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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8.27.선고 2014다22210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22210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망 A의 소송수계인 B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판결선고

2015. 8. 27.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작위에 의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여기서 '법령 위반'은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 공서양속 등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때라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9566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A은 2007. 8.경 스쿼시 운동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30분 가량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구급차량으로 병원에 실려가 간단한 검사를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당시 병원에서 MRI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들었으나 가정형편 등을 이유로 정밀검사를 받지는 아니하였다. 그 후 A은 2007. 9. 3. 부산 해운대구 소재 D 내과에 내원하여 위 의식상실과 관련하여 흉부엑스선 검사 및 심전도 검사를 받았으나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 A은 2007. 9. 27. 육군 현역병으로 징집되었는데, 부산 소재 육군 E사단 신병교 육대에서 3교육중대에 편입되어 정식입소 예정일인 2007. 10. 2.까지의 가입소 기간 중

에 입영행사, 신체검사, 개인면담 등을 거쳐 2007. 9. 29.부터 훈련복을 지급받고 입소식을 대비한 제식훈련을 받았다.

다. A은 2007. 9. 30. 14:00경부터 16:00경까지 조교 통제 하에 제식훈련을 받은 후 휴식을 취하다가 당일 17:45경 중대 당직사관의 저녁식사를 위한 집합 지시에 따라 신병교육대대 3중대 막사에서 40m 정도 떨어진 병사식당으로 이동하여 식당 앞에서 대기하던 중 17:46경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라. (1) 이를 본 조교 G 일병이 그 사실을 H 중사에게 보고하였고, H는 A이 의식 없이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호흡이 유지되는 것을 인지하고 심폐소생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곧바로 G 일병으로 하여금 A을 업게 한 다음 약 100m 정도 떨어져 있던 의무실로 이동하였다.

(2) 당시 일요일이라서 위 의무실에는 군의관이 없었고 24시간 순환근무에 따라 의무병 1명만 있었는데, H, G, 의무병 등은 A을 의무실 침대에 눕혀 상의를 벗긴 후 몸을 조이는 벨트를 풀고 기도를 유지하여 의식이 회복되도록 시도하였으나, A은 오히려 계속 경련을 일으키며 혀가 기도로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3) H 등은 의무실이 위치한 건물 주차장에 주차된 구급차로 육군 E사단 소재지에 위치한 국군부산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으로 A을 후송하고자 구급차 운전병의 소재를 탐지하였으나 운전병이 의무실 건물에 있지 아니하고 대대 생활관에 있음을 확인하고 운전병을 호출하자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판단하여, 의무실에서 A업고 나와 [의 개인 승용차(싼타페 차량, 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태운 후 A을 이 사건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다.

(4)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에는 I, 조수석에는 H가 탑승하였고, 뒷좌석에는 G와 A이 탑승하였다. A은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여 이 사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는 도중에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되었다.

마. (1) A은 17:53경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이 사건 병원 군의관은 A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심폐기능을 회복시켰으나 이미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여 의식을 회복시키지는 못하였고, 같은 날 20:40경 동아대학교 병원으로 A을 후송하였다.

(2) A은 동아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아니하였고, 기도절개 후관을 통하여 기계호흡을 유지하고 위장천공관을 통해 영양공급을 받으며 생명유지를 위한 치료를 지속하다가, 결국 2013. 2. 27. 02:13경 선행사인 저산소성 뇌손상, 직접사인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바.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으로는 망인의 부(父)인 원고와 망인의 모(母)인 장명애가 있다.

3.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1① 의무병은 이 사건 차량에 동승하여 망인에게 급성 심정지 상태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차량에 동승하지 아니하였고, ② 망인을 이 사건 병원으로 후송한 H 중사는 응급구조교육 훈련을 받은 사실이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 안에서 망인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만일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응급구호능력이 없는 G 일병으로 하여금 뒷좌석에 망인과 함께 앉게 하고 자신은 조수석에 앉음으로써 망인의 급성 심정지 발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여, ③ 실제로 이 사건 병원으로 후송하는 도중에 망인에게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였음에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고, (2) 위와 같은 의무병과 H의 심폐소생술 관련 응급구호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3) 결국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위 군인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4. 가.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H 등 군인들은, 2007, 9. 30. 17:46경 망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곧바로 망인을 의무실로 옮겨 응급구호조치를 한 다음,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약 2분 거리 내에 있는 이 사건 병원 응급실로 망인을 신속하게 후송하여 같은 날 17:53경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망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7분 정도로서, H 등 군인들이 응급구호조치 및 후송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H 등 군인들은 망인을 이 사건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하여 구급차가 아닌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였는데, 이는 의무실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이 사건 병원으로 신속하게 후송하기 위한 것으로서, 당시 바로 구급차를 운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한 것을 가지고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원 심의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병원의 감정의도 이와 같은 망인의 신속한 후송이 응급구호조치로서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의무병이 이 사건 차량에 동승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러한 조치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움은 원심이 지적한 것과 같다. 그렇지만 H가 전에 응급구조교육 훈련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심 인정과 같이 의료인이 아닌 H에게 망인의 상태에 대한 관찰과 응급처치 등에 관한 주의의무를 지우고 그에 대한 과실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뿐 아니라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여 응급구호 방법으로 흉부압박을 하는 경우에 그 효과가 있으려면 환자를 반듯이 눕힌 후 다른 사람이 위에서 팔을 편 상태에서 상당히 강한 힘으로 흉부를 빠르고 깊게 눌러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설명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고 또한 그 힘을 받을 수 있는 평평하고 딱딱한 바닥에서 흉부압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차량은 일반차량으로서, 흉부압박을 시행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뒷좌석의 시트가 딱딱하지 아니하여 흉부압박을 가하더라도 심장이 압박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망인에 대하여 심폐소생술인 흉부압박을 시행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며 이를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H 등 군인들이 망인을 후송하는 과정에서 망인에게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였지만,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망인을 신속히 이 사건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H 등 군인들에게 심폐소생술 관련한 응급구호의무를 위반한 직무상의 과실이 있다거나 그들의 행위와 망인의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러한 사정들에 대하여 충분히 살펴보지 아니한 채이 사건 사고가 H 등 군인들의 심폐소생술 관련 응급구호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고, 그 전제 아래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 책임의 과실 내지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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