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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1991. 10. 19.자 91파541 제1민사부결정 : 확정
[회사정리절차개시][하집1991(3),281]
판시사항

가. 회사정리절차개시의 대상이 되는 주식회사의 요건

나. 자본금이 20억원, 업태가 호텔업인 1인 주식회사로서 일선채권자들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주식회사의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기각한 사례

결정요지

가. 회사정리절차개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사정리법상 명문의 제한은 없으나, 그 입법취지가 자본의 결합을 통하여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는 주식회사의 사회적 가치를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사회적 가치가 있으므로 파탄이 있을지라도 해체를 방지하고 이해관계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회사를 갱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니 만큼, 그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할 만한 규모의 회사에 한하여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법의 목적에 합당하고, 그러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재정적인 궁핍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게 될 때 이를 보호하지 않는 경우 기업자체, 즉 그 인적인 구성체뿐 아니라 물적인 구성체까지도 상당한 부분 해체되고, 따라서 기업이 지금까지 행하여 오던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중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태의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나. 신청인 회사의 자본금이 20억원의 소규모이고, 사실상 1인 주주회사이며, 그 업태가 호텔과 온천탕업으로서 그 소유자나 경영진이 바뀐다 하더라도 영업이 중단되거나 심히 곤란한 지경으로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회사의 경영인이 회사를 지나치게 방만하고 부실하게 경영하여 왔으며 장래에도 그 갱생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일선채권자들은 거의 모두 이자수익을 얻기 위하여 금전을 대여한 채권자들에 불과하며 그들 중 담보권을 갖고 있는 시중은행과 차순위담보권자는 정리절차개시에 반대하는 반면 담보권을 가지지 못한 나머지 채권자들은 이에 찬성하는 등 그들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나, 처음부터 위험을 예상하면서도 고율의 이자를 받기 위하여 신용으로만 금전을 대여하고 많은 이자소득을 올린 채권자들의 이익을 위하여 담보권자, 특히 그 경제적 부담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여지가 있는 시중은행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여 회사정리처분개시신청을 기각한 사례.

신청인 겸 사건본인

상산실업주식회사

주문

신청인의 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이 사건 기록에 첨부된 각 소명자료와 차은암에 대한 심문결과를 종합하여 이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1. 신청인 회사의 회사정리절차개시 적격

회사정리라 함은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하였으나 갱생의 가망이 있는 주식회사에 관하여 채권자, 주주 기타의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여 그 사업의 정리재건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회사정리법 제1조 ).

여기서 주식회사라 함은 비록 법적으로는 명문의 제한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입법취지가 자본의 결합을 통하여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는 주식회사의 사회적 가치를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사회적 가치가 있으므로 파탄이 있을지라도 해체를 방지하고 이해관계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회사를 갱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니 만큼, 그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할 만한 규모의 회사에 한하여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법의 목적에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재정적인 궁핍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게 될 때, 이를 보호하지 않는 경우 기업 자체, 즉 그 인적인 구성체뿐 아니라 물적인 구성체까지도 상당한 부분 해체되고, 따라서 그 기업이 지금까지 행하여 오던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중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태의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위와 같은 기업들을 바로 해체시킨다는 것은 채권자나 주주, 종업원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닌 한편 사회 경제적인 손실도 매우 크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이 분산되어 많은 주주나 채권자가 기업의 자본과 자금의 조달에 참여하고, 많은 이해관계인들이 기업의 생산활동의 각 분야에서 노무를 제공한다든지, 원료나 부품 등을 납품하거나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업과의 사이에 복잡한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유형이거나, 그만큼 대규모 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업 경영인의 창조력이나 뛰어난 경영수완에 의하여 운영되는 기업으로서 일시적으로 재정적인 파탄만 극복한다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입장으로 보아서도 유리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의 기업, 예를 들면 건실한 제조업이나 첨단 아이디어 산업 등이 회사정리절차의 바람직한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청인 회사는 자본금 20억 원의 소규모 주식회사이고(물론 위 회사의 자산은 거의 전부 부동산으로서 그 가격에 대하여 신청인 회사의 주장은 약 500억이고, 후술하지만 현재 경매절차상의 감정가격은 215억 원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여기서 말하는 회사의 규모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사실상 신청외 차은암의 1인 주주회사이며, 그 외의 이해관계인인 채권자들은 모두 단순히 돈을 빌려준 자들, 다시 말해서 이자수익을 얻기 위하여 현금을 대여한 자들뿐이다. 또한 그 업태는 호텔과 온천탕(사우나)업으로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소유자나 경영진이 바뀐다 하더라도 영업이 중단되거나 심히 곤란한 지경으로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

결국 신청인 회사는 회사정리법이 예상한 기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2. 부실한 경영

신청인 회사의 부도가 발생한 1991.6.2. 당시 총 부채는 440억원이고 실제 채무액은 400억 원 정도가 된다. 이는 위 회사 자본금인 20억원의 20배에 달할 뿐 아니라, 1990년도 매출액 42억원의 10배나 되는 거액의 채무이다.

또한 채무발생의 연혁을 살펴보면, 신청인 회사가 유스호스텔을 인수하여 호텔업을 시작할 때인 1987.12. 당시 신청인 회사가 원래 부담하고 있던 채무 6억 6천만 원과 유스호스텔과 함께 인수한 채무 21억 원, 합하여 28억 원이 채 안되는 규모였으나 불과 3년 6개월만에 400억 원으로 되어 그 동안 약 370억 원이나 되는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뿐 아니라 부도가 발생하기 전 1년간 이자 부담액만 매월 평균 10억 원이 되어, 이자부담액이 매출액을 2배나 상회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은 신청인 회사의 경영인이 위 회사를 지나치게 방만하고 부실하게 경영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현재의 채무와 지금까지의 매출액을 비교해 볼 때, 장래에도 그 갱생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채권자들 간의 이해 조정의 필요성의 유무

회사정리절차는 대개 회사 재산에 대하여 우선적인 담보권이나 기타 우선권을 가지는 일부 채권자(실무상으로는 은행이나 조세채권을 가지는 국가 등)의 희생을 바탕으로 행하여진다. 그러나 이것은 그러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업의 생산활동에 참여한 각종의 많은 이해관계인(보통 주주나 회사의 종업원 및 물품대금채권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의 주변에서 음과 양으로 기업활동에 커다란 도움을 주며 자기 자신 역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선의의 이해관계인(예를 들면 제조업의 하도급업자 등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들은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을 살펴볼 때, 신청인 회사의 주주(혹은 사실상의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그 이해관계인들은 결국 채권자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 회사의 주주는 사실상 신청외 차은암 1인으로서 그는 1인 주주일 뿐아니라 신청인 회사의 사실상의 최고 경영자로서 부실한 회사 경영의 책임을 부담하는 자이므로 다른 채권자들과 동일한 자격으로서 이해관계의 조정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채권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정리절차개시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양편으로 갈라져 있다. 기록에 나타나 있는 바로서 반대하는 측은 담보권을 가진 대구은행과 차순위 담보권자인 신청외 박순근(이들은 이미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신청하여 그 절차가 진행중이다)으로 볼 수 있고, 찬성하는 측은 주로 담보권을 가지지 못하거나 담보권으로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우려가 있는 채권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채권액은 대구은행이 130억 원, 위 박순근이 28억 원 정도이고 나머지 채권자들은 모두 합하여 242억 원 정도가 되며, 경매신청된 물건의 감정가격은 215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편 수적으로는 후자의 채권자가 약 4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채권자들은 거의 모두 이자수익을 얻기 위하여 금전을 대여한 채권자들에 불과하고, 또한 금전을 대여할 때에 담보권을 확보하고 빌려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신용으로만 빌려주는 경우는 처음부터 예상되는 위험의 정도가 다르고, 뿐만 아니라 그 이율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것은 상식적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신청인 회사의 주장에 의하여도 위 채권자들의 채권 중에는 연 이율 8할의 악성 단기사채가 있고, 이자 부담액을 보면 1987년에 3억 5천만 원이던 것이, 1988년에는 20억 6천만원, 1989년에는 50억 원, 1990년에는 100억 원, 1991.6.까지 60억원이나 부담하여, 그 이자 부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약 4년 동안 신청인 회사가 부담한 이자만도 모두 234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도 무담보 사채권자들이 얼마나 고리의 이자를 받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위험을 예상하고 많은 이자소득을 올린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담보권자, 특히 그 경제적인 부담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여자가 있는 시중은행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신청인의 이 건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동락(재판장) 손윤하 이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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