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사의 진료상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 등을 감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과실상계 사유에 대한 사실인정과 비율확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3] 약제부작용으로 약제복용을 중단하였다가 재투약하는 과정에서 재투약시기의 선택에 과실이 있는 경우, 환자에게 특이체질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예견가능하였다면 사망과 원인약제의 투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공1992, 1831) [2] 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공2000상, 470) 대법원 2000. 2. 22. 선고 98다38623 판결 (공2000상, 771)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 의료법인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장용국)
주문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관하여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2는 소외인이 입원 당일인 2000. 2. 26. 시행한 일반혈액검사에서 무과립구증을 보이는 등 백혈구가 상당히 감소한 소견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같은 달 27일 일반혈액검사를 통하여 호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항결핵제의 재투약을 결정하였던 점, 항결핵제의 재투약을 결정할 당시 경과기록지에 간기능검사 및 신기능검사 결과를 기재하였을 뿐 위와 같이 무과립구증을 보이고 있던 일반혈액검사 결과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 같은 달 28일 시행한 일반혈액검사에서도 소외인이 무과립구증을 벗어나긴 하였지만 백혈구 수치가 참고치에 비하여 많이 감소되어 있었던 점, 백혈구의 감소나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혈액학적 이상을 주로 초래하는 것은 리팜핀이라는 점 등의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2가 약제열의 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성급하게 리팜핀부터 재투약을 시작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원심판결에는 피고들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누락,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기록을 살펴보면, 제1심법원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특히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는 경우 리팜핀에 대한 과민반응(hypersensitivity reaction)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 리팜핀을 다시 투약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데, 피고들이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혈소판 감소증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리팜핀의 재투약을 항상 금지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혈소판 감소증으로 인한 자반증이 나타나는 등 중증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만 리팜핀의 재투약이 금지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출하였고, 원심판결이 제1심판결의 사실인정을 일부 원용하면서 ‘이러한 경우 리팜핀을 다시 투약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분을 삭제하게 된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이러한 원심 소송 경과 및 전체 문맥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결이 ‘이러한 경우 리팜핀을 다시 투약해서는 안된다.’라는 부분을 삭제한 것은 혈소판 감소증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리팜핀 과민반응이라고 단정하여 리팜핀 재투약을 항상 금지시켜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취지일 뿐 소외인에 대하여 리팜핀을 투여한 시기까지도 정당하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심판결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리팜핀을 성급하게 재투약한 과실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에게 발생한 무과립구증, 약제열 등의 부작용도 리팜핀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성급하게 재투약을 결정한 과실이 없었더라면 리팜핀의 재투약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2로서는 소외인이 리팜핀에 과민반응하는 특이체질이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고, 피고 2의 과실과 소외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로 피고 2의 과실과 소외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1, 2, 3점에 관하여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참조).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라 할 수 없고, 위 법리와 아울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 보아도 피고 2가 소외인에 대한 객담도말검사에 의하여 소외인에게 결핵이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기초하여 결핵치료를 시작한 조치, 리팜핀을 재투약하면서 처음부터 통상의 용량을 처방한 조치,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경위로 피고 2가 소외인의 증상에 따라 일시 항생제 투여를 중지한 조치에 과실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3.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4점 및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할 것인바 ( 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 2000. 2. 22. 선고 98다3862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인정한 원고의 과실 비율은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로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각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