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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62505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의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 및 그 평가 방법

[2] 의사의 진료상 과실 유무의 판단기준

[3] 의료소송에 있어서 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4] 의사가 산모에게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소극)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날로 담당변호사 조용무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학교법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구훈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료과실에 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및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잘못을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이 있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환자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환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9915 판결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50610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판결을 인용한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① 원고 3이 2000. 10. 17.경 자궁 내 인공수정을 통하여 세쌍둥이를 임신하였고 선택유산을 시행하여 2000. 12. 6.경 쌍태아를 포태한 사실, ② 2001. 5. 1. 17:20경 임신 30주 4일째인 원고 3이 조산의 징후를 보이자 피고가 운영하는 ○○대학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의 의사 소외인이 초음파검사를 실시하였는데 두 태아의 태위가 모두 두정위로 정상이고 양수가 적당하며 태아심박동수도 정상으로 관찰된 사실, ③ 의사 소외인이 같은 날 23:30경 원고 3과 그 남편인 원고 2에게 원고 3의 상태를 설명한 후 질식분만을 시도하기로 하였고,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제왕절개수술 준비도 함과 아울러 조산되는 신생아의 치료를 위해 소아과 의사를 분만실에 대기시킨 사실, ④ 의사 소외인이 2001. 5. 2. 05:00경 원고 3을 분만장으로 옮겨 질식분만을 시도하였고 같은 날 05:10경 원고 4가 체중 1.4㎏의 미숙아로 출생한 사실, ⑤ 원고 4를 분만한 후 다시 초음파검사를 한 결과 원고 1의 위치가 질식분만에 적절하지 않은 위치로 바뀐 것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태반조기박리의 소견까지 나타나자 의사 소외인이 질식분만을 중단하고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하여 같은 날 05:35경 원고 1이 체중 1.46㎏의 미숙아로 출생한 사실, ⑥ 원고 1이 출생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피고 병원이 기관 삽관 및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신생아보육기를 이용하여 산소 공급 및 체온 유지의 조치를 취한 사실, ⑦ 원고 1에 대한 아프가(Apgar) 점수(신생아의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생후 1분과 5분에 각 측정하는데, 상태가 양호한 경우는 7 내지 10점, 호흡기능이 감소하고 무기력하며 창백하거나 청색증을 띠는 경우에는 4 내지 6점, 심박동이 느리고 잘 청진되지 않으며 반사반응이 저하되거나 소실되어 인공호흡 등의 소생술을 즉시 시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0 내지 3점으로 평가된다)가 생후 1분에는 2점, 5분에는 5점으로 각 측정된 사실, ⑧ 원고 1이 미숙아, 극소 저출생체중아, 신생아 가사,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신생아 황달, 신생아 괴사성 장염 등의 진단이 의심되어 소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에 대한 전반적인 치료(인공호흡기치료, 항생제치료, 광선치료, 수액 및 전해질 공급 등)를 받은 사실, ⑨ 원고 1에 대한 뇌 초음파검사 결과 2001. 5. 8. 경미한 뇌수종을 동반한 뇌실 주변의 백반흑색종이 관찰되었고, 2001. 5. 25. 약 1㎝ 크기의 우측 뇌실막하 배아기질의 혈종이 관찰되었으며, 2001. 6. 13. 우측 약 0.8㎝, 좌측 약 0.6㎝ 크기의 뇌실막하 배아기질 혈종이 관찰된 사실, ⑩ 원고 1이 울음, 움직임, 수유양상 등이 양호해지고 체중이 2.78㎏로 증가하자 2001. 6. 19. 퇴원했는데, 그 후 2002. 8. 6. 뇌성마비를 원인으로 한 뇌병변 장애 1급의 진단을 받은 사실, ⑪ 임신과 관련된 뇌성마비 발생 원인으로는 쌍생아, 조산, 발육부전, 부당 경량아, 선천성 이상, 태위의 이상, 태반조기박리, 산모의 용모막염, 주산기 가사, 자궁 내 감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뇌성마비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바는 없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를 기초로 하여, 피고 병원이 원고 3의 쌍태아 출산을 위하여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지 아니하고 질식분만을 선택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 4 분만 후 25분 만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원고 1을 분만시킨 것을 가지고 신속하게 분만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며, 원고 1에게 발생한 주산기 가사(산소 부족으로 태아가 가사상태에 빠지는 태아기 가사와 출생 후 가사상태에 빠지는 신생아 가사를 합하여 주산기 가사라고 함)와 뇌성마비가 연관성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의사 소외인이 질식분만을 실시하기 전에 두 태아의 태위가 모두 두정위로 정상이고 양수가 적당하며 태아심박동수도 정상이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질식분만을 실시하는 것이 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칙인 점, ② 질식분만 중 태반조기박리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제왕절개수술 준비를 해 둘 수는 있으나, 위와 같은 가능성만으로 처음부터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만방법은 아닌 점, ③ 의사 소외인은 질식분만을 실시하기 전에 미리 제왕절개수술 준비를 해 두었고, 원고 4를 분만한 후 태반조기박리의 소견이 나타나자 즉시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하여 25분 만에 원고 1을 분만하였는바, 이는 일반적인 응급제왕절개수술에 비하여 빠르게 분만이 이루어진 것인 점, ④ 뇌성마비는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바 없고 태반조기박리 등으로 인하여 태아에 대한 산소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쌍생아를 출산하는 경우, 조산으로 인하여 뇌·폐 등의 기관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생하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바, 원고 1이 원고 4와 함께 쌍생아로 출생하였고, 조산으로 인하여 출생 당시 체중이 1.46kg에 불과한 미숙아였으며, 원고 1의 선천적 장애로 인하여 뇌성마비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의 잘못이 없다.

2. 설명의무위반에 관하여

가.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의사가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나,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해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질식분만을 하게 되면 산모 또는 태아의 생명·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모로 하여금 제왕절개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 대체적인 분만방법으로 제왕절개수술이 있다는 점 및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위와 같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상황이 아니라면 질식분만이 가장 자연스럽고 원칙적인 분만방법이므로 의사가 산모에게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3이 2001. 4. 21. 피고 병원에 처음 내원하여 의사 소외인으로부터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의사 소외인은 조산이 우려됨을 이유로 원고 3을 산모중환자실에 입원하게 하면서 진통이 계속 발생하면 질식분만을 시도할 것을 권유한 사실, 의사 소외인이 2001. 5. 1. 23:30경 원고 3과 그 남편인 원고 2에게 초음파검사 결과 등 원고 3의 상태를 설명하고 질식분만에 의하여 분만을 시도할 것을 결정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 병원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있어서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기는 하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설명의무위반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2007.8.22.선고 2006나1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