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집52(1)민,165;공2004.6.1.(203),901]
[1]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관련 형사판결의 증명력
[2] 재산권에 관한 민사소송에서의 위증으로 인한 위자료책임의 발생요건
[1]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배척할 수 있다.
[2] 재산권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증인의 증언내용 그 자체가 소송당사자 등의 명예 또는 신용을 훼손하거나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증인의 위증으로 인하여 패소판결을 받을지도 모를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재산적 손해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여부나 그 회복 여부에 상관없는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고, 나아가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1]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법 제393조 , 제751조 제1항 , 제763조
원고(선정당사자)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배재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
(1) 소외 1은 1915. 11. 30. 및 같은 해 12.경 이 사건 제2토지의 분할 전 토지 및 이 사건 제1토지에 관하여 각 그 소유자로 사정받았다.
(2) 소외 1이 1960. 3. 15. 사망하여 장손자인 소외 2(소외 1의 장남으로서 소외 2의 아버지인 소외 3은 1947. 11. 5. 이미 사망하였다), 3남인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장녀인 소외 4가 소외 1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3) 이 사건 제1토지에 관하여 소외 5가 1984. 6. 29.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법률 제3562호, 실효)에 의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제2토지의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소외 6과 소외 7 역시 1981. 7. 9.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법률 제3159호, 실효)에 의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며, 그 토지에서 분할된 이 사건 제2토지에 관하여 소외 8(원심판결문의 '소외 7'은 '소외 8'의 오기이다.)가 1985. 3. 3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소외 2는 소외 5와 소외 8 등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93가단(사건번호 1 생략)로 허위의 보증서 및 확인서에 기하여 이루어진 위 각 소유권보존등기 및 그에 터잡아 이루어진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적법한 원인을 결여한 무효의 등기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95. 2. 7.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선고받았는데, 그 항소심인 광주지방법원 95나(사건번호 2 생략) 사건에서 소외 5 등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그들의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항변하였고,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소외 9는 위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소외 10이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1970. 3.경 소외 5에게 증여한 것으로 안다. 소외 8이 해방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신축하여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안다."고 증언하였다.
(5) 위 항소심 법원은, 소외 9의 증언 등에 의하면, 소외 5는 1970. 3.경부터, 소외 8은 1940.경부터 각 20년 이상 점유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므로, 소외 5는 1990. 3. 31. 이 사건 제1토지를, 소외 8은 1960. 12. 31. 이 사건 제2토지를 각 시효취득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소외 5 등의 항변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소외 2의 패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한 소외 2의 상고가 기각되었다.
(6) 그 후 소외 9는, 사실은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은 소외 10이 1980. 초경 사망하여 소외 5가 그 아들로서 이를 상속받은 것이고, 소외 8은 1935년생이어서 1945. 이전에 집을 건축한 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위 항소심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이유로, 1998. 6. 30. 광주지방법원에서 위증죄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이유서를 법정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8. 11. 6. 항소기각결정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재항고기간의 도과로 위 유죄판결은 같은 달 24. 확정되었다.
(7) 소외 2가 2001. 4. 2. 사망한 후 그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인 선정자 2, 선정자 3, 선정자 4, 선정자 5, 선정자 6(이하 '선정자들'이라 한다)은 소외 9에 대한 위 유죄 확정판결을 내세워 광주지방법원 2001재나(사건번호 3 생략)으로 위 광주지방법원 95나(사건번호 2 생략)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이하 '재심법원'이라 한다)은, 소외 9의 위증 부분을 제외한 종전 소송의 나머지 증거들과 재심소송에서 조사된 새로운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소외 10이 1970. 3.경 소외 5에게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증여하여 소외 5가 그 때부터 현재까지 위 주택에 거주하면서 위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사실, 소외 8의 모와 삼촌이 해방되기 1, 2년 전에 이 사건 제2토지 위에 집을 지어 그 곳으로 이사하였고, 소외 8은 그 무렵부터 1996. 8. 7. 사망할 때까지 계속 위 주택에 거주하면서 위 토지를 주택의 부지로 점유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므로, 소외 5는 1990. 3. 31.경 이 사건 제1토지를, 소외 8은 1963. 12. 31.경(위 2001재나(사건번호 3 생략) 판결문 중 '1973. 12. 31.'은 '1963. 12. 31.'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이 사건 제2토지를 각 시효취득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그들의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소외 5 등의 항변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선정자들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한 선정자들의 상고가 기각되었다.
(8) 한편, 소외 9는 2001. 9. 29. 사망하여 피고들이 권리의무를 공동상속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소외 9의 위와 같은 증언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공동상속인이었던 원고와 위 광주지방법원 95나(사건번호 2 생략) 사건의 원고였던 소외 2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소외 9는 원고와 소외 2의 상속인들인 선정자들에게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이 사건 제1토지에 대한 소외 5의 점유에 관한 증언 부분을 보건대, 소외 9는 종전 소송의 항소심에서 "소외 10이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1970. 3.경 소외 5에게 증여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한 사실, 소외 9는 그 후 "사실은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은 소외 10이 1980. 초경 사망하여 소외 5가 그 아들로서 이를 상속받은 것인데도, 기억에 반하여 위와 같은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실, 그러나 재심법원은 소외 9의 증언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소외 10이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1970. 3.경 소외 5에게 증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그 판결이 상고기각에 의하여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소외 9는 위와 같은 증언을 한 후 위증 혐의로 고소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소외 10이 1969. 가을 무렵 사망하여 소외 5가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상속받은 것인데, 소외 5가 이를 1970. 3.경 소외 10으로부터 증여받았다고 증언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이에 검사는 "사실은 소외 10이 1969. 가을 무렵 사망하여 소외 5가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상속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소외 9는 소외 10이 1970. 3.경 소외 5에게 위 주택을 증여한 것으로 안다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위증죄의 약식명령을 청구한 사실, 그러나 그 후 정식재판을 거쳐서 선고된 소외 9에 대한 제1심판결은 그 범죄사실 중 허위공술 여부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사실은 소외 10이 1980. 초경 사망하여 소외 5가 그 아들로서 이 사건 제1토지 위의 주택을 상속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라는 내용으로 변경하여 인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1447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5의 점유에 관한 소외 9의 증언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소외 9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소외 5가 1969. 가을 무렵에 사망한 소외 10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인데도 소외 5가 1970. 3.경에 이르러 그 전에 이미 사망한 소외 10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기억에 반하여 잘못 증언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 역시 소외 10의 사망시기를 실제의 1980. 초경이 아닌 1969. 가을 무렵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원심으로는 소외 9에 대한 위증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9의 이 부분 증언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제2토지에 대한 소외 8의 점유에 관한 증언 부분을 보건대, 소외 9는 종전 소송의 항소심에서 "소외 8이 해방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신축하여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안다."고 증언한 사실, 소외 9는 그 후 "사실은 소외 8은 1935년생이어서 1945. 이전에 집을 건축한 바 없었는데도, 기억에 반하여 위와 같은 허위의 공술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실, 그런데 재심법원은 소외 9의 증언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소외 8의 모와 삼촌이 해방되기 1, 2년 전에 이 사건 제2토지 위에 집을 지어 그 곳으로 이사하였고, 소외 8은 그 무렵부터 1996. 8. 7. 사망할 때까지 계속 위 주택에 거주하면서 위 토지를 주택의 부지로 점유하여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으며, 그 판결이 상고기각에 의하여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소외 9는 위와 같은 증언을 한 후 위증 혐의로 고소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주택을 신축한 소외 11은 그 후 곧 행방불명되었고, 소외 8이 해방 전부터 위 주택에서 거주하여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소외 8이 해방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신축하여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과 같은 재산권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증인의 증언내용 그 자체가 소송당사자 등의 명예 또는 신용을 훼손하거나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증인의 위증으로 인하여 패소판결을 받을지도 모를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재산적 손해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여부나 그 회복 여부에 상관없는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고, 나아가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원고는 소외 9의 증언내용 그 자체에 의하여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종전 소송의 당사자도 아니었으므로 소외 9의 이 부분 증언에 의하여 어떠한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소외 8이 해방 전부터 이 사건 제2토지 위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제2토지를 점유하여 왔다는 소외 9의 증언내용은 재심소송에서도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인정된 점, 위 주택을 소외 8이 신축하였다고 증언한 경위에도 수긍할 바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소외 9의 이 부분 증언에 의하여 소외 2에게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그러한 사정에 대한 소외 9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소외 9의 위와 같은 증언으로 인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상속인이었던 원고와 종전 소송의 당사자인 소외 2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