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잠입·탈출)·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등)][집56(1)형,538;공2008상,718]
[1]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의 상실 여부(소극)
[3]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한 경우, 그 방문행위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의 탈출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4] 국가보안법상 ‘동조행위’의 의미 및 판단 방법
[5]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한 기간 동안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의장 등을 만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협의회 내지 모임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그 강령ㆍ규약의 개정을 논의하고 이를 개정한 경우 국가보안법상 회합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1]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다수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 제3항 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이적단체 구성·가입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한다”는 국가보안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 제1항 )과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국가보안법 해석·적용의 기본 원칙( 같은 법 제1조 제2항 ),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
(나) 비록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가 표면적으로 이적성 탈피와 대중성 강화를 위해 강령·규약을 개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더라도, 위 단체는 피고인이 가입할 당시에는 적어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자신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의 별개의견] (가)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경우로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구체적으로는 그 단체가 규약·강령·조직과 임원구성·내부결의·외부에 표명된 단체의 의사·대외활동 등으로 추단되는 그 단체의 목적, 목표, 활동방향 등 집단의사 자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 하여 그 사실만으로 그 단체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해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이 추단되는 단체의 집단의사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으로 그 단체가 정한 것이 오로지 무장봉기 등 자유민주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일 때에 한하여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여야 한다.
(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활동이나 의사 표현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국가의 존립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용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있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3] [다수의견]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2005. 5. 31. 법률 제7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에서 말하는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는 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는 북한 왕래를 하게 된 경위, 같은 법 제9조 제1항 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았는지 여부, 북한 왕래의 구체적인 목적이 같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교역 및 협력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 북한 왕래자가 그 교역 및 협력사업을 실제로 행하였는지 여부, 북한 왕래 전후의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북한 방문을 희망하는 사람으로부터 방문증명서 발급 신청을 받은 통일부장관은 그 방문목적이 같은 법에서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사하고 그 방문을 허용함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함께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그 사람이 북한을 방문하여 그 방문목적으로 정한 행위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남북교류와 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 그 방문목적이 기재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4항 ). 따라서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여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을 행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방문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방문목적을 속여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은 다음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에 따른 행위는 전혀 하지 않고 다른 행위를 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북한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은 방문증명서를 받기 위한 외형상의 구실에 불과하여 방문증명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북한 방문이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북한 방문행위가 국가보안법이 정한 탈출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남북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려는 같은 법의 목적 내지 통일부장관이 북한 방문을 허용한 정책적 판단의 취지를 가볍게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방문자가 통일부장관이 허용한 방문목적에 부합하는 행위를 실제로 하는 한편, 그 방문 기회를 이용하여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다른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북한 방문행위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방문목적별로 나누어서 따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북한 방문자가 오로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다른 행위를 하기 위하여 북한을 방문한 것이고 밖으로 내세운 방문목적은 단지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아내기 위한 명목상의 구실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북한 방문행위 자체는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것이고, 그 다른 행위에 대하여 해당 처벌 조항에 따른 죄책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더 나아가 북한 방문행위 자체를 통일부장관이 허용한 방문목적과 전혀 다른 행위를 한 위의 경우와 동일시하여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하고 국가보안법상의 탈출행위로 처벌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였다면, 그와 같은 절차를 제대로 거쳐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행위는 국가보안법이 정한 탈출죄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할 여지가 없어,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보안법상 탈출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는 다수의견에서, 그 북한 방문목적에 따라 국가보안법상의 탈출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방문목적을 속여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은 다음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에 따른 행위는 전혀 하지 않고 다른 행위를 한 경우” 등과 같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인바, 그와 같은 행위가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2005. 5. 31. 법률 제7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은 때”( 제27조 제1항 )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죄책을 지우거나 북한 방문중에 행한 구체적인 행위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위 법률이나 국가보안법의 해당 규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애당초 탈출이라고 볼 수 없는 행위가 그 숨은 방문목적이 어떠하였는지에 따라 탈출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이 적정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탈출죄의 적용 여부를 달리하여서도 아니 된다.
[4] [다수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서 말하는 ‘동조’행위라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조항에서 정한 동조죄를 범하였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열린 집회인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북한 당국자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동조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관 고현철, 김황식, 안대희의 별개의견] 다수의견 (가)에는 견해를 같이 하지만, 집회에 참가하여 다른 사람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 동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집회 참석자가 그 집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 집회 참석 전후의 활동과 행적, 해당 집회의 성격·개최 경위·구체적 진행 과정과 집회 개최를 둘러싼 전후 사정, 집회에서 이루어진 연설의 구체적 의미 등에 비추어, 그 집회 참가자의 집회 참가와 그 집회에서 보인 행동이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에 호응·가세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동조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동조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고 할 것인바,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이 내포하는 구체적 의미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상징성,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에서 진행된 “민족통일대축전”의 개막식 행사의 구체적 진행 과정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 방문자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는 등 호응한 것은 북한 방문대표단 일부의 개막식 행사 참가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적극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그 구성원의 활동으로서 북한의 통일노선을 표방하는 조국통일 3대 헌장 취지에 호응, 가세하면서 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방법으로 이에 동조한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고, 이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5] [다수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에 정한 회합·통신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하고, 그 회합·통신 등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나)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은 북한 방문 자체를 허용한다는 것일 뿐, 북한 방문중에 이루어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위까지 모두 허용한다거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북한 방문중에 이루어진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의 회합 등 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각 행위마다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기회에 이루어진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의 회합행위 등이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회합은 정치적 논의를 금지하는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에 위반되는 것이고, 그 협의회 등에서 논의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강령·규약은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사회주의 혁명을 기본 목표로 하는 북한과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르는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및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비록 종전보다 내용을 완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이 논의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여전히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전복과 적화통일 및 사회주의 체제 실현을 추종하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종전 기본노선을 유지하면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합법성을 표방하고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므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 방문을 기화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회합을 가진 행위는 남북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고, 당시 피고인 또한,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의 별개의견] 어떤 단체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하고, 그 단체의 이름으로 그 단체 구성원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나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을 했다 하더라도, 그 모든 회합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 회합의 경위나 그 회합 석상에서 논의된 내용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그 회합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상 회합죄로 처벌할 수 없다. 피고인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회합행위는 겉으로는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한 것에 해당하기는 하나,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이 적용되어야 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1]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815 판결 (공1993상, 1025)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4027 판결 (공2000상, 429)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공2004하, 1627) [2]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 (공1999하, 2370)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0도987 판결 (2004하, 1377) [3]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815 판결 (공1993상, 1025)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158 판결 (공1996하, 3648) [4]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도2317 판결 (공1999하, 2140)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도4328 판결 (공2003하, 2118) [5]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1969 판결 (공1993하, 3020)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656 판결 (공1997하, 3211)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권정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1991. 9. 17. 대한민국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고, 같은 해 12. 13. 이른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으며, 2000. 6. 15.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남북공동선언문이 발표된 이후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비롯하여 남·북한 사이에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스포츠 등 각계 각층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 왔음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고, 이러한 일련의 남북관계의 발전은 우리 헌법 전문과 헌법 제4조 , 제66조 제3항 , 제92조 등에 나타난 평화통일 정책의 국가목표 수립과 그 수행이라는 범위 안에서 헌법적 근거를 가진다.
그러나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에 가입한 다른 가맹국에 대해서 당연히 상호간에 국가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국제정치상 관례이자 국제법상 통설적인 입장이다. 그리고 기존의 남북합의서, 남북정상회담, 남북공동선언문 등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회담과 경제협력 등의 현상들만으로 북한을 국제법과 국내법적으로 독립한 국가로 취급할 수 없다. 남·북한 사이의 법률관계는 우리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북한을 정치·경제·법률·군사·문화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와 대등한 별개의 독립된 국가로 볼 수 없다. 남·북한의 관계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로서, 남·북한은 자주·평화·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공동번영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같은 법 제2조 제1항 참조) 발전하여 나아가도록 상호 노력하여야 하고, 우리 나라의 법률도 그러한 정신과 취지에 맞게 해석·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우리 헌법이 전문과 제4조 , 제5조 에서 천명한 국제평화주의와 평화통일의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라는 우리 헌법의 대전제를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현시점에서도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와 서로 조화될 수 없으며 적대적이기도 한 그들의 사회주의 헌법과 그 헌법까지도 영도하는 조선로동당규약을 통하여 북한의 최종 목적이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있다는 것과 이러한 적화통일의 목표를 위하여 이른바 남한의 사회 민주화와 반외세 투쟁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그에 따른 정책들을 수행하면서 이에 대하여 변경을 가할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북한이 남북관계의 발전에 따라 더 이상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변화를 보이고 그에 따라 법률이 정비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라거나 그 규범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국가보안법의 규정을 그 법률의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한 국가보안법이 정하는 각 범죄의 구성요건의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과 적용한계를 위와 같이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이를 제한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종래 대법원이 국가보안법과 북한에 대하여 표명하여 온 견해 즉,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나 동시에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고 하여 온 판시( 대법원 1992. 8. 14. 선고 92도1211 판결 ,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4027 판결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 대법원 2003. 9. 23. 2001도4328 판결 등)는 현시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거나 국가보안법이 그 규범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가보안법 제2조 에서 정한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이적단체성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 제3항 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이하 ‘반국가단체 등’이라 한다)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이적단체 구성·가입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한다”는 국가보안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 제1항 )과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국가보안법 해석·적용의 기본 원칙( 같은 법 제1조 제2항 ),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0도987 판결 등 참조).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
원심과 원심이 수긍한 제1심이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① 1988년 남한 재야 인사 1,000여 명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대회 및 범민족대회’ 제안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받아들이고, 곧이어 유럽·북미·일본 등 지역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결성, 1990. 8. 15. 제1차 범민족대회 개최, 1990. 11. 20.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이라 한다) 결성, 1991. 1. 23.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준비위윈회 결성을 거쳐 1995. 2. 25. 범민련 남측본부가 결성되었고, ② 피고인이 범민련 남측본부에 가입할 당시 범민련 남측본부가 채택하고 있었던 범민련의 강령에는 북한 정권과 조선로동당이 적화 통일과 전 한반도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방편으로 일관되게 주장하는 외국군 철수, 핵무기 철거, 군비 상호감축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③ 2001년 9월 강령·규약 개정 전 뿐 아니라 개정 후에도 범민련 남측본부는 연방제 통일, 조국통일 3대 헌장 지지, 미국반대, 한미군사동맹 분쇄 등 북한이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것과 같은 주장을 계속 해오고 있으며, 심지어 2000년 들어 북한이 핵무기 보유 움직임을 보이고 급기야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하기에 이르러서는 범민련 남측본부의 주장 속에 한반도 비핵화 주장이 사라지는 등 북한과 그 주장의 궤를 일관하여 같이 해오고 있고, ④ 10차례에 걸쳐 범민족대회를 개최하면서 집단적 폭력 등을 이유로 범민족대회 해산을 요청하는 정부에 맞서 물리적 충돌을 빚어왔으며, ⑤ 북한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범민련 북측본부 및 해외본부와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공동의장단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사업 활동 방향을 결정하여 온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범민련 남측본부가 표면적으로 이적성 탈피와 대중성 강화를 위해 강령·규약을 개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더라도, 범민련 남측본부는 피고인이 가입할 당시에는 적어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자신의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는 취지에서 원심이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이적단체 인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북한 방문의 탈출죄 성립 여부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북한 방문 당시 시행되던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2005. 5. 31. 법률 제7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는 “남한과 북한과의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하여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되는 ‘다른 법률’에 국가보안법이 포함됨은 당연하다(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613 판결 ,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81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는 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는 북한 왕래를 하게 된 경위, 같은 법 제9조 제1항 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았는지 여부, 북한 왕래의 구체적인 목적이 같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교역 및 협력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 북한 왕래자가 그 교역 및 협력사업을 실제로 행하였는지 여부, 북한 왕래 전후의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북한 방문을 희망하는 사람으로부터 방문증명서 발급 신청을 받은 통일부장관은 그 방문목적이 같은 법에서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사하고 그 방문을 허용함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함께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그 사람이 북한을 방문하여 그 방문목적으로 정한 행위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남북교류와 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 그 방문목적이 기재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4항 ). 따라서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여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을 행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방문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방문목적을 속여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은 다음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에 따른 행위는 전혀 하지 않고 다른 행위를 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북한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은 방문증명서를 받기 위한 외형상의 구실에 불과하여 방문증명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북한 방문이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북한 방문행위가 국가보안법이 정한 탈출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남북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려는 같은 법의 목적 내지 통일부장관이 북한 방문을 허용한 정책적 판단의 취지를 가볍게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방문자가 통일부장관이 허용한 방문목적에 부합하는 행위를 실제로 하는 한편, 그 방문 기회를 이용하여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다른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북한 방문행위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방문목적별로 나누어서 따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북한 방문자가 오로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다른 행위를 하기 위하여 북한을 방문한 것이고 밖으로 내세운 방문목적은 단지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아내기 위한 명목상의 구실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북한 방문행위 자체는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것이고, 그 다른 행위에 대하여 해당 처벌 조항에 따른 죄책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더 나아가 북한 방문행위 자체를 통일부장관이 허용한 방문목적과 전혀 다른 행위를 한 위의 경우와 동일시하여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하고 국가보안법상의 탈출행위로 처벌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터잡아 원심과 원심이 수긍한 제1심이 인정한 사실을 살펴보면, 2001. 8. 15.부터 16일까지 개최된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이하 ‘민족통일대축전’이라 한다)은 남북 각계 각층, 각 부문을 망라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단일 남북 공동행사로서 같은 법에서 정한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공동으로 행하는 문화’ 협력사업( 제2조 제4호 )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의 지역 대표자 자격으로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하여 통일부장관에게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을 신청하여 이를 목적으로 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같은 법에서 정한 절차를 밟아 북한을 방문하고 실제로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였으며, 통일부장관은 당시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려는 북한 방문대표단 인사 중에 피고인과 같이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 범민련 북측 인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보다 많은 남북간 접촉과 대화·협력을 추진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승적 취지에서 그들에게도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위와 같은 사실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할 목적으로 통일부장관에게 북한 방문증명서를 신청하였고, 통일부장관이 위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발급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실제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였는바, 그 방문목적을 위한 북한 방문행위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비록 위와 같은 북한 방문 기회를 이용하여 범민련 북측 인사를 만나 범민련의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범민련 북측 인사를 만날 목적만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고 민족통일대축전 참가라는 방문목적은 단지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아내기 위한 명목상의 구실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범민련 북측 인사를 만난 행위에 대하여 그 처벌 조항에 따른 죄책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의 북한 방문 행위가 가지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하고 국가보안법상의 탈출행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북한 방문으로 인한 탈출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을 적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 사건 집회 참석 행위의 동조죄 성립 여부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서 말하는 ‘동조’행위라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을 하거나 이에 합치되는 행위를 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도2317 판결 ,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도4328 판결 ).
그리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조항에서 정한 동조죄를 범하였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원심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북한 방문대표단 중 약 150여 명과 함께 정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조건을 어기고 북한의 통일노선을 표방하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하였고, 그 자리에서 북측 인사들이 한 개막선언과 축하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는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그 개막선언과 축하연설 중에는 민족의 자주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군철수 및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하였다는 것이 언급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민족통일대축전은 정부로부터 이에 참가하기 위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은 대규모 공동 행사였으므로, 이를 개시하고 축하하기 위하여 개최된 개막식 자체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또한 피고인을 비롯한 북한 방문대표단 150여 명의 위 개막식 참석 이후 북한이 그 사실을 가지고 북한 방문대표단이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 등 통일노선을 지지하고 있다는 등의 선전 활동을 벌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나타나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열린 집회인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에 피고인이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북한 당국자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동조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집회 참석 행위를 동조죄의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 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이 사건 범민련 모임 개최의 회합죄 성립 여부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에 정한 회합·통신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하고, 이 때 그 회합·통신 등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한편,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은 북한 방문 자체를 허용한다는 것일 뿐, 북한 방문중에 이루어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위까지 모두 허용한다거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북한 방문중에 이루어진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의 회합 등 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각 행위마다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기회에 이루어진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의 회합행위 등이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피고인이 부의장의 일원으로 활동한 범민련 남측본부는 한반도의 적화 통일과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북한과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범민련 북측본부 및 해외본부와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한 방편으로 주장하는 대외선전과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이적단체로 활동하여 왔으며, 2001. 9. 개정되기 전의 범민련의 강령에는 북한 정권과 조선로동당이 적화통일과 전 한반도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외국군 철수, 핵무기 철거, 군비 상호감축 등이 포함되어 있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원심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범민련 남측본부는 2001. 2. 통신과 모사전송의 방법으로 범민련 북측본부 및 해외본부측과 연락하여 특별공동의장단회의를 개최하여 연방통일조국 건설을 위한 투쟁을 확대 발전시키기로 하는 등 범민련의 기본노선은 변경하지는 아니하되 대외적으로 범민련 남측본부의 합법화와 대중성 확산을 위해 범민련의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고 이를 그 해 개최되는 범민족대회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를 위하여 그 때부터 2001. 8. 피고인을 비롯한 범민련 남측본부 임원들이 이 사건 북한 방문을 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의장단회의 등을 거쳐 자신들의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안을 확정하였으며, 통일부장관으로부터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 참가를 위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북한 방문목적 외에 “정치적 문제 협의 및 합의서 채택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조건을 부과받음으로써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을 위한 범민련 북측본부 임원 등과의 회합은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취지에 위반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조건에 위반하여 두 차례에 걸쳐 원심 판시 일시, 장소에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범민련 북측본부 의장 공소외인 등을 만나 범민련 남·북·해외본부 및 공동사무국 관계자들의 범민련 3자 협의회 내지 범민련 모임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였고, 그 후 그와 같이 논의된 내용대로 범민련 강령·규약이 개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북한 방문 후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가진 원심 판시 범민련 회합은 정치적 논의를 금지하는 이 사건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조건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그 협의회 등에서 논의된 범민련 강령·규약은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사회주의 혁명을 기본 목표로 하는 북한과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르는 이적단체인 범민련 및 범민련 남측본부의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비록 종전보다 내용을 완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이 논의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여전히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전복과 적화통일 및 사회주의 체제 실현을 추종하는 범민련의 종전 기본노선을 유지하면서 범민련 남측본부의 합법성을 표방하고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므로, 이와 같은 범민련의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이 사건 북한 방문을 기화로 원심 판시 범민련 회합을 가진 행위는 남북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고, 당시 피고인 또한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민련 북측인사 회합행위를 국가보안법상 회합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국가보안법상 회합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북한 방문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과 집회참석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판결은 이와 나머지 범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인정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위 2.항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위 3.항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위 4.항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고현철,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안대희의 별개의견, 위 5.항의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위 2.항의 판단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범민련 남측본부를 국가보안법상 이른바 이적단체라고 보았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제1조 제1항 에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조 제2항 에서는, 이 법을 해석 적용할 때에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을 비롯한 여러 조항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해당 국가보안법 조항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위와 같은 국가보안법의 목적과 해석원칙에 따라,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함은 다수의견과 생각이 같다(다만, 위험의 현존성에 대하여는 뒤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더 나아가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당장 보고 듣기에 거북하고 당혹감을 주는 반대자들의 주장까지 체제 안에 포섭하여 상호 토론과 경쟁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고 그를 통해 체제 발전을 모색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정신을 옹호하여야 하고, 불가침의 인간 내면의 사유 영역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처벌하여서는 아니되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훈련 반대, 상호 군축, 남북 평화협정 체결 등과 같이 반국가단체인 북한도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주장 자체로는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라 할 수 없는 주장, 사회주의 등 다른 시각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 과정과 국내외 정세를 연구하고, 사회 내 모순을 지적하면서 사회 변화의 방향과 개혁방안을 분석·제시하며,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나 사회 지도층의 잘못된 행태를 규탄하며 소외 계층 내지 소수자·약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 이와 같은 인식에 터잡은 인간의 지적·감성적 활동의 산물로서 이룬 학술·예술 영역의 활동에 대해 실질적 해악성이 없음에도 광범위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우리의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오히려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유념하여야 한다.
그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어떤 사람의 주장 내용이나 그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난 의견이나 사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예를 들어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방안, 평화협정 체결 등), 단지 그 주장이나 의견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 하여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다음으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의견·사상이 설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의 것(예를 들어 파시즘, 군주제 국가, 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주의 등)이라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거나, 무장 봉기, 폭력적·비합법적 수단을 통한 정부 전복을 꾀하거나, 법치주의에 기반한 기본적 인권의 존중, 의회제도, 선거제도, 복수정당제도, 권력분립,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질서와 사법권 독립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도2209 판결 참조)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을 동원하려 한 것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그러한 방법을 동원할 것을 선전·선동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는 표현행위 또한, 이에 대해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만일 이를 처벌할 경우 사상에 대한 처벌이 되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불러올 소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경우로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나아가 이른바 이적단체의 구성 또는 가입이라는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위와 같은 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의 구성·가입죄는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한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내면 양심에 따른 자기 의사 결정에 대하여는 어떠한 국가권력 간섭이 허용될 수 없고, 다수인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 의견을 형성하여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의견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나아가 집단적으로 의사를 형성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며, 이러한 과정에 기초하여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그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사회의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권력이 귀속되는 민주 사회는 다수의 반대편에 서서 다수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소수자를 반드시 전제로 하고 있으며, 만일 공동체의 의사와 권력형성 과정에서 소수자의 의사가 표출되지 못할 경우 이는 다수에 의한 독재 내지 소수자 억압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부정이 되고 만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이적단체의 구성·가입죄의 구성요건 해석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구체적으로는 그 단체가 규약·강령·조직과 임원구성·내부결의·외부에 표명된 단체의 의사·대외활동 등으로 추단되는 그 단체의 목적, 목표, 활동방향 등 집단의사 자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 하여 그 사실만으로 그 단체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해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이 추단되는 단체의 집단의사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으로 그 단체가 정한 것이 오로지 무장봉기 등 자유민주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일 때에 한하여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터잡아 피고인이 가입한 범민련 남측본부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 제1항 이 말하는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록에 의하여 살피건대, ① 범민련 남측본부는, 1987년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민족의 절대 과제인 통일에 관한 관심과 논의를 널리 알리기 위해 1988. 8. 1. 남한의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대회 및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발기취지문’을 발표하고, 범민족대회에서 남, 북, 해외동포들이 참여한 가운데 통일 방안과 구체적 통일실천과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이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지를 표명한 것이 연원이 되어 결성된 민간 통일운동 단체인데, ②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 때부터 피고인이 당연직 부의장으로 2001년 3월 범민련 남측본부에 가입할 때까지 범민련 남측본부가 채택한 강령·규약이나 위 단체의 임원 구성, 결의된 사업계획, 조직 구성, 성명·공개서한 발송·기자회견·범민족대회 등 각종 회의 등 대내외 의사 표현 등에서 알 수 있는 위 단체의 목적, 목표, 활동 등에는, 시민 사회 일각에서 다양한 의사 표현 방법으로 제기되는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는 내용이라 볼 수 없는,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철폐·연방제 통일·미국으로 대표되는 외세의 전쟁책동 반대·한미군사동맹 폐기·남북 상호군축 실현 등의 주장과 그 실현을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공산혁명 등과 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위협하는 주장을 펴거나 이를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 없을 뿐 아니라, ③ 설사 위 단체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과 의사연락을 하고 그들과 연계성을 가지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단체의 주장에 자유민주질서를 부정하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 있는 내용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주장 실현을 위해 위 단체가 활동을 벌인 것은 성명발표, 범민족대회 등 집회개최, 기자회견, 공개서한 발송 등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고, ④ 비록 정부의 불허방침 아래 경찰력과 충돌을 빚으며 10차례에 걸쳐 매년 범민족대회라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였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 방법 역시 집회 개최의 수준을 넘어 무장봉기 등의 방법을 써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범민련 남측본부는 국가의 존립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용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있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판시한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673 판결 과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도2696 판결 은 위 법리에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본 원심판결에는 이적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여야 할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반대하는 취지를 밝혀두는 바이다.
8. 위 3.항의 판단에 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한 경우,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을 행한 경우에는 그 방문은 원칙적으로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 있는 행위로 보아 국가보안법상 탈출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그 예시한 바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가보안법상 탈출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으며,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였다면, 그와 같은 절차를 제대로 거쳐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행위는 국가보안법이 정한 탈출죄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할 여지가 없어,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보안법상 탈출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으며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국내, 즉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왕래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지만,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 에 근거한 국가보안법 제6조 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어, 남한을 벗어나 북한으로 가는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에서 정한 탈출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에 의하여 처벌받게 된다.
이 사건에서 그 적용 여부가 문제되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하고 있을 뿐 탈출의 개념에 관하여 정의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규정에서 말하는 탈출의 의미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고, 여기에도 당연히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엄격해석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적용에 그치되, 구성요건이 되는 개념의 외연을 언어의 통상적 용법에 따른 그것보다 넓혀서 해석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탈출이라 함은 제한된 환경이나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거나 빠져나오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서 말하는 탈출은 남한을 벗어나 북한으로 가는 모든 행위를 포섭하는 개념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목적 범위 내에서 그 법의 적용에 의하여 이동이 금지된 상태를 어기고 함부로, 즉 금지에 대한 법적·제도적 해제절차 없이 이탈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한편,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 , 제9조 , 제11조 와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내지 제15조 , 제22조 , 제23조 등의 규정에 의하면, 북한에 가고자 하는 남한 주민은 통일부장관에게 북한 방문증명서의 발급을 신청하고, 통일부장관은 신청인의 방문목적을 심사하여 교류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 증명서를 발급하고 출입장소에서 출입심사를 통하여 북한으로 나가는 것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는바, 이와 같은 증명서의 발급과 출입심사를 통한 출입허가는 그 법적 성질에 있어 국민이 원래 가지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회복케 하는 행위이므로,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통일부장관이 발급하는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고 출입허가를 받았다면, 그가 북한으로 간 행위가 위와 같은 탈출의 개념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이는 다수의견에서, 그 북한 방문목적에 따라 국가보안법상의 탈출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할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방문목적을 속여 북한 방문증명서를 받은 다음 그 방문증명서에 기재된 방문목적에 따른 행위는 전혀 하지 않고 다른 행위를 한 경우” 등과 같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행위가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정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은 때”( 제27조 제1항 )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죄책을 지우거나, 북한 방문중에 행한 구체적인 행위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보안법의 해당 규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애당초 탈출이라고 볼 수 없는 행위가 그 숨은 방문목적이 어떠하였는지에 따라 탈출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통일부장관의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이 적정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탈출죄의 적용 여부를 달리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요컨대 다수의견은, 통일부장관에게 위임된 대한민국 정부의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고 북한으로 간 행위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6조 의 탈출에 해당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국가보안법에 우선하여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고, 그로써 국가보안법의 탈출죄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이해되나, 이는 형벌법규를 해석·적용함에 있어 구성요건이 되는 개념을 부당하게 확장해석한 것이거나,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북한 방문증명서의 발급 또는 북한 방문행위에 관한 정당성 여부와 국가보안법상 탈출 개념을 혼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 이 사건 피고인은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에 속한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의 지역 대표자로서 북한 방문단의 일원으로 선정되어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을 방문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북한 방문행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탈출죄에서 정한 탈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의 위 북한 방문행위에 대하여 위 탈출죄로 처벌한 이 부분 원심판결은 국가보안법상 탈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 역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결론을 같이 하여 그 결론에는 찬성하나, 파기의 이유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견해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힌다.
9. 위 4.항의 판단에 관한 대법관 고현철,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안대희의 별개의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관한 해석방법 또는 적용범위에 관한 다수의견의 견해 즉, 위 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조행위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같은 조항에서 정한 동조죄를 범하였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데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하여 박수를 치는 등 호응한 행위가,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는 찬성할 수 없으므로, 아래에서 그 이유를 밝혀둔다.
이 사건과 같이 집회에 참가하여 다른 사람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반국가단체 등 활동동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집회 참석자가 그 집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 집회 참석 전후의 활동과 행적, 해당 집회의 성격·개최 경위·구체적 진행 과정과 집회 개최를 둘러싼 전후 사정, 집회에서 이루어진 연설의 구체적 의미 등에 비추어, 그 집회 참가자의 집회 참가와 그 집회에서 보인 행동이 반국가단체 등의 선전·선동 및 그 활동에 호응·가세하여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동조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동조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
원심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① 피고인은 위 2.항의 다수의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적단체에 해당하는 범민련 남측본부에 당연직 부의장으로 2001년 3월 가입한 이래 2001년 8월 북한을 방문할 때까지 범민련 남측본부의 중앙위원 총회, 공동의장단회의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범민련 남측본부가 벌이는 여러 활동에 적극 관여해 왔는데, 범민련 남측본부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안내 책자를 발간하였고, 2001년 2월 범민련 북측본부와 해외본부측과 특별공동의장단회의의 결의를 거쳐 이 사건 민족통일대축전 기간을 즈음하여 완공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건립 지원을 위해 모형탑 제작·판매, 대돌 보내기, 건립 자재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으며, ② 피고인이 참석한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가 열린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 상징하는, 이 조국통일 3대 헌장은 김일성 사망 후인 1997. 8. 4. 북한이 천명한 통일노선으로서 기존의 ‘조국통일 3대 원칙’,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연방제 통일방안’ 3개의 통일노선을 묶어 ‘민족의 통일 강령’이라 발표한 것인데, 북한은 그들의 사회주의헌법과 조선로동당 규약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전 한반도의 주체사상화(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의 근본원리이기도 하다)와 공산사회 건설(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지향한다)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조국통일을 남조선 혁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 조국통일 3대 헌장은 이러한 북한의 적화통일노선 구축을 위한 것이며, 그 중 ‘조국통일 3대 원칙’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이 합의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과 표현만 같을 뿐, ‘자주’는 외세배격(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평화통일’은 남한 내 핵무기 철거, 팀스피리트 군사 훈련 중지를 각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고, ‘민족대단결’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폭압 기구 해체 후 연공통일전선 형성을 의미하며,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은 남한 당국을 배제하고 반정부세력들의 합법공간을 마련하고 범민족적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이고, ‘연방제 통일방안’은 그 전제조건으로 남한의 사회민주화(국가보안법·안기부 철폐, 용공정권 수립 등), 한반도 긴장완화(주한미군 철수, 북미평화협정 체결), 미국의 간섭배제(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 지원 중단) 등을 내세우는 등 우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 등을 요구하면서 연공합작 통일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위장평화술에 해당하며, ③ 정부는 이 사건 북한 방문대표단에게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면서 위와 같은 조국통일 3대 헌장의 상징성 때문에 그 기념탑 앞에서 이루어질 행사에 남측 방문대표단이 참석할 경우 북한의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북한의 정치적 선전·선동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남측 추진본부 대표들로부터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 행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은 후 그 행사 불참을 조건으로 이 사건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는데, 피고인은 이와 같은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을 잘 알면서도 이를 어기고 이 사건 집회에 참석하였고, ④ 피고인이 참석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 이 사건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에는 북한 방문대표단 중 약 150여 명이 행진하면서 ‘조국통일’을 연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면서 그 행사에 참석하였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민족자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미군철수 강조 등을 언급한 연설에 박수를 치며 호응하였으며, ⑤ 이와 같은 개막식 행사에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을 정면으로 어기고 남측 북한 방문대표단 중 상당수의 인원이 참가한 사실은, 남한 언론은 물론 북한 로동신문 등 당정 기관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남북한 관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인정되는 사정에서 알 수 있는, 피고인이 범민련 남측본부 안에서 행한 역할,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이 내포하는 구체적 의미와 이에 대한 피고인의 인지 정도,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범민련 남측본부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건립을 위해 벌인 사업 내용,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상징성,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의 위반, 개막식 행사의 구체적 진행 과정과 이 사건 북한 방문대표단의 집회 참석이 가져온 대내외적 파장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있은 연설을 듣고 호응을 한 것은 북한 방문대표단 일부의 이 사건 개막식 행사 참가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적극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그 구성원의 활동으로서 북한의 통일노선을 표방하는 조국통일 3대 헌장 취지에 호응, 가세하면서 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방법으로 이에 동조한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고, 이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임이 분명하며, 피고인 또한 이러한 개막식 행사 참가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개막식 행사 참석행위를 국가보안법상 동조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국가보안법상 동조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이에 찬성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다.
10. 위 5.항의 판단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피고인의 범민련 회합행위에 대하여 그 행위가 북한 방문증명서 발급 조건을 위배하면서 이루어진 것인 점, 범민련 남측본부가 이적단체이고, 그 회합에서 논의된 내용이 범민련 남측본부의 대중성 강화를 위해 외형적 변화를 꾀하려 한 강령·규약 개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으나, 여기에 찬성할 수 없다.
설사 어떤 단체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하고, 그 단체의 이름으로 그 단체 구성원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나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을 했다 하더라도, 그 모든 회합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 회합의 경위나 그 회합 석상에서 논의된 내용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그 회합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상 회합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심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북한 방문 이전부터 범민련의 강령·규약 개정을 범민련 남측본부 차원에서 논의를 거치고, 민족통일대축전 기간 중에 범민족대회를 개최하여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하려 하였으며, 정부로부터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으면서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이 사건 북한 방문목적 외에 정치적 논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건을 부여받았음에도 두 차례에 걸쳐 원심 판시 일시, 장소에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범민련 북측본부 의장 공소외인 등을 만나 범민련 남·북·해외본부 및 공동사무국 관계자들의 범민련 3자 협의회 내지 범민련 모임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을 논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반면 ① 이 사건 회합행위를 통하여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논의한 범민련 강령·규약 개정 내용 자체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른 통일 국가 수립을 천명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연방제 통일과 외국 군대 철수 부분을 삭제하며 범민련 출범 후 약 10년 동안 매년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범민족대회 개최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 그 논의를 통해 강령·규약을 개정하려 한 내용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고, ② 정부측은 피고인이 범민련 남측본부의 간부라는 사정을 몰랐다거나, 이 사건 범민련 모임 회합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데, 그럼에도 정부가 피고인을 비롯한 범민련 인사들에게 북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으며(이는 북한 방문대표단의 북한 방문중에 피고인을 비롯한 범민련 인사들이 이 사건과 같은 모임을 가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민주질서가 위협 당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며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민족통일대축전의 성사와 이를 통한 남북 교류 활성화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보았다는 것을 뜻한다), ③ 이 사건 범민련 회합 이후 범민련의 강령·규약이 그 논의된 대로 개정되기는 하였으나, 그 개정으로 말미암아 범민련 남측본부의 실제 활동에서 그 이적성이 이전과 비교하여 강화되었다고 볼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민련 회합행위는 겉으로는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한 것에 해당하기는 하나,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이 적용되어야 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민련 회합행위를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에 정해진 회합죄의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여야 할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그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히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