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사채업자가 사채알선용으로 사채이용자로부터 미리 교부받은 인감증명서와 과세증명서 등의 문서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채업 사무실에서 사채이용자 명의로 자동차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사채업자인 갑이 차용금에 대한 약속어음 공증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구하여 사채이용자인 을로부터 인감증명서와 과세증명서를 교부받고, 을의 인감도장을 미리 준비한 자동차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서에 임의로 날인하고 위의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채업 사무실에서 보증보험회사 직원인 병과 을을 연대보증인으로 한 자동차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을이 갑에게 차용금에 대한 채무자 명의의 약속어음을 공증할 권한을 수여한 이상 갑에게 을을 대리할 기본 대리권이 있었다고 할 것이나, 사채업자는 사채 이용자들이 제출하는 인감증명서와 재산과세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쉽게 구비할 수 있다는 특수성과 위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그 계약 장소가 갑의 사채업 사무실인 점에 비추어, 갑이 계약 당시 통상 본인 이외의 자가 쉽사리 소지할 수 없는 인감증명서와 과세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그 대리권 수여 사실을 담보하기에 불충분하므로, 병으로서는 계약서에 기재된 을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봄으로써 그의 보증의사 여부를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이상, 위 보증보험계약 당시 병에게 갑이 을을 대리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항소인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4인)
피고, 항소인
이항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8. 3. 31. 선고 97가단180198 판결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심 공동피고 박동식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11,533,596원 및 이에 대한 1997. 5. 28.부터 1997. 6. 26.까지는 연 14%,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갑 제1, 2, 4,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김외출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96. 10. 22. 원심 공동피고 박동식을 주채무자로, 피고를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위 박동식이 1996. 10. 14. 소외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크레도스 1대에 대한 할부구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계약에 기한 할부금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를 소외 회사, 보험가입금액을 금 11,550,000원, 보험기간을 1996. 10. 15.부터 1998. 10. 14.까지로 하고, 위 박동식이 소외 회사에 대한 채무를 지체한 때에는 위 할부구매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하여 잔여 할부금 전액을 보험금액 내에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위 지급하되 이 경우 위 박동식은 지급보험금 및 이에 대하여 지급일 다음날부터 30일까지는 연 14%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금융기관의 연체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하되 위 적용이율이 변경될 때에는 변경 당일로부터 변경된 이율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할부판매보증보험약정서를 작성한 사실, 그 후 소외 회사에서는 위 박동식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할부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1997. 4. 8.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하여 왔으므로 원고는 1997. 5. 27. 소외 회사에게 금 11,533,596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2. 원고의 주장
가. 원고는 먼저, 위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에 기하여 연대보증인인 피고에 대하여 위 지급보험금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과연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위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2호증의 피고 명의의 서명날인 부분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경위로 소외 1이 다른 용도로 교부받은 피고의 인감도장을 임의로 날인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고, 갑 제6호증의 2의 기재와 위 김외출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는 다음으로, 위 소외 1이 대리권 없이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사이에 위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도 이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1) 인정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 6호증의 각 1, 2,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2, 4, 5, 6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와 위 박동식은 1996. 9.경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소재 한승빌딩 4층에 진보상사라는 상호로 사채업을 하던 소외 1로부터 각 금 1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각 차용금에 대한 약속어음 공증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는 위 소외 1의 요구에 따라 피고 등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인감증명서 5통과 과세증명서 2통 등을 위 소외 1에게 교부하였는데, 위 소외 1은 피고 등이 빌린 위 각 금 100만 원에 대한 영수증을 작성하는 것처럼 하면서 미리 준비한 자동차매매계약서, 위임장, 할부판매보증보험청약서 및 약정서상의 보험계약자란에 위 박동식의, 연대보증인란에 피고의 인감도장을 각 날인한 사실, 소외 회사 상계지점 직원 소외 조상기는 1990.경에 위 소외 1이 그의 처인 소외 2 명의로 캐피탈 승용차를 구입할 당시 그 업무를 맡아 처리한 일이 있는데, 이번에는 위 소외 1로부터 위 박동식이 사촌동생인데 지방에 내려가면서 차를 출고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1996. 10. 11.경 위 소외 1의 사무실에서 그로부터 위와 같이 미리 작성된 자동차매매계약서, 위임장, 보증보험청약서 및 약정서와 피고 등 명의의 인감증명서 2통, 위 박동식의 주민등록등본 1통, 주민등록증 사본 1통과 피고 명의의 재산세과세증명서 2통을 교부받은 다음 원고 회사의 승인을 얻어 피고를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위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조상기는 당시 위 소외 1이 사채업자인 점 및 위 진보상사가 사채업 사무실인 점을 알고 있었던 사실, 위 약정서상의 연대보증인란에는 피고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외에 마치 피고가 인 박동식의 처삼촌인 것처럼 각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소외 1은 이 사건을 비롯하여 같은 방법으로 사채 이용자들 명의의 문서를 위조하여 총 4대의 승용차를 편취한 혐의로 사기 등 죄로 구속기소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2) 판 단
위 인정 사실과 같이 피고가 위 소외 1에게 피고 명의의 약속어음을 공증할 권한을 수여한 이상 위 소외 1에게는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 위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원고를 대리한 위 조상기에게 위 소외 1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에 관하여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계약 당시 위 소외 1이 피고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와 재산세과세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지만, 위 계약 장소는 위 소외 1의 사채업 사무실이고, 위 조상기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이상 그러한 특수성에 비추어(사채업자는 사채 이용자들이 제출하는 인감증명서와 재산세과세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쉽게 구비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장소가 사채업 사무실이고, 상대방이 본인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는 사채업자인 경우라면 통상 본인 이외의 자가 쉽사리 소지할 수 없는 인감증명서와 재산세과세증명서를 사채업자가 소지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그 대리권 수여사실을 담보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위 조상기로서는 위 연대보증인란에 기재된 피고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봄으로써 그 보증의사 여부를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이상 위 조상기에게 위 소외 1이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표현대리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하는 원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