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있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의 동의 방식
나. 취업규칙 개정안이 퇴직금 지급률에 관하여 단수제인 현행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도 근로자들이 사용자가 현행 퇴직금제도의 효력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뜻으로 동의를 구한 사정을 알면서 동의한 것이라면 그 동의의 효력을 인정할 것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나. 취업규칙 개정안 중 퇴직금 지급률에 관한 부분이 단수제인 현행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도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음으로써 현행 퇴직금제도를 유효화시키고자 개정안에 퇴직금 부분을 포함시킨 것이고 근로자들이 위와 같이 현행 퇴직금제도의 효력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뜻으로 동의를 구한 사정을 알면서 동의한 것이라면 그 동의의 효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가.나. 근로기준법 제95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항순 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진해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비록 취업규칙 변경의 작성변경권이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고 하여도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합의, 그와 같은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식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고 전제한 후, 피고가 1982.4.1.과 1987.4.1. 두 차례에 걸쳐 육원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종전 취업규칙을 단수제 퇴직금지급규정이 포함된 새로운 취업규칙으로 개정하고 이를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였으므로 적어도 변경 이후부터는 단수제 지급규정에 따라 퇴직금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 대하여,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1982.4.1.자 및 1987.4.1.자로 육원취업규칙을 각 개정하였는데 개정취업규칙에는 “육원의 퇴직금 산출은 퇴직시의 평균임금 1개월분에 근속연수를 곱한 액으로 한다. 근속기간의 계산에 있어서 1년 미만의 단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월할로 계산한다.”는 내용의 단수제 퇴직금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과 위 각 취업규칙의 개정에 있어 육원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5인이 위 각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의견서에 각 기명날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 회사가 1972.1.1.자 퇴직금지급규정 개정 이래 사실상 단수제 지급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1982.4.1.자 및 1987.4.1.자 개정시 1971.12.31. 이전의 누진제 지급규정이 그 당시까지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향후 이를 단수제로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근로자들의 동의 내지 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큰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있어서는 이러한 회의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채용한 을 제5호증의 1 내지 39 기재에 의하면 1987.4.1.자 취업규칙 변경에 있어서는 피고 회사의 각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근로자들이 위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고 그 개정안에 대한 근로자들의 의견개진을 피고 회사 육원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등에게 일체 위임한다는 내용의 육원취업규칙 개정동의서를 작성하여 각자가 기명날인하였고, 이에 따라 위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은 위 근로자위원 소외 1외 4명이 1987.3.30. 협의한 결과 위 취업규칙 개정안에 동의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동의서에 날인한 근로자의 수가 과반수를 넘고(피고는 총근로자 411명 중 399명이라고 주장한다) 각 기구별 또는 부서별 의견의 집약과 취합 및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은 위 근로자위원들의 협의가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의 자유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위에서 말한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은 것으로 보지 못할 바 아니다.
한편 근로자들의 동의서를 받은 위 취업규칙 개정안(을 제5호증의 38)을 보면 여러 가지 개정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육원의 퇴직금률에 관하여는 퇴직시의 평균임금 1개월분에 근속연수를 곱하는 단수제의 현행 퇴직금제도(1972.1.1.자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것이다)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현행 퇴직금제도가 누진제인 것을 전제로 하여 이를 단수제로 변경하는 내용으로는 되어 있지 않으므로, 근로자들이 단수제의 현행 퇴직금제도가 유효한 것으로 알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여 위 취업규칙 개정안에 동의한 것이라면 기존의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려움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과거에 피고 회사로부터 퇴직한 일부 근로자들이 단수제의 현행 퇴직금제도(1972.1.1.자 개정)는 개정시에 적법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그 전의 누진제에 의한 퇴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이 여러 건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음으로써 현행 퇴직금제도를 유효화시키고자 위 1987.4.1.자 개정안에 퇴직금부분을 포함시킨 사정이 엿보이는바,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사정, 즉 현행 퇴직금제도의 효력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뜻으로 동의를 구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이에 동의한 것이라면 이러한 동의의 효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므로, 원심으로서는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사정을 알고 동의한 것인지의 여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의 지급률제도는 근로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것으로서 근로자들의 관심이 많은 문제라는 점과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일부 퇴직근로자들이 현행 퇴직금제도의 효력을 문제삼아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제소하여 승소한 사례가 많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들로서도 현행 퇴직금제도의 효력에 문제가 있어 피고 회사가 이를 보완하는 뜻으로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각 근로자들은 위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근로자의 의견개진을 피고 회사 육원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5인에게 일체 위임한 바 있으므로, 비록 노사협의회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위원의 업무 중에 취업규칙 개정안의 동의와 같은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도 위와 같이 위임받은 특정사항에 관하여는 근로자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할 것인바, 그 대리권 위임의 내용이 위 근로자위원 자신들이 취업규칙개정안의 내용을 검토하여 동의 여부를 협의 결정하도록 위임한 것이라면 위 근로자위원들이 위 취업규칙 개정의 취지를 알고 이에 동의한 이상 그 동의의 효력을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점들에 관하여 좀더 심리해 본 다음 근로자들의 동의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만연히 위와 같이 판단하고 말았음은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