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공1995.1.1.(983),135]
가. 부동산의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명의신탁 등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
나. 신빙성이 희박한 피해자측의 증언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가.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등기명의자인 피고인이 그중 일부 지분을 횡령하였다고 하려면 우선 그 피해자가 그 부동산 지분의 실제 소유권자로서 피고인에게 그 지분을 명의신탁함으로써 피고인과의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신빙성이 희박한 피해자측의 증언들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배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가. 형법 제355조 제1항 나. 형사소송법 제308조
피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손홍익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이 사건 공소사실과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1983.3.초순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는 어느 다방에서, 공소외 김기수에 대한 피고인의 채권 금 25,000,000원, 피해자 (피고인의 사촌 자형)의 채권 금 8,000,000원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위 김기수가 매수한 부산 동래구 온천동 1428의 47 대 339m2를 미지급 잔대금 7,000,000원 및 근저당채무 금 50,000,000원과 함께 위 채권액의 비율대로 공동 양수하되, 그 등기는 지분이 많은 피고인 명의로 마치기로 하는 명의신탁 약정을 하고, 1983.3.14.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이를 보관하던 중, 1990.8.29. 부산 동래구 수안동 250의 3 소재 이재우 법무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하순호에게 대금 385,000,000원에 임의로 매도하고 그 해 9.25. 위 하순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김으로써, 위 대지에 관한 위 피해자 소유의 지분(8/33)을 횡령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증인 임일용, 이용욱, 피해자, 김기수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검사가 이용욱, 피해자에 대하여 작성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 사법경찰관 직무취급이 이용욱, 피해자, 김기수, 임일용에 대하여 작성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를 종합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피고인의 주장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위 김기수의 사위인 공소외 이용욱으로부터 위 김기수가 부도 직전에 놓여 있으니 그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위 부동산을 인수하여 그에 대한 피고인의 채권 금 25,000,000원을 확보해 두라는 제의를 받고 1983.2.24. 김기수를 대리한 이용욱과의 사이에 위 부동산에 관하여 김기수의 공소외 곽효순, 정경태에 대한 미지급 잔대금채무 금 7,000,000원 및 공소외 미원 주식회사에 대한 금 50,000,000원의 근저당채무를 인수하고 위 금액과 자신의 김기수에 대한 금 25,000,000원의 채권을 합한 금 82,000,000원을 매매대금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김기수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독촉하여 오던 중, 피해자 자신도 김기수에 대하여 금 8,000,000원의 채권이 있다면서 각 채권 비율인 800 대 2,500의 비율에 따라 위 부동산을 공동으로 매수할 것을 요구하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부담을 덜어 볼 생각으로 이에 동의를 하였던 바, 위 미지급 잔대금 및 등기비용을 지출할 시기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위 인수채무금 및 등기비용을 그 지분비율에 따라 부담할 것을 요구하자 피해자는 그러한 형편이 못된다면서 이를 거절하고, 잔대금 지급기일인 같은 해 3.13.에 이르러서는 자기 부담부분의 돈을 준비하여 오지도 아니한 채 위 부동산에 대한 공동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여, 피고인은 같은 날 공소외 변원천으로부터 금 2,000,000원을 급히 차용하여 위 곽효순외 1인의 대리인인 공소외 조병화에게 잔대금 7,000,000원을 지급하고 같은 달 14. 위와 같이 피고인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피고인은 같은 해 6.3. 자신의 다른 부동산을 처분한 대금으로 공소외 미원주식회사에 대한 근저당채무 금 47,000,000원(원래는 금 50,000,000원이었으나 위 금액으로 감액되었다)을 변제한 다음 약 7년 가량을 제세공과금을 부담하는 등 위 부동산을 소유, 관리하여 오다가 1990.8.29. 위 부동산을 공소외 하순호에게 매도하게 된 것일 뿐 공소사실과 같이 위 부동산에 대한 피해자의 지분을 명의신탁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횡령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나. 횡령죄는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 부동산에 관한 피해자 의 지분을 횡령하였다고 하려면 우선 위 피해자가 위 부동산의 8/33 지분의 실제 소유권자로서 피고인에게 위 지분을 명의신탁하므로써 피고인과의 사이에 위탁이라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당원 1993.6.22.선고 92도797 판결 참조).
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위 부동산의 8/33 지분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를 피고인에게 명의신탁하였는지의 여부(그런데, 공소사실은 1983.3. 초순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는 어느 다방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것이고, 피고인도 피해자와 위 부동산을 김기수에 대한 채권의 비율로 공동매수하기로 한 바 있었던 사실은 자인하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그 후 위 부동산에 대한 미지급 잔대금 및 등기비용을 지출할 시기에 이르러 자신이 지분비율에 따라 부담할 위 부동산의 인수채무금 및 등기비용 부담을 거절하고, 잔대금 지급기일인 1983.3. 13.에 이르러서는 자기 부담부분의 돈을 준비하여 오지도 아니한 채 위 부동산에 대한 공동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였는지의 여부)가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데 있어 관건이 된다고 하겠다.
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일부 진술은 피고인이 이 사건 횡령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횡령행위를 인정할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횡령행위를 인정할 자료로는 피해자 , 위 부동산의 매도인인 김기수, 그의 사위인 이용욱, 피해자의 채권자인 임일용의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피해자, 이용욱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남는다고 할 것인 바, 위 각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우선 위 증인들 중 피해자, 김기수, 이용욱 3인간의 혈연 관계를 보면 피해자는 이용욱의 이모부이고, 김기수는 이용욱의 장인이며, 따라서 피해자와 김기수는 사돈지간인 바, 위 증인들의 혈연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할 것이고, 임일용의 진술은 피해자에 대한 채권자로서 위 부동산의 일부가 피해자의 소유라는 것을 들었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사실을 좌우할 만한 진술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피해자는 피고인이 위 부동산의 공동인수를 제의하면서 잔금 및 등기비용부담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이를 모두 부담하고 나중에 위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그 때 가서 알아서 생각해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원심 증인 이용욱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러한 요구를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고(공판기록 549쪽), 제1심 증인 황상수, 변원천, 조병화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매매잔대금의 지급당일 그의 몫인 금 2,000,000원을 준비하지 못하자 피고인은 잔금 수령인인 조병화를 약속장소에 기다리게 해 놓고 황급히 변원천에게 가서 위 금원을 차용하여 지급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잔금 등의 분담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의 몫의 잔금등도 미리 준비 했었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는 위 부동산 인수문제를 이용욱으로부터 자신이 먼저 제의를 받아 피고인에게 이야기 했으며, 김기수와의 매매계약서 작성 전부터 피고인과 위 부동산을 공동으로 인수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위 매매계약서의 작성전부터 공동인수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부동산에 관한 그의 지분을 명의신탁하면서 피고인과 아무런 약정서도 없이, 피고인과 위 김기수와의 부동산매매계약서(수사기록 58쪽)나 위 김기수의 확인서(수사기록 59,60쪽), 권리양도 통보서(수사기록 154,155,156쪽) 상에 전혀 자기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는데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서 피고인을 상대로 피고인의 위 부동산 처분에 따른 청산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터이므로 그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하겠다.
(3) 이용욱은 제1심에서는 위 부동산의 잔대금 지급기일인 1983.3.13. 그 지급장소에 피해자가 있었다고 진술하다가(공판기록 88,89쪽) 원심에서는 피해자는 없었던 것 같다고 진술을 바꾸고(공판기록 549쪽) 있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므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4) 김기수의 진술은 위 부동산을 피고인과 피해자에게 공동으로 인수시키려 하였다는 것이고, 그 당시 부도로 인하여 도피생활을 하고 있어 그의 사위인 이용욱이 그를 대리하여 일을 처리하였으며, 위 부동산의 잔대금 지급기일에는 그 지급장소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위 부동산에 대한 공동인수를 포기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그의 진술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김기수는 그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당시 피고인이 위 부동산을 인수하고도 부도수표 4매를 지급제시 한 것에 대하여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어(수사기록 114,115쪽)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 한다.
(5)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부동산에 있어서 그 매매잔대금, 공소외 미원주식회사에 대한 근저당채무 등을 모두 피고인이 부담함으로써 결국 위 부동산의 매수대금 전부를 피고인이 부담하였고, 그 이후의 위 부동산에 대한 제세공과금을 피고인이 모두 부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위 부동산의 임대, 관리등도 전적으로 피고인이 하여 왔으며 피해자는 이러한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에 비추어 보아도 위 부동산의 8/33 지분이 피고인에게 명의신탁된 피해자의 소유라는 위 증인들의 진술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마.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신빙성이 희박한 피해자측의 증언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고 할 것이고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