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해설 (결정해설집15집)]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고시 제5조 제1항 별표1 등 위헌확인
- 원자력발전소 건설시 중대사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하도록 정한 고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
(헌재 2016. 10. 27. 2012헌마121 , 판례집 28-2 상, 654)
정 인 경*1)
【판시사항】
1.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허가 신청시 필요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및 그 초안을 작성하는 데 있어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 있는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2012. 1. 20. 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2-4호) 제5조 제1항 [별표1], [별표2] 중 해당 부분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위 고시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위 고시조항의 상위법령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었거나, 상위법령을 위반하거나 그 위임 범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2012. 1. 20. 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2-4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제5조 제1항 [별표 1]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
가서 초안 작성요령 중 ‘6. 사고로 인한 영향, 6.1 사고의 가정’ 가운데 “중대사고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과, [별표 2]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요령 중 ‘1. 원자력발전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요령, 6. 사고로 인한 영향, 6.1 사고의 가정’ 가운데 “중대사고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이하 위 각 부분을 합하여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그 전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하여 공람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의견 수렴을 하여야 한다(원자력안전법 제10조 제2항, 제103조 제1항). 이 사건 고시는 이러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요령 등을 규정하면서 ‘중대사고’는 그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였다.
나. 이에 따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이하 ‘원자력발전소’를 ‘원전’이라 하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를 ‘이 사건 원전’이라 한다)를 건설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이라 한다)가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하여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자, 이 사건 원전 건설 예정 지역의 인근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고시 중 “중대사고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2. 8.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다. 이후 한수원은 앞서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토대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 사건 원전의 건설허가를 신청하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허가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중대사고’를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이 사건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청구인들의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 생명권, 신체의 안전,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을 침해한다.
나. 원자력안전법 제10조와 제103조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와 그 초안의 작성방법이나 평가대상 등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도 정하지 아니한 채 원자력안전위원회규칙에 이를 위임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므로, 위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아가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중대사고’를 평가대상에서 제외하여 평가대상을 임의로 축소한 것은 상위법령의 위임취지에 반하거나 위임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다. 이 사건 각 고시조항 중 ‘중대’라는 개념은 포괄적이고 불명확하여 건설허가를 받으려는 자나 허가권한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결정요지】
가. 국가는 원자력안전규제 체계를 갖추고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이라 한다)의 건설·운영 전반에 걸쳐 원전의 안전관리를 위한 규제 장치들을 두면서, 예상 가능한 ‘자연재해’와 ‘인위적 사건’을 고려하여 이를 초과하는 여분의 설계를 하도록 함으로써 원전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는 한편, 이러한 설계기준을 벗어나 노심의 손상을 가져오는 ‘중대사고’에 대하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책 등 행정적 조치를 통하여 관리해 오다가, 2015. 6. 22.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하면서 법령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
‘중대사고’를 비롯한 원전 사고가 본격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원전이 운영허가를 받고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라는 점과 그밖에 원전의 안전 관련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서 평가서 초안 및 평가서 작성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당시 시행되던 원자력안전법령 등에서 ‘중대사고’에 대한 정의 규정
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1. 8. 29. 발표한 ‘원자력발전소중대사고정책’에서‘중대사고’를 ‘원전에서 설계기준을 초과하여 노심손상이 일어나는 사고’로 정의하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원전의 안전관리 및 안전성 심사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이에 근거하여 ‘중대사고’와 관련된 규제지침 등을 제정하였으므로, ‘중대사고’란 ‘원전의 설계기준을 초과하여 노심손상이 일어나는 사고’를 의미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평가서 초안 및 평가서에 기재할 사항이나 그 기재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변화되는 원전 환경이나 기술기준 등을 적시에 반영하기 위하여서라도 이를 하위법령이나 위원회규칙 등에서 정할 필요가 있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제도의 취지 및 당시에 시행되는 원전 관련 규제기준 등을 종합하면, 그 대강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또한 원자력안전법령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를 제외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상위법령을 위반하거나 위임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이 사건 각 고시조항으로 인하여 생명권, 신체의 안전,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는데, 한수원이 이 사건 원전의 건설자이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실시 주체라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여부 판단에 있어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인지 여부 및 그 심사 기준과 범위 등이 주된 쟁점이 되었다.
2. 제한되는 기본권
가. 환경권
(1)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환경권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보는 견해, 자유권적 기본권성과 생존권적 기본권성을 모두 가진다고 보는 견해도 있고, 생명권 및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보건에 관한 권리 등을 실효성 있는 것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이른바 기본권의 전제조건의 보호라는 헌법상의 의의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권리로서 일률적으로 그 법적 성격을 말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환경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권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으로서, 자유권적 기본권적 성격과 사회권적 기본권적 성격을 모두 가지는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기본권으로 이해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환경권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서 양호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이고, 생명·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토대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확보를 목표로 하는 권리이다. 환경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민은 국가로부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국가에 대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기도 하는바, 환경권은 그 자체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헌재 2008. 7. 31. 2006헌마711 )'⌈고 판시한 바 있다.
(2) 한편, 자유권으로부터 파생하는 국가의 보호의무와 이에 대응하는 국가에 대한 개인의 보호청구권을 국가과제로서 헌법 제35조의 환경권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2)예컨대 기업활동으로 인하여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여 인근주민의 신체·건강, 재산 등의 법익이
침해되는 경우, 인근주민이 국가의 보호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문제되는데, 사인에 의한 환경오염으로부터 사인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헌법적으로 헌법 제35조의 환경권이 아니라 사인의 법익을 보호하는 ‘자유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명, 건강, 재산 등의 피해는 환경권 침해와 동시에 생명권 등 다른 자유권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경권이 환경오염으로부터 침해 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자유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와 달리 환경권에 관한 헌법 조항이 단순히 국가목표조항에 불과하다거나 환경권이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3)
나. 생명권, 신체의 안전권, 건강권 등
원전 건설 이후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 따라 한수원이 중대사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한 채 원전 건설 허가를 받아 운영할 경우 청구인들의 생명권, 신체의 안전에 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생명권 및 신체의 불훼손권, 건강권 등을 도출할 수 있고(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참조), 생명권의 내용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근거에 관한 권리 등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4)생명권, 신체의 건강·안전에 관한 기본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다. 알 권리 등 기타 기본권 제한 주장에 대한 판단
(1) ‘알 권리’란 모든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일반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여기서 ‘일반적’이란 신문, 잡지, 방송 등 불특정다수인에게 개방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정보’란 양심, 사상, 의견, 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일체의 자료를 말한다. 알 권리가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권을 의미하는 경우에는 청구권적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경우에는 자유권적 성격을 지닌다(헌재 2010. 10. 28. 2008헌마638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평가서 및 평가서초안의 기재사항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 ‘중대사고로 인한 영향’은 기존의 정보원으로부터 수집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평가를 통하여 새로이 생성되어야 하는 정보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알 권리 제한은 문제되지 아니하고, 이는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판단으로 귀결될 수 있다.
(2) 그 외, 청구인들은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도 주장하나, 행복추구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므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는 이상,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등).
라. 검토
이 사건에서 환경권 침해와 관련된 청구인들의 주장은 ‘중대사고’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하는 원전 건설허가 절차로 인하여, 자연환경이 오염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헌법재판소는 환경권 침해 여부에 대해 직접 판단하지 않고,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이 사건 원전 인근 주민인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만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원전 건설로 인한 방사선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생명·신체의 완전성과 같은 법익의 침해는 결국 방사능 누출
로 인한 환경오염에 의하여 발생하는 점, 본래 환경권 자체가 생명권, 신체의 완전성 등 기본권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의미와 가능을 가지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환경권의 침해 여부를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
또한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 사건은 생명·신체의 안전,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에 대해서는 그것이 국가가 아닌 제3자로서의 사인에 의해서 유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에게 적극적인 보호의무가 인정된다는(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참조)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인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환경권 침해 주장은 결국 이 사건 원전 건설로 인해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받지 아니할 권리로 귀결되므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환경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3.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
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가 문제되는 사안인지 여부5)
(1) 헌법 제10조의 규정에 의하면,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기본권은 공동체의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적어도 생명·신체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에 대해서는 그것이 국가가 아닌 제3자로서의 사인에 의해서 유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적극적인 보호의 의무를 진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참조).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아닌 제3자로부터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 환경권적 법익에 대한 침해 내지 침해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기본권보호의무가 국가에게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면책특례 조항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등), 공직선거시 확성기 사용제한에 대한 사건(헌재 2008. 7. 31. 2006헌마711 ),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사건(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자에 대한 의료지원 여부에 관한 사건(헌재 2011. 2. 24. 2009헌마94 ), 담배사업법 위헌확인 사건(헌재 2015. 4. 30. 2012헌마38 )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미국산 쇠고기 사건에서 생명, 신체의 건강권 등을 이유로 기본권침해가능성을 인정하고 기본권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고, 환경권을 매개로 기본권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사건은 공직선거시 확성기 사용제한에 관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 이 사건에서도,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가 이 사건 각 고시조항 자체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 따라 중대사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한 채 원전의 건설허가를 받아 건설·운영하려는 한수원에 의하여 비로소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국가가 아닌 제3자에 의한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을 때 고려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제도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업 등을 대상으로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함으로써 방사선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제거 또는 감소시키기 위한 제도로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특칙에 해당하고, 방사선 재해의 사전 방지와 주민참여를 위한 것인데,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이러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제도의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원전 건설 및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주체는 국가가 아닌 한수원, 즉 제3자라 하더라도 원전 건설의 허가 및 환경영향 평가 기준의 마련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므로, 제3자에 의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 상황에서 문제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위반 여부가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의 판단 구조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위와 같은 원자력안전법 규정에 따라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 허가를 받으려는 자를
수범자로 하여 평가서 초안 및 평가서의 작성요령을 정하면서 ‘중대사고’를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이 곧바로 이 사건 원전의 인근 주민인 청구인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거나 어떤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은 청구인들이 내세우는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은 일단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크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이고, 나아가 사후 회복이나 구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국가로서는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여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시 ‘중대사고’를 제외하도록 한 것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로서 미흡하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원전의 인근 주민인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보고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라고 보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다.
나. 심사 기준
(1)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국가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가가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취한 조치가 법익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을 확인하여 왔다(헌재 97. 1. 16. 90헌마110 등, 헌재 2008. 7. 31. 2006헌마711 , 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하더라도, 국가의 보호의무를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
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권력분립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에 의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법자의 책임범위에 속하므로, 헌법재판소는 단지 제한적으로만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에 의한 보호의무의 이행을 심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헌재 2015. 9. 24. 2013헌마384 ; 헌재 2015. 10. 21. 2012헌마89 등 참조). 여기서 국가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는 그 행위의 형식에 관하여도 폭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고,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이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국가의 보호조치가 침해되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결정 선고 시까지 취해진 국가행위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6)
(3) 다만 그 기준을 일반적·일률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개별 사례에 있어서 ① 관련 법익의 종류 및 그 법익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 ② 그 법익에 대한 침해의 위험의 태양과 정도, ③ 상충하는 법익의 의미 등을 비교 형량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있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결정에서 3인의 위헌의견 참조). 이러한 입장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판단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취하고 있는 심사 기준과 구분되어 보이기도 하나, 개별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익, 그 법익에 대한 침해의 위험의 태양과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양 입장이 서로 대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구체적인 판단
(1)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원전 건설 이전 단계에서 ‘중대사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각 고시조항이지만,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원전 건설 이후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 ‘중대사고’ 발생 방지 및 발생 경우 대책 등 ‘중대사고’와 관련한 전반적인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2) 따라서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 전반을 원전 건설 이전, 허가 단계, 건설 이후 단계로 나누어 먼저 검토한 후, 더 나아가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조치 등에 대해 검토하였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5. 6. 22. 법률 제13389호로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상 ‘중대사고’에 대한 규제도 함께 검토하였다.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결정의 선고 시까지 취해지는 국가행위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3) 이러한 검토 결과, '⌈청구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이 사건 원전의 경우,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 따라 건설허가 신청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은 인정된다. 하지만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추후 운영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제출하여 이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하고, 운영 허가 후 사용 전 검사 및 정기검사 단계에서도 ‘중대사고 예방 및 완화시설’ 등에 관한 내용을 검사받게 된다. ‘중대사고’를 비롯한 원전 사고가 본격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원전이 운영허가를 받고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라는 점과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당시 시행되던 원전의 안전 관련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서 평가서 초안 및 평가서 작성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하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결정의 이유에서 적시한 사항 이외에 고려한 사항들 중 중대사고 관련 입법례 및 관련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기로 한다.
4. ‘중대사고’의 의미 및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조치 등
가. ‘중대사고’란 ‘원전의 설계기준을 초과하여 노심손상이 일어나는 사고’를 의미한다.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서는 예상 가능한 ‘자연재해’와 ‘인위적 사건’을 고려하고 그에 더하여 이를 초과하는 여분의 설계를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개념상 ‘중대사고’의 발생가능성은 매우 낮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사건 각 고시조항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시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제외한 것도, ‘중대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평가되고, ‘중대사고’의 개념상 그로 인한 환경영향평가를 실효성 있게 수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평가되던 ‘중대사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등에서 실제로 발생하였고,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 등을 고려할 때, 국가로서는 ‘중대사고’에 대하여도 이를 방지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나. 원자력안전법은 2015. 6. 22. 법률 제13389호로 개정되기 전까지 ‘중대사고’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다. 다만 ‘중대사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위원회는 2001. 8. 29.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확률론적 안전성평가, 중대사고 대처능력 확보, 중대사고 관리계획의 수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원자력발전소 중대사고정책’을 발표하였고, 이에 기하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중대사고 대응방안·대처능력·관리계획 등에 대한 규제지침 및 규제기준을 개발하였다. 위원회 및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중대사고관리’를 ‘원자로 노심이 손상되는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노심의 손상진행을 막고 격납건물의 능력을 유지하며 방사성 물질의 발전소 내·외 방출을 최소화하고 발전소를 안전한 상태로 회복하기 위하여 취해지는 제반조치’로 정의하고, 원전 사업자를 상대로 이와 관련된 이행명령 등의 행정적 조치를 행하였다. 특히 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확률론적 안전성평가’를 도입하여 기존에 발생빈도가 낮아 예상 가능한 사고의 범위에서 제외되었던 사고 중 원자로 노심이
나 격납건물의 손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사고 시나리오에 대해 발전소 설계나 운영 절차상 사고예방과 완화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항들을 평가하고 보완하도록 하였다. 또한 ‘중대사고’가 발생한 경우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격납기능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원자로 격납시설이 원자로 노심이 손상되더라도 사고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벽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중대사고시 격납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격납건물 건전성 위협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거나, 현재 설계가 위협요소들에 대한 대처능력이 있음을 사업자가 증명하도록 하여 만약의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의 진행을 완화하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반 절차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중대사고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도록 하였다.
다. 위와 같이 위원회의 중대사고 정책 공표 및 원전 사업자에 대한 행정적 조치 등을 통하여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2012년경부터 ‘중대사고’ 관리 및 대책에 관한 법제화를 추진하였고,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법이 2015. 6. 22. 법률 제13389호로 개정되면서 ‘중대사고’에 대한 규제가 법률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은 ① ‘사고관리’에 대한 정의규정을 신설하면서 ‘사고관리’에 ‘중대사고’에 대한 사고관리가 포함됨을 명확히 하고(제2조 제25호), ② 운영허가 신청시 ‘운전에 관한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첨부하도록 하면서 운영허가 기준에 ‘사고관리계획서의 내용이 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을 추가하였으며(제20조 제2항, 제21조 제1항 제6호), ③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원전 및 위 법 시행 전에 운영허가를 이미 신청한 원전에 대해서는 위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부칙 제3조). 또한 공공의 안전을 도모하고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원자력이용시설에 대한 건설허가 및 운영허가 관련 심사결과와 원자력안전관리에 관한 검사결과 등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103조의2). 이에
따라 하위법령도 개정되어, 시행령은 원전 운영 이후에 행해지는 정기검사 단계에서도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 계획에 대하여 심사하도록 하였고(제35조 제2항), 시행규칙은 이에 더 나아가 원전의 건설허가 신청 시 제출하여야 하는 서류에 ‘사고관리계획서 작성계획서’를 추가함으로써 건설허가 신청 단계부터 ‘사고관리계획서 작성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제4조 제6항). 위원회도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사고관리의 대상이 되는 사고를 ‘설계기준사고’, ‘다중고장에 의한 사고’, ‘설계기준으로 고려한 외적 요인을 초과한 자연재해 및 인위적 재해’, ‘설계기준을 초과하여 노심의 현저한 손상이 발생한 사고’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사고관리의 기준에 관하여 규정하는 한편, 이 사건 고시를 개정하여 ‘중대사고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도 삭제하였다{‘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2016. 6. 30. 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6-4호)}. 또한 ‘사고관리 범위 및 사고관리능력 평가의 세부기준에 관한 규정’ 및 ‘사고관리계획서 작성방법에 관한 규정’ 등을 제정하고, ‘기타 원자로의 안전에 관계되는 시설에 관한 규정’, ‘원자로시설의 사용전검사에 관한 규정’, ‘원자로시설의 정기검사 대상 및 방법에 관한 규정’ 등 관련 고시를 개정하여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와 내용을 명확히 하였다.
라. 기타 원자력 안전 관련 조치 등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법’ 이외에도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을 제정하여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체제와 원자력사업자의 방사선비상계획·조치의무, 위원회의 긴급조치, 방사능방재 기술지원 등 방사능재난 관리 및 대응체제에 대해서 규정함으로써 방사능재난의 예방 및 방사능재난이 발생한 경우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5. 중대사고 관련 입법례7)
가. 일본
일본은 2012. 6. 원자력기본법의 개정과정에서 ‘핵원료 물질,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법률’(원자로규제법)에 중대사고 관련 내용을 규정하였다. 노심의 현저한 손상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및 체제의 정비에 관한 사항을 인허가시 제출할 것을 명시하였고(제43조의3의5조), 중대사고 대처능력을 허가조건으로 명시하였다(제43조의3의6조). 또한 2013. 7.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자력시설의 중대사고 및 극한재해를 포함하는 설계기준초과사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신안전기준을 공포하여 시행하였고, 원전운영자에게 중대사고에 대한 규제요건 외에 지진, 해일, 화재, 테러 등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안전기준 부과하였으며, 설계기준에 대한 안전기준, 중대사고 대처방안, 지진 및 쓰나미에 대한 안전 기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미국
미국은 설계기준사고 중심으로 규제기준 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사건경험을 반영하여 설계기준초과사고를 선택적으로 규제요건화하였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외부재해에 대한 대응강화를 위해 항공기충돌 및 광역손상완화지침8)등을 규제요건화하였고, 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강화를 위한 다양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종합적 사고대응 능력을 확보하도록 규제요건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운영허가 절차 전반은 미국과 가장 유사한데,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설계기준사고(design basis accidents)는 핵시설이 그 설계와 건축에 있어 공중보건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구조, 요소에 대한 손상 없이 버텨야 하는 종류의 사고로, 중대사고(severe accidents)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안전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고로 보고 있는바, 반드시 노심의 손상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나 여러 가지 장비나 기능의 실
패가 중첩된 경우로서 발생확률은 낮지만 결과는 심각한 경우를 의미한
다고 하고 있다.
미국연방원자력법과 그 규칙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위원회(NRC)9)는 원전 부지, 건설, 운영 등에 관한 허가를 함에 있어서 전국환경정책법(NEPA)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NRC의 지침인 환경표준검토계획10)은 NRC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설계기준사고, 중대사고, 운송사고를 평가하고, 중대사고완화대안(Severe Accident Mitigation Alternatives : SAMAs)에 대한 검토내용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1)
다. 프랑스
2004.9.28. EdF에 송부한 기술지침서를 통해 중대사고 방지 및 완화를 신규원전의 설계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별도로 설치하는 Hardened Safety Core(HSC) 및 신속대응팀으로 극한재해에 대응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2012. 6. 26. 32개의 극한재해와 관련한 조치사항을 요구하였으며, 2014. 1. 21. HSC의 설계에 대한 추가의 규제요건을 발표한 바 있다. 임시 설치된 HSC를 영구·고정식으로 변경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라. 핀란드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2008. 11. 27. Government Decree (733/2008) 공표하였는데, 공통원인에 의한 다중고장, 복합사고, 극한 외부재해 등의 Design Extension Condition(DEC)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노심내 핵연료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는 중대사고에 대하여도 규제요건을 설정하고 있고, 극한 기후조건, 침수 등에 대해 재평가를 수행중이며, 전력계통의 호기간 독립강화, 다수호기 동시사고 대응, 기술지원 조직의 즉시활용, 외부자원의 접근로 확보 등의 강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마. EU
2014. 7. 8. EU Council은 원전에 대한 규제명령인 Directive-2009/71에 대한 개정안을 의결하였는데, 중대조건(Severe Conditions)을 ‘다중고장 또는 발생가능성이 극히 낮은 사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설계기준사고보다 심각한 조건’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중대조건이 제어될 수 있어야 하며, 방사성 물질의 조기방출 및 대량방출 가능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 IAEA
기존 NS-R-1을 대체하여 새로운 설계안전기준으로 SSR-2/1 발간 (2012. 1.) 하였으며, 요건 20에 확대설계조건(DEC) 관련 규제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DEC(확대설계조건)의 정의와 목적, 분석방법, 설계 방법, 평가방법 등의 요건을 기술하고 있다. DEC(확대설계조건)에 대한 허용기준으로는 2.11절에 고준위 피폭 또는 방사성물질 방출의 실질적 배제 및 소외 비상개입의 필요성을 제한 또는 배제를 제시하고 있따. 자연재해 및 인위적재해와 관련된 기준 및 지침은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결정의 의의】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심판 청구 당시와 달리 ‘중대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추가 및 강화된 개정법을 고려하여, 개정법에 따라 추후 운영허가 신청시에는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제출하여야 하는 점,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작성할 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와는 달리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는 않으나, 위원회는 개정법에 따라 운영허가 신청서류 및 심사보고서를 공개하여야 하므로, 원전 인근 주민들은 해당 원전에 중대사고 예방 및 관리대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운영허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이를 다툴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가가 ‘중대사고’를 대비함에 있어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을 보호하기에 부적합하거나 불충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 이미 건설허가 신청을 한 상태여서 위와
같은 제·개정안 중 건설허가 신청시부터 ‘사고관리계획서’ 위와 같은 제·개정안 중 건설허가 신청시부터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제출하돠록 한 부분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시에도 ‘중대사고’를 평가항목에 포함하도록 한 부분 등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원전 사고가 실제 발생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큰 점을 고려하여, 권력분립의 윈칙상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 판단 시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에 머물지만, 현재의 단계에서 모든 원자력 안전 관련 조치를 고려하더라도 ‘중대사고’ 관련 조치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결정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이 사건 결정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지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여타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기계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다고 볼 수 없으며, 사고발생의 위험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안전성을 맹신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아니 된다.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그 범위가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가 허용될 수도 없다. 우리는 이미 일본 후쿠시마에서의 원전 사고로 인하여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보았다. 특히 이 사건 원전의 건설 예정 지역은 이미 수많은 원전이 건설되어 있는 원전 밀집 지역으로 원전 사고 발생 시 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할 것인데, 최근 위 지역에 잇따른 지진 등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원자력 이용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이 전력 수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어서 장기적으로는 태양열, 풍력, 조력 등 대체에너지 자원을 꾸준히 구축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원전을 계속적으로 건설·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는 우리 사회가 원전과 관련된 위험성에 조금이라도 노출되지 않도록, 최신 과학기술과 정보를 기준으로 하여 원전 사고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는 법률과 제도를 헌법적 가치와 원칙에 부합하도록 항상
개선·보완하고,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