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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도348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공2018하,1419]

판시사항

[1]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및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에 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및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3] 피고인이 1978년경부터 갑 주식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이를 을, 병 등의 명의로 관리하다가 2008. 7. 14. 아들인 정, 무에게 증여하였음에도 2004년 이후 허위의 소송을 제기하거나 국세청에 허위의 주주명부와 주권을 제출하는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늦어도 1991년, 1994년경에 이미 증여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포탈하였다고 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조세포탈죄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형사소송에서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를 검사가 제시하여야 한다.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다.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피고인이 1978년경부터 갑 주식회사의 주식(이하 ‘주식’이라 한다)을 소유하면서 이를 을, 병 등의 명의로 관리하다가 2008. 7. 14. 아들인 정, 무에게 증여하였음에도 2004년 이후 허위의 소송을 제기하거나 국세청에 허위의 주주명부와 주권을 제출하는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늦어도 1991년, 1994년경에 이미 증여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포탈하였다고 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주권이 발행된 주식의 증여에는 증여에 관한 의사의 합치와 더불어 주권의 교부가 필요하고 이때의 교부는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점,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주식을 증여할 권한이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정, 무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하에 그들 명의의 통장 및 인감도장 등을 보관하면서 주식을 비롯한 재산에 관하여 수증, 처분 등 여러 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을 행사해 왔다고 전제되어 있고 이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 등 진술도 존재하는 점, 주주명부와 주권이 2004년 이후 시점에 만들어지면서 마치 1991. 3.경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성된 것처럼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주주명부와 주권에 기재된 취지대로 이미 1991년 내지 1994년에 주식이 증여되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취지로 기재된 주주명부와 주권을 세무조사 당시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차명주주들 명의의 확약서를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2004년 을, 병을 원고로 하고 피고인을 피고로 하여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행위가 조세포탈죄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민병훈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조세범 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78년경부터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면서 이를 공소외 1, 공소외 2 등의 명의로 관리하다가 2008. 7. 14. 아들인 공소외 3, 공소외 4에게 증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늦어도 1991년, 1994년경에 이미 증여한 것처럼 가장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의 요지를 기재하고 일부 이유를 추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2004년 이후 시점에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을 작성하였으면서도 이를 마치 1991. 3.경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성된 것처럼 조작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

나. 다음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주명부나 주권이 2004년 이후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주주명부는 1심법원에 원본이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사본만이 제출되어 조사되었는데, 그 외형이 급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꽤 오래 전 양식을 그대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주주명부의 필체는 육안으로 보더라도 3회에 걸쳐 바뀌는데, 피고인은 1991년에는 공소외 5가 최초로 작성하였고, 1994년부터 2003년까지는 공소외 6이, 2004년 이후에는 공소외 7이 각 작성하였다고 주장하고,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은 1심 법정에서 본인들이 위와 같은 시기에 위 주주명부를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3) 공소외 8, 공소외 9 등 2008년 세무조사팀은 이 사건 주주명부 원본을 실제로 조사하였고, 조사팀 6명이 회람하면서 본 결과 이 사건 주주명부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작성되어 왔고 급조하여 조작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한국문서감정원 감정인 공소외 10은 이 사건 주주명부에 대한 감정 결과, 그 작성시기가 조작되지 않았고 기재년도(1991년) 경에 작성된 문서로 추정된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원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사건 주주명부 사본에 대한 필적감정을 촉탁하였으나, 이 사건 주주명부 사본으로는 필적감정이 불가능하였다.

(5) 이 사건 주주명부는 2008년 세무조사팀이 원본을 제출받은 후 분실되었는데, 2008년 조사팀원인 공소외 9 등은 1심 법정에서 위 주주명부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반환하였을 것이고 퀵서비스를 통해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사는 서울지방국세청에 제출된 이 사건 주주명부가 반환되었다는 영수증이나 수령증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6) 이 사건 주권 사본은 일부만 1심법원에 제출되어 조사되었는데, 그 주권번호나 발행횟수가 이 사건 주주명부의 기재와 부합하고 있다.

다. 검사가 제시하는 다른 간접사실 등을 종합하더라도,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이 2004년 이후 피고인에 의해 조작되어 만들어졌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을 세무조사 당시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차명주주들 명의의 확약서를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그 밖에 2004년 공소외 2, 공소외 1을 원고로 하고 피고인을 피고로 하여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조세포탈죄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3.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추가적인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나 조세포탈죄에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가. 형사소송에서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를 검사가 제시하여야 한다.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다.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16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지적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핵심은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그 아들인 공소외 3, 공소외 4에게 이미 1991년 또는 1994년에 증여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다. 한편 주권발행 후에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주권을 교부하여야 효력이 발생하고( 상법 제336조 제1항 ), 주권의 교부는 현실의 인도 이외에 간이인도, 점유개정, 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다221258, 221265 판결 참조). 따라서 주권이 발행된 주식의 증여 역시, 증여에 관한 의사의 합치와 더불어 주권의 교부가 필요하고, 이때의 교부는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라.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 사건 주식을 증여할 권한이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공소외 3, 공소외 4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하에 그들 명의의 통장 및 인감도장 등을 보관하면서 이 사건 주식을 비롯한 재산에 관하여 수증, 처분 등 여러 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을 행사해 왔다고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 등 진술도 존재한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이 2004년 이후 시점에 만들어지면서 마치 1991. 3.경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성된 것처럼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정 등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에 기재된 취지대로 이미 1991년 내지 1994년에 이 사건 주식이 증여되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

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와 같은 취지로 기재된 이 사건 주주명부와 주권을 세무조사 당시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차명주주들 명의의 확약서를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행위, 2004년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행위가 조세포탈죄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박상옥 이기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