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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다31885 판결
[보증채무금][공2003.1.15.(170),166]
판시사항

공사도급계약에 공사비조정 약정이 있는 경우 수급인의 공사중단과 인과관계 있는 도급인의 손해의 범위

판결요지

당초의 시공 회사가 공사를 중단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이 그 미시공 부분에 대하여 비용을 들여 다른 방법으로 공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이 당초 시공 회사와 약정한 공사대금보다 증가되는 경우라면 증가된 공사비용 중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은 시공 회사의 공사도급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라고 할 것이고, 당초의 시공 회사가 공사를 중단하여 도급인이 제3의 시공자로 하여금 같은 규모의 공사를 하게 하였으나 그 비용이 당초의 시공 회사와 약정한 공사대금보다 증가하게 되어 도급인의 자금사정상 부득이 공사 규모를 축소하게 됨으로써 건축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관한 공사비용 중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도 시공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당초의 도급계약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물가변동 등의 사유가 있으면 처음에 정하여진 공사대금의 증액이 예정되어 있어서 비록 수급인의 귀책사유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사중단과는 무관하게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대금의 증액사유가 발생하여 도급인으로서는 어차피 당초 약정된 공사대금을 증액 지급할 것을 회피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그러한 공사대금의 증액으로 인하여 도급인에게 추가적인 경제적인 부담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리켜 수급인의 귀책사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전제일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헌태)

피고,상고인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희종)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사비 증액 조정 여부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97. 7. 23. 소외 삼아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삼아건설'이라고 한다)에게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연면적 2,519.85㎡)의 빌딩 신축공사를 대금 1,394,000,000원에 도급준 사실('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이라 한다), 그런데 삼아건설이 위 공사를 시공하던 중이던 1998. 1. 23. 부도로 인하여 위 공사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게 되자 원고는 1998. 3. 15.에 이르러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한 후, 다시 1998. 4. 21. 소외 보성건설 주식회사와 사이에 그 잔여공사에 관하여 각 층의 바닥면적과 용도는 동일하고 다만 그 규모를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1개층을 축소(연면적 2,519.85㎡에서 6층 부분 358.83㎡만 축소하여 연면적을 2,161.02㎡로 축소함)하되 그 잔여공사대금은 이 사건 1차 공사계약에 기한 공사대금인 위 1,394,000,000원에서 삼아건설이 위 계약해지 시까지 시공한 기성고 대금 340,000,000원을 공제한 1,054,000,000원으로 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2차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에서는 물가변동이 있더라도 당초 정한 공사금액을 조정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그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과 같이 수급인의 공사능력 상실로 인하여 도급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같은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 건축 공사 계획을 축소하여 지하 1층 지상 5층의 잔여공사로 마무리되었다면, 위와 같은 건축공사의 축소가 원고의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한 것이라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 체결 당시의 지상 6층 부분을 건축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삼아건설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당초의 시공 회사가 공사를 중단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이 그 미시공 부분에 대하여 비용을 들여 다른 방법으로 공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이 당초 시공 회사와 약정한 공사대금보다 증가되는 경우라면 증가된 공사비용 중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은 시공 회사의 공사도급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라고 할 것이고 ( 대법원 2001. 12. 14. 선고 99다58129 판결 참조), 당초의 시공 회사가 공사를 중단하여 도급인이 제3의 시공자로 하여금 같은 규모의 공사를 하게 하였으나 그 비용이 당초의 시공 회사와 약정한 공사대금보다 증가하게 되어 도급인의 자금사정상 부득이 공사 규모를 축소하게 됨으로써 건축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관한 공사비용 중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도 시공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당초의 도급계약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물가변동 등의 사유가 있으면 처음에 정하여진 공사대금의 증액이 예정되어 있어서 비록 수급인의 귀책사유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사중단과는 무관하게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대금의 증액사유가 발생하여 도급인으로서는 어차피 당초 약정된 공사대금을 증액 지급할 것을 회피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그러한 공사대금의 증액으로 인하여 도급인에게 추가적인 경제적인 부담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리켜 수급인의 귀책사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

피고가, 원고가 원래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에서 예정한 바에 따라 건축하기로 한 6층 건물 중 6층 부분을 시공하지 못하게 된 원인은 삼아건설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중단과는 무관한 IMF 관리경제의 여파로 인한 상당한 물가 상승 때문이었으므로 원고가 내세우는 손해는 삼아건설의 공사중단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1997. 연말경 IMF 외환위기 상황에 처하여 국내 건설분야를 포함한 모든 경제 부문에 걸쳐 매우 극심한 물가상승의 현상이 초래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한편 원고와 삼아건설이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계약서(갑 제3호증 및 을 제4호증의 5)에는 제17조 제1항 및 제2항으로 도급인과 수급인은 계약 체결 후 120일 이상 경과한 경우에 잔액 공사에 대하여 공사가격 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잔여공사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의 5/100 이상인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하기로 하는 규정을 부동문자로 둔 바 있었는데(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부동문자로 되어 있는 위 조항을 계약당시 배제하는 취지에서 삭제하였다고 주장한다.), 위 규정이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편입된 것으로 본다면, 삼아건설이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을 유지시킨 채 공사를 계속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물가변동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러한 계약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당사자들로서는 공사대금을 조정하였거나 아니면 대금증액 조정이 곤란한 경우라면 기존의 공사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 당초의 계약내용을 변경할 여지도 있었을 것이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에서 6층 부분을 시공하지 못하여 원고에게 초래된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은 삼아건설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하게 원고가 애초의 공사계약에서 예정한 바에 따라 스스로 감수하였어야 할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조항을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삭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내세운 갑 제3호증의 문면을 보면 통상적으로 계약서의 특정 계약조항을 삭제할 때 쓰는 방법인 해당 조항에 선을 긋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날인을 하는 방법을 취하지 아니하고, 계약서 제17조 옆 빈 곳에 "(제17조 제1, 2항 삭제)"라고만 기재하고 계약 당사자의 날인조차 누락되어 있는 점을 알 수 있고, 더구나 당시 갑 제3호증과 함께 작성하여 삼아건설이 소지한 것으로서 피고측에 의하여 제출된 을 제4호증의 5에는 아예 제17조 제1, 2항을 삭제한다는 취지의 문구조차 없는 점을 알 수 있는바, 계약서는 계약체결에 임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확정적으로 나타내고 후일의 분쟁에 대비하여 그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약당사자가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서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의 하나인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려고 하였다면 계약의 양 당사자가 각각 소지할 계약서원본 모두 위 조항 위에 선을 그어 삭제한 다음 계약 당사자들이 날인을 하는 등으로 그 의도를 명백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고 주장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중요한 계약문구를 삭제하였다는 것이나 상대방이 보관하게 된 계약서에는 같은 취지의 삭제를 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은 모두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실제로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서 제17조를 배제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만일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면 통상적이라 할 수 없는 원고 주장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위 조항이 삭제된 경위를 더 심리하여 위 조항의 배제 여부를 규명하여야 할 것이고, 심리한 결과 위 조항이 배제된 것이 아님이 밝혀지는 경우라면,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일로부터 120일이 경과한 이후에 공사가격 내역서 상의 품목 등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잔여 공사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의 5/100 이상에 해당되어 삼아건설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중단이 없었더라도 당초 약정한 공사대금의 증액조정사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삼아건설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중단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따져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 중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삭제되어 계약당사자의 합의로 배제된 것으로 판단하고 위 계약에서 공사대금의 증액조정은 전혀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비록 물가변동과 같은 외부적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가 6층 부분을 시공하지 못한 채 공사규모를 축소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 역시 삼아건설이 배상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에게 판시와 같은 보증책임을 인정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2. 지체상금에 관한 피고의 보증책임 여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위 삼아건설이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1차 공사도급계약시 준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때에는 매지체일수마다 지체상금률인 1/1000을 계약금액인 1,533,400,000원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원고에게 납부하도록 약정한 사실, 위 삼아건설은 이 사건 빌딩의 신축공사를 인접건물과의 민원관계 등으로 인하여 예정착공일인 1997. 7. 23.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착공하였는데 1998. 1. 23.자 부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1998. 6. 말경에는 완공할 수 있었던 사실, 이 사건 공사와 같이 도급인이 수급인의 부도로 인하여 공사가 중단된 후 새로운 공사업체를 물색하여 공사를 속행하기까지는 공사중단시로부터 보편적으로 30일 정도가 소요되나, 원고는 부도가 난 위 삼아건설에 대한 공사재개요청 등으로 인하여 1998. 4. 21.에야 위 보성건설 주식회사와 사이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위 삼아건설은 자신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중단된 후 위 보성과 새로운 공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필요한 기간인 30일 동안 원고에게 위 공사가 중단되었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편철된 피고가 조합원인 삼아건설에게 발급한 계약보증서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보증채무의 이행한도에 관하여 보증서에 기재된 보증금액을 한도로 하여 주계약 또는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고(보증채권자)가 몰수 또는 귀속시켜야 할 금액으로 하되, 주계약 등에 보증금의 몰수 또는 귀속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보증금액을 한도로 하여 보증채권자가 청구하는 금액 중 실제손해액으로 하고 다만 지체상금은 제외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피고의 보증책임에는 삼아건설이 약정 준공기일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지는 지체상금지급 채무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알 수 있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삼아건설이 도급계약을 불이행함으로써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도급계약상의 지체상금도 피고의 도급계약보증채무에 속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위 계약보증서에서 명시한 피고의 보증책임의 범위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원심은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여 상계 후 잔존하는 원고의 나머지 청구 부분만을 일부 인용하였는데, 이 경우 피고로서는 원심판결 이유 중 원고의 소구채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피고의 상계항변이 받아들여진 부분에 관하여도 상고를 제기할 수 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소구채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더 나아가 피고의 상계항변의 당부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원고 청구가 배척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에 대하여 파기를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송진훈 윤재식 이규홍(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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