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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3. 12. 선고 2001도206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2002.5.1.(153),921]

판시사항

[1] 알선수재죄에 있어서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입증 방법

[2] 자백의 신빙성 유무의 판단 기준

[3] 도지사에 입후보한 피고인이 은행장으로부터 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선거자금으로만 인식하고 수수하였다고 주장하여 알선수재의 범의를 부인하였으나, 그 범의를 자백한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진술에다가 기타 정황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알선수재 범의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하였다는 범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2]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 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3]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역임하고 도지사에 입후보한 피고인이 은행장으로부터 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선거자금으로만 인식하고 수수하였다고 주장하여 알선수재의 범의를 부인하였으나, 그 범의를 자백한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진술에다가 은행퇴출저지라는 현안과 관련한 중요한 시점에서 피고인이 관련 공무원 및 위 은행장과 전화 또는 면담한 점 등의 정황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알선수재 범의를 인정한 사례.

참조판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세종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경기도지사인바, 1998. 2. 하순경부터 정부에서 금융시장의 구조개선을 위하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을 근거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하 'BIS 비율'이라 한다)이 일정수준(8%)에 미달하는 금융기관 중 부채가 자산을 현저히 초과함으로써 합병·증자 등의 방법으로 재무구조의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에 대하여 영업정지·계약이전명령·영업인가취소 등의 방법으로 퇴출조치[위 법률에서 정하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비'(영업의 인가·허가 등의 취소)를 가리킨다. 이하 편의상 '퇴출'이라 한다]를 취할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으며, 경기은행도 그 대상 중의 하나로 거론됨에 따라 경기은행의 은행장인 공소외 1이 위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금융감독위원장 등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경기은행이 퇴출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음을 알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지낸 자신의 경력과 정·관계에 지인이 많은 것을 이용하여 금융감독위원장 등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경기은행의 퇴출을 저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경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여 자신이 경기도지사에 입후보한 1998. 6. 4.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1998. 3. 30.경 서울 강남구 소재 리츠칼튼호텔 일식당에서, 위 공소외 1을 만난 자리에서 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지원을 부탁하면서 공소외 1으로부터 "경기은행이 경영개선권고를 받고 경영정상화계획안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되는 등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선거만 도와주면 열심히 돕겠다."고 말하여 이를 승낙하고, 그 무렵부터 같은 해 5. 28.경까지 수회에 걸쳐 공소외 1으로부터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였으며 영업인가취소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금융감독위원장 등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경기은행이 퇴출대상에서 구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이번 선거에만 이기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도록 힘써 줄테니 선거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하여 선거자금의 지원을 조건으로 위 청탁을 승낙한 후, 같은 해 5. 28.경 의정부시 (주소 생략) 소재 경기은행 의정부지점 주차장에서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하여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 등 관련 공무원을 알선하는 데 필요한 활동비로 공소외 공소외 1이 교부하는 1억 원을 수령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공소외 1로부터 1억 원(이하 '이 사건 금품'이라 한다)을 교부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다만 공소사실과 같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한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수수하였는지(이하 '이 사건 범의'라 한다)에 관하여는 검찰 제4회 및 제6회 피의자신문시 자백한 바 있으나, 제1심 이후에는 경기도지사선거에 즈음하여 선거자금의 지원금으로 수수한 것이지,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한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수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이 사건 범의를 부인하고 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이 사건 범의에 관한 증거들을 아래와 같은 이유설시로써 배척하였다.

가.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사건 범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하다가 제4회 및 제6회 신문시에 이 사건 범의를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었으나, ㉮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고 이 사건 범의를 자백하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고, ㉯ 그 표현내용에 비추어 알선수재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 있던 피고인이 직접 그와 같은 진술을 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워 보이며, ㉰ 이 사건 범의를 자백하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변명, 즉, 제4회 신문시에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검사가 피고인을 소속 정당에서 출당조치하였다는 내용이 보도된 조간신문을 보여주면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은 청와대가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말하므로 자포자기상태에 빠져 영장실질심사신청을 포기하면서 사정이 그러하다면 검찰의 주장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는 변명, 제6회 신문조서상의 자백 취지의 진술 기재 부분에 관하여는 검사가 전날 피고인의 변호인이 기자회견에서 피고인이 받은 돈은 선거자금이었을 뿐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하여 화를 내면서 자백을 강요하기에 그러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마음먹고 피고인이 실제로는 그와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음에도 검사가 그러한 방향으로 조서를 작성하여 오자 단순히 그 곳에 서명·무인만 한 것이라는 변명은 기록상 이를 배척할 만한 자료가 보이지 아니하고, ㉱ 그 진술의 내용도 피고인이 1998. 3. 30. 공소외 1을 만났을 때는 경기은행이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거나 회계법인의 실사를 받거나 또는 퇴출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아니한 때임에도 그러한 내용으로 진술을 한 것으로 되어 있어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지 아니하며, ㉲ 위 1998. 3. 30. 이후 이 사건 금품을 수령한 같은 해 5. 28.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만난 경우는 2회인데 이는 모두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별도로 만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 것에 불과하여 경기은행의 퇴출문제에 대하여 대화를 주고받을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첫 만남 이후 돈을 전달할 때까지 사이에 공소외 1을 1-2차례 더 만나면서 그 뜻을 짐작하였다고 진술을 한 것으로 되어 있어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지 아니하며, ㉳ 뒤에서 보는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 검토 부분의 ② 내지 ⑦과 같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거나 상식에 반하는 점, ㉴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등 경제관료를 오랫동안 지낸 피고인으로서는 은행퇴출의 문제가 특정한 몇 사람의 청탁에 의해 좌우될 일이 아님을 능히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 문제에 관하여 퇴출되지 아니하도록 알선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 원을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관점에서 극히 부자연스럽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진술 부분은 믿기 어렵다.

나.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

공소외 1은 검찰에서 리츠칼튼호텔에서 피고인을 처음 만나 조찬을 함께 하던 날 경기은행이 퇴출문제로 어려운 지경이라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피고인도 당선되면 열심히 도와주겠다면서 선거지원을 부탁했으나, 돈을 전달하는 날에는 유세일정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만난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 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인사치레 정도의 이야기만 주고받았을 뿐, 경기은행 퇴출문제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거론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공소외 1은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 종전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여 1998. 3. 30.의 첫 만남 당시 경기은행 퇴출문제를 거론하면서 청탁한 바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① 위 1998. 3. 30.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만난 것도 공소외 1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기도 내 각종 단체나 지역의 유력인사 등을 만나 기반을 닦는 일환으로 경기도 지역에 많은 점포를 두고 지역경제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기은행의 지원을 받고자 한 피고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그 식대도 피고인이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② 경기은행의 은행장에 불과한 공소외 1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역임한 피고인에게 초면에 경기은행의 퇴출문제를 거론하며 구체적인 청탁까지 한다는 것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③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 중 "피고인과 처음 만난 것은 경영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후였다."라거나, "그 당시 자산 및 부채 등의 실사에 관한 대화를 하였다."라는 부분은 위 계획서 제출 및 실사의 진행시기가 두 사람의 첫 대면시보다 훨씬 후의 일이고, 또 "피고인이 인천방송(iTV) 주최의 후보자정책토론회에서 경기은행 퇴출의 방지를 선거공약으로 공표하는 것을 시청하고 임원들과 협의하여 이 사건 금품을 교부하게 되었다."라는 진술 부분도 그 방송시기가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한 이후(1998. 5. 31.)의 일인 점 등 객관적인 상황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점, ④ 위 1998. 3. 30.경에는 경기은행이 퇴출방지를 위하여 로비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⑤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만나기 위하여 내부적으로 준비한 문건에도 경기은행의 퇴출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 점, ⑥ 만약 공소외 1이 1998. 3. 30.의 첫 만남 때 경기은행의 사정이 심각하다며 퇴출문제를 거론하며 피고인에게 이에 관한 청탁을 하였다면 두 달이나 후에 그 청탁에 관한 알선활동비를 제공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⑦ 공소외 1은 이 사건 수사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죄로 구속되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의 의도에 영합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첫 만남 당시 공소외 1이 경기은행이 퇴출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하였다든가 피고인이 선거지원을 부탁하면서 이를 승낙하였다는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위와 같은 진술들 역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의 검찰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2는 경기은행장인 공소외 1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검찰에서 '공소외 1과 피고인이 리츠칼튼호텔에서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도와달라고 하자 공소외 1도 도금고 유치문제와 경기은행 퇴출문제를 이야기하였고, 그 때 피고인이 지사에 당선되면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는 위와 같은 진술은 자신이 두 사람의 만남 자리에 직접 동석하지는 아니하였기 때문에 추측이나 생각을 말한 것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이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한, 공소외 2는 검찰에서 피고인이 돈을 돌려주면서 '세상이 험해서 돌려준다.'는 말을 하였고,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음에도 은행을 퇴출되게 만들었다고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말이 임지사에게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고, 경기은행의 경수지역 영업본부장이던 공소외 3도 검찰에서 '공소외 1이 경기은행 퇴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피고인 등 유력 정치인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거나 '피고인이 경기은행측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것이나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5의 여동생에 대한 부당대출건 등에 대하여 소문낸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측에서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았고, 그런 사정으로 보아 피고인이 이 사건 금품을 반환한 것은 일이 잘못될까봐 겁이 나서 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며, 경기은행의 전무이사이던 공소외 4는 역시 검찰에서 '서행장은 피고인이나 공소외 5가 대통령에게 줄이 닿는 사람들이고, 피고인이 지사 후보로 출마하였을 때 지사에 당선되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주겠다고 공약하였기 때문에 경기은행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그들에게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자주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위와 같은 진술들도 모두 기본적으로는 추측진술에 불과한 데다가 그 내용도 이 사건 금품을 선거자금으로만 인식하고 수수하였을 뿐이라는 피고인의 변소에 반드시 모순된다고는 할 수 없어 이러한 진술들도 피고인이 경기은행 퇴출저지를 위한 알선활동비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라. 기타 정황 증거

경기은행의 퇴출이 결정된 1998. 6. 29. 이후인 같은 해 7. 중순경 피고인이 이 사건 금품에 해당하는 돈을 반환하였고, 그 반환 당시에 영수증을 실제 반환일이 아닌 1998. 6. 2.자로 소급하여 작성 받은 점이나 수사 당시 피고인이 일시 이 사건 금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반환하였다고 거짓말한 점, 선거기간 중 경기은행측에서 직원을 파견하여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적이 있고, 피고인이 선거에서 당선된 후 공소외 1의 부탁을 받고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총괄반장인 공소외 6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1이 찾아갈 것이니 설명을 잘 해 주라고 요청하거나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공소외 7을 면담하기 전에 미리 공소외 1에게 전화하여 경기은행의 BIS 비율이나 정상화계획을 묻고 면담을 마친 후에 그 결과를 공소외 1에게 전화로 알려준 점 등은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경기은행 퇴출방지를 위한 알선 명목으로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원심의 구체적 설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금품이 퇴출저지를 위한 알선 명목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수수하였다고 추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또한,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5가 공소외 1으로부터 경기은행 퇴출저지를 위한 청탁을 받고 그 알선에 관하여 거액의 돈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이미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점과 공소외 8 인천시장은 같은 무렵 경기은행으로부터 선거자금으로 2,000만 원을 지원받았음에 반하여 피고인은 그 5배에 해당하는 1억 원을 받은 점 및 1998. 5.경 회계법인의 자산 및 부채 등의 실사에서 적용된 바 있는 수정평가기준에 의하면 경기은행의 BIS 비율이 문제의 12개 은행 중 하위에서 2번째에 해당하였다는 점, 공소외 1이 제공한 이 사건 금품은 경기은행 임원 등의 업무추진비에서 서류조작 등의 변칙적인 방법으로 조성된 다음 내부 회의를 거쳐 거의 공식적으로 제공된 것인 점, 이 사건 금품의 전달과정은 주차장에 두 대의 차량을 나란히 정차시킨 후 경기은행장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피고인의 승용차 트렁크에 가방을 은밀히 옮겨 싣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 역시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금품이 퇴출저지를 위한 알선 명목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수수하였다고 추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마. 그 밖의 자료

또한, 1998. 5. 28.경에 이르러 경기은행의 퇴출의 위험성이 높아졌다거나 피고인도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바. 결 론

검사가 제출한 위 증거들은 모두 신빙성이 없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선거자금으로만 인식하고 수수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1으로부터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이 사건 금품을 수령하였다거나 적어도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할 당시 이 사건 금품이 경기은행 퇴출저지를 위한 알선에 관하여 제공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은행의 구조조정

기록에 의하면, 은행의 구조조정(퇴출)은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⑴ 은행감독원은 외환위기(이른바 IMF사태)에 즈음하여 1997. 12. 22. 서울은행 및 제일은행에 대하여 은행감독규정에 따른 '경영개선조치요구'를 하고,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및 국제개발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위 두 은행을 해외의 전략적 투자가들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1998. 1. 30. 각 1조 5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자, 위 두 은행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대상에서 제외하였다.

⑵ 은행감독원은 1998. 2. 26. BIS 비율이 1997. 12. 31. 현재 표준비율 8%에 미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불건전하다고 인정되는 12개 은행 중 동화, 동남, 대동, 평화, 강원, 충북은행 등 6개 은행에는 '경영개선조치요구'를, 조흥, 상업, 한일, 외환, 충청, 경기은행 등 6개 은행에는 '경영개선권고'를 하면서, 위 12개 은행에 대하여 1998. 3. 31.까지 '경영정상화계획시안'의 제출을, 1998. 4. 30.까지 '경영정상화계획안'의 제출을, 1998. 6. 30.까지 그 승인을 받을 것을 명하였다.

⑶ 1998. 5.경 위 12개 은행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되었는데, 경기은행의 경우에는 1998. 5. 1.부터 1998. 6. 8.까지 진행되었다.

⑷ 금융감독위원회는 위 12개 은행이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안'과 위와 같은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회계법인, 변호사, 대학교수, 연구기관, 컨설팅 회사, 국제적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은행경영정상화계획 평가위원회(이하 '경영평가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이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⑸ 경영평가위원회는 1998. 6. 20. 구성되어, 6. 27. 그 결론을 재정경제원에 보고하였다.

⑹ 재정경제원은 1998. 6. 29. 위 보고 등을 참고로 하여 평화, 강원, 충북,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의 경영정상화계획에 대하여는 조건부로 승인하고, 동화, 동남, 대동, 충청 및 경기은행에 대하여는 불승인하기로 의결하면서, 불승인된 은행에 대한 영업의 정지·계약이전결정·임원의 업무집행정지 및 관리인선임 등의 의결(이른바 퇴출결정이다)을 하였다.

나. 이 사건 범의의 입증 방법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하였다는 범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참조).

아래에서는 이 사건 범의를 입증하기 위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원심이 한 판단순서에 따라 이를 살펴본다.

다.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

⑴ 신빙성의 판단 기준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 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3. 13. 선고 98도159 판결 참조).

⑵ 신빙성에 관한 원심 판단에 관하여

㈎ 원심의 판단 중 ㉮, ㉯, ㉰ 부분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회 신문시 공소외 1으로부터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하였으나 그 명목이 선거자금이며 이를 사용하지 아니한 채 금고에 보관하다가 공소외 2를 통하여 반환하였다고 진술하고, 공소외 1과의 대질신문을 받은 제2회 신문시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그 후 공소외 2를 상대로 하여 묶은 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사건 금품과 반환된 돈이 동일한 돈이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제3회 신문시 이 사건 금품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제4회 신문시 이 사건 범의에 대하여 자백하고, 제5회 신문시 이 사건 금품의 사용처 및 청와대에서의 조찬모임에 대하여 진술하고, 제6회 신문시에는 다시 이 사건 범의에 대하여 자백하는 진술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제1회 및 제2회 신문시에는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한 사실만 인정하다가, 공소외 2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자 제3회 신문시에는 이 사건 금품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제2회 신문시 공소외 1과의 대질신문이 이루어지자 제4회 및 제6회 신문시에는 이 사건 범의를 자백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제3회 및 제5회 신문시에는 이 사건 금품의 수수명목에 대한 진술내용이 없다.) 피고인의 전번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수사결과가 나오면 피고인은 점진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범의에 대한 자백 역시 그 경위에 석연치 아니한 점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이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하였다가 철회하였거나, 제3회 신문 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달리 볼 바도 아니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역임하였고 현직 경기도지사인 점, 피고인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온 점, 제6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의 글씨체로 보이는 글자("돌려 받을 것을 강권하여")가 삽입·첨가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제4회 신문시에는 자포자기상태에서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하고, 제6회 신문시에는 실제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음에도 검사가 작성해 놓은 조서에 단순히 서명·무인만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명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 원심의 판단 중 ㉱ 부분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처음 만난 1998. 3. 30.경에는 경기은행은 1998. 2. 26.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서 1998. 3. 31.까지 '경영정상화계획시안'을, 1998. 4. 30.까지 '경영정상화계획안'을 각 제출하고 1998. 6. 30.까지 그 승인을 받으라는 처분을 받았고, 1998. 6. 29.에 이르러 위 1998. 2. 26.자 '경영개선권고' 또는 '경영개선조치요구'의 처분을 받은 경기은행을 비롯한 5개의 은행의 퇴출이 결정되었음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1998. 2. 26.자 처분이 은행퇴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처분이었다거나, 위와 같은 승인을 받지 못하는 은행도 원래는 퇴출되는 것이 아니었는데 1998. 3. 30. 이후에야 퇴출되는 것으로 방침이 변경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았던 이상, 1998. 3. 30.경 경기은행이 퇴출대상으로서 거론될 수 없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1998. 2. 26. 무렵 이미 위 경영개선권고 등 조치에 따라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안이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 은행이 퇴출된다는 언론 보도가 되고 있었던 사정을 엿볼 수 있다.

㈐ 원심의 판단 중 ㉲ 부분

원심의 인정과 같이 1998. 3. 30. 이후 이 사건 금품이 수수된 1998. 5. 28.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공소외 1을 2회,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첫 만남 이후 돈을 교부 받을 때까지 사이에 공소외 1을 1-2차례 더 만나면서 그 뜻을 짐작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반드시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없다.

㈑ 원심의 판단 중 ㉳ 부분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원심의 판단 중 ② 내지 ⑦ 부분)이 반드시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거나 상식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 원심의 판단 중 ㉴ 부분

경제관료직에 오랫동안 있었던 피고인으로서 은행의 퇴출 여부가 청탁에 의해 좌우될 일이 아님을 능히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알선 목적의 달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해서 금품을 수령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경기은행의 퇴출이 결정된 후인 1998. 7. 중순에 이 사건 금품이 반환되었으며, 피고인은 검찰 제6회 신문시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리고 그런 분간을 할 여유 없이 그 돈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 진술하였는데 이 진술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 따라서 이 사건 범의를 자백한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거나,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라.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

⑴ 원심의 판단 중 ② 부분

원심의 판단 중 ①과 같이 위 1998. 3. 30.자 만남이 경기도지사선거에서 경기은행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피고인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경기은행의 선거지원을 요청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두 사람이 당시 초면이었다 하더라도, 경기은행으로서는 퇴출이 저지되어야 한다는 뚜렷한 현안이 있는데다가 위 현안이 피고인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역임하던 때의 1998. 2. 26.자 처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먼저 경기은행의 선거지원을 요청한 이상 경기은행장인 공소외 1이 경기은행을 위한 피고인의 지원을 요청(청탁)하는 것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⑵ 원심의 판단 중 ③ 부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처음 만난 때 및 이 사건 금품이 교부된 때에 관하여 수사단계 및 제1심까지는 피고인 및 공소외 1의 검찰 진술에 기초하여 "1998. 5. 초순" 및 "1998. 5. 31."임을 전제로 하여 수사 및 심리가 진행되다가 원심에 이르러서야 공소사실과 같이 "1998. 3. 30." 및 "1998. 5. 28."로 변경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점에다가 공소외 1의 기억이 불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더하여 본다면, 공소외 1이 검찰에서 피고인과 처음 만난 때에 '경영정상화계획서의 제출', '자산 및 부채 등의 실사'에 관한 대화를 하였다고 진술한 내용이 객관적인 시기와 어긋난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1의 다른 진술까지도 신빙성이 없어진다고 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범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제1회 피의자신문시 '이 사건 금품이 수수되기 이전부터 경기은행의 퇴출방지가 선거공약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제205쪽), 피고인의 위와 같은 선거공약을 믿고 이 사건 금품을 교부한 것이라는 취지의 공소외 1의 진술(수사기록 제180쪽)이 반드시 허위라고 할 수도 없다.

⑶ 원심의 판단 중 ④, ⑤, ⑥ 부분

위 1998. 3. 30.경 경기은행이 퇴출대상으로 거론될 수 없었다는 원심의 판단이 잘못임은 위 다. ⑵ ㈏항에서 본 바와 같다. 다만, 당시의 상황이 경기은행으로서 이른바 로비를 하여야 할 만큼 퇴출의 위험성이 급박한 상태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도 수긍할 수 있는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과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만나기 위하여 내부적으로 준비한 문건에 경기은행의 퇴출문제 등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만났을 때 경기은행의 퇴출문제 등에 대하여 대화를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퇴출은행에 대한 결정은 1998. 4. 30.이 제출시한인 '경영정상화계획'과 1998. 5. 초부터 6월 초까지 시행된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1998. 6. 20.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의 결과보고와 이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루어졌음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데,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청탁이 필요한 때는 1998. 6. 초 이후라고 할 것이므로 1998. 3. 30.로부터 2개월 후에야 이 사건 금품이 수수된다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잘못으로 보인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위 1998. 6. 중순 이후에 금융감독위원회 간부 공소외 6에게 소개전화를 하고 금융감독위원장과도 면담을 하였으며, 공소외 1은 1998. 6. 하순경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5에게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명목으로 2회에 걸쳐 합계 4억 원을 교부하였던 것이다.

⑷ 원심 판단 중 ⑦ 부분

기록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이 경기은행의 불법대출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에서 공소외 1이 불법대출과 관련하여 기업체들로부터 수수한 돈을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진술하면서 피고인을 지목한 결과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

⑸ 따라서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일부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사건 범의에 관한 부분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마.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의 검찰에서의 각 진술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경기은행장의 비서실장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처음으로 만난 위 리츠칼튼호텔에 동행하였고, 피고인에게 전달된 돈을 조성하였으며, 이 사건 금품을 피고인에게 직접 전달하고 나중에는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반환 받은 사람이고, 공소외 3은 경기은행의 경수지역 영업본부장으로 이 사건 금품이 수수된 현장에 있었고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의 선거본부에 직원을 파견한 사람이며, 공소외 4는 경기은행의 전무이사인 자이므로, 설사 원심의 판단과 같이 공소외 2가 피고인과 직접 동석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들의 진술내용에 추측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진술은 이 사건 금품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한 알선활동비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교부된 사실을 인정하는데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바. 기타 정황증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의에 관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각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는 이상, 원심이 배척한 아래와 같은 정황들, 즉, 피고인이 경기은행의 퇴출이 결정된 1998. 6. 29. 이후인 7월 중순경 이 사건 금품을 반환한 점, 반환하면서 영수증을 실제 반환일이 아닌 1998. 6. 2.자로 소급하여 작성받은 점, 검찰에서의 제1회 피의자신문시 이 사건 금품을 사용하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다가 반환하였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부탁을 받고 1998. 6. 20.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총괄반장인 공소외 6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1이 찾아갈 것이니 설명을 잘 해 주라고 요청한 점 및 금융감독위원장 공소외 7을 면담하기 전에 미리 공소외 1에게 전화하여 경기은행의 BIS 비율이나 정상화계획을 묻고 1998. 6. 25.(퇴출결정이 있기 불과 수일 전이다) 공소외 7과의 면담을 마친 후에는 그 내용을 공소외 1에게 전화로 알려준 점, 선거기간 중 경기은행측에서 직원을 파견하여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적이 있는 점,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5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명목으로 1998. 6. 하순경 공소외 1으로부터 합계 4억 원을 교부 받은 행위가 유죄로 판결 확정된 점, 이 사건 금품이 비교적 은밀한 방법으로 전달된 점, 공소외 1으로부터 경기도지사 후보인 피고인은 1억 원을 받았는데 인천시장 후보인 공소외 8은 2,000만 원을 받은 점 등은 모두 이 사건 범의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정황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사. 그 밖의 자료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은행퇴출의 절차, 피고인이 1997. 11.부터 1998. 3.까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역임하면서 금융구조개선을 위한 정책결정을 주도한 바 있는 점, 1998. 2. 26.자 처분은 피고인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재직시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처분에 관여하거나 그 처분이 가지는 효력에 대하여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1998. 5. 28.경 경기은행이 퇴출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

아. 결 론

알선수재의 범의에 관하여 피고인이 검찰에서 자백하는 진술을 한 바 있으며 위 진술에 뚜렷하게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금품을 제공한 경기은행에게는 당시 퇴출을 막아야 한다는 뚜렷한 현안이 있었던 점, 위 현안이 피고인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으로 재직하던 때에 이루어진 1998. 2. 26.자 처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위 현안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점에서 피고인이 관련 공무원과 전화 또는 면담하고 특히 면담 전후에 걸쳐 공소외 1과 통화까지 한 점, 피고인의 처에 대하여도 이 사건과 같은 내용의 청탁과 금품 교부가 이루어진 점, 피고인이 경기은행의 위 현안이 무위로 돌아간 직후에 이 사건 금품을 반환한 점 등의 정황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의, 즉 피고인이 이 사건 금품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하여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 등 관련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알선과 관련하여 수수되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설사 이 사건 금품에 선거자금이라는 성격이 부가되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선고를 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명력 내지 알선수재죄의 범의의 입증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5.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4.3.선고 99노2878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