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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2004. 9. 23. 선고 2004고합655 판결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항소[각공2004.11.10.(15),1653]
판시사항

정치자금을 직접 수수하지 아니하거나 정치자금이 모두 선거자금으로 소비된 이후에 비로소 그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상당한 시기 이내에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밟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아니하였다면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정치자금이 전액 현금으로 제공되고, 야간에 은밀한 방법으로 수수하였으며, 그 수령자도 정당의 후원회 임원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위 정치자금은 그 수수 시점에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해진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제공된 정치자금이었다고 보이고, 설령 그 수수 주체를 후원회로 보더라도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는 정치자금 영수증의 교부시기가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후원회는 정치자금을 받은 때로부터 상당한 시기 이내에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실제로 그 정치자금이 선거비용으로 소비된 이후에라도 상당한 시기 이내라면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줄 수 있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위 정치자금 수수 사실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시점이 그 수수한 때로부터 약 1달 정도 지난 시점이고, 당해 연도도 경과되지 않았으므로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밟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아니한 이상 같은 법 제30조 제1항 에 규정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검사

조재연

변호인

변호사 이종욱

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00,000,000원을 추징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02. 12. 29. 실시된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하나로국민연합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자인바,

누구든지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아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공소외 1은 2002. 11. 하순경부터 같은 해 12. 초순경까지 사이에 서울 마포구 소재 홍익대학교 부근 상호불상 주차장에서 SK그룹 회장 공소외 2의 지시를 받고 나온 같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현금 2억 원을 교부받아 피고인을 위한 대선자금으로 사용하고, 피고인은 위 정치자금 2억 원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한 절차를 밟지 아니함으로써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교부받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4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공소외 3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공소외 2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본의 진술기재

1. 공소외 2, 3, 김영웅, 공소외 1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1. 2002년 하나로국민연합 선관위 신고 중앙당 회계보고서 1부, 2002년도 하나로국민연합 중앙당후원회 선관위 신고 회계보고서 1부, 정당회계관련자료 1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의 이유'에 적은 사유 참작)

1. 추 징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관하여 공소외 1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주장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이 SK그룹측으로부터 이 사건 대선자금 2억 원을 수수할 당시 그 사실을 전혀 몰랐고 제16대 대선이 끝난 이후에야 공소외 1로부터 대선자금 수수 사실을 보고받았을 뿐이므로,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이 사건 대선자금 2억 원을 수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무죄이다.

나. 판 단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1981. 정계에 투신하여 6선 국회의원의 경력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2002. 7. 12. 제16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무총리를 사직하고, 같은 해 11. 초경 신생 정당인 '하나로국민연합'을 출범시킨 사실, ② 피고인은 2002. 11.경 대선 후보 기탁금 등 대선 자금이 부족하여 선거운동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었던 사실, ③ 피고인과 같은 정당 출신으로 피고인의 추천을 받아 산업자원부장관으로 있던 공소외 4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어 SK그룹의 공소외 2 회장에게 피고인의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하였고, 공소외 2 회장이 위 요청을 수락하자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1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공소외 2 회장에게 건네준 사실, ④ 공소외 2 회장은 같은 그룹 임원인 공소외 3으로 하여금 2002. 11. 하순경부터 같은 해 12. 초순경 사이 야간에 홍익대학교 부근 주차장에서 공소외 1을 만나 현금 2억 원을 건네주게 한 사실, ⑤ 공소외 1은 늦어도 2002. 12. 22.경에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보고하였으나, 그 후 피고인은 SK그룹측에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주지 아니한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다가 이 사건 정치자금 2억 원은 전액 현금이고, 야간에, 정당 당사가 아닌 공용 주차장에서 은밀한 방법으로 전달되는 등 그 자금 수수 경위에 있어 합법적인 정치자금의 수수 사례와 현저하게 상이한 점, 공소외 4와 공소외 1은 서로 안면은 있으나 연락처를 주고 받을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는데 공소외 4가 공소외 1의 연락처를 공소외 2 회장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피고인 또는 하나로국민연합 선거운동본부측이 공소외 1의 연락처를 공소외 4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김영웅 비서관 등 선거자금 담당자로부터 수시로 선거자금 상황에 관하여 보고를 받았는데 피고인의 대선 기탁금이 부족하여 기탁금을 내지 못하다가 이 사건 2억 원이 선거운동본부에 들어오자 그 중 1억 4천만 원으로 기탁금에 충당하여 피고인의 기탁금을 낼 수 있었을 정도로 피고인의 선거운동 자금 중 이 사건 2억 원의 비중이 상당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적어도 개괄적으로나마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2억 원을 전달한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친동생으로 피고인이 국회의원을 할 당시부터 지역구 행사에 피고인 대신 참석하는 등 피고인의 정치활동을 꾸준히 조력하여 왔던 점 등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관하여 명시적인 공모는 없었더라도 적어도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고, 이로써 공모관계는 성립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직접 정치자금을 수령하거나 최소한 정당에 입금된 정치자금이 사용되기 이전에 이를 알게 되어 그 정치자금 사용을 용인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정치자금 영수증 발급 등의 의무가 발생하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정치자금이 모두 대선자금으로 소비된 이후에 비로소 그 수수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사후에 영수증을 교부하여 줄 의무는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의무를 전제로 하는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 단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였고, 한편 같은 법 제7조 제1항 은 "후원회가 회원 또는 회원이 아닌 자로부터 금품을 납입 또는 기부받은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정치자금영수증용지를 사용하여 영수증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영수증 교부시기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정치자금이 전액 현금으로 제공되고, 야간에 은밀한 방법으로 수수하였으며, 그 수령자도 하나로국민연합의 후원회 임원이 아닌 피고인의 동생인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정치자금은 그 수수 시점에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해진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제공된 정치자금이었다고 보이고, 설령 그 수수 주체를 후원회로 보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는 정치자금 영수증의 교부시기가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후원회는 정치자금을 받은 때로부터 상당한 시기 이내에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실제로 그 정치자금이 선거비용으로 소비된 이후에라도 상당한 시기 이내라면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줄 수 있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이 사건 정치자금 수수 사실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시점이 그 수수한 때로부터 약 1달 정도 지난 시점이고, 당해 연도도 경과되지 않았으므로 정치자금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밟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아니한 이상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에 규정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제16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로서 SK그룹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명목으로 2억원을 수수하였다. 이러한 불법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은 우리 사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형성과 민주적인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풍토가 한층 성숙하게 발전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정경유착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수수한 이 사건 정치자금이 같은 시기에 저질러진 다른 정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비하여 그 규모가 적은 점, 피고인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자신이 인정한 부분에 대하여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및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이번에 한하여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판사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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