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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누7935 판결

[산업재해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공1995.4.15.(990),1635]

판시사항

가. 업무상 재해의 요건인 업무수행성의 인정 범위

나. 업무상 재해에 있어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가.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 무리한 운행을 하다가 벌점초과로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쉬는 동안에 교통안전교육을 받던 도중 뇌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마비로 사망한 것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업무상 재해의 요건인 업무수행성은 반드시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업무수행에 종사하는 동안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활동과정에서 일어난 재해도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

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고, 그 인과관계 또한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그 입증이 있다 할 것이다.

다.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 무리한 운행을 하다가 벌점초과로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쉬는 동안에 교통안전교육을 받던 도중 뇌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마비로 사망한 것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1985.6.24.부터 소외 ○○○○ 주식회사(이하 소외회사라 한다)의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여 온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인이 1992.5.말 벌점초과에 따른 49일간의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같은 해 6.1.부터 쉬다가 같은 달 9. 도로교통안전협회 서울시 지부에서 실시하는 교통안전교육을 받던 중 쓰러져 병원에 옮겼으나 그 다음날 11:30경 직접사인 뇌간마비, 선행사인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하였는데, 위 망인의 사망은 과중한 근무로 인한 누적된 피로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망인은 운전면허정지기간 중 그 면허정지기간을 단축받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사망한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 또는 그에 수반하여 일어난 재해라고 볼 수 없고, 또 위 망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과로를 초래할 만한 업무과중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소외 회사에 근무할 당시 누적된 업무상 과로가 위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산업재해보상금부지급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우선 업무상 재해의 요건인 업무수행성은 반드시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업무수행에 종사하는 동안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활동과정에서 일어난 재해도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위 망인은 서울 시내의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의 무리한 운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실을 엿볼 수 있고, 관계 법령에 의하면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한 자는 내무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한 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하고(도로교통법 제49조 제2항), 그 교육대상자에 대하여는 교육통지서에 의하여 교육일시, 장소 등을 알려주게 되어 있으며(같은법시행규칙 제5항), 위 교육을 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5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같은 법 제113조), 만일 위 망인이 벌점초과에 따른 49일간의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게 된 것이 본인의 고의행위나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것이 아니라 소외 회사 소속의 다른 운전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면 법규위반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벌점이 누적된 점에 기인한 것이라면, 위 정지처분에 수반하여 의무적으로 받도록 되어 있는 교통안전교육의 수강은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행위로 보아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볼 것이다.

또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고 (당원 1992.4.14. 선고 91누10015 판결 참조), 그 인과관계 또한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그 입증이 있다 할 것인데 (당원 1993.10.12. 선고 93누9408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1일 2교대 근무로 오전 근무자는 07:00부터 16:00까지, 오후 근무자는 17:00부터 그 다음날 02:00까지 각 근무하되 일주일마다 근무형태를 바꾸도록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 1일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운행하는 일이 많았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망인이 주·야간이 뒤바뀌는 근무형태 및 과중한 근무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임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고, 위 망인의 사망원인인 뇌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마비는 혈관연축으로 인한 뇌경색 및 뇌압상승에 의한 뇌탈출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혈압상승이 뇌지주막하출혈의 직접원인이 되는데, 과로가 혈압상승을 유발시킬 수 있어 과로도 뇌지주막하출혈의 간접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달리 위 망인이 종전부터 뇌지주막하출혈의 원인이 될만한 지병을 앓았다거나 위 운전면허정지로 인하여 쉬는 동안에 과로의 원인이 될만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변론에 전혀 현출되어 있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망인의 계속된 무리한 근무로 인하여 누적된 피로와 위 뇌지주막하출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수행과는 관련이 없고 또 업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받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5.19.선고 93구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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