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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3. 26. 선고 97헌마194 결정문 [관세법 제186조 제1항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출

대리인 변호사 정인봉

주문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현재 보석판매 및 그에 따른 보석감정 등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1996. 12. 30. 관세법 제186조가 법률 제5194호로 개정되면서, 관세법 제179조(밀수출입죄)또는 제180조(부정수출입죄)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2항에 해당되는 물품(밀수[출]입 또는 부정수[출]입된 물품, 아래에서는 이를 통틀어 “밀수품”이라고 한다)을 감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자, 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원칙에 위배되고, 청구인의 직업선택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1997. 6.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관세법 제186조 제1항(1967. 11. 29. 법률 제1976호로 전문개정되고 1996. 12. 30. 법률 제519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중 “감정”부분이 헌법상 보장된 청

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과 관련조항의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86조 ① 제179조 또는 제180조 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2항에 해당되는 물품을 취득·양여·운반·보관·알선하거나 감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제186조 ② 제1항의 죄를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와 미수범은 본 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제179조(밀수출입죄)① 제146조 각 호의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

2.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였으나 당해 수입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하여 수입한 자

③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출하거나 반송한 자

2.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였으나 당해 수출물품 또는 반송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하여 수출하거나 반송한 자(전문개정 1996.

12. 30)

제180조(부정수출입죄)①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 또는 제138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한 자 중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제1호의 물품원가는 전체물품중 포탈한 세액의 전체세액에 대한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만의 원가로 한다.(개정 96. 12. 30)

1.(생략)

2. 법령에 의하여 수입에 필요한 허가·승인·추천·증명 기타 조건을 구비하지 아니하거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구비하여 수입한 자

3. 법령에 의하여 수입이 제한된 사항을 회피할 목적으로 부분품으로 수입하거나 주요 특성을 갖춘 미완성·불완전한 물품 또는 완제품을 부분품으로 분할하여 수입한 자

② 제137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수출신고를 한 자 중 법령에 의하여 수출에 필요한 허가·승인·추천·증명 기타 조건을 구비하지 아니하거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구비하여 수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신설 1996. 12. 30)

제137조(수출·수입 또는 반송의 신고)① 물품을 수출·수입(수출자유지역에의 반입을 포함한다)또는 반송하고자 할 때에는 당해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개정 90. 12. 31, 93. 12. 31, 95. 12. 6)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

하는 바에 의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생략하게 하거나 관세청장이 정하는 간이한 방법으로 신고를 하게 할 수 있다.(개정 83. 12. 29, 90. 12. 31, 96. 12. 30)

1. 휴대품·탁송품 또는 별송품

2. 우편물

3. 제29조 제1항 및 제30조의 규정에 의하여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

4. 국제운송을 위한 컨테이너(별표 관세율표 중 기본세율이 무세인 것에 한한다).

③~⑤(생략)

제138조의2(입항전 수입신고)① 수입하고자 하는 물품의 신속한 통관이 필요한 경우 제13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물품을 선(기)적한 선박 또는 항공기가 입항하기 전에 수입신고(이하 “입항전 수입신고”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입항전 수입신고된 물품은 우리나라에 도착된 것으로 본다.

②~⑥(생략)

제146조(수출입의 금지)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물품은 수출 또는 수입할 수 없다.(개정 91. 3. 8)

1. 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안 또는 풍속을 해할 서적·간행물·도서·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

2. 정부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첩보에 공하는 물품

3. 화폐·지폐·은행권·채권 기타 유가증권의 위조품·변조품

또는 모조품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감정”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여 어떤 물품에 대하여 단순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 특정한 장비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며, 감정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주체도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2) “감정”의 개념 자체를 애매모호하게 설정한 것은 헌법 제15조에 의거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3) “허위감정”이 아닌 “감정”자체가 처벌되는 것은 현행법질서에서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관세법 제179조 또는 제180조 제1항 제2호·제3호 및 제2항에 해당되는 물품에 대하여서만 “감정”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1조에 의거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나. 관세청장의 의견요지

(1)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처분행위가 예정되어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이 결여되어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정행위는 전문적 식견이나 특정한 장비의 유무에 관계없이 밀수품 등의 진부와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감정행위의 주체도 누구든지 밀수품 등의 진부와 좋고 나쁨을 판단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당해물품의 거래를 조장하는 자를 의미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

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감정을 업으로 하는 것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밀수입 또는 부정수입된 물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감정해 줌으로써 밀수품의 유통을 조장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4) 특정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당해법률의 특수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성에 따라서 판단할 사항으로 타 법률에 유사행위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다고하여 당해 특정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한 결과이다.

다. 재정경제원장관의 의견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밀수품을 ‘감정’하는 것은 밀수품인줄 알면서도 당해 밀수품의 진부와 좋고 나쁨을 판단함으로써 당해 밀수품의 거래가 잘 되도록 조장해 주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감정행위는 일반인도 통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감정행위를 규정한 입법취지는 당해물품이 밀수품인 것을 알면서도 밀수품의 진부와 좋고 나쁨을 판단해 줌으로써 당해 밀수품의 거래를 조장해주는 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밀수품인 줄을 알면서도 이를 감정하는 경우까지 이를 영업의 자유에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3) 관세법에서 밀수품의 취급과 관련한 처벌태양으로 밀수품의 취득, 보관, 운반, 알선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추어 볼 때, 밀수품의 감정행위도 이들 행위와 마찬가지로 처벌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의 원칙에 적합하다 할 것이므로, 밀수품의 감정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이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여부를 논할 수 없다.

3. 판 단

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이해관계인인 관세청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직접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것이라 볼 수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므로 먼저 본다.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따라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 그러나 국민에게 일정한 행위의무 또는 행위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법규정을 정한 후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수단으로서 형벌 또는 행정벌 등을 부과할 것을 정한 경우에, 그 형벌이나 행정벌의 부과를 위 직접성에서 말하는 집행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국민은 별도의 집행행위를 기다릴 필요 없이 제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시행 자체로 행위의무 또는 행위금지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2. 29. 94헌마213 ). 다시 말하면 설령 형벌의 부과를 구체적인 집행행위라고 보더라도, 이러한 법규범을 다투기 위하여 국민이 이 법규범을 실제로 위반하여 재판을 통한 형벌이나 벌금부과를 받게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청구인이 위반하여 처벌받는 구체적

인 집행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감정’부분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순차로 본다.

(1) 죄형법정주의원칙 침해 여부

(가) 헌법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그런데 처벌법규의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7. 3. 27. 95헌가17 ; 1994. 7. 29. 93헌가4 ; 1993. 3. 11. 92헌바33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감정”행위는 전문적 지식이나 특정한 장비의 유무에 관계없이 물품(밀수품)의 진부와 품질을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행위의 주체도 감정을 업으로 하는 자 또는 감

정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자 여부를 불문하고 밀수품의 감정행위를 하는 사람 모두를 의미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밀수품인 줄을 알고도 고의로 감정행위를 한 경우에만 형사처벌된다. 따라서 이러한 감정행위의 의미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감정”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2)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헌법 제15조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한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 1996. 8. 29. 94헌마113 ; 1997. 3. 27. 94헌마196 등 참조). 여기서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계속적인 소득활동을 의미하며, 이러한 내용의 활동인 한 그 종류나 성질을 묻지 않는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참조).

(가)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여부

청구인의 감정행위는 보석감정업이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활동임이 명백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밀수품의 감정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직업활동의 대상 및 태양에 일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으므로 보석감정업자로서 감정할 수 있는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일부제한하고 있다고는 할 것이나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밀수

품에 대한 감정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정상적인 수출입품 및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정상적인 물품에 대한 감정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종전보다 감정행위의 대상물을 축소시키고 있을 뿐이므로 청구인이 보석감정업을 더 이상 영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그 직업활동의 영역을 축소시킬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제한이 과연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기본권제한의 한계내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본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에 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당해물품이 밀수품인 것을 알면서도 밀수품을 감정하여 주는 등 당해 밀수품의 거래를 조장해주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밀수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나아가 밀수출입 또는 부정수출입(아래에서는 이를 통틀어 “밀수”라 한다)을 근원적으로 억제하고자 하는데 있다.

관련통계에 따르면 1996년도에 국내 소매시장에서 밀수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 밀수한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6%인바, 이러한 상황아래서 발생하는 국내산업의 피해와 관세 및 관련 내국세의 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밀수품의 유통방지를 통하여 밀수행위를 억제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금이나 보석류의 경우 물품의 진부나 품질에 따라서 가격

차가 현저하므로 전문적인 감정행위를 통한 물품의 품질감정과 가격결정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밀수품의 시중유통에는 반드시 감정행위가 개입되기 때문에 밀수품임을 알고도 밀수품에 대한 감정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할 경우 밀수품에 대한 시중유통이 억제되어 밀수의 예방효과가 증대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밀수품에 대한 감정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때에 처벌토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되어 시행된 1997년 1월 이후부터 같은 해 10월까지의 기간에 금이나 보석류의 밀수단속실적을 보면, 전년에 비해 65% 이상 현저히 감소하였는바, 밀수단속실적의감소에 관한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여한 밀수예방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밀수품의 유통방지를 통한 밀수억제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있어서의 기본권제한의 목적인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한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그 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2) 입법수단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였는지에 관하여

가) 방법의 적절성

밀수품은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물품의 진부 및 품질 등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제3자가 감정행위를 통해서 당해물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해주는 경우에만 밀수품의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므로, 밀수품에 대한 감정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입법수단은 밀수품의 유통을 억제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밀수품의 유통을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밀수품의 유통과정상 나타나는 각 단계(예:운반, 보관, 감정, 알선, 양여, 취득 등)마다 적절한 억제수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밀수품이 국내에 유입된 후나 국외에 유출되기 전에 실시되는 감정단계에서도 적절한 규제행위가 요청되는데, 감정행위의 금지와 위반시의 형사처벌외에는 별다른 대체수단이 없다. 형사처벌을 할 경우에는 고의에 의한 감정행위의 처벌과 과실에 의한 감정행위의 처벌로 나눌 수 있으며, 두 가지 형사처벌 모두가 밀수품의 감정행위금지를 위반하는 경우에 처벌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적절하다고 할 것이나, 밀수품인 줄 모르고 과실로 감정행위를 한 경우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감정업무의 수행 자체에 지나친 부담과 제한을 줄 수 있으므로 고의에 의한 감정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보다 기본권침해의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정한 고의의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는 것이 기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다) 법익균형성

밀수품의 감정행위금지라는 입법수단은 밀수품이외의 물품에 대한 감정행위는 완전히 허용하기 때문에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는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이와는 달리 국내시장에서 보석 등이 광범위하게 밀수되고 있는 상황아래서 밀수품의 유통방지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한 공공복리의 증진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양자를 비교형량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정한 입법수단과 추구하는 입법목적사

이에는 법익균형성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정한 밀수품의 감정행위 금지와 위반시의 형사처벌이라는 입법수단은 밀수품의 유통방지를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5조가 규정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하는 경우에만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다(헌재 1989. 5. 24. 89헌가37 등; 1994. 2. 24. 93헌바10 ; 1996. 10. 4. 95헌가1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밀수품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물품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출입품 및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정상적인 물품과는 달리 감정행위가 금지되는 차별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이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밀수품의 감정행위금지를 통한 차별은 밀수품의 유통방지를 통한 밀수의 억제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행해지고 있다. 밀수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밀수품의 거래를 위해 그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주는 감정행위는 밀수품의 거래를 조장하기 때문에 밀수품에 대한 감정행위금지는 밀수의 제거를 위해서 필요불가결

하다. 이와 같은 사유는 밀수품에 대한 차별취급을 위해서 합리적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밀수품에 대해서만 감정행위를 금지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는 볼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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