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부동산 매매계약이 민법 제104조 위반으로서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무학문맹으로 나이 어린 외손녀 하나만을 데리고 가옥일부를 임대한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오며 고혈압으로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동맥경화성 정신증의 증세로 때로는 정신이 혼미하게도 되지만 빈한하여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67세의 노파가 인근에 거주하여 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생활대책도 강구함이 없이 유일한 생활근거인 가옥을 매도한 계약이 시가와 매매가액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 고 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명묵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원심은 제1심 판결이유를 인용하고 아울러 그 판시 이유를 추가하여 설시함으로써, 본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피고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한 탓으로 원고와 소개업자들이 찾아와서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고 있으니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라는 등의 감언이설에 속아 시가 7,000,000원에 달하는 것을 불과 2,670,000원에 매도하게 되었으니 이는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라고 하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이에 부합되는 각 증거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 하여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배척한 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것들이 모두 합리적이 아니거나 신빙성이 결여되어 배척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라고만 쉽게 단정되기는 어려운 바가 있고, 이들 증거와 변론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최소한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즉 피고는 본건 매매계약 당시인 1977년 현재 67세(1911. 9. 11생)에 이른 노파로서 무학문맹이며, 남편 및 자녀들과 사별하여 오직 14세된 나이어린 외손녀 하나만을 데리고 본건 가옥의 일부를 임대하여 그 수입으로서 생계를 이어오던 터이고, 1977년 봄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래 언어와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이에 겹쳐 동맥경화성 정신증의 징후로 인하여 때로 정신이 혼미한 증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빈한하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과, 복덕방을 경영하며 본건 매매계약을 소개한 김용문 및 이수진과 원고는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피고의 위와 같은 사정을 평소에 잘 알고 있었고, 피고는 유일한 생활근거인 본건 부동산을 매도한 후에 있어서의 생활대책도 강구함이 없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등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본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는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한 처지로서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본건 부동산의 시가와 매매가액 사이에 피고 주장과 같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일응 이 사건 매매계약은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인정될 수도 있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1심 증인 이수진, 같은 김용문의 증언에 비추어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원심증인 김광복의 증언을 배척한 것으로 짐작이 되나, 이 증인들은 주로 원고를 위하여 본건 매매를 소개한 복덕방업자들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증인들의 증언만에 의존하여 위 김광복의 증언내용을 가볍게 배척하고 말 것이 아니라,다른 방법으로라도 본건 부동산의 매매당시의 시가에 관하여 심리 파악하므로써 본건 매매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옳았을 것이라고 인정된다.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였음은 결국 심리의 미진이나 채증법칙의 위배가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상고논지는 그 이유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들의 일치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