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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6.18.자 2020로24 결정
재심결정에대한즉시항고
사건

2020로24 재심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피고인겸재심청구인

A

주거 서울

항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일현, 담당변호사 주형훈, 김성경

재심대상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79. 12. 15.선고 79고합588 판결

원심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2.27.자 2019재고합11 결정

판결선고

2020.6.18.

주문

1. 원심 결정 을 취소 한다.

2. 재심 대상 판결 에 대하여재심을 개시한다.

이유

1. 사건 의 경과

가. 피고인 겸 재심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의 수호 를 위한 대통령 긴급 조치(1975.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 를 위반 하였다 는별지 기재 공소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로 1979.9. 7. 구속 된 후 그 무렵 서울형사지방법원 79고합588호로 기소되었다. 위 법원은 1979. 12. 15. 긴급 조치 제 9호 는 1979. 12.8.해제되어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 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 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재심대상판결)은 1979. 12. 23. 확정 되었다.

나. 이 사건 재심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한 재심대상 판결 은 유죄 의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재심의대상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항고 이유 의 요지

긴급 조치 제 9 호 는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무효이다. 형벌 에 관한 법령 이폐지된 경우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 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또한 형사 소송법 제 420조에서 재심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 규정하는 '유죄의 확정판결' 에는 위헌 · 무효 인 긴급조치 제9호의 폐지에 따라 면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가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헌 · 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에 따라 기소된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어야 하고 , 그럼에도피고인에게 면소를 선고한 재심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다.

3. 판단

형사 재판 에서 재심은 다른 법률 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1 조 제 1 항의 규정에 의하여유죄의 확정판결 및 유죄판결에 대한 항소 또는 상고 를 기각 한 확정 판결 에 대하여만 허용되므로 면소판결 을 대상으로 한 재심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 이다.다만, 이 사안과 같이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 호 위반의 공소 사실 로 기소 되었고 그에 대한 판결선고 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어 면소판결 을 선고 받아 확정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면소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재심의 대상 으로 삼는 판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이에 대한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고 봄 이 타당 하다. 그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긴급 조치 제 9 호는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 유신 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에 근거하여 발령된 것으로서 , 그 주요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 , ' 집회 · 시위 또는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 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 를 주장 · 청원 · 선동 또는선전하는 행위',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등 의 일체 를 금하고 ( 제 1 항 각 호 )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공연히 전파하거나 , 그 내용 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조치 등에 위반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를 병과 하며 ,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 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 할 수 있다(제8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자체를 전면 금지하고 이른바 유신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 권의 목적 상의 한계 를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 외 정치 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 그러한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 호 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 를 결여한 것이다.

또한 긴급 조치제9 호 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표현의 자유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 상 보장 된 청원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 을 최대한 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 10조)의 규정에도 불구 하고 유신 헌법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를 제한 하고 , 영장 주의 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 ( 현행 헌법 제 12 조 ) 가 규정하는 신체 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 를 청원 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 한 청원권 등 을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 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 의 자유 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헌법상 보장 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 긴급 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 되어 위헌 · 무효 이고 , 나아가 긴급조치 제9 호 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 에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4. 18.자 2011초기689 전원 합의체 결정참조).

② 이렇듯 국민 의기본권을 심히 침해하여 그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국가에 의해 발령 집행 된 긴급 조치제9 호 를 위반한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사람 에 대하여는 국가 가 그 권리및 명예를 회복해 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이 재판 을 받은 사람 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그 사람 의 행위가 범죄로 되지 아니함 을 선언 해주고그 명예가 실질적으로회복될 수 있도록 권리구제의 폭 을 넓혀줌 이마땅 하다. 이미 대법원도 긴급조치 제9호 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확정 판결 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 라고 판단한 이상,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 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 가 새로 발견 된때'에 해당하므로, 결국 위 확정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 유가 있다고 판단함으로써(대법원 2013.4. 18.자 2010모363 결정 참조), 긴급 조치 제 9 호 위반관련 유죄 확정판결에 대하여 적극적 법해석을 통해 권리구제 의폭 을 넓힌 바 있다.

③ 재심 대상 판결 에서는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 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함을 이유로 면소 판결 이 선고 되었다. 면소판결은 위 사유 외에도 '확정판결이 있을 때','사면 이 있은 때 ' , ' 공소 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선고하는 것으로서, 공소권이 소멸함에 따라 실체 심리 를 행할필요성이나 소송을 나아가 진행할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법원 이 피고 사건 의 실체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형사절차를 종결시키는 형식재판의 일종이다. 현재 피고인 은 당연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구속되고 기소 되었음 에도 실체 심리 를통해 죄 가 되지 아니한다는 직접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판결 의 선고 일주일 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기한 것으로서 , 긴급 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 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에 어긋난다.

한편 , 검찰 은 2019.6.경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가 석방된 후 기소유예 처분 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해 '혐의 없음' 처분을 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긴급조치 제9 호 를 위반한 행위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람들 중 죄 가 되지 아니한다 는 취지의 사법기관 의 직접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실상 피고인 과 같이 긴급조치 제9호 해제 이후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사람들만 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점 을 고려하면 더욱더 이 사건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형평 에 반 하게 된다.검사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재심청구를 인용함 이 상당하다.는 의견 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4 면소 판결 은 형식재판으로서 실체심리를 통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측면 에서는 재심의 대상으로 삼 을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반면에 이 사안 의 면소 판결은 무죄의 판단 을 받았어야 마땅한 사건에서 실체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형사 절차 를 종결시킨 것이고, 이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여 죄 가 되지 아니함 을 밝혀 주는 것은 피고인의 '실질적 명예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재심의 대상으로 삼 을 충분한 법률 상이익이 있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제 1 조 에서 '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 를 회복 시켜주며, 그에 따라 관련자와 그 유족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인권 신장 과 민주 발전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규정하면서, 제11조에서' 부마 민주 항쟁 과 관련한 행위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등에도 불구 하고 재심 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보상만으로는 면소판결을 선고 받은 피고인 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에 부족하고, 그 명예회복을 위해 결단 에 따라

면소 판결 도 일정한 경우 재심의 대상으로 삼아 무죄를 선고할 법률상 이익 이 있다는 고려 에 따른 것으로보인다.

⑤ 긴급 조치 제 9 호의 내용 및 위헌성, 피고인 이 재심대상판결로써 면소판결을 선고 받은 경위 , 재심 대상판결 당시 법원이 긴급조치 제9호 에 대한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바람 에 그 위반죄 로 기소된 사람으로서는 재판절차에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었던 사정 등에비추어 볼 때, 권리구제의 폭 을 넓히기 위한 적극적 법해석의 일환 으로서 면소 판결 인재심대상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정하는 재심을 청구 할 수 있는 판결 에 포함된다고 못 볼 바 아니다. 재심 제도는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 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 을 구하는 불복 신청방법으로서 그 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법적 안정성 을 후퇴 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예외적으로 위와 같이 재심 을 청구할 수 있는 판결의 범위를 제한하여 넓히는 해석은 재심대상판결 을 둘러싼 법적 안정성을 해한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구체적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재심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⑥ 대법원 은 , 폐지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법원에서 위헌·무효 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 을 적용 하여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 ' 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정하는 '범 죄 후의 법령 개폐 로형 이 폐지되었을 때'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 대법원 2013.5. 16.선고 2011도263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면소판결에 대하여 무죄판결인 실체판결 이 선고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면소 를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하므로 면소를 선고한 판결 에 대하여상고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위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이러한 상황 에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 호 위반사실로 기소되어 면소판결 을 받아 확정 된 피고인 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 선고를 받을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위 면소 판결 의 부적법한 외관을 그대로 인정하고 일반적 면소판결과 마찬가지로 취급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 결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 대상 판결 에 대하여재심을 개시한다. 2020. 6. 18.

판사

재판장 판사 강영수

판사 정문경

판사 이재찬

공소사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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