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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다26989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과 그 판단 기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안산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김유진 외 4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8. 20. 선고 2020나9156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소송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야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성질·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 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원고는 ○○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장애인활동지원 인력이고, 안산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소외 1은 지적장애 1급의, 소외 2는 정신장애 1급의 장애인들이다.

나. 소외 1, 소외 2는 2016. 5.경부터 소외 3(지적장애 1급), 소외 4(지적장애 2급)와 함께 평택시 소재 (교회명 생략)에서 거주하였는데, (교회명 생략)은 원고의 모친 소외 5가 목사로 있는 교회이다.

다. 원래 소외 5는 2006년경부터 평택시 (주소 생략)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미신고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였다. 2011년경 평택시가 미신고 장애인복지시설을 폐쇄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소외 5는 위 장애인복지시설을 수용정원 30명의 장애인주거시설로 신고를 하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에 소외 5는 2012. 7.경 위 단독주택 건물 가운데 19.5㎡를 멸실시켜 건물을 분리하고, 분리된 건물에 별도의 출입문, 화장실, 주방, 거실 등을 두는 방법으로 위 단독주택 건물 1동을 2동의 건물로 물리적으로 분할하였다(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1동은 ‘장애인복지시설’로, 다른 1동은 ‘단독주택’으로 등재되어 있는 등 공부상으로도 분할되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분할에도 불구하고, 위 2동의 건물은 내부에서 복도를 통해 연결되고, 멸실된 19.5㎡ 공간 위로 반투명의 차양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외부에서 보았을 때 여전히 1동의 건물로 보인다.

소외 5는 위와 같이 분할된 건물 1동(장애인복지시설)을 수용정원 8명의 장애인거주시설인 (시설명 생략)으로 평택시에 신고등록하고 그 시설장으로 취임하는 한편 자신이 거주하는 다른 1동의 건물(단독주택)에 (교회명 생략)을 설치하여 목사로 취임하였다(단독주택의 거실이 교회 예배당으로 사용되었다).

라. 원고는 2016. 5.부터 2017. 2.까지 소외 1, 소외 2의 주민등록표상 거주지를 기준으로 피고에게 그들에 대한 활동지원급여비용을 청구하여 합계 2,900여만 원을 지급받았다.

마. 경기도는 2017년 피고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한 후, “평택시 소재 장애인거주시설인 (시설명 생략)의 시설장이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4명을 (시설명 생략)과 연결되어 있는 교회로 집단 이주시켜 2016. 5.부터 현재까지 서비스 제공자격이 없는 자(딸, 사위, 정신장애인 및 미약자)가 활동지원을 부당 제공받았으므로, 부당하게 지급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환수하라.”는 시정조치를 하였다.

바. 이에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은, 소외 1, 소외 2가 2016. 5.경 장애인거주시설인 (시설명 생략)에 입소하였으므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이라고만 한다) 제19조 에 의하여 해당 입소기간 동안 그들에 대한 활동지원급여가 중단되었어야 하는데 원고가 부당하게 활동지원급여비용을 청구하여 받아간 것으로 보고, 2017. 6. 8. 원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청문 절차에서 원고는 위반사항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자격정지 처분에 관하여는 수긍하되, 부당급여징수에 관하여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선처를 구하였다(을 제6호증의 1).

사. 피고 대표자 안산시장은 ‘장애인활동지원 부정결제’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기지급 활동지원급여비용 2,900여만 원을 징수하고, 2017. 6. 20.부터 2018. 2. 19.까지 8개월간 활동지원인력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아. 이에 원고는 소외 1, 소외 2는 장애인거주시설인 (시설명 생략)이 아니라 이와 분리된 (교회명 생략) 건물에 주로 거주하였다고 주장하며 안산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수원지방법원 2018구합61070 )을 제기하여 2019. 8. 29. 제1심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안산시장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위 행정소송에서는 소외 1, 소외 2가 (시설명 생략)과 (교회명 생략) 중 어디에서 거주하였는지가 다투어졌을 뿐, (교회명 생략)도 장애인거주시설에 해당하여 소외 1, 소외 2가 (교회명 생략)에 거주한 기간 동안 역시 장애인활동지원급여가 중단되었어야 하는지 여부는 다투어지지 않았다.

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 소외 2가 장애인거주시설인 (시설명 생략)이 아니라 그와 별개인 (교회명 생략)에 거주한 사정을 청문절차에서 주장하였음에도,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이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전혀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게 내려졌다며, 피고를 상대로 원고의 장애인활동지원 인력자격이 정지된 8개월간의 활동지원급여 25,475,072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4. 이에 대하여 원심은, 비록 (시설명 생략)과 (교회명 생략)은 복도를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나, 독립된 출입문과 거주시설을 갖춘 별개의 건물로 분리되어 있고, 건축물대장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그 시설의 상호 독립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이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처분 대상인 원고의 진술을 제대로 청취하지 아니하고,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을 확인하기 위한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는 등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5.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가 청문 절차에서 소외 1, 소외 2가 (시설명 생략)과 별개인 (교회명 생략)에 거주한 사정을 주장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가 청문 절차에서 위반사항을 모두 인정하며 활동지원인력 자격정지 처분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나. 청문 절차에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로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이 소외 1, 소외 2가 (시설명 생략)과 전혀 별개인 (교회명 생략)에 거주한 사실을 쉽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시설명 생략) 건물과 (교회명 생략) 건물의 분할 및 각 시설의 설치 경위, 장애인거주시설로서의 용도의 동일성, 대표자의 동일성 등에 비추어 보면, (시설명 생략)과 (교회명 생략)이 사실상 하나의 시설로 관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청문 절차를 담당하였던 담당공무원이 원고의 진술을 제대로 청취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을 확인하기 위한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는 등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또는 주간보호 등을 제공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어서, 자립생활을 하지 않는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자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활동법 제19조 제3항 제1호 ). 그리고 위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설치·운영되는 시설도 포함된다(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제1장 제3호).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교회명 생략)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단독주택으로 등기되어 있고,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가 2016. 5.경부터 그곳에서 거주하였다는 것이므로, (교회명 생략)을 미신고 장애인거주시설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소외 1, 소외 2가 (시설명 생략)이 아닌 (교회명 생략)에 거주하였던 것으로 피고 소속 담당 공무원이 판단하였더라도, 원고가 소외 1, 소외 2에 대한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부정수급하였다는 평가에는 영향이 없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처분을 내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장애인활동지원 부정결제’를 이유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1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고, 피고가 그 판결에 관하여 항소하지 않는 바람에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행정처분이 잘못 내려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 행정소송에서 소외 1, 소외 2가 (시설명 생략)과 (교회명 생략) 중 어디에서 거주하였는지가 다투어졌을 뿐, (교회명 생략)도 장애인거주시설에 해당하여 소외 1, 소외 2가 (교회명 생략)에 거주한 기간 동안 역시 장애인활동지원급여가 중단되었어야 하는지 여부가 전혀 다투어지지 않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라. 활동지원인력 자격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사정도 없다.

6.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이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7.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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