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arrow
무죄집행유예
수원지방법원 2013. 2. 6. 선고 2011고단328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체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이용민(기소), 권오승(공판), 최은영(공판), 최나영(공판), 최하연(공판), 최두헌(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오늘 담당변호사 김승원 외 1인

주문

피고인 2(대판:피고인)를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다만,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1은 무죄.

피고인 1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범죄사실(피고인 2(대판:피고인))(주1)

주1) (피고인 2(대판:피고인))

피고인 2(대판:피고인)는 경기지방경찰청 ☆☆☆ 전투경찰대 중대장(계급 : 경감)으로서 □□□□노조 ○○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의 ○○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점거농성 현장에서 농성자들에 대한 검거 업무를 수행하던 자로서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인바,

2009. 6. 26. 10:30경 평택시 (주소 생략) ○○자동차 주식회사 △△공장 앞길에서 위 회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노조 ○○자동차 지부 조합원 6명(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이 위 회사 밖으로 나오자, 피고인은 위 조합원들을 ☆☆☆ 전투경찰대원들을 동원하여 방패로 에워싸 포위하면서 위 조합원들을 체포하였음에도 이들에게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주2) 있었는데, 그 무렵 위 현장에 도착한 ◇◇◇◇◇ ◇◇ ◇◇◇◇◇ 노동분과위원장으로 변호사인 피해자 공소외 22는 피고인과 전경대원들에게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체포된 위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 이유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였고, 거듭된 체포이유 고지 요구에도 피고인이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자 이에 항의하며 위 조합원들을 에워싼 전경대원들의 방패를 잡아 흔들었다.

피고인은 2009. 6. 26. 11:00경 위 조합원 6명에게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 위 조합원들을 퇴거불응의 현행범으로 체포·연행한 후, 재차 위 지부 소속 조합원 공소외 1을 같은 방법으로 체포하려고 하였는데, 피해자는 2009. 6. 26. 11:25경 피고인에게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나는 변호사인데, 체포된 공소외 1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느냐? 공소외 1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하겠다”라고 하면서 공소외 1이 체포되어 탑승한 경찰승합차쪽으로 갔고, 피고인은 전경대원들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승합차량쪽 진행을 막으며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 조합원들을 체포하고도 체포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변호사인 피해자로서는 위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를 요구하며 피고인들의 체포가 부당함을 항의한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34조 에서 정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문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체포된 피의자를 도망하게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등의 목적이 아닌 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시기와 장소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접견 요청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또는 경찰서로 동행하도록 하여 피해자가 위 조합원을 접견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어야 함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함과 동시에 직권을 남용하여 변호사인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2(대판:피고인), 피고인 1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22의 법정진술

1. 수원지방법원 2009고단1660호 사건, 2011노5044호 사건의 각 공판조서 중 공소외 22, 피고인 2(대판:피고인), 피고인 1,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5,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2, 공소외 4,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18,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의 각 진술기재

1. 피고인, 공소외 22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또는 그 사본

1. 고소고발장 및 첨부 CD

1. 재정신청결정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124조 (직권남용 체포의 점),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판시 직권남용 체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법정형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병과형임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함)

유죄의 이유(피고인 2(대판: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절차의 적법성 여부

가. 주장

이 사건의 계기가 된 전경대원들이 조합원들의 이동을 제한한 조치(이른바 ‘고착관리’)는 노사간의 충돌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사실상 체포가 아니라 체포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취해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즉시강제조치에 불과하고,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조합원들에 대한 신원확인과 체포영장 발부여부를 확인한 후 체포이유 등을 고지하여 체포한 것이므로 적법한 직무수행에 해당한다.

나. 판단

전경대원들이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1 등 조합원들(이하 ‘체포된 조합원들’이라 한다)을 에워싸고 이동을 제한한 상황에서 체포된 조합원들이 어떠한 범죄행위를 목전에서 저지르려고 하거나 이들의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 등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었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상, 전경대원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즉시강제조치라고 볼 수 없다.

전경대원들이 체포된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 이동하지 못하게 한 구체적인 모습과 전경대원들의 숫자,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전경대원들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게 된 경위와 모습, 공소외 4, 공소외 6의 전경대 지휘관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 등의 요구와 항의 및 그에 대한 전경대 지휘관과 전경대원들의 태도, 체포된 조합원들이 전경들에 의해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던 시간, 피해자의 체포이유 고지 요구에 대한 지휘관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전경대원들이 체포된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게 가두어두고 있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체포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공소외 2 등 6명은 30~40분 가량, 공소외 1은 10분 가량)에야 피고인으로부터 체포이유 등을 고지받았을 뿐이고, 당시 상황이 위 체포와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여 사측과 노조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다가, 이들이 체포 과정에서 달아나거나 폭력적으로 대항하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체포된 조합원들을 고착관리의 명목으로 사실상 체포하면서도 그 이유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체포이유 등을 고지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체포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가. 주장

체포된 조합원 공소외 1이 피해자에게 변호인 선임의뢰를 하는 등 피해자의 법률상 조력을 받을 의사를 표시한 바 없는 이상, 피해자는 자발적, 일방적으로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 불과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4조 에 정한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

나. 판단

판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해자는 ◇◇◇◇◇ ◇◇ ◇◇◇◇◇의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직전인 2009. 6. 22. □□노조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조합 ○○자동차지부 파업투쟁으로 인한 대량 연행자 발생시 신속한 변호사 접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바 있는 점, ② 그에 따라 피해자는 공소외 2 등 6명의 조합원들이 방패로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게 된 직후 현장에 도착하여 자신이 변호사의 신분으로 조합원들을 법률상 조력하는 입장에 있음을 전제로 위 조합원들의 체포절차의 위법성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였던 점, ③ 이후 조합원 공소외 1이 다시 같은 방법으로 체포되면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자, 피해자는 변호사로서 체포된 공소외 1을 접견할 것을 피고인에게 구두로 요청한 점, ④ 위 요청에 대하여 경찰이 공소외 1의 변호인 선임 의사를 확인한 바 없으나, 공소외 1은 체포과정에서 자신이 체포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변호사로부터 법률상 조력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는 없는 점, ⑤ 법률에 문외한으로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는 공소외 1이 체포과정에서 자신에게 형사소송법 제209조 에 정한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이 있음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먼저 변호인 선임을 의뢰하거나 접견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노동조합의 사전 위임을 받은 변호사인 피해자가 주도적으로 접견요청을 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조합원들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형사소송법 제34조 에 정한 접견교통권을 갖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해자가 공소외 1로부터 명시적인 선임의뢰를 받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정당성 여부

가. 주장

당시 현장은 노조측과 전경대원들이 극심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자리에서 공소외 1의 호송을 중단하고 접견을 허용할 경우 체포된 피의자를 일정한 장소에 인치하여 신병을 확보하려는 체포제도 본래의 목적에 반할 뿐 아니라, 경찰 호송차량이 협소하여 그 안에서는 접견의 비밀을 보장한 변호인 접견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의 접견교통권 행사는 그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행위는 정당한 접견교통권 행사가 아니라 공소외 1의 체포·호송을 방해하는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나. 판단

판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해자로서는 체포절차의 위법성에 관한 계속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된 조합원을 가능한 빨리 접견하여 사건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후속 대응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반면에 공소외 1의 체포 당시 사측과 노조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전경대원과 조합원들 사이에 극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으므로, 공소외 1을 현장에서 외부로 즉시 인치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가 다른 조합원들과 합세하여 호송차량을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소외 1을 도주하게 하거나, 범행현장의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등의 사정도 없었으므로, 피해자의 접견요청을 현장에서 수락한다 하여 체포제도 본래의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④ 설령 현장에서의 접견은 곤란하더라도 호송차량에 피해자를 동승시켜 차량 내에서 접견하게 하거나 함께 인치장소까지 이동하여 그곳에서 접견하게 하는 등의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였던 점, ⑤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차후에 다른 장소에서 접견교통하게 하여 줄 것을 안내하는 등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은 사전에 피해자에게 “여기는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가 있어서 위험하니까 안전한 정문 앞에서 접견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라고 고지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물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측 및 노조측의 어느 누구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고지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사건현장을 녹화한 각 CD의 동영상 중에도 위와 같은 진술내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 피고인 스스로도 최초 경찰 진술시에는 피해자의 접견요청에 대하여 허락이나 거부를 한 적이 없고 상부에 보고해서 지침을 받아야 하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였다고만 진술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접견 요청은 공소외 1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경찰의 체포·호송을 방해하기 위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당한 접견교통권 행사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형사소송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은 물론, 직무집행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인의 직권남용의 고의 인정 여부

가. 주장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접견을 허용할 객관적인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접견신청을 거부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행위를 접견 목적 없는 체포·호송 방해행위로 평가하여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이상 피고인에게 직권남용의 고의가 없다.

나. 판단

이 사건 각 죄가 성립하려면, 공통적으로 공무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을 요하나 그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다른 어떤 부정한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판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1988. 4. 1. 경위로 경찰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이 사건 당시까지 20년 이상 경찰에 근무하였고 2008. 7. 24.부터 ☆☆☆ 전경대장으로 현장 지휘관 임무를 맡고 있었는바, 그 근무과정에서 형사소송법에 정한 인신구속의 절차에 관하여 숙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체포된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과정이 형사소송법에 정한 적법절차에 명백히 어긋남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피고인은 위 체포과정에 시종일관 지휘관으로 관여한 이상 그 절차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은 변호사인 피해자가 위 체포절차의 법률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체포된 조합원들의 접견을 요청한다는 점에 관하여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체포될 당시 피해자가 공소외 1의 접견을 요구하면서 고성을 지르거나 호송차량에의 접근을 막는 전경대원들과 몸싸움을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전경대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 폭력행사나 호송차량 손괴 등의 유형력 행사로까지 나아가지도 않은 이상, 피해자의 접견요청이 그 구실에 불과하고 사실상 경찰의 체포·호송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도 없었던 점, 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공소외 1의 접견을 요청한 지 불과 2-3분 만에 공소외 1에게 변호인 선임 및 접견의사를 확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추후 접견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등의 조치도 없이 피해자를 곧바로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점, ⑥ 접견요청을 하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임에도 피고인은 앞서 다른 조합원들의 체포과정과는 달리 지휘체계에 따라 피고인 1이나 경찰 본부 등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체포를 지시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인정여부 등에 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감정적·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찰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인신구속에 관한 업무를 담당해 온 피고인으로서는 접견교통권을 행사하는 변호사인 피해자에 대한 체포행위가 비록 외형상으로는 경찰의 직무집행 범위에 속하더라도 실질은 직무집행의 법령상 요건과 필요성 및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그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의 이유(피고인 2(대판:피고인))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특히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현장에서의 조합원 체포과정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음은 물론 더 나아가 이에 항의하는 변호사인 피해자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라는 이름으로 그 접견교통권 행사요구를 묵살한 채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의 본질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36시간 이상 체포되어 있으면서 신체의 자유 침해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뿐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명예감정에도 큰 훼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행위는 국가 공권력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이 제3자로부터 부당한 청탁을 받거나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공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지난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서 수십 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하여 왔고, 피고인의 많은 동료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경력, 가족관계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집행유예의 선처를 하기로 한다.

무죄부분(피고인 1)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경찰서 수사과장(계급 : 경정)으로서 □□□□노조 ○○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의 ○○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점거농성 현장에서 농성자들에 대한 검거 업무 등을 지휘하던 최고 책임자인바, 그 지휘를 받는 피고인 2(대판:피고인)와 공모하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22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함과 동시에 직권을 남용하여 변호사인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권리를 방해하였다.

2. 판단

피고인 1은, 앞서 조합원 6명의 체포에 관하여는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게 현행범 체포 지시를 내린 사실이 있으나, 그 후 위 체포절차에 대하여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을 피해 다니느라 현장 지휘를 맡지 못하게 되어 피해자에 대한 체포과정에는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에 대한 현실적 체포행위 자체는 피고인 2(대판:피고인)의 직접 지시를 받은 전경대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인 1이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체포를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공모가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 1은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 의하여 억류되어 있는 조합원 6명의 현행범체포 여부에 관한 판단을 위해 뒤늦게 현장에 합류하였을 뿐 당초부터 현장의 지휘를 맡았거나 지휘체계상 전경중대장인 피고인 2(대판:피고인)의 직속 상관은 아닌 점, ② 검사 및 변호인이 제출한 CD의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조합원 6명이 체포된 이후로는 피고인 1이 현장 지휘를 맡거나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게 직접 지시하는 등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 점, ③ 피고인 2(대판:피고인)도 조합원 6명의 체포 이후로는 피고인 1이 현장에 없어서, 조합원 공소외 1의 체포에 관하여는 피고인 1의 지시를 받지 않고 경찰본부에 직접 무전 연락을 통해 지시를 받아 체포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체포에 관하여는 피고인 1이나 경찰 본부의 지시 없이 스스로의 판단하에 결정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위 각 CD 동영상에는 피해자의 체포 당시 피고인 2(대판:피고인)가 체포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무전을 통한 지시를 받거나 피고인 1 등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묻는 등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 점, ⑤ 접견교통권 행사를 요구하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것은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으로서 피고인 1이 그러한 상황까지 사전에 대비하여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2(대판:피고인)가 단시간 내에 피해자에 대한 체포결정을 내린 점에 비추어 지휘체계에 따른 의사결정의 결과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1이 사전에 혹은 체포 당시에 피고인 2(대판:피고인)에게 지시하는 등 의사연락을 통하여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 1의 공모가담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원들의 체포과정에서 변호사인 피해자까지 체포한다는 것이 통상 예견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는 이상, 피고인 1이 피고인 2(대판:피고인)의 상관이자 현장 최고 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2(대판:피고인)의 범행을 미리 막지 못한 부작위에 의한 방조범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되, 형법 제58제 제2항 에 따라 그 판결의 취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

주1)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행일시 등 일부 공소사실을 보완, 정정하여 인정한다.

주2) 당초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먼저 체포되었고 그 직후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이 체포되어 6명이 함께 체포되어 있었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