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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18다249995 판결
[명칭사용금지청구의소][공2023상,18]
판시사항

[1] 비법인사단이 인격권의 주체로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비법인사단의 명칭이 지리적 명칭이나 보편적 성질을 가리키는 용어 등 일반적인 단어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명칭에 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 / 다른 비법인사단 등이 특정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가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2] 인격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비법인사단이 자신의 명칭을 사용하여 권리를 침해한 다른 비법인사단 등을 상대로 명칭 사용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

판결요지

[1] 성명권은 개인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인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 비법인사단도 인격권의 주체가 되므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명칭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비법인사단의 명칭이 지리적 명칭이나 보편적 성질을 가리키는 용어 등 일반적인 단어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특정 비법인사단이 그 명칭을 상당한 기간 사용하여 활동해 옴으로써 그 명칭이 해당 비법인사단을 표상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비법인사단은 그 명칭에 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특정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 보호는 다른 비법인사단 등(이하 ‘타인’이라고 한다)이 명칭을 선택하고 사용할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타인이 특정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가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는 특정 비법인사단과 그 명칭을 사용하려는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즉,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의 침해 여부는 타인이 사용한 명칭이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하다는 사정과 그 유사성 정도, 비법인사단이 명칭을 사용한 기간, 비법인사단이 사회 일반이나 그의 주된 활동 영역에서 명칭의 주체로 알려진 정도, 타인이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사회 일반 또는 비법인사단과 교류하거나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이 타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오인·혼동할 가능성, 또는 오인·혼동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의 내용, 비법인사단과 명칭을 사용하려는 타인 사이의 관계, 타인이 비법인사단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게 된 동기나 경위 또는 그 필요성, 외부 사람에게 타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오인 또는 혼동하게 하거나 비법인사단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시킬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인격권은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의 구제수단(금전배상이나 명예회복 처분 등)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나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인격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비법인사단 등(이하 ‘타인’이라고 한다)이 비법인사단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음이 인정될 경우, 그러한 침해행위가 계속되어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비법인사단의 권리 구제에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침해행위 금지로 보호되는 비법인사단의 이익과 그로 인한 타인의 불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비법인사단의 이익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비법인사단은 자신의 명칭을 사용하여 권리를 침해한 타인을 상대로 명칭 사용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11. 16. 자 2005스26 결정 (공2006상, 35) [2]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공1996상, 1486)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31225 판결 (공2014하, 1285) 대법원 2021. 9. 30. 자 2020마7677 결정

원고,상고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해용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샘 담당변호사 박복환)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6. 21. 선고 2017나204216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97. 10. 25.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라는 명칭으로 창립되어 2004. 11. 14.경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명칭을 개정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2) 원고는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원고의 일부 회원들이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 방식으로 변경하는 정관개정 등을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 이에 원고 일부 회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2015. 10. 11. 회원총회를 개최하여 정관상 명칭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하는 피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피고 단체’라고 한다)를 설립하였고 2015. 12. 15. 피고 9를 피고 단체 회장으로 선출하였다.

4) 원고와 피고 단체는 현재까지 별개의 단체로 운영되고 있고, 피고 단체는 원고와 명칭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정관상 명칭 앞에 ‘직선제’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 단체가 원고와 같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 단체는 원고와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 앞에 ‘회원총회에 의한’이나 ‘직선제’라는 표현을 부가하고 제약회사 등 관련 업체, 유관기관, 정부기관, 언론 등에 원고와 차별성을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원고와 별개의 단체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원고와 피고 단체의 주된 수요자인 산부인과 전문의 등은 원고와 피고 단체의 분쟁 경위를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단체를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다.

2) 피고 단체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하단체로서 다른 과의 전문의 등이 구성한 단체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산부인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단체임을 표시하기 위하여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일 뿐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고 단체를 원고와 동일한 단체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의도에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성명권은 개인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인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 ( 대법원 2005. 11. 16. 자 2005스26 결정 등 참조). 비법인사단도 인격권의 주체가 되므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명칭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비법인사단의 명칭이 지리적 명칭이나 보편적 성질을 가리키는 용어 등 일반적인 단어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특정 비법인사단이 그 명칭을 상당한 기간 사용하여 활동해 옴으로써 그 명칭이 해당 비법인사단을 표상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비법인사단은 그 명칭에 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특정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 보호는 다른 비법인사단 등(이하 ‘타인’이라고 한다)이 명칭을 선택하고 사용할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타인이 특정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가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는 특정 비법인사단과 그 명칭을 사용하려는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즉,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의 침해 여부는 타인이 사용한 명칭이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하다는 사정과 그 유사성 정도, 비법인사단이 명칭을 사용한 기간, 비법인사단이 사회 일반이나 그의 주된 활동 영역에서 명칭의 주체로 알려진 정도, 타인이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사회 일반 또는 비법인사단과 교류하거나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이 타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오인·혼동할 가능성, 또는 오인·혼동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의 내용, 비법인사단과 명칭을 사용하려는 타인 사이의 관계, 타인이 비법인사단과 같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게 된 동기나 경위 또는 그 필요성, 외부 사람에게 타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오인 또는 혼동하게 하거나 비법인사단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시킬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2) 인격권은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의 구제수단(금전배상이나 명예회복 처분 등)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나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인격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 대법원 2021. 9. 30. 자 2020마7677 결정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이 비법인사단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음이 인정될 경우, 그러한 침해행위가 계속되어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비법인사단의 권리 구제에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침해행위 금지로 보호되는 비법인사단의 이익과 그로 인한 타인의 불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비법인사단의 이익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비법인사단은 자신의 명칭을 사용하여 권리를 침해한 타인을 상대로 명칭 사용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3122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원고를 표상하는 명칭으로 오랜 기간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피고 단체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외부 사람으로 하여금 원고와 피고 단체를 오인 또는 혼동할 수 있게 하였고 피고 단체에도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될 여지가 있으며, 피고 단체가 자신의 성격이나 설립목적에 따른 활동을 하기 위하여 반드시 원고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 단체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근거하여 설립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회칙에서 각과별로 산하단체를 둘 수 있다고 정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칙은 산하단체를 각과별 1개만으로 한정하지는 않았지만 통상 각과별로 1개의 산하단체를 두고 있었고 그 단체의 명칭은 대체로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등 ‘대한○○○과의사회’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원고 또한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부인과 산하단체로서 1997. 10. 25. 창립되어 2004. 11. 14.부터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개정한 명칭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피고 단체가 창립된 2015년까지 10여 년 동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단독으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원고는 10여 년 동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유일한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부인과 산하단체로서 산부인과 전문의 등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여 여러 학술활동을 주관 또는 참여하였고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의학·건강정보를 알리고 상담·교육하는 등의 여러 사회활동을 하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에는 ‘대한’, ‘산부인과’와 같은 일반적인 단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원고가 상당한 기간 이를 사용하여 여러 활동을 함으로써 일반 국민이나 산부인과 의사 사이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원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3) 피고 단체가 설립되면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부인과 산하단체는 두 개가 되었다. 원고와 피고 단체가 정관에서 회원자격을 부여하는 대상은 산부인과 전문의, 산부인과 전공의, 산부인과를 진료하는 의사로 같다. 또한 원고와 피고 단체는 모두 정관 제2조(목적)에서 “이 회는 산부인과의사단체로서 회원의 권익 증진 및 국민 보건향상과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의학 발전 및 학술 진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정관 제3조에서 정하는 사업 범위도 원고와 피고 단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원고와 피고 단체는 같은 명칭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활동 목적과 성격, 활동 영역, 회원자격 등이 매우 흡사하여, 외부 사람들이 원고와 피고 단체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 단체를 기존에 존재하던 원고로 오인·혼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4) 피고 단체가 ‘회원총회에 의한’이나 ‘직선제’라는 어구를 자신의 명칭 앞에 붙임으로써 원고와 피고 단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어구가 피고 단체의 정관에서 정한 명칭에 포함된 것은 아니므로 피고 단체가 정관의 개정 등을 통하여 정식으로 자신의 명칭에 ‘직선제’ 등의 어구를 추가하여 사용하지 않는다면 원고와 피고 단체를 구별하기 어렵다. 실제 피고 단체의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자신의 명칭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기재하면서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회원총회에 의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부기하고 있기는 하나 ‘직선제’ 등의 어구를 명칭에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피고 단체나 피고 단체의 구성원이 대외 활동을 하면서 ‘직선제’ 등의 어구를 붙이지 않은 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만을 사용한 사정이 보이기도 한다.

5) 피고들이 원고와 피고 단체가 별개의 단체임을 정부기관, 제약업계 등 관련 기관에 알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만으로 원고와 피고 단체의 오인·혼동가능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나 피고 단체는 모두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등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원고나 피고 단체가 교류하거나 이해관계를 맺은 기관·단체는 특정 몇몇 기관·단체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피고들이 특정 몇몇 기관·단체에 원고와 피고 단체가 별개의 단체임을 고지하였다고 하여 오인·혼동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피고 단체와 교류하거나 이해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기관이나 단체를 상대로 이러한 사정을 고지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원고와 피고 단체가 별개의 단체임을 대외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사정 자체가 원고와 피고 단체 사이에 오인·혼동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 될 수 있다.

6) 원고와 피고 단체가 모두 회원자격을 부여하여 가입대상으로 삼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등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고와 피고 단체를 오인·혼동 없이 구별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고는 오랜 기간 산부인과 전문의 등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활동하였으므로 원고의 내부 분쟁, 피고 단체가 설립된 경위 등을 산부인과 의사들이 대체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지만, 피고 단체의 설립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사람이나 원고나 피고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던 산부인과 의사들은 위와 같은 경위를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피고 단체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원고로 오인하여 원고에 가입한다는 의사로 피고 단체에 가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7) 피고 단체가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하단체로 활동하기 위하여 굳이 원고와 같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칙 제3조에는 산하단체로서 각과 개원의협의회(또는 각과의사회, 각과개원의사회)를 둔다고 하고 있을 뿐,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에 대하여 정하지는 않았다. 피고 단체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이 아닌 다른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산부인과 산하단체로서 산부인과 전문의 등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임을 일반 국민이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 단체가 원고와 같은 명칭을 사용한 것은 원고가 가지는 역사성과 사회적 위상을 이용할 목적으로 피고 단체를 원고로 오인·혼동하게 하려는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지, 피고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 외부 사람이 피고 단체를 원고로 오인할 가능성은 없는지, 피고 단체가 원고와 오인을 피하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조치를 하였는지, 피고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명칭으로 사용할 중대한 이익이 있었는지 등을 심리하여 피고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는지를 판단한 다음, 만약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 침해와 침해행위 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피고 단체를 상대로 명칭 사용의 금지를 명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노태악 오경미(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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