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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43499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8.3.1.(53),570]

판시사항

[1]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하기 요건

[2] 화해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이 합의해제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가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은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갑과 을은 4필지의 토지를 둘러싼 그 동안의 분쟁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그 중 2필지의 토지는 을이 갑에게 증여하고 다른 2필지의 토지는 을의 소유로 확정하기로 하는 화해계약을 체결하고, 갑은 을로부터 그 화해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등기권리증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서류들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한 채 그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이전의 종전 주장을 그대로 내세워 화해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소를 제기하였고, 을은 이를 이유로 갑과의 종전 합의를 모두 철회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며, 그 후 항소심 재판부가 종전의 화해 약정대로 사건을 해결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쌍방 모두 이에 불응하였다면, 그 화해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해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고성남씨진사공파시흥종친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기방)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상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이 사건 2필지의 토지와 원심 판시의 다른 2필지의 토지는 원래 피고 1의 조부 망 소외 1과 피고 2의 증조부 망 소외 2가 공동으로 사정받은 토지들인데, 위 토지들에 관하여 1984. 11. 2.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 원고는 위 토지들은 원고 종중이 종원인 위 망인들에게 명의를 신탁하여 사정받은 원고 종중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피고들은 피고들의 소유라고 다툼에 따라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원고와 피고들은 1994. 3. 19. 이 사건 2필지의 토지는 피고들이 원고 종중에게 증여하고 그 대신 원심 판시의 다른 2필지의 토지는 원고 종중이 피고들의 소유임을 인정하여 앞으로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되, 증여세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2필지의 토지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경료하기로 합의하고 그러한 내용을 기재한 서면약정서를 작성한 사실, 피고들은 위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등기권리증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였으나, 원고는 같은 해 6. 이 사건 2필지의 토지들과 원심 판시의 다른 2필지의 토지들이 모두 원고 종중이 명의신탁한 토지라는 종전의 주장을 다시 내세워 피고들을 상대로 위 4필지의 토지 전부에 관하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에 피고들은 즉시 위 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다가 원고가 취하에 불응하자 같은 해 7. 7. 위 같은 해 3. 19.자 약정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한 사실, 원고는 위 사건 소송의 제1심에서 패소하여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쌍방에게 당초의 같은 해 3. 19.자 약정대로 이 사건 2필지의 토지에 대하여만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으로 사건을 해결하자는 화해안을 제시하였으나 원고와 피고들이 모두 불응함으로써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위 사건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원고의 항소와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원고 패소로 확정되었고, 이에 원고가 이번에는 위 같은 해 3. 19.자 약정을 원인으로 이 사건 2필지의 토지에 관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원·피고들의 위 같은 해 3. 19.자 약정이 쌍방의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해제되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비록 원고가 위 4필지의 토지 전부가 원고 종중이 명의신탁한 토지라고 주장하여 종전 소송을 제기하였고 재판부의 화해 권유에 불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종전 소송에서 자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위 같은 해 3. 19.자 약정서를 제출하였고 상소심에서도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상고이유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실들만으로는 원·피고들 사이에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합의해제 주장을 배척하였다.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이라 함은 해제권의 유무를 불문하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계약이 합의해제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당원 1992. 6. 23. 선고 92다4130, 4147 판결, 1994. 8. 26. 선고 93다28836 판결,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 등 참조),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가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은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당원 1994. 8. 26. 선고 93다28836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피고들은 위 4필지의 토지를 둘러싼 그 동안의 분쟁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2필지의 토지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증여하고 다른 2필지의 토지는 피고들의 소유로 확정하기로 하는 화해계약을 체결한 것이라 할 것인데,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그 화해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등기권리증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서류들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한 채 위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이전의 종전 주장을 그대로 내세워 위 화해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들은 이를 이유로 원고와의 종전 합의를 모두 철회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며, 그 후 항소심 재판부가 종전의 화해 약정대로 사건을 해결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쌍방 모두 이에 불응하였다면, 원·피고들은 일치하여 종전의 화해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화해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해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원고가 종전 소송에서 위 화해약정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있으나 이는 화해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위 4필지의 토지 전부가 자기의 소유임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로써 제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또 종전 소송에서 상고이유로 화해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 바 있으나, 이는 종전 소송의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화해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을 하였다가 패소하자 상고심에서 종전 화해계약을 들고 나온 것에 불과하므로 이 점이 원고가 화해계약을 유지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화해계약은 적어도 종전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화해 권유를 쌍방이 거부함으로써 확정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점들은 위 화해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음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화해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화해계약의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8.13.선고 97나12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