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의사에 대한 구 의료법상의 의사면허취소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의사에 대한 구 의료법상의 의사면허취소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화)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주문
피고가 2000. 2. 2. 원고에 대하여 한 의사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3, 6호증, 을 제1호증, 변론의 전취지]
가.원고는 피고로부터 의사면허(면허번호:제25243호)를 받고 1991. 9.경부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번지 생략)에서 (상호 생략)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여 왔다.
나.원고는 1995. 6. 29. 고양시 능곡택지개발지구 내 사업용지 3의 9호 대 805.7㎡대한주택공사로부터 대금 1,105,000,000원에 분양받아 그 무렵 대금을 완납한 다음 위 지상에 연면적 4,809.38㎡의 지상 11층, 지하 1층 규모의 병원용 건물을 짓기로 하고 1996. 7.경 원고의 형인 김병선이 운영하는 성암종합건설(주)에게 대금 43억 원에 위 건물공사를 도급주었다. 원고는 1996. 8.경부터 1998. 3.경까지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주채무자 또는 김병선의 보증채무자로서 합계 26억 원 가량을 대출받아 위 공사에 사용하였으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 3.경 성암종합건설(주)가 부도나면서 위 공사가 중단되었고, 이에 따라 1998. 8. 이후에는 위 대출금의 이자가 월 5천만 원에 달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는 1999. 9. 1. 현재 12개 채권자에 대하여 합계 75억 원 가량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다.원고는 서울지방법원 99하231호로 파산신청을 하여 1999. 9. 4. 같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고 위 결정은 같은 해 10. 7. 확정되었으며 원고는 같은 해 10.경 같은 법원에 면책신청을 한 상태이다.
라.피고는 2000. 2. 2.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의사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개정된 것) 제52조 제1항 단서 제1호, 제8조 제1항 제4호에 의거,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계 법령
2000. 1. 12. 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8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제4호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규정하고 있고, 제52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제8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게 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개정된 현행 의료법 제52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의사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나. 재량판단 불행사의 하자
관계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는 윈고가 파산선고결정을 받고 그 결정이 확정된 당시에 시행되던 구 의료법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고가 파산선고를 받았음을 이유로 의사면허취소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는 피고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피고는 원고가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하여 막바로 의사면허취소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불이익 및 그로 인하여 유지하고자 하는 공익 등 제반 요소를 두루 참작하여 비교·형량을 거친 결과 공익이 우선시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비로소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의사면허취소처분을 기속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이 적용된다고 보고서 위와 같은 재량판단을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막바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1) 인정 사실
갑 제3, 4,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일에 근접한 2000. 2. 7. 당시 위 신축병원 부지 및 건물의 시가는 35억 원 가량에 이르러 이로써 원고의 채무를 상당부분 변제할 수 있는 사실, 원고는 파산선고 전인 1999. 1.부터 행려병자, 극빈자 등에게 의료혜택을 주고 있는 서울카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요셉의원에서 야간무료진료활동을 하여 오다가 1999. 10.경부터 이 사건 처분 전까지 주간무료진료활동을 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판단 사실
의료법이 파산선고를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취지는 파산자가 의료인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여 무리한 경제적인 영리활동을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진료를 받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함에 있다고 할 것인바,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이 사건 처분이 그 처분 결과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원고는 더 나은 의료시설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병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의 여파로 건축공사를 하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은행으로부터 자신 또는 위 회사를 운영하는 형이 차용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인바, 위 대출금채무 중에는 형이 차용한 것으로서 원고는 단지 보증만을 한 채무액이 상당액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등 원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 등도 파산의 주요한 원인을 이루고 있어 이 사건 파산원인이 원고가 의료인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무리한 영리활동을 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처분 전까지 무료진료활동을 계속하여 온 점 및 위 파산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무료진료활동 및 고용의사로서의 생계유지마저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뿐더러 이를 허용한다 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위 신축병원 부지 등 원고 소유의 재산을 처분한 금액으로 그 채무의 상당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그 밖에 이 사건 파산의 원인, 경위 및 그 경과, 원고가 그 동안 행해왔던 의료활동의 내용, 관계 법령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그로 인하여 유지하고자 하는 공익 등에 비하여 원고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하겠으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