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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창원) 2020. 9. 23. 선고 2020노78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간음유인][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청아(기소), 박철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정향(담당변호사 윤진호)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 4. 10. 선고 2019고합6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피고인)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피해자가 장애인으로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완전히 주체적으로 행사하기에는 다소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① 이 사건 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정신적인 장애 상태가 그에 이르지 못하였고, ② 설령 피해자에게 그러한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의 장애인준강간죄가 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의 위 각 행위가 장애인준강간죄가 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가 장애인임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 간음유인죄도 될 수 없다. 주1)

그럼에도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4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약 1년 전 피고인의 주거지 인근에 있는 ○○○공원과 주거지 1층에 위치한 나눔의 집 무료급식소에 다니면서 지적장애3급 장애인인 피해자 이아정(가명, 여, 46세)을 알게 되었고, 피해자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가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를 유인하여 간음할 것을 마음먹었다.
1. 2019. 2. 19.경 범행
가. 간음유인
피고인은 2019. 2. 19. 11:50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지번 생략)에 있는 나눔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친 피해자에게 ‘여기 서 있거라. 내 밥 먹고 나와서 우리 집에 가서 청소 좀 하자’라고 말하고 위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나온 후 피해자를 간음할 것을 마음먹고 같은 날 12:30경 피해자를 위 아파트 A동 201호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가 유인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청소를 하러 온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하고 그곳 거실 전기장판에 눕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입으로 빨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빨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2019. 2. 20.경 범행
가. 간음유인
피고인은 2019. 2. 20. 11:50경 제1의 가항 기재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가 유인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청소를 하러 온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하고 그곳 거실 전기장판에 눕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입으로 빨고 피고인의 손가락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빨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3. 2019. 2. 26.경 범행
가. 간음유인
피고인은 2019. 2. 26. 11:50경 제1의 가항 기재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가 유인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청소를 하러 온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하고 그곳 거실 전기장판에 눕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입으로 빨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빨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4. 2019. 2. 27.경 범행
가. 간음유인
피고인은 2019. 2. 27. 11:50경 제1의 가항 기재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가 유인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청소를 하러 온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하고 그곳 거실 전기장판에 눕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입으로 빨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5. 2019. 2. 28.경 범행
가. 간음유인
피고인은 2019. 2. 28. 11:50경 제1의 가항 기재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가 유인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주거지로 데려온 다음 청소를 온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게 하고 그곳 거실 전기장판에 눕게 한 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입으로 빨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 경과 및 취지,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에서 정한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면 족하고, ②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위와 같은 정도의 장애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기초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지적장애로 인하여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이 부족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에 저항 또는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으며, 피고인 또한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부분

가) 관련 법리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중 정신상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실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위 법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그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의 특성이나 의사소통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그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등 참조).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 (강간) 또는 제298조 (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 규정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피해자가 지적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법률규정이 2011. 11. 17. 개정되어 구 성폭력처벌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내지 제3항 에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을 한 경우 각 해당 형법 규정에 비하여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5항 에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여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하여 간음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하였으며, 같은 조 제4항 에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제1항 부터 제3항 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함으로써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간음, 추행, 이른바 장애인준강간, 장애인준강제추행죄에 대하여 규정하였다. 이후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위 조항을 다시 개정하여 제6조 제1항 , 제5항 의 범행 객체를 ‘여자’에서 ‘사람’으로, 같은 조 제4항 을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 부터 제3항 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로 변경하였다.

위와 같은 법률 개정 경과 및 취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의 문언과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의 규율대상인 ‘정신적인 장애’는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하고, 같은 조 제5항 의 규율대상인 ‘정신적인 장애’는 ‘ 위 제4항 의 정신적인 장애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라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7712, 2014전도282(병합) 판결 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노3126, 2014전노339(병합) 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10. 2. 선고 2014고합128, 2014전고9(병합) 판결 참조]. 주2)

(3)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장애인복지법 제2조 에 따른 지적장애인으로 등록된 점, ②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고, 숫자와 관련된 구분 개념이 다소 부족하며, 조사자의 질문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반 성인에 비하여 언어표현력, 이해력 등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당시 지적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해자가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하여

(가) 먼저, 지능지수나 사회연령 등이 특정 수치에 미달한다는 사유만으로 형식적·기계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인정할 경우 자칫 성년에 도달한 지적장애인과 합의를 거쳐 성관계에 이른 상황에서도 반대편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극히 불안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해당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실하게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의 판정을 받아 장애인복지법 제2조 에 따른 지적장애인 3급으로 등록되어 있기는 하나,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하였고,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위임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장애등급판정기준에 의하면, 지적장애 3급은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에 해당한다(증거기록 157면).

(다) 피해자는 언어장애가 있고 숫자 개념이 다소 부족하기는 하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요일마다 적절한 무료급식소를 선택해서 식사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해바라기센터 상담내용, 증거기록 25면), 피해자는 최초 지인인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과 관련하여 말한 때(2019. 2. 26.경)부터 해바라기센터에서의 3차례의 면담 조사(2019. 2. 26., 같은 달 27. 같은 해 3. 4.) 및 1차례의 진술 조사(2019. 3. 6.)에 이르기까지 피해 내용에 관하여 산발적이기는 하나 각 사건의 경위와 피고인의 집에서 있었던 일, 사건 후의 정황 등에 대해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피고인의 집안에서 피고인과 나눈 일상적인 대화들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히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일정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었고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해바라기센터 진술을 분석한 진술분석가 김윤봉 또한 의견서에 ‘피해자는 매일 반복되거나 간단한 일상적인 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기재하였다(증거기록 183면).

(라)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 46세로, 결혼과 3차례의 임신 경험(2회는 유산)이 있는 등 혼인생활 등을 통하여 성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이며, 또한 해바라기센터 진술에 의하면 다소 표현방식이 서툴기는 하나 성관계의 의미, 정상적인 성관계와 성폭력을 명확히 구분하여 진술하고 있고(증거기록 103, 104면), 특히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거부 표현을 하기도 하고 있다. 주3)

(마)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약 1년 전 ‘○○○공원’에서 피해자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자장면과 라면 등을 사주었고, 피고인의 집에 있던 반찬과 이불도 피해자에게 가져다주었으며, 이 사건 무렵에는 나눔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집 청소를 해달라’고 하면서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갔고, 피고인의 집은 위 무료급식소 2층이었으며, 이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강제력이나 속임수가 있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

(바) 이 사건은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던 식당 주인 공소외인이 피해자와 함께 2019. 2. 26. 인근 파출소를 방문하여 피해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사건화 되었고, 당시 피해자는 최초 경찰 진술시 범행일시를 ‘2019. 2. 24. 15:00~16:00경’으로 특정하였다 주4) (증거기록 9~11면). 그런데 그 이후의 피해자의 해바라기센터 진술과 피고인의 수사기관의 진술에 의하면 위 최초 범행일자 이후에도 3차례(2019. 2. 26.~같은 달 29.까지 3일간) 더 피고인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고, 이 부분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의 지적능력 및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최초 경찰 신고 이후에도 종전과 유사하게 3차례 피고인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졌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최초 경찰 신고는 피해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위 공소외인이 피해자의 말(즉,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는데, 기분이 나빴다는 취지)을 듣고 피해자를 염려하여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사) 한편,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가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러한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에도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참조), ① 피고인 및 피해자의 진술, 피고인 및 피해자의 연령, 건강상태 주5)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에 피해자에게 위력을 가하는 등의 위협적인 행위를 한 정황을 찾아 볼 수 없고, 또한 피해자가 그 이전이나 이 사건 당시에 피고인을 무서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객관적 사정은 발견되지 않으며, ② 오히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라면을 제공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반찬 없으면 내가 쪼깨 줄게, 얘기해라”라고 말하며 ‘파’나 ‘된장’을 주어 보내고 매번 1~3만 원의 돈을 주기도 했고(증거기록 65, 78, 87, 89면), ③ 피해자의 몸을 만지면서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는 피해자에게 “니가 이뻐서, 니가 좋다”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아, 영감쟁이가 주책이고”라는 말을 하는 등(증거기록 86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친분·호감 내지는 신뢰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특히 위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행동에 대하여 일부 거부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한 점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에 다른 원인들이 결합하여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인식하였는지에 대하여

설령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전항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과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 진술 당시 동영상에 나타나는 피해자의 모습(피해자가 자주 주제를 이탈하거나 두서없이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상담자와 비교적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며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 주6)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경미한 정도의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넘어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다는 점까지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2) 간음유인 부분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88조 에서 말하는 ‘유인’이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사람을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그 사람을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로 옮기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사실적 지배라고 함은 그 사람에 대한 물리적·실력적인 지배관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5. 15. 선고 98도690 판결 ,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231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부분에서 살펴 본 사실 내지는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있어서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사실은 성관계를 할 목적이었으나 이를 숨기고 자신의 집을 청소해달라며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데려간 행위’가 기망 또는 유혹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나, 피해자가 실제로 피고인의 집 청소를 하였고, 그러고 나서 매번 1~3만 원 정도의 돈도 받은 점 주7) ,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최초 경찰 신고 이후에도 3차례 더 피고인의 집에 갔던 점, ③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강제력 내지는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 피해자를 현혹할 만한 기망행위나 감언이설 등을 한 정황이 없고, 오히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친분·호감 내지 신뢰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집안 청소도 하고, 라면을 먹기도 하고, 피고인과 상당한 대화를 나누며 성관계도 하였는데, 피해자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그 곳을 이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기의 물리적·실력적 지배 아래 두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꾀어 피해자를 자유로운 생활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 옮겼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각 간음유인 행위 역시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역시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주8)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석(재판장) 반병동 이수연

주1) 변호인이 제출한 항소이유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당심 법정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와 같이 선해된다.

주2)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면 족하다』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오류가 있고, 항소이유서에서 이 점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주3)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볼에 뽀뽀를 하고, 이불을 펴서 피해자에게 그 위에 누우라고 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팬티 좀... 이거 찌르지 말고, 내가 찔러사니까 대변도 못 보겠고, 미치겠어요”라고 하자, 피고인이 “그래, 알았다”고 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거나(증거기록 73면), 「아저씨가 자기 집에서 씻고 가라고 하길래 “아저씨 나는 여기에서 안 씻을랍니다. 뭐할라고 같이 씻을 기요”라고 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85면).

주4) 피해자는 이 사건 최초 또는 그 다음 범행의 일자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여 위와 같이 ‘2019. 2. 24.’자로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5) 피고인은 이 사건 무렵 만 78세의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반면 피해자는 만 46세로 건장한 체격이다.

주6)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가) 장애인인 줄은 알았는데, 저리 심할 줄 몰랐다. 10에서 2~3 정도 모자랄 줄 알았는데, 이번에 사고 나고 보니 10 다 모자라는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136면), 검찰에서는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는 사실을 몰랐고, 이 사건이 나고 나서야 피해자가 2~3 정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85면).

주7) 이 사건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한 피해자가 경제적 보탬 등을 위하여 피고인의 제의에 따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주8)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부분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5항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죄에 해당하는지를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장애 정도가 객관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각 공소사실 기재 행위의 경위와 과정, 수단과 방법, 행위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계 또는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죄가 성립할 여지도 없다. 검사도 2020. 7. 10.자 의견서를 통하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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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 김연수 준강간ㆍ강제추행죄와 블랙아웃 :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판단 시 심리해야 하는 요소를 중심으로 재판자료. 제144집: 젠더법 실무연구 / 법원도서관 2023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7712, 2014전도282(병합)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노3126, 2014전노339(병합)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10. 2. 선고 2014고합128, 2014전고9(병합)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대법원 1998. 5. 15. 선고 98도690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2318 판결

본문참조조문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구) 제6조

- 형법 제297조

- 형법 제298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구) 제6조 제1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구) 제6조 제3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구) 제6조 제5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구) 제6조 제4항

- 형법 제299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5항

- 장애인복지법 제2조

- 형법 제288조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 형사소송법 제325조

- 형법 제58조 제2항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 4. 10. 선고 2019고합6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