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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
[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위반][공2023하,1767]
판시사항

[1] 계좌개설 신청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할 의사로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접근매체의 양도의사 유무 등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였으나, 계좌개설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단순히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기재된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만을 그대로 믿고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의 요구 등 추가적인 확인조치 없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준 경우, 신청인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의 의미 및 이에 대한 인식 정도 /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고려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3]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에서 정한 ‘범죄’는 공소사실에 특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특정 정도

판결요지

[1]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관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 신청사유나 허위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좌개설 신청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할 의사로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접근매체의 양도의사 유무 등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였으나, 계좌개설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단순히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기재된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만을 그대로 믿고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의 요구 등 추가적인 확인조치 없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준 경우 그 계좌개설은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므로, 계좌개설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 제1조 ),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 제6조 제2항 ),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6조 제3항 , 제49조 제4항 ).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은 제6조 제3항 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제1호 ),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제2호 ),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 제3호 ),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 제4호 )를 금지하고, 제49조 제4항 에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 1. 20.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에 추가하고( 제6조 제3항 제2호 ),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신설하여( 제6조 제3항 제3호 )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제49조 제4항 ). 이러한 개정 취지는 다른 사람 명의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의 신설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이 규정하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형법 등 형벌법규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접근매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였다면 위 조항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볼 수 있고,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범죄의 내용이나 저촉되는 형벌법규, 죄명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고,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3]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에서 정한 ‘범죄’는 피고인이 목적으로 하거나 인식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하여 공소사실에 특정될 필요가 있다. 위 조항의 신설 취지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범죄’에 관하여 범죄 유형이나 종류가 개괄적으로라도 특정되어야 하나, 실행하려는 범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지현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213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한 행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방해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사실은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할 의사로 유한회사 태정과 유한회사 루이스를 설립한 다음, 2020. 8. 20. 유한회사 태정 명의의 계좌를 피해자 부산은행, 기업은행, 안락새마을금고에서, 2020. 8. 21. 유한회사 루이스 명의의 계좌를 피해자 부산은행에서 각 개설함에 있어 각 유한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가장하여 사업자등록증 등 법인 명의 계좌의 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피해 금융기관들의 각 담당직원에게 제출하면서 법인 명의 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담당직원으로부터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받고 이를 준수할 것처럼 행세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기망에 속은 피해 금융기관들의 각 담당직원은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계의 방법으로 4회에 걸쳐 피해 금융기관들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 금융기관들의 담당직원에게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접근매체의 양도의사 등에 관하여 서면으로 허위의 답변을 기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이를 믿은 담당직원들이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 금융기관들의 계좌 개설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쟁점

이 부분 쟁점은, 피고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할 의사로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로 계좌개설을 신청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접근매체의 양도의사 유무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여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준 경우 피고인의 행위가 위계로써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관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 신청사유나 허위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253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계좌개설 신청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할 의사로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접근매체의 양도의사 유무 등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였으나, 계좌개설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단순히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기재된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만을 그대로 믿고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의 요구 등 추가적인 확인조치 없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준 경우 그 계좌개설은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므로, 계좌개설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2)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미리 마련한 양식인 예금거래신청서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에 금융거래 목적을 ‘사업거래 중’ 또는 ‘법인통장개설’이라고 기재하고, 접근매체 양도의사 유무에 관한 질문사항에는 ‘아니오.’로 답변하는 등 소극적인 행위만을 하였다.

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법인 명의의 계좌개설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관련 서류들은, 계좌 명의자인 회사의 사업사실 등록을 증명하거나 회사가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성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한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사항증명서, 법인인감증명서, 정관뿐이었다. 이들 서류 외에 피해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에게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다거나 이를 확인하였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3)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작성한 예금거래신청서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는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는 서류라고 볼 수 없고, 제출된 관련 서류들도 법인 명의 계좌개설 시 기본적으로 구비하여야 할 서류들로 보일 뿐, 계좌 명의자인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계좌개설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기재된 금융거래 목적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추가로 그에 관한 객관적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하였음에도 피고인이 그에 관하여 허위 서류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위조하여 제출함으로써 업무담당자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계좌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각 법인 명의 계좌가 개설된 것은 피해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아 계좌개설 신청인인 피고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이 그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한 행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

가. 관련 법리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 제1조 ),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 제6조 제2항 ),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6조 제3항 , 제49조 제4항 ).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은 제6조 제3항 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제1호 ),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제2호 ),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 제3호 ),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 제4호 )를 금지하고, 제49조 제4항 에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 1. 20.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에 추가하고( 제6조 제3항 제2호 ),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신설하여( 제6조 제3항 제3호 )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제49조 제4항 ). 이러한 개정 취지는 다른 사람 명의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170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의 신설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이 규정하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형법 등 형벌법규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접근매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였다면 위 조항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볼 수 있고,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범죄의 내용이나 저촉되는 형벌법규, 죄명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고,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에서 정한 ‘범죄’는 피고인이 목적으로 하거나 인식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하여 공소사실에 특정될 필요가 있다. 위 조항의 신설 취지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범죄’에 관하여 범죄 유형이나 종류가 개괄적으로라도 특정되어야 하나, 실행하려는 범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2020. 12. 29.경 유한회사 태정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와 새마을금고 계좌에 각 연결된 현금카드와 OTP기기를, 2021. 1. 4.경 위 회사 명의 기업은행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와 OTP기기를 고속버스 택배를 통하여 성명불상자(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 ‘대출’을 사용)에게 보내 이를 각 대여하였고, 2021. 2. 3. 유한회사 루이스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 OTP기기를 성명불상자(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을 사용)에게 건네주어 이를 대여하였다.

나) 피고인은 성명불상자(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을 사용)로부터 지시를 받고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2021. 4. 13.경 서울역의 물품보관함에 들어 있는 공소외 1 명의 국민은행 체크카드 1장과 공소외 2 명의 우체국 체크카드 1장을 수거하여 보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에서 규정한 ‘범죄에 이용’은 범죄의 실행을 전제로 하므로 위 조항 위반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실행완료 또는 실행 중이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범죄의 실체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고, 위 조항 위반죄의 공소사실에는 이용될 범죄에 관한 내용이 다른 범죄와 구별될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인식한 이용될 범죄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보관한 체크카드는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대포통장 등 접근매체 수거조직을 검거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한 것이어서 실제 범죄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없음이 분명하여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 및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 ‘대출’을 사용하는 성명불상자와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을 사용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월 300만 원 및 월 80만 원을 각 받기로 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유한회사 태정과 유한회사 루이스 명의의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와 OTP 생성기(일회용 비밀번호를 생성하는 장치)를 재발급받아 이를 위 성명불상자들에게 각 대여하였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 ‘대출’을 사용하는 성명불상자는 구글 사이트에 ‘법인장(법인 명의 차명계좌의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을 의미한다) 판매, 관리, 작업대출, 오다집(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대포통장과 연결된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유인하는 조직을 의미한다)’이라는 광고를 게시하였는데, 위 광고의 내용을 보고 위 성명불상자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1. 2.경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명 ‘□□’을 사용하는 성명불상자가 인터넷 다음 카페에 게시한 ‘자금세탁 심부름’, ‘15~30만 원 당일 지급’이라는 글을 보고 위 사람에게 연락하였다. 위 게시글에는 ‘불법도박사이트, 카지노 취급’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2021. 4. 13.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있는 체크카드를 수거한 다음 현금지급기에서 100만 원의 인출을 시도하여 사용 가능한 계좌인지 확인한 후 퀵서비스 기사에게 위 체크카드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수거한 체크카드는 다른 사람 명의의 것이어서 좋지 않은 일에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전인 2018. 10. 5. 성명불상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기로 약속하고 자신의 신한은행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대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약4217 ). 피고인은 위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신한은행 계좌로 300만 원이 입금된 것을 보고 위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검사는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으로부터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죄이용 접근매체 대여 및 보관행위에서 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라.’는 취지의 석명을 요구받고, 2021. 9. 27. 자 의견서를 통하여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석명하였다.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고, 검사의 위 석명 내용을 다투지 않았다.

2)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피고인이 현금카드 등을 성명불상자들에게 대여한 경위, 광고 내용, 진술 내용과 전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접근매체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대여·보관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피고인이 보관한 접근매체가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이른바 대포통장 등 접근매체 수거조직을 검거하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어서 피고인의 인식과 달리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이용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범죄의 유형이나 종류가 개괄적으로라도 특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검사는 원심 재판장의 ‘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라는 취지의 석명 요구에 대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석명하여 개괄적으로 범죄의 유형과 종류를 명확히 했고, 피고인도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검사의 위 석명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바, 공판절차의 진행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범죄의 유형이나 종류를 개괄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볼 것도 아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단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가 정한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의 의미와 위 조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한 행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죄와 상상적 경합범 또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위 부분과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한 행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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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름판례

-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2도15824 판결 공보불게재

참조판례

- [1]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2537 판결

- [2]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1709 판결

참조조문

- [1] 형법 제314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2] 전자금융거래법(구) 제6조 제3항

- 전자금융거래법(구) 제49조 제4항

- 전자금융거래법(구) 제6조 제3항 제2호

- 전자금융거래법(구) 제6조 제3항 제3호

- 전자금융거래법(구) 제49조 제4항

- 전자금융거래법 제1조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2항 위헌조문 표시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위헌조문 표시

-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위헌조문 표시

- 형법 제13조 위헌조문 표시

- [3]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위헌조문 표시

-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위헌조문 표시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위헌조문 표시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2537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170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약4217

본문참조조문

- 전자금융거래법 제1조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2항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호

원심판결

- 인천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21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