는 내부적인 부담 비율에 따른 일부 파산채권에 대하여 변제의무를 면함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소액 채무자가 우선 변제하는 경우 원채권자의 파산채권액 감소 아래 그 감소액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한 파산채권 부분은 원채권자나 변제자 모두 권리의 행사가 불가능하게 되고, 소액 채무자의 변제를 기다려 채권자에 대한 파산재단의 배당을 늦출수록 파산채무자는 파산채권액이 감소되는 혜택을 입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
비록 현존액주의에 관한 원칙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28조 등에서 정한 전부의무자에 부진정연대채무자가 포함된다고 주1) 해석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부적 구상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대하여 일부 보증에 관한 제431조 의 규정까지 유추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⑤ 민법상 일부변제에 의한 대위의 경우 일부변제자는 단독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채권자의 권리행사에 부수하여서만 할 수 있으며,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담보에 관한 원채권자의 권리가 일부변제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도 원채권자가 일부변제자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가진다(이른바 채권자우선설, 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8046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부대위의 법리는 전부보증의 보증채무 중 일부를 변제한 경우뿐만 아니라 일부 보증채무의 전부를 변제하였으나 주채무에 관하여는 일부변제에 그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비록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부 보증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431조 의 대위행사 요건에 관하여는 그 문언 등을 이유로 위 법리와 다른 취지로 해석하였으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대하여는 원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우선된다고 보는 민법상 일부대위의 원칙으로 돌아감이 타당하다.
(라)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은 각 400억 원(= 500억 원 × 80%) 및 이에 대하여 2010. 6. 29.부터 2012. 8. 15.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4,263,013,698원 합계 각 44,263,013,698원이고, 후순위파산채권은 각 400억 원에 대하여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 된다. 그 중 관련 사건에서 확정된 파산채권 각 553,287,671원(5억 원 및 이에 대한 2010. 6. 29.부터 2012. 8. 15.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53,287,671원)과 후순위파산채권 각 5억 원에 대한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차감하면, 피고들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나머지 파산채권은 각 43,709,726,027원(= 44,263,013,698원 - 553,287,671원)이 되고, 후순위파산채권은 각 395억 원(= 400억 원 - 5억 원)에 대하여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이 된다.
결국 피고들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은 이미 확정된 각 553,287,671원 외에 추가로 각 43,709,726,027원이 존재하고, 후순위파산채권은 이미 확정된 각 500,000,000원에 대한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 외에 추가로 각 39,500,000,000원에 대하여 2012.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이 존재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채권조사확정재판은 정당하므로 인가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한다.
주1) 전부의무자에 부진정연대채무자가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채권자의 채권 전액이 만족되지 않는 한 채권자로서는 파산선고 당시의 채권 전액에 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현존액주의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