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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1698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검사 전보인사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공2020상,503]

판시사항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의미 /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 경우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법무부 검찰국장인 피고인이, 검찰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검사인사담당 검사 갑으로 하여금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부치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 을을 다른 부치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의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으로 하여금 위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갑으로 하여금 그가 지켜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23조 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법무부 검찰국장인 피고인이, 검찰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검사인사담당 검사 갑으로 하여금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부치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 을을 다른 부치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의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하나, 한편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검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직무능력, 인격을 갖출 것이 요구되므로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인사권자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검사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일정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점, 위 인사안 작성 당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인사기준 내지 고려사항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더라도, 이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며, 관련 법령이나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 등을 전제로 한 여러 인사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할 때 지켜야 할 일의적·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갑으로 하여금 위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갑으로 하여금 그가 지켜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재훈 외 9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형법 제123조 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라 한다)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 함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328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 공소외 1에게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부치지청인 ○○지방검찰청 △△지청(이하 ‘△△지청’이라 한다)에서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인 공소외 2를 다시 부치지청인 □□지방검찰청 ◇◇지청(이하 ‘◇◇지청’이라 한다)에 배치하는 인사안(이하 ‘이 사건 인사안’이라 한다)을 작성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인사안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검사인사원칙집에서 정한 각 인사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사배치를 함에 있어 각 원칙을 상황에 따라 상호 보완적 혹은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각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인사배치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위 법리와 관련 법령 및 기록 등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공소외 1로 하여금 그가 지켜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 한편 정부조직법 제2조 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의 보조기관은 동법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관·차장·실장·국장 및 과장으로 하고, 중앙행정기관에는 그 기관의 장, 차관·차장·실장·국장 밑에 그를 보좌하는 보좌기관을 둘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검찰국장은 검찰행정사항(인사·조직 등)을 분장하면서 법무부장관의 검사 인사제청권한을 보조하고, 검사인사담당 검사는 검찰국장의 일반검사 인사업무를 보좌한다.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검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직무능력, 인격을 갖출 것이 요구되므로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인사권자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검사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일정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2) 법무부장관은 검사에 대한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하기 위하여 공정한 평정기준을 마련하여야 하고, 위 자질 평정기준에는 성실성, 청렴성 및 친절성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법무부장관은 위 평정기준에 따라 검사에 대한 평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직, 전보 등의 인사관리에 반영한다( 검찰청법 제35조의2 ). 검사의 임용, 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검찰인사위원회를 두고, 검찰인사위원회는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여 의결한다( 검찰청법 제35조 ). 법무부 검찰국에서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축적된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검사인사원칙집’이라는 자료집 형태로 정리해 왔고, 법무부 검찰국장, 검찰과장과 검사인사담당 검사 등을 비롯한 검사인사담당자들은 위와 같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여 전보인사안을 작성해 왔다. 검사인사원칙집에는 검사의 전보인사에 관한 인사기준으로 전보 근속기간, 인사시기, 평검사 인사배치, 경력검사 배치원칙, 여성검사 배치, 장기 해외연수 검사 배치 등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고, 기타 인사 시 고려사항으로 근무실적 우수자 등 희망지 우선반영, 감찰사항 지적자·근무실적 부진자·각종 물의 야기자 등은 상응하는 인사조치 단행, 올해의 검사·모범검사 등의 근무희망지 우선 배려, 기관장 복무평가·검사장 인사의견 최대한 반영 등을 정하고 있다.

그중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가장 최근인 2005. 7. 26.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에 의할 때,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 전입검사는 차기 인사 시 희망지를 우선 배려할 수 있도록 근무성적이나 자질이 탁월한 검사를 엄선하여 배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이 사건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와 관련한 2015. 8. 17.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관련 심의·의결이 없었다. 이와 같은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 경력검사를 배치하고 경력검사가 부치지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로 근무한 것을 고려하여 차기 전보인사에서 해당 경력검사의 인사희망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인사안 작성 당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인사기준 내지 고려사항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 또한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관련 법령이나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 등을 전제로 한 여러 인사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 지켜야 할 일의적·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3) 이와 같이 검사의 전보인사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인사기준 역시 다양한 기준과 고려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검사의 전보인사는 다수 인사대상자들의 보직과 근무지를 일괄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상호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사권자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인사안을 작성하는 실무 담당자는 인사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안이 부치지청인 △△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인 공소외 2를 부치지청인 ◇◇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인사대상자가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인사안이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직권남용죄에서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