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3529 상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조현일(기소), 황진아(공판)
변호인
변호사 B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6. 8. 24. 선고 2016고단151 판결
판결선고
2017. 2.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해자의 상해는 피해자와 불륜관계에 있는 어떠한 사람이 저지른 범행일 것이고, 피고인은 그날 귀가하여 범행현장을 확인하고 피해자를 구호하였을 뿐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평소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으로, 피해자 C(여, 48세)과는 2000. 9. 8.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관계이다.
피고인은 2015. 9. 15, 20:49경 부산 해운대구 D아파트 102동 1205호 피고인의 집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왔다가 피해자로부터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자 이에 화가 나 피해자에게 욕을 하면서 오른 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뺨을 때렸다.
이에 피해자가 왜 때리느냐고 하면서 피고인을 밀치자, 피고인은 더욱 화가 나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은 채 끌고 다니면서 벽에 피해자의 머리를 찧은 다음, 바닥에 내동댕이쳐 넘어뜨리고, 대나무 막대기로 피해자의 온몸을 수회 때리다가 목을 조른 후,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힘껏 밀쳐 부딪히게 하여 정신을 잃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뇌내 출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가 분명하게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피해자가
2015. 11, 6. 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이 아무 관련이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한 일이 있지만, 피해자가 남편인 피고인과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작성하였다는 진술을 믿을 수 있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귀가하여 30분 정도 샤워를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의 귀가시간이 20:49이고, 피고인이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피해자의 동영상을 찍은 시간이 21:02이며, 112에 구조신고를 한 시간이 21:16이므로, 이 부분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력으로 의식을 잃었을 뿐더러 이로 인하여 인지능력이나 기억능력이 상당히 손상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와 같은 진술 내용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황증거에 의하여 보강되는 피해자의 주된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② 이 사건 발생장소인 아파트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피고인 이외에 범행을 할 만한 사람이 전혀 출입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의 거주지인 1205호에 잠시 들른 사람은 택배기사 2명 뿐인 점, ③ 피해자의 자매들인 E, G, F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혼인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G은 2012년경에는 피해자의 친정 어머니, 조카 등과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였던 날, 피고인이 전화를 바꿔주는 문제로 피해자를 침대에 눕혀서 목을 졸랐고 G이 말리다가 몸에 멍이 들기도 하였다고 진술한 점, ④ 또한 1205호의 이웃 주민들은 '자주 싸우는 소리를 들었으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물건을 파손하는 소리 등을 들었다'거나, '피고인이 술에 취해 와서는 씹할년아 빨리 문열어라고 욕을 하는 것만 해도 올해 네 번 정도 들었으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 칼부림이 날 정도로 쌍시옷이 들어가는 심한 욕을 하고'라는 등으로 진술하였고, 이에 반해 피고인은 '말싸움을 할 뿐이지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4급인 자신이 피해자를 때린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⑤ 피고인은 '그날 귀가해보니, 피해자가 쓰러져 있어 자신이 누명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었고 그 다음에 신고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지만, 피고인은 20:49경에 귀가하여 매트리스 위에 피해자의 대변이 나와 있고 치부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는 피해자아내)를 발견하였음에도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귀가 후 12분이 지난 21:01과 21:02, 21:07 경에 동영상과 사진으로 피해자의 모습을 각각 찍었으며, 귀가 후 27분이 지난 21:16경에야 112에 구조신고를 하였는바, 이는 일반적인 남편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 진술과 2015. 9. 15. 07:30부터 21:40까지 사이에 아파트 출입구 및 엘리베이터 내부 CCTV상 피고인과 택배기사 두 명 외에 1205호에 내린 자가 없다는 수사보고(피의자 거주지 CCTV 분석 결과), 수사보고(CCTV 출입자 분석 보고), 수사보고(CCTV 수사)가 있는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위 CCTV 분석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증인 E, F, G의 각 법정진술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과 피해자로부터 사후에 폭행당한 경위를 들은 것에 불과하고 그 외 진단서 등의 증거는 피해자의 상해정도에 관한 증거일 뿐이다).
1) 피해자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피고인의 탑승시간은 20:53:59,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시간은 21:01:53, 112신고를 한 시간이 21:16으로,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 폭행을 끝내고 동영상을 촬영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7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검찰 주장과 같이 엘리베이터 CCTV시간이 빠른 점을 감안하여 피고인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시각을 20:49로 특정하더라도 그 간격이 11분에 불과하다. 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집에 와서 30분 정도 씻고 나온 후 말다툼을 하다가 10분 넘게 폭행하였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위와 같은 시간 간격 안에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법의학연구소의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왼쪽 눈 주변과 왼팔, 오른손 등에 피하출혈로 볼 수 있는 검푸른 색의 변색 부위가 관찰되는데 피해자에게 관찰되는 색상 변화가 뚜렷하여 손상 직 후(예를 들자면 수분 이내)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비교적 유사한 정도의 푸른 색조 또한 비교적 신선한 형태의 출혈임을 시사하여 손상 발생 이후 1~2일 이내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고, 신체 여러 부위의 변화는 비슷하여 여러 날에 걸쳐 반복적으로 손상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쉽지 않고, 생식기 주변에는 갈색과 붉은 색 물질이 묻어 있어 대변과 혈액으로 추정되며 피해자의 오른 쪽에는 상당량의 대변이 있고 수분 성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배변량이 적지 않고 고형물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넓게 퍼져 있는 상태로보아 배변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피해자의 피하출혈과 대변의 상태가 검찰이 제시하는 11분의 시간(폭행을 당하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수분에 불과할 것이다) 안에 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라)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전인 14일 저녁과 15일 새벽에도 폭행하여 왼쪽 눈과 왼쪽 팔의 멍은 그 때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법의학연구소의 감정서는 피하출혈의 정도가 유사하여 여러 날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친구 부부와 부부동반 저녁 약속을 잡아 놓고 오전 11시경, 오후 13:37 피해자와 통화하며 저녁 모임에 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데, 피해자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은 출근 전 이미 왼쪽 눈과 팔의 심한 멍으로 피고인의 친구 부부와 만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알았을 것이므로 위와 같이 모임을 가자고 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마) 피해자는 폭행당한 이유에 대하여 검찰에서는 술마시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며 술 마시고 다니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더 비틀거릴 거라는 취지로 말하자 평소에 피고인이 다리 때문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화가 나서 때린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원심법정에서는 전날 폭행당한 것에 대하여 왜 멍이 들 정도로 사람을 때리냐고 하여 시비가 생겼다라고 번복하였다.
바) 피해자는 사고발생 3일 후인 2015. 9. 18. 경찰관이 입원실을 방문하였을 때 피해자 진술을 극구 거부하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 및 긴급임시조치 등에 대하여 설명하여도 적극적으로 원치 않는다며 사건화되는 것을 꺼렸던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아달라며 수사를 촉구하였다.
사) 피해자는 피고인의 생일인 2015. 11. 6. 피고인에게 문자로 만나자고 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해주고 2015. 11. 8. 피고인에게 앞으로 잘 살자며 오히려 동생들 일과 관련하여 사과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에 비추어 위 확인서가 피고인의 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한 직후부터 경찰이 직권으로 접근금지가처분을 할 때까지 거부하지 않고 피고인의 간호를 받고 퇴원 후 전항과 같은 확인서를 작성해주며 피고인과 함께 살기를 원하였고, 오히려 피고인이 거부하자 열쇠수리공을 불러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 사는 등 피고인으로 인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심한 폭행을 당한 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행동을 하였다.
자)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고 곧바로 112, 119 신고를 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보통의 남편과 다른 행동이기는 하나, 피해자는 의식이 명확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는 발작을 하여 곧 죽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상해정도가 심각했는데 피고인과 피해자는 부부싸움이 잦았고 피해자의 외도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의 성향 상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될 우려가 있어 증거를 남겨두려 한 것이고, 피해자가 발작을 일으켜 허벅지와 팔 등을 주무르는 등 응급처치를 할 필요성도 있어,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피고인의 변소내용은 일응 수긍이 간다.
2) CCTV 분석결과만으로는 2015. 9. 15. 07:30부터 21:40까지 사이에 피고인 이외에 이 사건 범행현장인 1205호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가) 피고인 거주의 아파트는 25층으로서 1개의 라인에 50세대가 살고 있는데, 수사보고(피의자 거주지 CCTV분석 결과)는 엘리베이터 내부와 현관(1층 입구)의 2개 CCTV만 확인하여 12층에 간 사람을 확인한 것일 뿐, 1205호 현관문 앞에는 CCTV가 없으므로 범인이 같은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 내리지 않고 다른 층에 내려 계단을 통하여 피고인의 집으로 가거나, 지하 1층에서 1205호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면 위와 같은 CCTV분석에는 잡히지 않는다.
나) 수사보고(CCTV 택배기사 동선에 기초한 피해자 상태 추정)은 15:51경 방문한 택배기사와 18:02경 방문한 택배기사가 피해자에게 물건을 전달하여 택배물건이 현관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가정 하에 18:05경까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보고(CCTV 출입자 분석 보고), 수사보고(CCTV 수사)를 통해 18:02경 이후의 출입자 중 1층 입구와 엘리베이터 내에 설치된 CCTV영상을 분석하여 모두 아파트 주민이고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범인이 집안에 있을 때 택배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18:02경 이후의 출입자만을 조사한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다) 피고인이 오후 5시 20분경 집전화와 핸드폰으로 여러 차례 피해자에게 전화하여도 피해자가 받지 못하였는데, 피해자는 오후에 무엇을 하였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는 집청소, 빨래를 하였다라고 진술하다가 원심법정에서는 계속 누워 있었다라고 상반된 진술을 하여, 피고인에게 전화를 한 13:37 이후 피해자의 상태가 이미 의식을 잃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18:02경 전달된 택배가 현관 안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검찰이 한정한 18:02 이전에 1205호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해자는 R, S이라는 남자들과 한 달에 수십 통의 전화, 문자를 주고받을 정도로 각별하였는데 이들은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 받을 때 여자 행세를 하며 남자임을 감추려 하는 등 떳떳하지 못한 관계였고, S은 이 사건 직전인 9. 14. 새벽 1시경부터 5시경까지 피해자를 만나 술을 마시기도 하였으며, R은 2013. 10. 저녁 9시경 피고인집 화장실에서 운동화를 들고 숨어 있다가 피고인에게 들키기도 하였고, 이 사건으로 인한 치료비 1,380만 원을 대신 지불하는 등 피해자와 내연관계가 의심되어 이들에 의한 범행일 수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마) 범인이 내연관계의 목적이나 이 사건 범행과 같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려 하였다면 1층과 엘리베이터의 CCTV에 자신의 모습을 남기지 않도록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 내리지 않고 다른 층에 내려 계단을 통하여 피고인의 집으로 가거나, 지하 1층에서 1205호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등의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므로 CCTV에 범인이 촬영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제2의 다.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문희
판사안희경
판사박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