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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5도602 판결
[업무상배임·농업협동조합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업무상배임 부분

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 ). 배임죄나 업무상배임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가치를 감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업무상배임죄에서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점에 대하여 가지는 인식이나 의사를 말한다. 따라서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경영자가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구체적 상황과 자신의 역할·지위에서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그에 관한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 (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시농업협동조합(이하 ‘○○시농협’이라 한다)으로 하여금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공소외 1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하게 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2는 ○○시농협의 조합장, 피고인 1은 ○○시농협의 교육지원상무, 피고인 3은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2) ○○시농협은 공소외 1 회사와 ① 2011. 6. 24.경 ○○시농협에서 진행하는 고정투자사업의 컨설팅업무에 관한 기본용역계약을, ② 2011. 7. 1.경 ○○시농협에서 건립 예정인 △△△마트의 부지로서 공소외 2 주식회사 소유의 토지를 임차하는 업무에 관한 임대대행 용역계약을, ③ 2011. 9. 5.경 ○○시농협 □□동지점의 이전 예정부지로서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소 생략) 외 2필지를 매입하는 업무에 관한 중개용역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이에 따른 용역대금으로 3,910만 원, 2억 2,000만 원,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이하 위 순번으로 계약을 특정한다).

(3) 피고인 2, 피고인 1은 다음과 같이 ○○시농협과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성실히 관리·집행할 의무를 위반하여 공소외 1 회사에 특혜를 제공하였고, 피고인 3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

(가) 공소외 1 회사는 주로 문화재 수리업과 건축공사업 등을 하였고, 사업컨설팅이나 부동산임대대행, 부동산중개에 관한 사업실적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공소외 1 회사는 고정투자사업 컨설팅이나 △△△마트의 부지 임차대행과 관련하여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고 부동산중개업을 할 자격도 없다.

(나) ○○시농협은 2000년 대구 ◇◇대학교에 ‘본·지점 간 경영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5건의 컨설팅용역을 의뢰한 전례가 있으나, 이 사건처럼 고정자산 투자사업 전반이나 업무용 부지 임차나 매입에 관하여 따로 용역을 의뢰한 전례는 없다.

(다) 위 ①의 컨설팅 기본용역계약의 경우, ○○시농협에서 컨설팅 외부용역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논의하기도 전에 피고인 3은 피고인 1과 접촉하였다. 피고인 1은 피고인 3으로부터 다른 업체 명의의 비교견적서를 미리 제출받아 2011. 6. 17. 이사회에 제시하였는데, 그 견적가는 공소외 1 회사의 것보다 월등히 높게 허위로 작성된 것이다. 위 이사회에서 ‘내부직원 TF팀을 우선 구성하자.’는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피고인 2, 피고인 1은 컨설팅 외부용역이 필요하고 공소외 1 회사가 전문성 있는 업체라고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유도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2, 피고인 1은 공소외 1 회사의 자질이나 비교견적서의 내용은 물론 용역대금 3,910만 원의 산출근거 등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점검하지 않았다. 공소외 1 회사에 전문성이 있다고 본 근거나 선정 동기 역시 불투명하다. 나중에 공소외 1 회사가 2011. 8. 제출한 용역결과물도 기존에 제출된 제안서와 같은 내용이거나 농협 내부의 논의를 정리한 정도에 그쳤다. ○○시농협은 용역계약 체결 후 1주일 만인 2011. 7. 1. 공소외 1 회사와 위 ②의 △△△마트 부지 임대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용역결과물이 나오기 전이었다.

위 ②의 △△△마트 부지 임대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인 2, 피고인 1은 조합 내부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고정투자 기본계획 수립, 사업타당성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수의계약 대상이 아님에도 수의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수수료 3억 원의 산출근거, 임대차기간, 마트의 입점시기 등 계약의 내용을 점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 부지는 항만보호구역과 준공업지역으로서 관련 법규와 조례상 바닥면적의 합계가 1,000㎡를 초과하는 시장이나 대형점을 건립할 수 없는 곳이었다. 피고인 2, 피고인 1은 사업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관제팀장, 총무차장, 사외이사 등의 의견을 듣지 않고, 피고인 3과 고등학교 동문 관계인 국회의원 보좌관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2 주식회사 부지에 △△△마트 신축을 추진할 경우 돕겠다’는 말에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계약체결을 강행하였다. 위 피고인들은 오히려 내부규정상 선금 지급기준(계약금액의 30%인 6,000만 원)을 초과한 2억 2,000만 원을 선금으로 지급하였다. 공소외 1 회사는 이러한 규제 제한을 없앨 만한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받은 용역대금도 급여지급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을 뿐 용역계약의 이행을 위해 구체적으로 활동한 내역이나 지출한 자금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되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인 2012. 10.에야 ○○시농협은 공소외 1 회사에 계약관계 종료를 요청하여 그 무렵 피고인 3으로부터 1억 6,500만 원을, 피고인 2로부터 5,000만 원을 반환받았다.

위 ③의 지점 이전부지 중개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인들은 법정 중개수수료 6,939,000원을 초과하여 중개수수료를 5,500만 원으로 정하였다. ○○시농협은 부동산중개사무소가 아닌 컨설팅업체를 통해 토지를 매수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2, 피고인 1은 2011. 9. 5. 고정투자심의협의회에서는 부동산중개인을 통하여 매입하는 것처럼 설명하였다. 공소외 1 회사는 매매 성사과정에서 특별히 한 역할이 없고, 오히려 기존 임대차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여 ○○시농협은 2015. 6. 30.까지 건물과 토지를 인도받지 못하게 되어 2012년 안에 공사를 시작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다. 사실의 인정, 증거의 취사선택과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상고이유 주장 가운데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부분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사실인정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 2, 피고인 1은 임무에 위배하여 ○○시농협으로 하여금 피고인 3이 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에 특혜를 주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게 하였고, 이로써 공소외 1 회사로 하여금 지급받은 용역대금 또는 법정 중개수수료 초과분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시농협에 그 금액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용역계약 체결과 대금지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용역계약의 내용, 손실 발생의 개연성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공소외 1 회사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시농협에 손해를 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위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상배임죄에서 고의와 불법이득의사,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 피고인 1의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부분

가. 원심은, ○○시농협의 임원인 위 피고인들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시농협 □□동지점의 이전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소 생략) 외 2필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구 농업협동조합법(2014. 12. 31. 법률 제129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1조 제2호 , 제43조 제3항 제7호 에서 정한 ‘이사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하여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집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고의, 위법성의 인식, 농업협동조합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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