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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23. 선고 2019가단38077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의소][미간행]
원고

피앤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안, 담당변호사 황은정)

피고(주위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피고(예비적)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세한, 담당변호사 고정욱)

2020. 8. 12.

주문

1. 주위적 피고가 2019. 7. 12. ‘풍력터빈 부품, 시스템 복합 시험 평가단지 구축’과제 협약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반환 통보한 76,692,800원의 반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주위적 피고가 부담한다.

주위적 피고 및 예비적 피고에게 주문 1항 청구.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주위적 피고(이하 ‘피고’라고만 할 경우 주위적 피고)가 전담기관으로서 발주한 ‘풍력터빈 부품/시스템 복합 시험 평가단지 구축’ 과제(‘이 사건 과제’)에 주관기관을 제주대학교산학협력단으로, 참여기관을 원고 외 2개 기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응모하여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2017. 12. 피고와 총 수행기간 2017. 12. 1. ~ 2021. 11. 30., 1단계 협약기간 2017. 12. 1. ~ 2018. 6. 30., 1차 년도 사업비 437,557,000원으로 하는 1차년도 협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과제 중 원고가 분담한 과업은 ‘풍력터빈 부품/시스템 시험 평가단지 기본 설계’이고, 원고에게 할당된 사업비는 437,557,000원 중 146,667,000원(정부 출연금 110,000,000원, 원고 부담금 36,667,000원)이다.

다. 원고는 2017. 12. 11. 주관기관을 통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원고에게 배정된 사업비 146,667,000원 중 122,000,000원을 인건비로 할당하고 그 중 100,000,000원을 현금 인건비로 책정하면서 다시 그 중 88,200,000원을 아래와 같이 외부인력의 인건비로 표시하였다.

〈〈사업계획서 중 인건비 내역 생략〉〉

라. 원고는 사업계획서대로 인건비를 집행하였고, 피고는 1차 년도 사업기간 종료 후 회계법인에 위임한 정산 결과를 토대로 사업비 집행 정산을 하여 원고가 집행한 외부 인건비 88,200,000원을 전부 불인정하였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이 외부인력의 소속이 ‘비영리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일부 다툼 없거나 갑 2, 3-2, 5, 6, 7,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에 의한 쟁점 정리

가. 원고

1) 계약의 구속력

원고와 피고가 당사자로서 작성한 ‘과제협약서’는 계약이므로 피고도 따라야 하는데, 과제협약서에서는 사업의 목표 및 내용은 ‘사업계획서’를 따르도록 하고 있고, 사업계획서에서 원고는 외부인력을 명시하여 인건비 집행계획을 밝히고 요구되는 ‘외부 참여연구원 기관장 확인서’를 첨부하여 외부인력 전부가 ‘가온엔지니어링 주식회사’라는 영리기관 소속임을 밝혔다. 피고가 반대 근거로 제시하는 규정인「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산정, 관리 및 사용, 정산에 관한 요령」(이하 ‘요령’)은 협약에 우선할 수 없다.

2) 약관에 대한 규제

피고가 반대 근거로 제시하는 위 요령 및 별표 등은 산업자원부장관이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근거하여 발주하는 모든 국가연구과제 협약에 사용되는 약관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 상대방에게 중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 피고는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나. 피고

1) 소의 적법성

피고는 주관기관에 원고가 주장하는 사업비 반납을 통보하였을 뿐이므로 통보 대상이 아닌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법적 분쟁이 없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

2) 협약과 규정의 관계

협약서에는 관련 법령 및 규정의 준수 의무(협약 3조 1항, 16조 1항), 사업비의 관리 및 사용시 사업비요령 준수 의무(5조 5항)가 포함되었으므로 협약과 상충하는 경우 이에 적용되는 규정인 위 요령이 우선한다.

3) 약관 규제 적용 여부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의 관계는 약관규제법이 목적으로 하는( 1조 )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과 무관한 이유 등으로 약관 규제 제도가 적용될 것이 아니다.

3. 판단

가. 소의 적법성

원고와 피고는 과제협약서 체결 당사자로서 이 사건 과제 수행과 관련하여 상호간에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하였으므로 인건비 지출과 관련된 이 사건 분쟁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이지 주관기관과 피고 사이의 분쟁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가사 인건비 등 사업비가 주관기관을 통하여 원고에게 지급되었다거나 피고가 처음에는 주관기관에게 환수 통보를 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닌데, 피고가 원고에게 직접 환수 통보를 하기도 하였다(갑 10)].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고, 피고 다툼은 이유 없다.

나. 협약과 규정 사이의 우열 여부

원고를 비롯한 참여, 주관기관과 전담기관인 피고가 합의한 과제협약서는 기본적으로 계약의 성질을 가지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과제협약서에서 상위법령과 이의 위임을 받은 각종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고, 요령은 이러한 규정에 해당함은 다툼이 없으므로 과제협약서 체결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요령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과제협약서 내용과 요령이 상충하는 경우 요령이 우선할 것인지를 보면, 과제협약서에서 규정을 따르도록 하였지 협약과 상충할 경우 규정이 우선한다고 정하지 않은 점, 규정으로서 가장 상위 규범이라 할 법률이더라도 입법 취지를 따져서 강행규정이 아닌 경우에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달리 정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 법리인데 이 사건에 적용되는 모법인 산업기술혁신촉진법도 마찬가지이고 이와 달리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의 모든 조문을 강행규정으로 볼 근거가 없는 점, 따라서 모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되어 법규로 인정되는 시행령, 시행규칙조차도 강행규정인지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인데 하물며 최말단의 규정에 불과한 요령을 입법취지를 따지지 않고서 당사자들 사이의 의사의 합치로서 계약으로 볼 과제협약서보다 우선한다고 볼 근거는 도저히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국 요령의 관련 규정의 취지가 무엇인지, 그것이 강행규정성이 있거나 당사자들의 의사의 합치에도 불구하고 우선할 목적이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외부인력 사용에 대한 보상 필요성과 제도의 취지 사이의 비교 형량

원고 자체가 영리회사인데다 원래의 직원을 활용하는 경우 사업비를 편성하여 지출할 수 있고(다만 이 경우 현물이 원칙이고 이는 원고가 분담할 민간부담금으로 지급된다) 나아가 이 사건 과제를 위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현금으로 지출할 수 있는데, 필요한 추가 인력을 외부기관 소속에서 일시 사용하는 경우 비영리기관이라야만 현금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피고는, 신규로 채용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고용 창출이라는 공익 효과가 있으므로 현금 계상이 허용되는 반면, ① 영리기업 소속 직원을 일시 사용하는 경우 영리기업은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소속 직원의 인건비를 100% 지원하므로 인건비 현금 계상 필요성이 없을 뿐 아니라, ② 나아가 이 사건에 외부인력 소속기관인 가온엔지니어링(주)은 연구개발서비스업자도 아니어서 과학기술기본법의 이념에도 맞지 않아 현금 계상이 가능한 예외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고, ③ 위 회사는 원고와 대표자가 동일한 특수 관계에 있어 이에 현금 계상을 하는 것은 부당하게 영리회사에 세금 지원을 하는 결과에 이르므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실질적 이유 혹은 제도의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상근 직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소속기관에서 인건비를 100% 지원하여야하는 것은 영리기업이건, 비영리기업이건 마찬가지이지, 이를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에만 한정된 특성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과제의 사업비로 편성하는 것이 상당한지 여부는, 외부 직원의 소속기관이 영리기관인지, 비영리기관인지 여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과제에 참여하여 수행한 업무가 동시에 소속기관을 위한 업무로도 볼 수 있는 경우 소속기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고 이 사건 과제의 일부를 수행한 것이 소속기관의 업무로 볼 수 없는 경우 소속기관에서 부담할 이유는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과제의 사업비로써 보상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정산을 통해서도 단지 외부인력의 소속기관이 영리기관인 점만 문제 삼을 뿐, 외부인력이 수행한 업무가 소속기관의 업무와 동일 혹은 중복된다고 주장조차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외부인력의 소속회사인 가온엔지니어링(주)이 과학기술기본법의 이념에 맞는 연구개발서비스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외부인력이 수행한 업무는 소속기관의 업무와는 별개의 업무로 인정되므로 보상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외부인력의 소속기관은 참여기관이 아니므로 그 소속기관이 현물 편성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원고도 소속 직원이 아닌 외부인력을 위하여 현물 편성을 할 수는 없으므로, 현금 편성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② 외부인력의 소속기관인 가온엔지니어링(주)이 과학기술기본법의 이념에 맞는 연구개발서비스업자인지 여부는 보상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위에서 보았고, 오히려 그 점에서 즉, 원래의 소속기관을 위한 업무와 무관한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더욱 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③ 영리기관 소속 외부직원에 현금 편성하여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 정당한지와(이미 ①에서 보았다), 원고 및 외부직원 소속 기관이 특수관계에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피고 주장 자체로도 궁색하여 반박이 필요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현금 편성할 수 있는 외부인력은 비영리기관 소속으로 한정하는 제도의 취지를 피고가 주장하였으나, ❶ 그 취지가 강행규정으로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❷ 영리기관의 직원을 원래의 업무와 무관한 이 사건 과제를 수행하게 한 데 보상할 필요성에 우선한다고 보기도 부족한데, ❸ 계약으로 볼 과제협약서에 명시적으로 편입되었으므로 계약조항이 임의규정보다 우선하고 피고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라. 원고의 선의 및 피고의 과실

원고는 협약에 이르기 전 사업계획서에서 외부인력이 영리기관 소속임을 명시하였고, 이에 반하는 규정의 존재에 대해서 원고는 선의이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반면 피고는 전담기관이자 감독기관으로서 주관기관을 통하여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관련 규정을 충족하는지 사전에 검토할 책무가 있다. 규정의 부지에 대한 원고의 과실보다는 전담기관으로서 사전에 검토하지 못한 피고의 과실이 더 무겁다.

피고는 무수한 국내 영리기관을 미리 다 꿸 수 없다고 주장하나 소속기관의 상호 자체로 일견하여 영리기관임이 자명한바, 이러한 피고 주장을 포함하여 위에서 본 제도의 취지에 대한 피고 주장 자체로도 반박을 기다리지 않고 충분할 설득력을 갖지 못하여 궁색하고, 피고가 스스로 사전이나 사후에 규정 위반을 발견하지 못하고 회계기관을 통해서 겨우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제도의 취지가 선명하지 않아 위반에 따른 흠결 정도가 중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다.

판사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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