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장애가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쾌적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므로 텔레비전을 양호한 상태로 수신하는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으며, 이에 대한 침해는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
참조조문
원고, 항소인
박수성
피고, 피항소인
강마을아파트 재건축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희목)
원심판결
서울지법 남부지원 1998. 2. 6. 선고 97가합8619 판결
주문
1. 원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638,091원 및 이에 대한 1996. 9. 4.부터 1998. 7. 1.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7등분하여 그 1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고, 나머지는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의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6,84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항소취지
원심판결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6,84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당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손해배상책임의 근거
(1)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4, 갑 제6호증의 1, 갑 제7호증, 갑 제12호증, 갑 제13호증, 갑 제21호증, 갑 제23호증의 1, 2, 갑 제26호증, 갑 제42호증, 갑 제43호증의 1, 갑 제45호증의 1, 갑 제46호증의 1,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피고는 1992. 2. 22. 설립인가를 받고 소외 삼성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삼성건설이라고 한다)에게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6가 374 지상 강마을 아파트 5층짜리 3개동을 철거하고 15층 내지 20층짜리 아파트 4개동(이하 삼성 아파트라고 한다)을 재건축하는 공사를 도급주었고, 소외 삼성건설은 1993. 초 위 공사를 시작하여 1995. 5.경 완료하였다.
(나) 원고는 1985. 5. 14.부터 당산동 104의 19 지상 벽돌조 슬래브지붕 2층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을 소유하며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
(다) 위 삼성 아파트는 원고 주거지에서 볼 때 동북쪽으로 한강변을 따라 (노들길과 거의 평행하게) 당산철교 남단과 당산중학교 사이에 자리잡고 있고, 원고 주거지와 4개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국(KBS-1, 2, MBC, SBS)의 송신소가 있는 남산 방면을 직선으로 연결할 경우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라) 위 강마을 아파트가 있을 당시에는 원고는 위 거주지의 옥외에 설치된 안테나를 이용하여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나 삼성 아파트 건축 공사가 13층 이상으로 진행되던 1994. 3.경 이후로는 위 4개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중 3개 또는 전부의 방송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시청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고, 그리하여 원고는 1994. 4. 20.부터 현재까지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2) 한편 전파법 제74조의4 제1항 에 "통상적으로 수신이 가능한 방송의 수신을 장애하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당해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같은법시행령 제119조의2 제1항 에는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장애를 일으키는 건축물의 소유자는 당해 수신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법시행규칙 제148조의2 제1항 에는 "옥외 공중선을 설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텔레비전 수상기의 화면상태가 장애가 심하여 시청이 곤란한 상태"를 "통상적으로 수신이 가능한" 텔레비전 방송수신의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로 규정되어 있는바,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쾌적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므로 텔레비전을 양호한 상태로 수신하는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으며, 이에 대한 침해는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피고는 삼성 아파트의 건축주로서 그 건축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인근 단독주택 소유자인 원고가 텔레비전 방송을 제대로 수신할 수 없게 된데 대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 여부
(1) 피고는, 소외 삼성건설이 피고를 대리하여 1994. 4. 20. 원고를 비롯한 인근 주택 주민(소유자 및 임차인)의 대표자인 소외 유영득과 사이에, 삼성건설은 텔레비전 방송 수신장애에 대한 피해 변상조로 원고 등 주민들에게 1세대당 1회선의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하고 피고가 원고 등 주민들을 대신하여 유선방송업자에게 24개월간의 이용료를 지급하여 주고, 원고 등 주민들은 향후 텔레비전 방송 수신장애에 대한 어떠한 손해배상청구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고, 삼성건설은 그 후 실제로 위 합의사항을 이행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2, 3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6,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1 내지 102, 갑 제22, 26호증, 갑 제40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유영득, 원심 및 당심 증인 김영진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삼성 아파트 인근 주택 주민들이 1994. 2.경부터 각종 친목단체를 중심으로 삼성 아파트 건축으로 인한 건물붕괴, 전파장애, 소음, 분진 등의 여러 문제를 제기하자, 삼성건설은 그 가운데 전파장애 문제에 대하여는 중앙전파관리소 서울분소에 그 조사를 의뢰한 사실, 그 조사 결과 원고 등이 거주하는 지역의 텔레비전 방송 수신상태가 삼성 아파트의 건축으로 인하여 장애를 일으켜 불량하다고 밝혀지자, 삼성건설은 같은 해 4. 12. 남부유선음악방송을 경영하는 소외 위차린과 유선방송시설 설치 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같은 달 20. 원고를 비롯한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1,397명(이하 이 사건 주민들이라고 한다)의 대표라고 자처하는 소외 유영득과 사이에 "삼성건설이 이 사건 주민들에 대하여 1가구(세대)당 1대씩의 유선방송 수신기를 설치하고, 24개월간의 이용료를 대신 납부하여 주며, 이미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한 가구에 대하여는 그 설치비를 보상하여 주기로 하고, 이 사건 주민들은 소외 삼성건설이 위와 같은 사항을 이행하였을 경우 텔레비전 방송 수신장애로 인한 피해 문제에 관하여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사실, 그리하여 위 위차린은 같은 달 20.부터 같은 해 8. 30.까지 사이에 이 사건 주민들 1세대당 1대씩의 유선방송 수신기를 설치 완료해서 그 무렵부터 유선방송을 송신하기 시작하였으며, 삼성건설은 위 위차린에게 이 사건 주민들의 각 24개월분 유선방송 이용료로 각 금 48,000원을 지급하고, 이미 유선방송 수신기를 설치한 이 사건 일부 주민들에게는 그 설치비를 보상하여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나, 나아가 위 유영득이 원고로부터 소외 삼성건설과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을 할 대리권을 수여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위 유영득에게 원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원고가 소외 삼성건설이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한 후 이 사건 주민들을 상대로 받은 공사완료확인서에 소외 박황룡으로 하여금 날인을 하게 하였고 그 후 24개월 동안 아무런 이의 없이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함으로써, 삼성건설과 유영득 사이의 위 약정을 추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4호증의 2,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와 같이 삼성건설이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한 이후 "주민 대표와 삼성건설(주)의 합의에 의하여 T.V. 난시청 해소를 위한 유선방송 설치공사를 완료하여 양질의 화면이 시청되었기에 이를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고 13칸의 서명란이 있는 공사완료확인서를 미리 여러 장 작성하여 이 사건 주민들로부터 위 공사완료확인서의 각 해당 입주자 확인란에 날인이나 무인을 받았는데,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박황룡(당시 81세)이 1994. 4. 20. 위와 같은 내용의 공사완료확인서상 원고의 확인란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사실, 원고는 그 후 24개월 동안 아무런 이의 없이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갑 제6호증의 1, 갑 제17, 18, 19호증의 각 기재에 위 증인 김영진의 일부 증언을 모아보면, 위 박황룡은 원고와 같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원고와는 별도의 세대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를 위하여도 별도의 유선방송 시설이 설치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박황룡이 원고를 대리하여 위 공사완료확인서에 날인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가사 박황룡에게 원고를 대리하여 위 공사완료확인서에 날인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법률행위의 추인은 무권대리행위가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단독행위인데, 당시 81세 고령인 박황룡의 위 행위를, "유선방송 설치공사가 완료되었고 그 결과 양질의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확인 차원을 넘어서, 유영득이 삼성건설과 사이에 한 위 약정의 내용을 원고 등 주민이 무료로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받아 24개월 동안만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써 손해를 보전받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그 같은 약정의 효과를 원고에게 귀속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한편 원고가 24개월 동안 아무런 이의 없이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실만으로는 위와 같은 의미의 추인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가 1994. 4. 20.부터 현재까지 유선방송을 통하여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고 앞으로도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장애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유선방송을 이용하여야 하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3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삼성건설과 위 위차린의 약정에 따른 유선방송 이용기간이 종료한 다음날인 1996. 6. 20.부터는 텔레비전 수상기 1대당 유선방송 이용료가 매월 금 4,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한편 원고가 삼성 아파트의 존속기간이 적어도 20년이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므로 이를 자백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원고는 1994. 4. 20.부터 2015. 5.경(삼성 아파트의 완공일인 1995. 5.로부터 기산하여 20년이 끝날 때임)까지 매월 금 4,000원의 유선방송 이용료를 지불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인바, 원고가 위와 같은 손해 중 1996. 4. 20.부터 입게 되는 손해에 한하여 일시에 그 지급을 구하므로 위 손해를 월 12분의 5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1996. 4. 20. 당시의 현가로 계산하면 금 638,091원{4,000원×159.5228(227개월 호프만계수) ; 원 미만 버림}임은 계산상 명백하다.
나. 원고는, 원고 주택의 임차인들이 보유한 텔레비전 수상기에 관하여도 그 수신장애로 인한 위 유선방송 이용료 상당을 손해로 구하고 있으나, 임차인들이 보유한 텔레비전 수상기에 대한 유선방송 이용료를 원고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 그 이용료가 원고의 손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또한 원고는 부모방, 자녀방, 거실, 부부방에 각기 한 대씩 텔레비전 수상기를 두고 있는데 그 각 텔레비전 수상기마다 위와 같은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면서 그 각 이용료 상당의 손해를 구하는 것 같기도 하나, 원고가 원고와는 별도의 세대를 구성한 부모에 대한 손해를 청구할 아무런 권원이 없고, 한편 어느 세대에서 방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두고 텔레비전을 시청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에 속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삼성 아파트 건축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다. 위자료청구
원고는, 소외 삼성건설이 원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원고의 주택에 임의로 유선방송 시설을 설치해 준 바는 있지만, 원고는 피고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1993. 1. 28.부터 1994. 4. 20. 전까지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한 대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였고, 1994. 4. 20. 이후에는 3대의 텔레비전 수상기 가운데 한 대의 텔레비전 수상기밖에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고통을 겪을 것이 명백하며, 또한 텔레비전 방송 수신장애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금 3,000,000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의 주택에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장애가 생긴 시점은 삼성 아파트 건축 공사가 13층 이상으로 진행되던 1994. 3.경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비록 원고가 원고의 주택에 유선방송 시설이 설치되기 전까지 약 1개월 동안 텔레비전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약 1개월에 불과하고 이 법원은 삼성건설이 위 위차린과 사이에 체결한 설치계약상의 이용기간이 끝난 이후 삼성 아파트의 존속기간 동안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장애로 인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그로 인한 고통이 재산상의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금전으로 위자할 정도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또한 어느 세대에서 방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두고 텔레비전을 시청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에 속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삼성 아파트 건축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한편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에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금 638,091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 성립일인 1994. 3.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6. 9. 4.부터 피고가 위 의무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1998. 7. 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안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심판결 중 위에서 인용한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그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