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누527 행정처분취소
원고, 피항소인
A
피고, 항소인
천안교도소장
제1심판결
변론종결
2013. 8. 20.
판결선고
2013. 9. 5.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1. 7. 14.경 원고에 대하여 한 교도관 접견 참여 및 접견 내용 청취·기록·녹음·녹화 대상 수용자 지정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9. 5. 28.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 등으로 징역 7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2011. 7. 14.부터 천안교도소로 이감되어 수용 중인 수형자이다.
나. 피고는 원고가 천안교도소에 수감된 2011. 7. 14.경 원고를 '접견내용 녹음·녹화 및 접견시 교도관 참여대상자로 지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처분에 따라 원고의 첫 접견이 있었던 2011. 7. 16.부터 피고의 별도 지시 없이도 원고의 접견시에 항상 교도관이 참여하여 그 접견내용을 청취·기록하고, 녹음·녹화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제1심 판결 선고 이후인 2013. 2. 12. 원고에 대하여 위 나.항의 '접견내용 녹음·녹화 및 접견시 교도관 참여대상자'에서 해제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호증, 을 제5, 8, 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1) 피고가 2011. 7. 14. 원고에 대하여 '접견내용 녹음·녹화 및 접견시 교도관 참여대상자로 지정'한 행위는 피고의 내부적 행위일 뿐이고, 이에 따른 개별적 접견제한은 단순한 사실행위로서 모두 처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설령 피고가 2011. 7. 14. 원고에 대하여 '접견내용 녹음·녹화 및 접견시 교도관 참여대상자로 지정'한 행위를 처분이라고 보더라도 2013. 2. 12. 위 지정결정을 해제함으로써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었으므로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
또한 개별적 접견제한은 이미 그 집행이 완료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할 소의 이익이 없다.
3) 천안교도소 소속 교도관이 2011. 7. 16.경 원고에게 원고가 접견내용의 청취·기록 · 녹음·녹화 및 교도관 참여 대상자임을 고지하였고, 같은 달 18.경 또 다른 교도관이 원고에게 같은 취지를 통지하였으므로 원고는 그 시경 이 사건 처분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제소기간을 경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판단
1) 이 사건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 여부
'처분 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행정소송법 제2조 제 1항 제1호 참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누909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이 사건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의 접견시마다 사생활의 비밀 등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교도관의 참여, 접견내용의 청취·기록 · 녹음·녹화가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그 우월적 지위에서 수형자인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성격을 가진 공권력적 사실행위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처분은 일회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처분이 이루어진 2011. 7. 14.부터 이 사건 제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3. 2. 13.까지 오랜기간 동안 접견제한의 효과가 지속되어 왔으며 원고로 하여금 이를 수인할 것을 강제하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점, ③ 위와 같이 계속성을 갖는 공권력적 사실행위를 취소할 경우 장래에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기본권의 침해로부터 수형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구제할 실익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수형자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처분에 기한 개별적 접견제한에 관한 취소 여부를 다투어야 하며, 개별적 접견제한도 이미 집행이 완료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이 사건 소로써 접견시마다 이루어진 개별적 접견제한 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에 대한 모든 접견시 접견제한을 하도록 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개별적 접견제한의 취소 여부를 다투어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소의 이익의 존부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 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판결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제1항의 인정사실 및 인용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2013. 2. 12. 원고를 '접견내용 녹음·녹화 및 접견시 교도관 참여대상자'로 지정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제)한 사실, 피고는 앞으로도 원고에 대하여 접견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고(을 제8호증)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앞으로도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과 같은 포괄적 접견제한처분을 할 염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수용시설 내에 구금되어 이미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는 수형자에게 일률적으로 접견시마다 교도관의 참여, 접견내용의 청취·기록 ·녹음·녹화를 함으로써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수형자에 대한 기본적 처우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제소기간 도과 여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은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천안교도소 소속 교도관들이 2011. 7. 16.경 및 같은 달 18.경 각각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위 지정행위)을 통지하였다거나 게시판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이 있었음을 알려주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2011. 7. 16.경 및 같은 달 18.경 이 사건 처분이 있음을 알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국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소정의 수용자의 접견시 교도관의 참여 및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할 수 있는 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의 모든 접견에 일률적으로 교도관을 참여하게 하고,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하도록 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루어져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수용자에 대한 접견의 참여와 접견내용 청취 등에 관한 법적 근거
법 제41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과 접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①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 ②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접견금지의 결정이 있는 때, ③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④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접견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41조 제2항은 '①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 ②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필요한 때, ③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교정시설의 장(이하 '소장'이라 한다)은 교도관으로 하여금 수용자의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 또는 녹화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법 시행령 제62조 제1항, 제2항은 소장은 법 제41조 제2항의 청취·기록을 위하여 교도관에게 변호인과 접견하는 미결수용자를 제외한 수용자의 접견에 참여하게 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교도관으로 하여금 법 제41조 제3항에 따라 수용자와 그 상대방에게 접견 내용의 녹음·녹화 사실을 수용자와 그 상대방이 접견실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이나 서면 등 적절한 방법으로 알려 주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처분에 관한 법적 근거의 존재 여부
법 및 법 시행령의 규정에 의하면, 수용자는 법에 규정한 특정한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접견권을 향유하며, 법에 규정한 특정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접견시 교도관이 참여하고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를 하게 되는 제한을 받게 된다.
이와 달리 법 및 법 시행령 어느 곳에도 소장이 특정 수용자를 장기간에 걸쳐 일반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견제한 조치 대상자로 지정함으로써 그 수용자의 접견시에는 언제든지 교도관으로 하여금 접견참여 및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거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를 그 수용기간 동안 상시적 · 일반적으로 교도관의 접견참여 및 그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 대상자로 지정함으로써 그 접견 상대방을 불문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고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고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 수용자인 원고에 대하여 접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치이며 법률상 근거도 없다 할 것이다.
한편, 피고는 과거에 기자가 원고를 접견한 뒤 원고의 육성을 뉴스에 공개한 사건을 들어 법 제41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원고에 대한 접견시 교도관이 참여하고 그 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사건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모든 접견에 교도관이 참여하고 그 내용이 청취·기록·녹음·녹화되기 시작한 이후인 2012. 2.경 내지 같은 해 4.경 발생한 것일 뿐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수용자의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녹화할 수 있는 법 제41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법률에 직접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승훈
판사 유선주
판사 김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