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소급입법의 구분과 허용 여부 및 법률불소급 원칙의 의미
[2]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3조 제2항 에서 정한 ‘각호의 사유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격 조정 명령을 하기 위한 요건 및 가격 조정 명령 대상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위 조항 각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곧바로 ‘그 교과용 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추정되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헌법 제13조 [2]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3조 제1항 , 제2항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학서림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차한성 외 6인)
원고, 상고인
동아출판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두산동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차한성 외 6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와이비엠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차한성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교육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이공현 외 6인)
피고, 상고인
울산광역시교육감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동아출판 주식회사, 주식회사 와이비엠, 주식회사 음악과생활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울산광역시교육감, 전라북도교육감, 충청남도교육감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 동아출판 주식회사(이하 ‘원고 동아출판’이라 하고 나머지 원고들도 ‘주식회사’를 생락하여 표기하기로 한다), 와이비엠, 음악과생활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반 여부 등에 관하여
1) 소급입법은, 새로운 입법을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도록 하는 진정소급입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게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기존의 법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함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음이 원칙이다. 반면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하여질 수 있다. 또한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그 법률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그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률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두5705 판결 등 참조).
2) 한편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 에 근거한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14. 2. 18. 대통령령 제25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는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은 저작자와 약정한 출판사가 정한다( 제1항 ).’고 규정하면서, ‘교육부장관은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심의회를 거쳐 그 가격의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제2항 ).’고 하여 검인정도서의 가격에 관하여 조정 ‘권고’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나, 2014. 2. 18. 대통령령 제25185호로 개정되면서 가격 조정 ‘명령’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정된 대통령령 제25185호 부칙 제2조는 ‘ 제33조 의 개정규정은 이 영 시행 전에 한 검정 또는 인정실시공고에 따라 저작자 또는 발행자 등이 검정 또는 인정신청을 한 후 그 가격이 최종 확정되지 아니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
3) 원심은, ① 2014. 2. 18. 대통령령 제25185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개정은 당시 아직 가격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교과용 도서를 적용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고, ② 위 원고들이 희망하는 가격대로 이 사건 교과서의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교과용 도서 가격의 적정성을 유지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공익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소급입법금지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급입법금지원칙 또는 신뢰보호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가격 조정 명령의 요건 및 증명책임에 관하여
1)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 은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사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하 ‘교과용 도서규정’이라 한다) 제33조 는 제1항 에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은 저작자와 약정한 출판사가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 에서 “ 제1항 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장관은 다음 각호의 사유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거나 그 가격이 결정된 이후 도서개발에 투입된 비용(이하 ‘고정비’라 한다)을 출판사가 전부 회수하였음에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심의회( 교과용 도서규정 제18조 에 따른 교과용 도서 심의회를 의미한다)를 거쳐 그 가격의 조정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각호의 사유로 “1. 제조원가 중 도서의 개발 및 제조 과정에서 실제 발생하지 아니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1,000분의 15 이상인 경우, 2. 가격결정 항목 또는 비목(비목) 구분에 잘못이 있는 경우, 3. 예상 발행부수보다 실제 발행부수가 1천 부 이상 많은 경우”를 들고 있다(이하 교과용 도서규정 제33조 제2항 을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2) 이 사건 조항의 문언 내용과 개정 연혁,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각호의 사유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격 조정 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과용 도서가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에 해당함은 물론 그와 같은 사정 등으로 인하여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음이 별개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때 가격 조정 명령 대상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그 교과용 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추정되는 관계로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①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검인정도서 출판사의 과다한 이득과 이로 인한 수요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 각호가 정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항상 출판사가 과다한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로 인하여 수요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②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와 출판사가 실제로 결정한 가격 또는 희망하는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결정한 가격 또는 희망하는 가격 자체는 객관적으로 보아 부당한 가격이 아닐 수 있다 .
③ 이처럼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와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는 개념적으로 구별되고 그 상관관계가 곧바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위 각호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여 위 부당성이 당연히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원심 판시 별지 1 처분목록(이하 ‘별지 1 처분목록’이라 한다) 기재와 같이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2014학년도 검인정 교과서를 출판하였다(원고 4는 교과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 별지 1 처분목록 기재 교과서 중 처분청이 피고 교육부장관인 교과서가 검정도서이고, 피고 교육부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처분청인 교과서가 인정도서이다(이하 원고들이 출판한 교과서 중 검정도서를 ‘이 사건 검정도서’, 인정도서를 ‘이 사건 인정도서’라 하고, 이 사건 검정도서 및 인정도서를 합하여 ‘이 사건 교과서’라 한다).
다) 원고들은 이 사건 교과서의 가격을 별지 1 처분목록 ‘희망가격’란 기재 금액으로 결정하였다.
라) 피고들은 별지 1 처분목록 ‘처분일’란 기재 각 일자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교과서의 가격을 별지 1 처분목록 ‘조정가격’란 기재 가격과 같이 조정할 것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처분서에는 근거 법령으로 별지 1 처분목록 ‘처분서에 기재된 근거 법령’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조항 제1호 또는 제3호 가 기재되어 있다.
4)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별지 1 처분목록 중 순번 2 내지 8, 10 내지 14, 17 기재 교과용 도서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 제1호 , 제3호 의 사유가 인정되고, 이 사건 조항 제1호 , 제3호 의 사유가 밝혀진 경우 일응 해당 도서의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보아, 원고 동아출판, 와이비엠, 음악과생활이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되지 않았음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아니한 이상 위 각 교과용 도서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가격 조정 명령을 할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5) 그러나 앞서 본 관련 법령과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여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다고 추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 교육부장관으로서는 위 각 교과용 도서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 각호의 사유가 인정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여야 한다.
6)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가격 조정 명령의 요건이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교육부장관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교육부장관의 이 사건 검정도서에 대한 가격 조정 명령 중 별지 1 처분목록 중 순번 9, 18 기재 검정도서에 대한 가격 조정 명령이 이 사건 조항 제1호 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피고 울산광역시교육감, 전라북도교육감, 충청남도교육감(이하 ‘피고 교육감들’이라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교육감들의 이 사건 인정도서에 대한 가격 조정 명령의 처분서에 근거 법령으로 이 사건 조항 제1호 또는 제3호 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원고 대학서림, 와이비엠, 원고 4로서는 처분 당시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해당 가격 조정 명령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고 보아, 이 사건 각 처분 과정에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위반의 절차상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 동아출판, 와이비엠, 음악과생활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피고 교육감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