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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노888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체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이용민(기소), 최두헌(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오늘 외 1인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1) 공소제기 절차의 무효(피고인)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에 의하면 법원이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때로부터 10일 이내에 피의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의 2011. 1. 21.자 공소제기결정에 의한 것인데, 위 법원으로서는 2010. 5. 31.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10일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을 포함한 당시 피의자들에게 재정신청사실을 통지하여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공소제기결정은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에 위반하여 위법하고, 그 위법성은 중대·명백한 것으로 공소제기결정에 따른 검사의 공소제기 절차에도 당연히 승계되므로, 이 사건 공소 역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피고인 및 검사)

이 사건은 피고인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 전투경찰대 중대장으로서 □□□□노동조합 ○○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의 ○○자동차 주식회사의 △△공장에 대한 점거농성 현장에서 전투경찰대원들을 동원하여 현장에 있던 일부 조합원들에 대하여 이동제한조치를 하고,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신원확인과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확인한 후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조합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인 피해자 공소외 22가 접견교통을 요청하며 거칠게 항의하면서 피고인 등 경찰공무원인 전투경찰대원들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므로, 이에 피고인이 전투경찰대원들을 지휘하여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적법하게 체포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다음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의 조합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행위는 적법하였다.

이 사건의 계기가 된 전투경찰대원들이 조합원들의 이동을 제한한 조치(이른바 ‘고착관리’)는 단지 노사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사실상 체포가 아니라 체포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취해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즉시강제조치에 불과하므로, 체포 절차에서처럼 체포이유 등을 즉시 고지할 필요는 없었다.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고착관리 후 피고인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투경찰대원들을 지휘하여 이들에 대한 신원확인과 체포영장 발부 여부 확인절차를 거친 후 현행범인 등 체포절차에 따라 체포이유 등을 고지하고 이들을 체포하였으므로, 당시 피고인을 비롯한 전투경찰대원들은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 등의 직무를 적법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② 피해자는 체포·호송을 방해한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그에 대한 체포는 적법하고, 피해자의 접견교통 요청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i) 피해자에게 접견교통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체포된 조합원 공소외 1에 대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행사하겠다며 공소외 1에 대한 접견을 요청하였으나, 공소외 1은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고 피해자에게 변호인 선임의뢰를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의사를 표시한 바도 없었는바, 피해자는 공소외 1에 대한 인적 사항도 잘 알지 못한 채 자발적, 일방적으로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 불과하였므로, 피해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형사소송법 제34조 에 정한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

ii)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였다.

가사 피해자에게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접견교통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 제도의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피고인의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행위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등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른 적법한 공무수행이었고, 당시 현장은 노조 측과 사측이 현실적인 대치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언제라도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전투경찰대원들이 공소외 1을 현장에서 외부로 즉시 인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공소외 1의 호송을 중단하고 접견을 허용할 경우 체포된 피의자를 일정한 장소에 인치하여 신병을 확보하려는 체포제도 본래의 목적에 반할 뿐 아니라, 경찰 호송차량이 협소하여 그 안에서는 접견의 비밀을 보장한 변호인 접견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접견교통권 행사는 그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었다.

한편, 피고인은 사전에 피해자에게 현장상황을 설명하면서 차후에 다른 곳에서 접견할 수 있도록 고지하는 등 변호인의 접견절차에 관하여 안내해 주기도 하였다.

iii)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인 피해자를 체포한 행위는 적법하다.

따라서 피해자는 변호인으로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고, 가사 피해자의 접견교통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호송을 방해한 피해자의 행위는 접견교통권의 한계를 일탈한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은 피해자의 공소외 1에 대한 접견교통을 불허하고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행위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적법한 공무수행이고,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피해자를 체포하였다거나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피고인에게는 직권남용의 고의가 없다.

가사 조합원들 및 피해자에 대한 체포행위가 적법하지 않다고 평가되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긴박한 시위현장에 근무하면서 소속 대원들의 안전과 현장질서 유지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현장 책임자로서 상부의 지침에 따라 조합원들에 대하여 이동제한조치를 하게 되었으므로 위 시점에는 조합원들을 체포하였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고, 이후 체포절차에 의하여 조합원들을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적법하게 체포하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엄정히 대처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데,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체포할 당시 피해자가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호송행위를 방해하면서 미란다원칙의 미고지 또는 현행범 성립여부에 대하여 항의를 하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하여 접견을 요청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여 피해자의 행위를 접견 목적 없는 체포·호송 방해행위로 판단하고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엄정하게 조치하라는 위 상부 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된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직권을 남용하여 피해자를 체포한다거나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고의 자체가 없었다.

(3) 양형부당(피고인)

가사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형(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 징역형에 대하여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공소제기절차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재정신청사건은 구두변론을 요하지 아니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심리를 공개하지도 아니하며, 재정신청사건의 심리 중에는 원칙적으로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도 없고( 형사소송법 제37조 제2항 , 제262조 제3항 , 제262조의2 ) 그 심리에 재정신청인이나 피의자를 참여시킬 것인지 여부도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 형사소송규칙 제24조 제2항 ). 이처럼 재정신청사건은 피의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절차이고, 심리결과 재정법원이 한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도 허용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

이러한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재정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재정신청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결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 재정신청절차에서 피고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절차참여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워 그 흠의 정도가 중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재정법원의 공소제기결정에 따른 검사의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및 검사)

가.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행위의 적법 여부

(1)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행정상 즉시강제의 요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에 관한 근거 조항이다.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 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우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은, 당시 전투경찰대원들이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1 조합원들(이하 ‘체포된 조합원들’이라고 한다)을 방패로 둘러싸 이동하지 못하게 한 모습, 동원된 전투경찰대원들의 숫자,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전투경찰대원들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게 된 경위와 모습, 공소외 4, 공소외 6의 전투경찰대 지휘관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 등의 요구와 항의 및 그에 대한 전투경찰대 지휘관과 전투경찰대원들의 태도, 체포된 조합원들이 전경들에 의해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던 시간, 피해자의 체포이유 고지 요구에 대한 지휘관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전투경찰대원들이 체포된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게 가두어두고 있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사실상 체포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체포된 조합원들은 체포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공소외 2 등 6명은 30~40분 가량, 공소외 1은 10분 가량)에야 피고인으로부터 체포이유 등을 고지받았을 뿐이고, 당시는 조합원들을 봉쇄한 행위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여 사측과 노조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으며, 이들이 체포 과정에서 달아나려 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항하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조합원들을 ‘고착관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체포하면서도 그 이유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체포이유 등을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체포행위가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현행범 체포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이유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추가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체포된 조합원들 중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은 당시 ○○자동차 △△공장 밖에서 11:00에 개최되는 사측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하여 버스승하차장 문을 통해 공장 밖으로 나온 상태였고, 공소외 2, 공소외 3은 버스승하차장 주차장에서 쌀과 부식의 반입 문제에 관해 협의하려고 나온 것일 뿐이었으며, 공소외 4는 공장 안에서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공장 밖에서 업무를 보던 중 공장 앞 인도를 지나가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였던 점, ② 반면에 체포 현장에서 사측 직원들과 대치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목전에 임박한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덧붙여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당시 조합원들에 대한 이동제한조치는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이들에 대한 체포행위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현행범인 체포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여 적법하지 않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행정상 즉시강제 또는 체포의 요건 및 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인정 여부

(1) 변호인 등 접견교통권의 의의 및 범위

형사소송법은 제89조 에서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09조 에 의하여 이를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관하여도 준용하는 외에, 제34조 에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규정들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보장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 등의 헌법상 기본권을 구체화함과 동시에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피의자 등과 자유롭게 접견교통을 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처분 등을 통하여 함부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체포 또는 구속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하고 출석을 보장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제70조 , 제200조의2 , 제201조 ),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위와 같은 신체구속 제도의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이러한 한계를 일탈하는 접견교통권의 행사는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되고 있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그 접견교통권의 행사가 위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로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1. 31. 자 2006모656 결정 등 참조).

(2)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원심은, 피해자가 ◇◇◇◇◇ ◇◇ ◇◇◇ ◇◇의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직전인 2009. 6. 22. □□□□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조합 ○○자동차지부 파업투쟁으로 인한 대량 연행자 발생시 신속한 변호사 접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바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는 공소외 2 등 6명의 조합원들이 방패로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게 된 직후 현장에 도착하여 자신이 변호사의 신분으로 조합원들을 법률상 조력하는 입장에 있음을 전제로 위 조합원들의 체포절차의 위법성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였던 점, 이후 조합원 공소외 1이 다시 같은 방법으로 체포되면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자, 피해자는 변호사로서 체포된 공소외 1을 접견할 것을 피고인에게 구두로 요청하였던 점, 위 요청에 대하여 경찰이 공소외 1의 변호인 선임 의사를 확인한 바 없었고 공소외 1은 체포과정에서 자신이 체포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변호사로부터 법률상 조력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는 없는 점, 법률에 문외한이고 변호사인 피해자를 알지도 못했던 공소외 1이 체포과정에서 자신에게 형사소송법에 정한 피의자로서의 접견교통권이 있음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먼저 변호인 선임을 의뢰하거나 접견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노동조합의 사전 위임을 받은 변호사인 피해자가 주도적으로 접견요청을 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는 조합원들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형사소송법 제34조 에 정한 접견교통권을 갖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할 근거나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그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수사기관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의 의사를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이 비로소 성립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여지가 있고, 그 경우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성립 여부가 종국적으로는 수사기관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 그와 같은 해석론은 형사소송법 해석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체포된 공소외 1의 변호인 선임에 대한 명시적 의사가 밝혀져 있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에게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접견교통권이 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피해자의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 일탈 여부)

(1) 공무집행방해죄 성립의 전제조건

형법 제136조 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킨다. 경찰관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은, 당시 피해자로서는 체포절차의 위법성에 관한 계속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된 조합원을 가능한 빨리 접견하여 사건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후속 대응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반면에 공소외 1의 체포 당시 사측과 노조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전투경찰대원들과 조합원들 사이에 극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으므로, 공소외 1을 현장에서 외부로 즉시 인치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다른 조합원들과 합세하여 호송차량을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소외 1을 도주하게 하거나 범행현장의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등의 사정도 없었으므로, 피해자의 접견요청을 현장에서 수락한다 하여 체포 제도 본래의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설령 현장에서의 접견은 곤란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차후에 다른 장소에서 접견교통하게 하여 줄 것을 안내하는 등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당시 피해자의 접견 요청은 체포된 공소외 1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경찰의 체포·호송을 방해하기 위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이유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추가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을 전후하여 ○○자동차 △△공장 점거농성으로 인하여 사측과 노조의 대립이 격화되어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공소외 2 등 조합원들이 전투경찰대원들에 의하여 사실상 체포될 무렵에는 사측 직원들 중 상당수는 이 사건 당일 오전 11:00경에 ‘▽▽▽▽▽’에서 개최되기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위하여 이 사건 장소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으로 집결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시간적, 장소적으로 이 사건 체포현장에서 사측과 노조 사이에 대치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었고, 더욱이 위 공소외 2 등 6명의 조합원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쟁의행위나 사측 근로자들과 충돌할 우려가 있는 행위와는 직접 관련 없이 공장 밖으로 나온 것에 불과하여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진압 내지 해산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당시 경찰이 체포된 조합원들에게 지체없이 체포이유를 고지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인 것으로도 볼 수 없었던 점, ② 이에 피해자는 변호사 신분증을 손에 든 채 체포된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있는 전투경찰대원들에게 사람들을 오랫동안 잡아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며, 피고인에게도 체포이유를 물어보면서 큰 소리로 강하게 항의하였으나, 전투경찰대원들은 방패로 피해자를 ○○자동차 △△공장 울타리 쪽으로 밀어내면서 공소외 2 등 6명의 조합원들을 승합차 쪽으로 모두 연행하였던 점, ③ 한편 조합원 공소외 1의 경우, 공소외 1이 공장 밖에서 전투경찰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약 10분간 사실상 체포된 상태로 있었고 다른 사람을 통하여 공소외 1의 체포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공소외 1이 있는 곳으로 와서도 전투경찰대원들에게 변호사 신분증을 내보이며 체포이유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은 그때 비로소 공소외 1에게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고지하였던 점, ④ 이에 피해자가 곧바로 변호인으로서 접견을 요청하였으나, 전투경찰대원들이 공소외 1을 둘러싼 채 승합차 쪽으로 연행하여 승합차에 태웠을 뿐 피고인 등은 피해자의 요청에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가 재차 변호사임을 밝히면서 다시 접견을 요청하였음에도 피고인 등으로부터 묵살당하게 되었던 점, ⑤ 피해자가 승합차 뒤쪽을 막아서자 전투경찰대원들은 피해자를 둘러싸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시작되었던 점, ⑥ 한편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적인 체포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체포된 피의자나 변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그 위법성을 지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덧붙여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의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 행위는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현행범 체포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체포 당시 상황으로 보더라도 현저히 합리성이 결여된 위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위법한 직무집행이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체포된 공소외 1에 대한 접견교통을 요청하며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하여 항의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정당하게 변호사로서의 접견교통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공소외 1에 대한 체포·호송행위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직권을 남용하여 피해자를 체포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접견교통권의 한계 및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직권남용의 고의 유무

원심은, 피고인은 1988. 4. 1. 경위로 경찰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이 사건 당시까지 20년 이상 경찰에 근무하였고 2008. 7. 24.부터 경기지방경찰청 ☆☆☆ 전투경찰대 중대장으로 현장 지휘관 임무를 맡고 있었으므로, 그 근무과정에서 형사소송법에 정한 인신구속의 절차에 관하여 숙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위 체포과정에 지휘관으로 관여하였으므로 그 절차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변호사인 피해자가 위 체포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체포된 조합원들의 접견을 요청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접견을 요구하다가 체포될 당시 전경대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 폭력행사나 호송차량 손괴 등의 유형력 행사로까지 나아가지도 않은 이상 피해자의 접견요청이 사실상 경찰의 체포·호송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도 없었던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공소외 1의 접견을 요청한 지 불과 2~3분 만에 공소외 1에게 변호인 선임 및 접견의사를 확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추후 접견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등의 조치도 없이 피해자를 곧바로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점, 접견요청을 하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임에도 피고인은 앞서 다른 조합원들의 체포과정과는 달리 지휘체계에 따라 1심공동피고인이나 경찰 본부 등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체포를 지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인정 여부 등에 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감정적·즉흥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체포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피해자에 대한 체포행위가 비록 외형상으로는 경찰의 직무집행 범위에 속하더라도 실질은 직무집행의 법령상 요건과 필요성 및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그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과 대조하여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당심에서 추가한 주장, 즉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 아니라 상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 역시 피고인이 말하는 상부의 지침이란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엄정히 대처하라는 원칙을 확인한 데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으로 이 사건 당시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피고인이 현장 지휘관으로서 피고인의 책임 하에 이를 지시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 및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4.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1) 피고인은 1988년 경찰관으로 임명된 이래 25년간 성실하게 근무하여 왔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이 사건 당시 집회 등 현장에서는 경찰공무원들에 의하여 이른바 ‘고착관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체포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행정상 즉시강제조치로서의 ‘고착관리’와 형사소송법상 ‘체포’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조합원들에 대한 위법한 체포를 전적으로 피고인 개인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를 체포할 당시 현장이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탓에 피고인이 냉정을 유지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부당한 청탁을 받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이다.

(2) 그러나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누구보다 법률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며,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부과된 책무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법한 체포절차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체포된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사로서의 접견교통을 요청하는 피해자에 대하여 접견요구를 묵살한 채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터라 피해자가 피고인을 포함한 전투경찰대원들에게 항의하게 된 원인, 경위 등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고, 피고인 스스로 위와 같은 원인을 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을 빌미로 변호사로서 접견교통 등 적법절차의 준수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체포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므로, 그 죄책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이러한 잘못된 법 집행으로 인하여 36시간 이상 체포·구금되어 있으면서 직접적으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되어 이 사건 발생 당시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그 과정에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명예감정에도 적지 않은 훼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당시 직무수행의 불가피성만을 내세우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피고인에게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그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였다는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

(3) 원심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순욱(재판장) 차은경 강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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