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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9. 4. 14. 선고 96가합76343 판결 : 확정
[보험금 ][하집1999-1, 298]
판시사항

이중 등록된 선적을 근거로 하여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이 변동된 경우, 선박보험계약에서 적용하는 협회기간약관 소정의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은 자동 종료된다."는 면책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이중 등록된 선적을 근거로 하여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이 변동된 경우, 선박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에는 "자의에 의하든 않든 간에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약관조항에서 '자의에 의하든 않든 간에'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시와 다른 상태가 발생하면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지 소유권의 변경이나 선적의 변경이 실질적으로 유효한 경우에만 위 규정에 따른 소유권이나 선적의 변경이 있었다고 볼 것은 아니고, 더구나 선박이 여러 국가에 등록된 경우 어느 국가에의 등록이 유효 또는 무효가 된다고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조약이나 국제협약 등의 준거법이 없고, 1982년 국제연합해양법협약 제91조의 규정도 선박의 이중등록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 규정만으로 이중 등록된 선적이 무효라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후 이중 등록된 선적을 근거로 선박의 소유권이 변동되거나 선적이 변경된 경우에도 위 약관상의 면책요건인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

한국제일금융 유한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1인)

피고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창준 외 2인)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화 2,500,000$와 이에 대한 1996. 5. 2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연 25%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8호증, 갑 제20, 21호증, 갑 제24, 25, 26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1, 2, 을 제9, 10, 11호증, 을 제 12호증의 1 내지 11의 각 기재와 증인 이중현, 김영길의 각 증언 및 증인 이근수의 일부 증언에 이 법원의 해양수산부장관, 주한파나마영사관, 부산지방법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홍콩의 한두수산홍콩 주식회사(이하 '한두홍콩'이라고 한다)는 1994. 1. 25. 일본국의 안요수이산 케이. 케이. 미카사 트레이딩 회사(Anyo Suisan K. K. Mikasa Trading Co. Ltd, 이하 '안요'라고 한다)로부터 일본 선적의 선박인 안요마루 18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매수하면서 이 사건 선박을 파나마국 선적으로 등록하여 운항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한두홍콩은 1994. 5. 12. 이 사건 선박을 파나마국 선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안요와의 약정에도 불구하고 벨리제국의 국제상선등기소에 한두홍콩을 소유자로 한 임시등록을 하여 1995. 4. 14.까지 유효한 임시항해허가증을 취득하였다.

다. 한두홍콩은 1994. 6. 27. 피고와 이 사건 선박의 선체와 기계류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벨리제국 국제상선등기소에서 발급받은 1994. 5. 12.자 임시항해허가증을 선적을 증명하는 서류로 제출하여, 피고는 선박보험증권에 이 사건 선박의 선적을 벨리제국, 소유자는 한두홍콩으로 기재하였다.

라. 한두홍콩은 1994. 7. 5. 소유자를 한두홍콩으로 하여 파나마국의 가선적을 취득하였고, 같은 해 8. 5. 파나마국에 영구등록을 하여 본선적을 취득하였다.

마. 한두홍콩은 1995. 2. 9. 안요와의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한(매도인으로 서명한 사람은 한두수산 주식회사의 직원인 정점택이다) 후 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하여 1995. 3. 14. 벨리제국에 한두홍콩을 소유자로 한 영구등록을 하여 본선적을 취득하였다.

바. 한두홍콩은 1995. 6. 26. 피고와 1994. 6. 27.자 선박보험계약의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다시 이 사건 선박의 선체와 기계류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선적을 벨리제국, 소유자를 한두홍콩으로 고지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피보험자는 한두홍콩,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은 미합중국화 2,500,000$, 보험기간은 한국 표준시를 기준으로 1995. 6. 27. 12:00부터 1996. 6. 27. 12:00까지로 하고, 이 사건 선박의 전손시에는 위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영국의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Hulls-1/ 10/83, 이하 '협회기간약관'이라고 한다)을 적용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는 자의에 의하든 않든 간에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any change, voluntary or otherwise, in ownership or flag)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또 협회기간약관에는 영국의 법률 및 관례에 준거하기로 되어 있다.

한편 한두홍콩은 피고의 동의를 얻어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채권을 양도하였고, 보험증권에도 이 보험증권하에서 지급되는 전손보험금은 원고에게 직접 지급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사. 한두홍콩은 1995. 9. 28. 이 사건 선박을 대한민국의 한두수산 주식회사(이하 '한두수산'이라고 한다)에게 매도하였고, 한두수산은 같은 해 11. 10.에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이 사건 선박의 선체 및 기계류와 속구를 보험목적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아. 한두수산은 1995. 12. 11. 당시의 대한민국 수산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외국적어선 양수허가를 받은 후 1996. 1. 20. 선박등기부에 자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고, 같은 달 31. 당시의 대한민국 수산청장으로부터 선적증서를 교부받았다.

자. 그 후 이 사건 선박은 1996. 4. 1. 그 소유자를 인도네시아국의 피티 라마 푸테라 페르카사(PT Rama Putera Perkasa)로 하고, 선박의 명칭도 라마 14호(Rama No.14)로 변경한 다음, 인도네시아국의 선적을 취득하여 등록되었고(등록번호 449호), 인도네시아 수산청으로부터 임시항해허가 및 어업허가를 얻어 인도네시아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아라푸라 해역 등지에서 조업을 하였다.

차. 이 사건 선박은 1995. 7.경부터 위 아라푸라 어장에서 조업을 하다가 수리를 받기 위하여 1996. 4. 2. 인도네시아국의 수라바야(Surabaya) 항구에 도착하여 같은 해 5. 18.까지 수리를 마치고, 다음 항해를 위하여 위 항구 내에 정박하던 중 같은 달 21. 선상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선체가 전소되었다(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고 한다).

카. 그런데 한두홍콩이나 한두수산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를 한두홍콩으로, 선적국을 벨리제국으로 고지한 외에 이 사건 보험사고시까지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의 변경에 대하여 피고에게 고지하거나 어떠한 방법으로도 알려준 사실이 없다.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전손인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인 한두홍콩이 입은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유효하게 양수한 원고에게 약정된 보험금 미합중국화 2,500,000$를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3.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는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any change, voluntary or otherwise, in ownership or flag)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첫째로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any change in ownership)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었고, 둘째로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이 사건 선박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any change in flag)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한다.

나. 판 단

(1) 살피건대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는 선박의 소유권이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any change, voluntary or otherwise, in ownership or flag)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2) 소유권의 변경(any change in ownership)을 이유로 한 면책항변에 대한 판단

(가)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첫째로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는 한두홍콩이었는데, 한두홍콩은 1995. 9. 28. 이 사건 선박을 한두수산에게 매도하였으며, 한두수산은 같은 해 12. 11. 당시의 대한민국 수산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외국적어선 양수허가를 받은 후 1996. 1. 20. 선박등기부에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고, 같은 달 31. 선적증서를 교부받았고, 또 1996. 4. 1. 그 소유자를 피티 라마 푸테라 페르카사로 하여 인도네시아국에 선적등록이 되었는바(위 인도네시아국에의 선적등록은 어업권을 취득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이 사건 계약의 체결시와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의하여 자동으로 종료하였고,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한두홍콩과 한두수산은 법인격은 다르나 실질적으로 대표이사가 같고, 대부분의 이사가 중복되며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동일한 회사이므로 위와 같이 형식적으로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소유권에 있어서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는 취지로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한두홍콩은 홍콩에, 한두수산은 대한민국에 등기된 별개의 법인이므로 동일한 회사라고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와 같은 소유권의 변동은 한두홍콩이나 한두수산의 의사에 기한 것이므로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규정된 선박의 소유권의 변동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다음으로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는 1994. 7. 1. 파나마국에 한두홍콩을 소유자로 한 선적등록이 된 후인 1995. 3. 14. 벨리제국에 한두홍콩을 소유자로 한 선적등록이 되었는바, 위 1995. 3. 14.자 벨리제국에의 선적등록은 허위의 매매계약서에 의한 2중 등록으로서 무효이고, 한두홍콩이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유효한 파나마국에의 선적등록이 아닌 무효인 벨리제국에의 선적등록을 근거로 하여 1995. 9. 28. 한두수산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여 한두수산이 대한민국에 선적등록을 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으므로 이러한 한두수산으로의 소유권이전은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은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도 없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규정된 선박의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란, 위 약관조항에서 '자의에 의하든 않든 간에'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선박의 소유권에 있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시와 다른 상태가 발생하면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지, 소유권의 변경이 있는 경우 그것이 실질적으로 유효한 경우에만 위 규정에 따른 소유권의 변경이 있었다고 할 것은 아닌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한두홍콩이나 그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한 한두수산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스스로 보험목적물인 선박을 매도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였으므로 그 소유권의 이전이 실질적으로 유효한가를 가릴 필요 없이 소유권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선박이 여러 국가에 등록된 경우 어느 국가에의 등록이 유효 또는 무효가 된다고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조약이나 국제협약 등의 준거법이 발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이러한 경우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의 체결이나 인수를 꺼리게 될 것임은 명백하고, 비록 1982년국제연합해양법협약 제91조에 국가와 선박간에는 진정한 관련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위 규정이 선박의 2중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위 규정만으로 선적의 유·무효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위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편의치적은 인정될 수 없다) 2중 등록된 선적을 근거로 하여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에도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규정된 소유권의 변동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한두홍콩으로부터 한두수산으로의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소유권이전이 유효한가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선박의 소유권이전에 있어서 협회기간약관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법이나 관례에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유효한 선적을 근거로 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법리가 존재함을 인정할 자료도 없는바, 그렇다면 매도인이 선박의 소유자이면 매수인은 그로부터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지, 매도인이 선박을 이중으로 선적등록을 한 경우 그 선적 중 유효한 선적을 근거로 하여 매도하였는가의 여부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없고, 한두홍콩이 한두수산에게 이 사건 선박을 매도할 당시 소유자였던 사실은 원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한두홍콩이 원고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파나마국 선적이 아닌 벨리제국의 선적을 근거로 하여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한두수산은 유효하게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이 사건 선박에 관한 벨리제국의 선적이 유효함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다).

(3) 선적의 변경(any change in flag)을 이유로 한 면책항변에 대한 판단

(가)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한두홍콩은 1994. 5. 12. 벨리제국에 임시등록을 하였고, 또 같은 해 7. 5.에는 파나마국의 가선적을 취득한 후 같은 해 8. 5. 파나마국에 영구등록을 하였으며, 1995. 3. 14.에는 다시 벨리제국에 영구등록을 한 사실, 그리고 한두홍콩은 1995. 6. 26. 피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선적을 벨리제국으로 고지하여 이 사건 선박의 보험증권에는 그 선적이 벨리제국으로 기재된 사실, 한두수산이 1995. 9. 28. 이 사건 선박을 한두홍콩으로부터 매수한 후 1996. 1. 20.에는 대한민국의 선박등기부에 한두수산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사실, 그 후 같은 해 4. 1에는 인도네시아국의 선적을 취득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선박은 그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었다 할 것이므로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은 자동으로 종료하였고,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은 1994. 7. 1.에는 파나마국의, 1995. 3. 14.에는 벨리제국의 선적을 취득하였는데, 위 벨리제국의 선적은 허위의 매매계약서에 의한 2중 등록으로서 무효이고,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유효한 위 파나마국의 선적이 아닌 무효인 위 벨리제국의 선적에 기초하여 1996. 1. 20. 대한민국에 선박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는바, 이러한 대한민국의 선적은 무효인 벨리제국의 선적으로부터 이전등록된 것으로서 역시 무효이므로, 이 사건 선박의 선적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시에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파나마국의 선적만이 유효하고 따라서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없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기간약관 제4조 4.2항에 규정된 선박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란, 위 약관조항에 '자의에 의하든 않든 간에'라고 표현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선적에 있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시와 다른 상태가 발생하면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지, 여러 나라의 선적을 취득한 경우 두 번째 이후에 취득한 선적이 실질적으로 유효한가에 따라 그 결론을 달리할 것은 아닌바,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적어도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이던 한두홍콩이나 그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한 한두수산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나라의 선적을 취득하였다면 그 후에 취득한 선적이 실질적으로 유효한가를 가릴 필요 없이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벨리제국이나, 대한민국, 인도네시아국의 선적이 유효한가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협회기간약관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법이나 관례에 선적의 변경에 있어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유효한 선적을 근거로 하여 이전등록을 하는 경우에만 유효한 선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법리가 존재함을 인정할 자료도 없는바, 그렇다면 벨리제국이나 대한민국, 인도네시아국 등에 그 당해 국가의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선적등록이 되었다면 위 각 선적은 모두 유효하고(원고의 주장과 같이 벨리제국의 선적등록을 함에 있어서 위조된 매매계약서가 제출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매수인인 한두홍콩이 그 소유자로 선적등록을 하였으므로 벨리제국의 선적등록도 유효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파나마국이나 벨리제국의 상선등기법에 의하면, 먼저 등록된 국가의 선적삭제증명서 원본 또는 선박등기부등본이 제출되지 아니하면 선적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바, 파나마국의 선적등록을 한 후 벨리제국의 선적등록을 함에 있어서 파나마국의 선적삭제증명서 원본이나 선박등기부등본이 제출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 등록될 때에도 먼저 등록된 파나마국이나 벨리제국의 선적삭제증명서 원본 또는 선박등기부등본이 제출되지 아니하여 벨리제국이나 대한민국의 선적등록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선박의 선적에 있어서 어떠한 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벨리제국에 이 사건 선박의 선적등록을 함에 있어서 먼저 선적등록된 파나마국의 선적삭제증명서 원본 또는 선박등기부등본이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 선적등록이 무효라고 볼 수 없고(한두홍콩이 벨리제국에 선적등록을 할 때 안요와의 매매계약서를 제출한 점에 비추어 일본국의 선박등기부등본을 선적 삭제를 증명하는 서류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한민국에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먼저 선적등록된 국가의 선적삭제증명서 원본 또는 선박등기부등본을 요구하는 근거 법률이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이나 관례에 선적이 2중 등록된 경우 나중에 등록된 선적을 무효로 한다는 법리가 존재함을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심창섭(재판장) 김유진 김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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