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미간행]
[1]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기준
[2]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관련 교양도서를 발간할 목적으로 제작·반포한 "A" 라는 책자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2]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1]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공1992, 1466)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도1817 판결(공1997상, 1026)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2606 판결(공1997하, 2093)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084 판결(공1998상, 175) 대법원 1998. 3. 13. 선고 95도117 판결(공1998상, 1113)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공1999하, 2370) 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도5117 판결(공2001상, 810)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도4777 판결(공2001상, 907)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도1632 판결(공2002상, 826)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공2003상, 1400)
B 외 1인
검사
변호사 C 외 2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제작·반포한 이 사건 "A" 책(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 한다)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관련 교양도서를 발간할 목적으로 통일문제에 관한 27개의 주제에 관하여 주제별로 질문, 초등학교 학생의 원고 2건, 전문가 논평, 북한이야기의 순서로 편성체계를 잡아 제작된 서적으로, 그 내용중에는 남한식으로나 북한식으로나 어떤 체제로든 통일이 가능하고, '통일이 되면 나라이름, 국기, 나라꽃, 애국가뿐만 아니라 국보, 명절, 수도, 지폐에 새길 인물까지도 바뀌게 될 것'이고, '공산주의는 다같이 잘 살자는 뜻이 좋은 제도인데, 기본적으로 인간은 매우 착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내용과 '북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체육(대중체육)을 무척 강조'하고, '북한의 학교는 누구나 특별활동으로 예술 분야 하나를 꼭 익히도록 하고'있고, '대학까지 대부분 공짜'로 다니게 되어 있으며, '병원비가 공짜라서 돈이 없어서 병을 못 고치는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서술하여 북한의 체육정책, 교육정책, 의료정책이 우수하다는 취지를 기재하는 한편 'D 장군의 노래'전문을 싣고 D 또는 E를 '경애하는 수령 D 원수님' 또는 '친애하는 지도자 E 동지'로 여과 없이 호칭함으로써 그들을 북한주민의 존경받는 지도자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선언하고, 제4조 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부정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형태의 통일은 우리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점과 이 사건 서적이 학문적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아직 충분한 비판능력이 형성되지 않고 순수한 감성만을 가진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서적의 내용 중에는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을 두지 아니한 통일도 허용될 수 있고, 공산주의이론이 우수한 것이며, 북한의 체육정책, 교육정책, 의료정책이 우수하고, D 및 E를 미화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 사건 서적이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읽게 하기에는 부적당하다고 느껴지는 면이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또 한편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서적은 1994. 2.경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어 국민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같은 해 4, 5.경 F 출판사 사장 G가 간부회의 중에 "통일에 대한 책을 단행본으로 내면 상당히 판매되지 않겠느냐. 시중에 어떤 책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들어간 책이 없으면, 이 기회에 한 번 내자."고 제의함에 따라 F출판사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관련 교양도서를 발간하기로 하여 제작되게 된 사실, 이 사건 서적의 내용 중에는 공산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우열, 통일 등과 관련하여, '공산주의의 소멸은 세계사의 추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골고루 잘 사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도 통일 이후에 자본주의 체제로 되는 것은 처음엔 어려움이 좀 있을지 몰라도 역사의 추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는 경우 남한 어린이들은 당연히 북한 어린이들을 도와 주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남한은 북한보다 경제력과 기술력으로 앞서기 때문에, 북한 어린이들은 처음엔 좀 서투를지도 모르거든요.', '그런데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의 국사에서 반드시 바꾸어야 할 내용이 있답니다. D뿐만 아니라 D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어머니 등을 주인공으로 세워서 역사를 왜곡시킨 것이지요. 이러한 잘못은 통일이 되면 두말 할 것도 없이 고쳐질 것입니다.', '아마 통일이 되면 D 생일과 E 생일은 명절에서 빠질 거예요.'라고 기술하는 등 북한 공산주의 체제의 소멸과 남한 자본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역사의 추세라고 규정하고 있고, 북한의 경제, 사회 현실 등과 관련하여 북한주민의 의식주생활이 열악한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병원시설과 약이 부족하여 치료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편으로 D, E 생일을 명절로 정하여 떠받들도록 하고 있다고 기술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 B는 평소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면서 북한형법규정과 노동당규약의 폐지를 주장하여 온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서적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이 사건 서적에서 남과북을 대등한 위치에 두고 지나치게 가치중립적입장에서 원론적으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비교하고 북한의 교육정책, 의료정책, 체육정책 등을 서술한 부분이 적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서적이 비판능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통일교재로서는 부적절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북한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남한보다 열악하고 북한공산주의 체제의 소멸과 남한 자본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역사의 추세라고 규정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서적의 내용중 원심판결의 공소사실 기재 발췌부분만을 내세워, 이 사건 서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을 담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서적을 전체적으로 볼 때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에 위배한 사실오인이나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