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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뇌물공여][공2011하,2483]

판시사항

[1]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

[2] 갑 상호저축은행 임원인 피고인들이 타인 명의로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이른바 특수목적법인(SPC)인 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을 회사에 갑 은행 자금을 대출하여 을 회사 명의로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갑 은행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편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구체적 상황과 자신의 역할·지위에서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는 인정된다.

[2] 갑 상호저축은행 임원인 피고인들이 임직원의 친척 등 명의로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이른바 특수목적법인(SPC)인 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을 회사에 갑 은행 자금을 대출하여 을 회사 명의로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갑 은행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되는 까닭에 갑 은행이 실질적 당사자가 되어 시행하거나 보유할 수 없는 골프장 건설사업을 타인의 명의 등을 내세워 편법으로 추진하고, 임원의 임무에 위배하여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갑 은행의 자금을 지출한 행위는 법령의 규정, 직무 내용은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이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가재환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3, 4, 5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다는 의사와 그러한 손익의 초래가 자신의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이 결합되어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607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한편,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므로,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구체적 상황과 자신의 역할·지위에서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2.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및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저축은행의 대표이사,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들이, 골프장사업을 직접 영위하여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골프장을 건설할 업체에 대출을 할 경우에도 그 사업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절한 채권확보조치를 취하면서 대출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① 공소외 1 저축은행 임직원의 친척인 공소외 2 등의 명의를 빌려 그들에게 토지구입비용을 대출하는 형식으로 울산 울주군 두서면 인보리 소재 토지(이하 ‘울주군 토지’라 한다)를 골프장사업 부지로 구입하면서 근저당권 설정 등 채권확보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공소외 1 저축은행의 자금을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2002. 12. 6.부터 2008. 11. 5.까지 647회에 걸쳐 합계 17,779,636,573원의 공소외 1 저축은행 자금을 사용하고, ② 피고인 4의 지인 공소외 3 등의 명의를 빌려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대곡리 소재 토지(이하 ‘곡성군 토지’라 한다)를 골프장사업 부지로 구입하면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2002. 8. 28.부터 2005. 6. 23.까지 64회에 걸쳐 합계 3,600,081,433원의 공소외 1 저축은행 자금을 사용함으로써, 공소외 1 저축은행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그 토지매도인 등에게 각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이 골프장건설을 추진하면서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점만으로는 곧바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들은 골프장 용지를 매입하거나 골프장건설을 추진하면서 사업타당성에 관하여 자체적인 조사와 논의를 거쳤으며, 일반적으로 골프장건설은 인허가상의 각종 법령상 제약이나 행정적인 규제가 있는 상태하에서 행정민원을 통한 해당 용지의 용도변경 등의 방법으로 추진되기도 하고, 피고인들이 위 추진 과정에서 공소외 1 저축은행 자금을 방만하게 지출하였다는 의심의 여지는 있으나 개인적인 정실관계 혹은 부정한 사례금이나 청탁에 기하여 토지대금 등을 부풀려 지급하였다거나 아무런 대가 없이 사업비를 지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이 공소외 1 저축은행에 손해를 가하고 제3자의 이익을 위한다는 배임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공소외 1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친척 또는 지인 명의로 울주군 토지를 매수한 다음 피고인 4의 지인인 공소외 4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이른바 특수목적법인(SPC)인 공소외 5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하여 자금을 대출하여 줌으로써 공소외 5 주식회사 명의로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그 채택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 공소외 1 저축은행이 직접 골프장 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편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넉넉히 알아볼 수 있어 상호저축은행법 제11조 에서 규정한 상호저축은행의 업무 범위나 공소외 1 저축은행 정관에 규정한 사업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자 상호저축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는 상호저축은행법 제18조의2 제2호 의 규정에 반하는 위법행위가 될 수 있음은 원심도 설시한 바와 같고,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상호저축은행법의 목적( 제1조 ), 그 업무의 범위 및 제한과 벌칙에 관한 규정( 제11조 , 제18조의2 , 제39조 )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소외 1 저축은행의 설립목적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그럼에도 특수목적법인을 내세워 골프장 사업을 직접 추진하여야 할 사회적·경제적 합리성 내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없는 한 그 임원으로서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러한 배임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1 저축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고 거래상대방에게 재산상 이익을 준 것에 대하여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또한 이러한 경우가 정상적인 사업 진행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영상 판단에 대하여 단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보는 근거로 든 사정들, 즉 그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사업타당성에 대한 조사와 논의를 거친 바 있고 편법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업의 진행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며 거래상대방의 부정한 사례금이나 청탁이 없었고 아무런 대가 없이 사업비를 지출한 것은 아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업무상배임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더구나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토지매수 및 사업시행 결정 당시 피고인들은 공소외 1 저축은행의 지배하에 있는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이사 공소외 7로부터 울주군 토지를 골프장사업 부지로 추천받아 현장답사와 함께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확인한 것 외에는 주변 토지의 시세 등에 비추어 그 토지가격이 적정한지 여부, 해당 토지에서 골프장사업이 가능한지 여부 및 향후 예상수익 등 사업타당성에 관한 아무런 구체적인 검토를 거친 바 없고, 피고인들이 47억 5,000만 원에 구입한 울주군 토지는 불과 약 20일 전에 28억 원에 거래된 토지로서, 당시 울산광역시 도시기본계획상 농림지역 또는 보전관리지역에 위치한 탓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 ,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00조 제2호 에 따라 골프장과 같은 체육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인 사실, 뿐만 아니라 2004. 12. 1. 울산 울주군 두서면 일대가 대곡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그로부터 상류 방향 유하거리가 8~9㎞밖에 되지 아니하는 울주군 토지에서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3호 , 골프장의 입지기준 및 환경보전 등에 관한 규정(문화관광부 고시)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저촉되어 골프장 건설이 아예 불가능해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 명의대여자들이나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 형식으로 공소외 1 저축은행의 자금으로 울주군 토지의 매입대금과 월 평균 5,000만 원에 달하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운영비를 지출하는 등 무용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계속적으로 지출하여 왔고, 이러한 비용지출은 피고인들이 2005. 5. 13. 울주군수를 통하여 제출한 도시기본계획 변경건의가 2005. 7. 13. 울산광역시장에 의하여 반려됨으로써 골프장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이후에도 계속된 사실, 피고인들은 위 곡성군 토지에 관하여서도 피고인 4의 지인 공소외 8로부터 골프장 부지로 적합하다는 추천을 받고 이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매입가격이 적정한지, 골프장 건설사업이 타당성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 검토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들은 설령 공소외 1 저축은행의 특성 및 위 사업추진의 위법성을 논외로 하고 그 경영상 판단의 면에서만 본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업무상 임무위배의 점 및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되는 까닭에 공소외 1 저축은행이 실질적 당사자가 되어 시행하거나 보유할 수 없는 골프장 건설사업을 타인의 명의 등을 내세워 편법으로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원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저축은행의 자금을 지출한 것이고, 이는 법령의 규정, 직무 내용은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으며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임무위배행위 및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이익의 유무 등 업무상배임죄의 나머지 구성요건에 관하여는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피고인 2에 대한 파기의 범위

항소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7473 판결 등 참조), 피고인 2에 대한 원심의 위 각 무죄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는 뇌물공여죄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고 그에 대하여는 위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함으로써 확정되었으므로, 위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의 파기범위는 위 각 무죄 부분에 한정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3, 4, 5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